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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나의 노이즈
전여울 지음 / 키다리 / 2024년 7월
평점 :

너와 나의 노이즈 / 키다리 / 전여울 장편소설
“모든 일에 대한 책임은 한영원,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을 증오하게 만든 내 동생에게 있다.”
프롤로그에서 주인공이 읇조리는 대사를 보며 동생과 코드가 맞지 않아 끊임없이 갈등하고 있는 우리 가족의 모습과 너무나도 비슷해 울컥하는 마음이 들었다.

노이즈라 함은 소음이나 잡음을 뜻하는 단어인데, 너와 나의 노이즈라 제목만 봐서는 어떤 내용인지 전혀 짐작이 가지 않았다. 표지를 봐도 ‘헤드폰을 끼고 벤치에 앉아 있는 남자 아이의 뒷 모습을 보며 무언가를 듣고 있구나’, ‘음악을 들으며 도시의 소음으로부터 벗어나려는 것인가’ 이 정도의 생각만 들 뿐이었다.
주인공 정원이는 ASMR을 만드는 취미가 있다. ASMR 어느 순간 많이 들리는 단어이다. 그저 백색소음정도로 알고 있는 이 단어의 full name은 알지 못해 검색을 해 보았다.
"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 자율 감각 쾌감 반응" 이라는 엄청나게 어려운 단어의 약자였다.
한국에서는 ‘일상 소음’ 또는 ‘백색 잡음’이라고 불리운다고 한다.
책을 읽으며 ASMR을 전문적으로 만들어 올리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ASMR을 만드는 작업을 도피처로 사용하고 있는 것 같은 정원이.
중학생인 이 친구는 뭐가 그리 힘든것일까. 홀로 자취를 하고 있다는 점도 흥미롭게 다가왔다. 프롤로그에서 언급되었듯이 동생으로 인한 가족간의 불화로 홀로 떨어져 자취를 하고 있었다.
어느 날 학교에서 선생님이 추천하는 양로원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된 주인공. 선생님이 추천한다고 해서 반항없이 봉사활동을 시작하는 정원이를 보면 평범하고 착한 큰 문제없는 중학생으로 보인다.
저마다의 사정으로 양로원에 홀로 지내는 어르신들이 소개된다.
101호의 마리 할머니, 수많은 선인장과 함께 하고 있는 102호의 이파리님, 술 냄새 폴폴 풍기는 201호의 베이커, 마지막은 202호의 미스터 킴. 그 중에서도 잠을 못 이루는 미스터 킴의 사연을 듣고 자신의 ASMR을 통해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생각하게 된다.

미스터킴의 사연을 알아가며 정원이도 동생 영원이와 갈등이 생기게 되었던 시점을 회상하며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게 된다. 동생 영원이의 말이 가슴에 박힌다. “나도 이런 생각하는 내가 제일 거지 같다는 거.” “그냥 알아만 달라는 거야.”

중학생들도 자신에게 잘못이 있다는 것을 스스로 알고 있고, 역시나 화해의 물꼬를 틀수 있는 계기는 솔직하게 자신의 감정을 이야기하고 대화하고 받아들이는 것인데, 이것이 나와 내 동생에게는 아직도 큰 산으로 다가온다. 나이가 이렇게 든 성인들도 서로의 잘못을 인지하지 못하고 자신만의 틀에 갖혀 살아가고 있는 모습이 서글프게 느껴졌다. 캠프파이어를 통해 묵은 감정을 해소 하게 되는 정원이네 가족의 모습을 보며 부러운 생각도 들었다.
청소년 소설을 읽으며 이렇게 반응할 일인가 싶지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공감하고 위로를 얻는 매체가 "그림책"이면 어떻고 "어린이 동화"이면 어쩌랴.
정원이는 요양원에 캠프파이어를 제안하고, 그 속에서 일어난 작은 사건으로 인해 미스터킴은 정원이에게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한다.

메아리가 울리기 위해서는 그 소리를 받아주는 다른 산봉우리가 있어야 하는 것처럼, 화해를 위해서도 마음을 여는 신호와 함께 그 신호를 받아주려고 마음을 여는 상대방이 있어야 한다. 소설속의 주인공들은 결국은 상대방을 마음을 알아주고 서로 이해하려는 노력을 통해 긍정적인 결말을 얻는다.
나는 여전히 내 동생이 잘못이라는 생각이다. 동생이 마음의 문을 열고 좀더 스스로 단단하고 책임감 있는 사람이 된다면 내 마음도 언제든지 열릴 것 이라 생각하는데, 이 생각 자체가 잘못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너와 나의 노이즈]는 나의 마음속 내면을 있는 그대로 들여다보게 한 소설이다. 주인공들의 대사가 너무나 내 마음속에 있는 말 같아서 소름돋을 지경이었다.
소설의 결말처럼, 우리 가족의 문제도 해결될 수 있는 희망이 있겠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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