조금만 가면 됐다. 심지어 그곳이 자기 집 정문에서 몇 걸음인지도 그는 알고 있었다. 정확히 730 걸음이다. 언젠가 그 몽상에 깊이 사로잡혀 세어본 적이 있었다. 그땐 아직 스스로도 자신의 몽상을 믿지 못했고, 그저 추악하지만 유혹적인 대담함에 자극받았을 뿐이다. 반면 한달여가 지난 지금 이미 그는 다르게 보기 시작했고, 자신의 무력함과 우유부단함을 혼잣말로 계속 조롱하고 또 여전히 스스로를 믿지 못하면서도 자기도 모르게 ‘추악한‘ 몽상을 어떤 계획으로 여기는 데 이미 익숙해졌다. 심지어 지금 그는 자기 계획을 시험해보러 가는 길이었고,
걸음을 옮길 때마다 흥분은 점점 더 커져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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