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질문의 힘 - 대화를 이끌고 관계를 바꾸는
김혜민 지음 / 시크릿하우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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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질문의힘 #김혜민지음 #시크릿하우스출판사 #단단한맘서평단 #도서협찬



20년 넘게 라디오 PD, 방송 진행자, 강연자, 작가로 활약해온 김혜민 작가님은 그동안의 풍부한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질문을 통해 관계를 변화시키고 삶을 성장시키는 방법을 다양한 사례와 함께 이 책에 담아냈다. 특히 챗GPT처럼 무엇이든 알려주는 시대에는, 같은 질문이라도 어떻게 묻느냐에 따라 답이 달라지기 때문에 인간다운 질문을 던지는 능력이 가장 중요한 재능이며, 대답보다 질문하는 힘을 키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총 4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으며, ‘질문은 기술이 아닌 사람을 향한 태도다’, ‘인생을 바꾸는 좋은 질문의 힘’, ‘좋은 질문은 좋은 대화다’, ‘모든 관계는 질문에서 시작된다’라는 주제로, 질문의 본질과 실천적 가치에 대해 깊이 있게 다룬다. 또한 말하기, 글쓰기, 질문하기 등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높이는 실전 팁을 본인의 유튜브 채널 〈업앤업〉을 통해서도 꾸준히 공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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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질문은 기술이 아닌, 사람을 향한 태도다.

질문은 단순히 정보를 얻기 위한 기술이 아니라, 사람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태도다. 좋은 질문은 경청에서 시작되며, 공감과 주의 깊은 듣기가 그 바탕이 된다. 특히 역지사지의 질문은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느끼려는 노력에서 비롯되며, 그 자체로 깊은 존중의 표현이다. 이렇게 탄생한 질문은 상대의 마음을 열고, 관계를 깊게 만들며, 삶을 변화시키는 힘을 지닌다. 그렇기에 매일의 작은 습관 속에서 자기만의 ‘질문 근육’을 꾸준히 단련해 나가야 한다.


2. 인생을 바꾸는 좋은 질문의 힘

질문은 타인에게 던지는 화살이 아니라, 나 자신을 향해 나아가는 나침반이다. 가장 먼저 던져야 할 질문은 “나는 누구인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이며, 나를 이해할 때 비로소 나를 구원할 수 있다. 이후 ‘나’에서 ‘우리’로 시선을 확장하고, 꼬꼬무식 질문을 통해 차별화된 관점으로 문제를 바라보며 답을 찾아야 한다. 질문은 단순한 답을 얻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을 깊이 있게 만나는 예술이다.


3. 좋은 질문은 좋은 대화다

나만의 질문을 만들기 위해서는 ‘말쓰기’ 연습이 필수다. 내면이 충분히 채워지지 않으면 말쓰기의 문은 쉽게 열리지 않는다. 말과 글은 마치 나에게 맞는 요리 재료를 고르듯, 입 밖으로 내는 혼잣말을 통해 체득하고 체화해야 한다. 이를 위한 방법으로는 SNS 글쓰기를 추천하며, 닮고 싶은 말쓰기 모델을 정해 그들의 질문 방식과 표현을 참고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또한 ‘왜’, ‘어떻게’, ‘만약 ~라면’ 같은 구체적인 질문을 활용하면, 상대의 답변을 자신의 삶에 적용하기가 훨씬 쉬워진다.


4. 모든 관계는 질문에서 시작된다.

좋은 질문은 “나는 당신을 궁금해하고, 소중하게 생각합니다”라는 마음의 표현이다. 질문에는 눈빛은 없지만 기운은 있기에, 톤과 속도에 신경을 써야 하고, 차별이나 혐오를 담은 나쁜 질문은 관계를 해치므로 경계해야 한다. 이를 위해 언어 감수성을 높이고, 말의 영향력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또한 공격적이거나 진부한 질문은 마음의 벽을 만들고, 관계를 단절시킬 수 있으므로 말 너머의 맥락을 읽는 섬세한 감각을 기르기 위해 관찰과 공부로 내공을 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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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질문의힘

최근 오십견 치료를 받으면서,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스테로이드 주사는 맞고 싶지 않다고 말했더니, 의사가 9만 원에 가까운 일제 스테로이드 주사를 권하며 “소고기 한 근 값인데 뭘 그러세요? 그럴 거면 뭐하러 오셨어요? 그냥 집에 계시지?”라며 화를 냈다. 그 일로 병원을 옮겼고, 지금의 선생님은 “많이 힘들면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아가며 치료해야 하지만, 괜찮다면 시간을 두고 천천히 치료해봅시다”라고 말씀해 주셔서, 아파서 서러웠던 마음이 한순간에 풀어지는 듯했다.


작가님은 에필로그에서 “질문을 품고 살아가는 삶이야말로 가장 단단하고 깊은 삶이며, 질문을 멈추지 않는 사람은 곧 듣는 사람이고, 변화하는 사람이다”라고 말한다. 나는 오늘, 나 자신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고 싶다. “나는 누군가의 마음에 상처를 내는 말을 내뱉은 적이 있는가? 나는 친절한 사람인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단단한맘 @gbb_mom 님과 탁지북 @takjibook 님의 서평모집을 통해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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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의 언어 - 사람을 품고 이끄는 리더의 언어
이광재 지음 / 시공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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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의언어 #이광재엮음 #시공사 #레코드글라서평단 #도서협찬



 

이 책은 인간의 존엄과 평화를 향한 역대 교황님들의 말씀을 엮은 책이다. 2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1부에서는 경제, 노동, 봉사, 사람, 사랑, 용기, 용서, 정의, 정치, 평화, 환경, 희망 등 삶의 본질을 아우르는 12가지 주제에 관한 메시지를 소개한다.

 

2부에서는 성 요한 23(261)부터 프란치스코 교황(266)까지, 여섯 분의 교황님께서 콘클라베 직후 선택한 교황명과 사목 표어에 담긴 의미를 통해 그분들의 삶의 궤적과 결심, 그리고 세상과 인류를 섬겼던 삶의 자세를 엿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부록에는 역대 교황 목록과 교황님들의 말씀을 직접 따라 써볼 수 있는 필사 페이지가 수록되어 있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님께서 예상할 수 있는 일들을 방어하지 않고 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거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말씀하셨다.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외면하는 구조적 폭력에 대한 강한 문제의식을 드러내는 이러한 말씀은, 이 책의 12노동_일은 인간을 위해 존재한다에서 말하는 노동의 참된 의미와 우리 시대에 노동이 어떻게 존재해야 하는지에 관한 교황님들의 지혜와 깊이 맞닿아 있다.

 

노동이란 바로 인격의 직접적인 표출이므로 그 본질상 수단의 위치에 있는 외적 재화의 부요보다 우선하여야 한다.<성 요한 23,p029>

 

인간은 하나의 인격체이므로, 인간은 노동의 주체가 된다. 하나의 인격체로서의 인간은 일을 하고 노동 과정에 속하는 다양한 활동들을 수행한다. 이러한 활동들은 그 객관적인 내용과는 별도로 인간의 인간성을 구현시키고, 바로 그 인간성 때문에 인간에게만 고유한 인격체로서의 소명을 완수하는 데 사용되어야 한다.<성 요한 바오로2,p030>

 

노동은 단순히 돈을 버는 수단만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노동은 인간 존엄의 표현이고, 성장과 사회 통합의 길입니다.<프란치스코,p031>

 

아무리 인간이 일할 운명을 타고났고 소명을 받았다 해도 우선적으로 노동이 인간을 위해있는 것이지 인간이 노동을 위해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즉 일을 성취하는 개인인 그 인격체의 존엄성을 척도로 삼아 각각의 노동은 평가되어야 한다는 점이다.<성 요한 바오로2,p034>

 

#교황의언어

이 책에 담긴 다양한 주제 중에서도 특히 노동을 다룬 부분이 깊은 울림을 주는 이유는, 이재명 대통령님의 강력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노동 현장에서의 사망 사고가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 앞에서 우리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는 여러 교황님들의 말씀에서 그 해답을 엿볼 수 있다. 단 하나의 생명도 결코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되며, 노동 현장에서 발생하는 모든 죽음은 우리 사회 전체가 책임져야 할 윤리적 과제이자, 다음 세대의 미래를 지키기 위한 실천이기도 하다.

 

<출판사로부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함>

엮은이: 이광재

출판사: 시공사 @sigongsa_books

레코드글라 @recordcla 서평단에 함께해서 행복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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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패션 스쿨의 기초 패턴 수업 - 초보자도 차근차근 쉽게 배우는 옷 패턴 설계 가이드
테레자 길레츠카 지음, 박민정 옮김 / 유엑스리뷰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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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패션스쿨의기초패턴수업 #테레자길레츠카 #유엑스리뷰 #패턴제도 #의류패턴 #옷만들기 #패션디자인 #의상디자인 #도서협찬



 

오래전 중학교 가정시간에 블라우스를 만들어 본 이후로는 앞치마를 제외하고는 옷을 만들어 본 적이 없다. 옷을 만들어 보고 싶은 마음은 늘 있었지만, 나 같은 초보자가 기초부터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책을 찾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중국의 패션 학교와 프랑스 파리의 직업 고등학교에서 패션 교육을 진행한 저자의 경험과 노하우가 담겨 있어, 설명이 매우 쉽고 상세하다. 초보자부터 실무자까지 옷 패턴 설계의 기초를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으며, 패턴 설계의 원리를 하나하나 짚어주며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를 설명해준다.



 

특히 치수 재는 법부터 상의, 소매, 스커트, 바지까지 각 부위별 원형 패턴 제작 과정이 논리적으로 잘 정리되어 있고, 다양한 체형에 맞춘 치수 측정법과 응용 방법, 주의사항 및 실수 방지 팁까지 꼼꼼하게 담겨 있다. 풍부한 이미지와 단계별 설명 덕분에 실무자도 활용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으며, 초보자에게는 든든한 입문서가 되고 실무자에게는 기본기를 점검하고 체계화할 수 있는 실용서로 손색이 없다.



 

#프랑스패션스쿨의기초패턴수업

아이들이 성인이 되면서 옷을 모두 정리했지만, 얇은 데님 소재의 옷은 치마라도 만들어보자는 생각에 아껴두었다. 그런데 막상 재단을 하려니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다. 이제는 이 책을 참고해 하나씩 따라하다 보면 나만의 옷 만들기도 가능할 것 같다.



 

책 끝에는 패턴 제도에 사용되는 도구 목록과 고르는 팁까지 정리되어 있어, 평소 옷 만들기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필요한 도구들을 준비해 직접 도전해보는 것도 좋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함>

 

저자: 테레자 길레츠카

옮긴이: 박민정

출판사: 유엑스 리뷰 @uxreview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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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 지금 어디에 있니 - 역사적 트라우마에 저항하는 단독자 1949~1992 아티스트웨이 2
김응교 지음 / 책읽는고양이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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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하루키지금어디에있니 #무라카미하루키 #김응교 #책읽는고양이 #도서협찬



 

이 책의 저자 김응교 평론가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을 40년 넘게 읽고 분석해왔다. 그는 하루키의 초기 소설들을 중심으로 역사적 트라우마와 무의식의 관점에서 깊이 있게 조명한다. 책 제목에 담긴 어디에 있니노르웨이의 숲에서 미도리가 던진 질문을 인용한 것으로, 하루키 문학의 핵심인 존재의 상실과 회복을 향한 여정을 상징하는 표현으로 해석된다.

 

책을 읽다 보니 얼마 전 읽은 기억의 유령W.G. 제발트가 떠올랐다. 무라카미 하루키와 제발트는 모두 아버지 세대의 전쟁 경험을 깊이 성찰하며, 그들이 남긴 침묵과 죄책감, 역사적 상처를 문학적으로 탐색해왔다. 하루키는 고양이를 버리다에서 아버지가 중국 전선에 복무했지만, 전쟁에 관해서는 거의 말하지 않았던 사실을 밝히고(p.45), 제발트 역시 이민자들아우스터리츠에서 독일 전후 세대가 겪은 침묵과 기억의 단절, 그리고 역사적 트라우마를 핵심 주제로 다룬다.

 

또한 하루키의 작품에는 프란츠 카프카의 세계관이 자주 인용되거나 변주되어 나타난다. 두 작가는 한 가지 주제를 단정짓기보다, 독자에게 애매하고 복합적인 사유를 유도한다는 점에서 닮아 있다. 하루키는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양을 쫓는 모험등에서 불확실한 현실, 권력의 부조리, 정체성의 혼란을 끊임없이 탐색하며, 카프카적인 세계를 구축해나간다

 

해변의 카프카의 주인공 다무라 카프카는 프란츠 카프가와 비슷한 면이 많다. 다무라 카프카는 아버지로부터 떠나는 인물인데, 아버지를 떠나고자 하는 욕망은 바로 프란츠 카프카의 욕망이었다.<p53>

 

하루키의 작품세계에서 흥미로웠던 것은 쥐 인간이다. 그는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1973년의 핀볼, 그리고 양을 쫓는 모험까지 이어지는 이른바 3부작을 통해 쥐 인간이라는 인물을 중심에 놓고, 존재의 불안과 고립감을 탐색한다. 쥐 인간은 주인공의 내면과 마주하며 어둠 속에서 말을 건네는 존재로, 사회적 질서에서 벗어나 있는 단독자의 상징이자, 기억 속에 떠다니는 잊혀진 세계의 잔해를 대표한다.

 

밤에는 자기 일을 하는 의 생리는 바를 경영할 때 영수증 정리를 마친 심야에 글을 쓰던 하루키를 상상하게 한다. ‘는 어딘가 균형을 상실한 존재로서 부서진 자아, 금이 간 존재다. 고향을 떠나 다른 도시로 탈출하는 마지막 선택도 영락없는 하루키 자신이다. 여기까지만 읽어도 는 하루키의 무의식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p133>

 

#무라카미하루키지금어디에있니

 책을 읽으며 하루키의 작품세계를 이렇게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분석해낸 비평가의 시선은 그의 소설들을 전혀 다른 층위에서 조명하게 한다. 사실 이 비평서를 읽지 않았다면 하루키 문학은 나에게 너무 난해하게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특히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같은 작품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을거 같다.

 

피츠제럴드가 자신을 최고의 작가들의 기법을 훔친 문학적 도둑이라 칭했듯(피츠제럴드, 글쓰기의분투), 하루키 역시 만만치 않다. 그의 작품 곳곳에서 카프카뿐 아니라 도스토옙스키를 비롯한 다양한 작가들의 흔적이 엿보인다

 

하루키는 이질적인 작가들의 기법을 능숙하게 해체하고 재조합함으로써, 독자들을 익숙하면서도 낯선 세계로 이끈다. 그의 문학은 상징성이 깊고 다층적인 의미를 품고 있어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데, 그런 독자라면 이 비평서를 반드시 읽어보길 권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함>

저자:김응교

출판사:책읽는고양이 @reading_c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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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어진 서양
니샤 맥 스위니 지음, 이재훈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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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어진서양 #니샤맥스위니 #이재훈옮김 #열린책들 #도서협찬



이 책의 저자 니샤 맥 스위니는 영국 출신의 고고학자이자 역사학자로, 현재 오스트리아 빈대학교에서 고전고고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녀는 『만들어진 서양』을 통해 서양 문명에 내재한 역사적 오류를 비판하고자 하며, 이를 위해 서양의 기원을 면밀히 검토함으로써 ‘문화적으로 순수하고 온전한 선형적 계보’라는 환상을 걷어내고자 한다.


총 14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전반부에서는 ‘서양’이라는 개념의 역사적 기원을 비판적으로 조명한다. 1~2장에서는 고대 그리스·로마인이 오늘날의 배타적 서양 정체성과 거리가 있었음을 밝히고, 3~5장에서는 이슬람·중유럽·비잔티움이 고전 유산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재해석했는지를 보여준다. 이어지는 6~7장에서는 기독교 세계와 유럽 대륙의 분열 속에서 서양 문명의 계보가 일관성 없이 다양하게 그려졌음을 설명한다.


후반부에서는 서양 문명이 이념적 도구로 어떻게 활용되었고, 오늘날의 거대 서사로 발전한 과정을 추적한다. 8~10장에서는 16~17세기의 종교·과학·제국주의·정치 개념이 서양 문명의 형성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11~12장에서는 서양 제국주의의 강화와 인종적 지배 체계 확산 과정을, 마지막 13~14장에서는 현실 세계의 변화 속에서 서양 문명의 정체성과 기원 신화를 재고해야 함을 강조한다.


『만들어진 서양』을 읽으며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 가장 흥미로웠던 장은 제9장 「서양과 제국주의: 앙골라의 은징가」 이야기였다. 은징가는 17세기 앙골라의 군주이자 뛰어난 전략가로, 포르투갈 제국의 침략에 맞서 자주성과 문화적 존엄을 지키기 위해 싸웠던 인물이다. 그녀는 외교적 수완과 정치적 통찰력을 바탕으로 제국주의의 구조적 폭력에 당당히 맞섰고, 유럽 중심의 서양 문명 서사에 균열을 내는 상징적인 존재로 부각된다.



“자유롭게 태어난 자는 자신의 자유를 지켜야지 다른 사람에게 굴종해서는 안 된다.” 

이 말은 포르투갈이 노예를 공물로 바치라는 요구를 은징가가 완강히 거부하며 내세운 신념의 표현이다.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자, 은징가는 가톨릭으로 개종하겠다는 제안을 통해 포르투갈과 협정을 맺으며 노예를 바치지 않는 길을 선택했다.


그녀의 삶은 파란만장했다. 1617년, 부친이 전사하자 남자 형제인 음반데는 권력을 장악하기 위해 잠재적 경쟁자를 무자비하게 제거했고, 은징가의 아들마저 죽였다. 여성 형제들에게는 약초를 달인 뜨거운 기름을 배에 붓게 해, 출산 능력을 박탈하는 잔혹한 행위를 저질렀다.


그러함에도 은징가는 음반데가 도움을 청했을 때 기꺼이 손을 내밀었다. 포르투갈과의 협상 자리에서 그녀의 등장은 당당함과 카리스마가 절정을 이루는 순간이었다. 화려하게 치장한 그녀는, 자신을 위해 깔아놓은 우단 마룻바닥을 경멸 어린 시선으로 바라본 뒤, 수행 여성에게 무릎 꿇고 엎드리게 해 인간 의자에 앉음으로써, 포르투갈 대표를 올려다보는 대신 동등한 눈높이에서 협상을 시작했다.


#만들어진서양

위에서 살펴보았듯, 은징가는 아프리카 역사 속의 중요한 여성 인물로 언급되며 근대 앙골라의 국모로 추앙받는다. 그러나 서양의 시각에서는 그녀를 야만적이고 원시적인 아프리카인으로 묘사하기도 한다.


이 책을 읽으며 영화 《서울의 봄》 속 대사가 떠올랐다. “실패하면 반역, 성공하면 혁명 아입니까!”. 

역사의 승패와 그에 따른 평가가 얼마나 권력 중심적인가를 날카롭게 드러낸 이 말처럼, 『만들어진 서양』은 역사가 단순한 사실의 나열이 아니라 권력과 해석에 의해 구성된 서사임을 강조한다. 서양이라는 개념은 시대적·정치적 필요에 따라 형성된 결과물이며, 저자가 말하듯 선택적으로 취사된 허구의 이야기라는 주장에 자연스럽게 고개가 끄덕여진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함>

저자: 니샤 맥 스위니

옮긴이: 이재훈

출판사: 열린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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