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의 캔버스
김영호 지음 / 군자출판사(교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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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의캔버스 #김영호 #군자출판사 #서울대강의 #의료인문학 #도서협찬



 

이 책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김영호 교수가 집필했으며, 수록된 작품들은 잘 알려진 명작뿐만 아니라 저자의 취향과 교육적 목적에 따라 선정되었다.

 

2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1부에서는 특정 주제를 중심으로 작품을 감상하고 비평한다. 2부에서는 여러 작품을 비교·대조하며 감상하고, 그 속에 담긴 의미를 함께 되새겨보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익숙한 작품과 작가들도 등장하지만, 처음 접하는 작품들도 있어 호기심을 자극하고, 특히 예술작품 속에서 의학적 소견을 읽어내는 이러한 접근은 지금까지 예술작품을 감상해왔던 관점과는 달라서 신선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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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오반니 란프란코의 <복스가 찬 아이를 치료하는 성 루크>



 

란프란코는 바로크 시대 이탈리아의 화가로 이 작품은 성 루크가 병든 아이를 치료하는 장면을 담고 있다. 1625년경에 완성되어 현재 로마의 바르베리니 궁전에 소장되어 있다.

 

그림 속 아이의 복부 팽만과 피부에 나타난 청색증은 안타까움을 더한다. 엄마의 표정과 왼손 검지로 아이를 가리키는 모습에서는 그녀의 아픔이 고스란히 전해져와 보는 이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왜 눈물이 나지...)

 

이 그림에서 의학적으로 주목할 만한 포인트는 아이의 복강 내에 복수가 축적된 상태로 보인다는 점이다. 이는 간경변, 심부전, 결핵성 복막염 등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 또한 아이의 피부색은 성 루크와 보호자와 확연히 다른데, 이는 심장이나 간 질환으로 인한 청색증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

 

란프란코는 이 작품에서 색조의 강렬한 대비를 통해 인물들의 감정과 진찰 순간의 신성함을 돋보이게 했다. 이는 바로크 화가들이 즐겨 사용한 기법이다. 이 그림은 종교적 기적과 의술, 그리고 신앙을 주제로 한 작품으로 현대의학의 관점에서 다양한 사색을 가능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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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 피터 브뤼겔의 <네덜란드의 속담>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작품을 하나 꼽자면, 당시 네덜란드에서 널리 사용되던 여러 속담과 격언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브뤼겔의 네덜란드의 속담이다. 풍자화인 이 작품에는 30여 개의 속담이 등장하며, 인간의 어리석음과 부조리, 탐욕 등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 이 작품을 통해 당시 사람들의 욕망과 어리석음 등 대중심리와 사회문화적 배경을 살펴볼 수 있다.


이 그림에서 숫자 로 표시된 곳에 용변을 보는 모습이 등장하는데 이는 인간의 비천한 본성, 혹은 수치스러운 행동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기도 하고 헛된 노력을 하거나 아무 소용없는 일을 하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이 부분에서 제일 많이 웃었다. (사실 손가락으로 확대 하다가 스마트폰이 아님을 깨달음 ^^)

 

16세기 플랑드르 지역 최고의 풍속화가였던 브뤼겔은 이 작품에서 세상은 서로 속고 속이는 삶의 반복이라는 걸 의미했다고 한다. 작품의 구도가 너무나 산만하여 베를린 국립미술관 내 이 작품 앞 벤치에는 각 부분의 장면을 간단히 설명하는 스케치와 설명서가 있다고 한다.

 

19세기 말 세균의 발견 및 예방에 대한 개념이 형성되기 전까지는 병원체 감염에 의한 희생이 일상적이었다고 한다. 손을 씻는 행위가 일반화된 것은 19세기 중반부터 헝가리 의사 이그나츠 제멜바이스가 손 씻기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큰 변화가 일어났고, 20세기 초가 되어서야 전 세계 의료현장에서 손 씻기가 감염예방의 기본수칙으로 확립되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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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의캔버스

예술, 의학을 가르치다라는 부제가 이 책에 참 잘 어울린다. 감상 포인트가 워낙 많아 한 번의 서평으로는 아쉬움이 남을 정도다. 그림을 감상하며 작품 속 인물의 표정과 자세, 질병의 징후까지 세심하게 들여다보는 과정은 예술과 의학이 어떻게 인간의 삶을 함께 비추는지를 깊이 있게 보여준다. 이 책은 예술을 통해 치유와 공감을 배우고자 하는 독자에게  훌륭한 동반자가 되어줄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함>

 

저자: 김영호

출판사: 군자출판사 @koonja_publish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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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파엘로가 사랑한 철학자들 - 예술은 어떻게 과학과 철학의 힘이 되는가
김종성 지음 / 비제이퍼블릭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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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파엘로의 걸작 <아테네 학당>을 통해 고대 철학과 르네상스 인문주의가 어떻게 시각적으로 융합되었는지를 발견할 수 있는 책이다. 별 10개 주고 싶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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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파엘로가 사랑한 철학자들 - 예술은 어떻게 과학과 철학의 힘이 되는가
김종성 지음 / 비제이퍼블릭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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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파엘로가사랑한철학자들 #김종성 #비제이퍼블릭 #과학과철학의만남 #교양철학 #현대과학 #예술 #우주서평단 #도서협찬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세 거장인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는 각기 독창적인 예술 세계와 철학을 바탕으로 르네상스 시대의 예술 흐름과 사상적 방향을 형성했다. 특히 라파엘로는 부드러운 색채와 안정된 구도를 통해 이상적 아름다움을 표현했으며, 그의 대표작 ‘아테네 학당’은 철학적·인문주의적 사상을 담은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이 책은 라파엘로의 대표작 ‘아테네 학당’을 중심으로, 그 속에 등장하는 고대 철학자들의 사상이 현대의 과학·예술·종교에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끼쳤는지를 다루는 인문 교양서이다. 총 6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프톨레마이오스, 피타고라스, 유클리드, 아베로에스 등 고대 사상가들의 철학을 현대적 시각에서 분석하고, 그들의 사상이 오늘날 학문과 문화에 어떻게 스며들었는지를 구체적으로 탐구한다.


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 중앙에는 고대 철학의 두 축인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가 나란히 서 있으며, 이들을 중심으로 당대 지성은 물론 고대 그리스·로마 시대의 철학자, 수학자, 과학자 등 다양한 시대의 인물들이 함께 등장한다. 각 인물의 손짓과 표정, 책과 도구는 저마다의 사유 방식과 학문적 성향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특히 흰색 터번을 쓴 아베로에스는 그림 속에 등장하는 유일한 외국인인 이슬람 철학자로, 라파엘로가 동서양 지성의 다양성을 표현하는 상징으로 그려 넣은 인물이다. 또한 일부 학자들은 여성 철학자로 묘사된 인물을 히파티아로 추정하며, 이는 라파엘로가 남성 중심의 고대 학문 세계에 독창성과 다양성을 부여한 의도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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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플라톤: 플라톤의 이데아론과 4원소설을 소개하며 “완벽한 원”과 “데미우르고스” 개념 등등 수학적 아름다움과 물질의 본질에 대한 철학적 사유가 담겨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읽기 힘들었던 파트다.


2장 아리스토텔레스: 아리스토텔레스는 플라톤의 이데아론과 달리, 경험과 관찰을 통해 드러나는 개별 사물의 본질을 철학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2장에서는 두 사상가의 철학을 비교분석하고 플라톤의 영향을 받은 아우구스티누스와 아리스토텔레스의 사상을 수용한 아퀴나스가 이를 어떻게 계승하고 변형했는지를 살펴본다.


3장 프톨레마이오스: 프톨레마이오스의 천문학을 통해 고대 우주관이 현대의 우주론 및 관측 기술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분석한다. 3장에서 흥미로웠던 점은 젠틸레스키의 그림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베는 유디트>가 동일 소재의 카라바조의 작품과 명백한 차이를 보인다는 점이다. 카라바조의 그림은 피의 궤적이 직선으로 뿜어져 나오는데 반해, 그녀의 그림에선 곡선적이고 유기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젠틸레스키는 갈릴레이의 운동을 이해하고 예술에 반영함으로써, 회화의 사실성이라는 측면에서 카라바조보다 한 발짝 더 나아갈 수 있었다. 


[정리1, 법칙1]

공중에 던진 물체가 수평으로 일정하게 움직이려는 속력과 수직으로 자연히 빨라지는 속력을 결합한 것으로 움직이면, 이것은 반 포물선을 그린다. 

『새로운 두 과학, 갈릴레오 갈릴레이』 <p136>



4장 피타고라스: 피타고라스를 단순한 수학자가 아니라, 숫자를 통해 우주의 본질을 탐구한 철학자로 조명하며, 그의 사상이 현대 과학과 예술에 어떻게 스며들었는지를 살펴본다. 그는 현의 길이와 음의 관계를 관찰하여, 수학적 비율이 조화로운 소리를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예를 들어, 두 현의 길이가 각각 1:2, 2:3, 3:4의 비율일 때 아름다운 화음이 형성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발견은 오늘날까지 이어져, 음악에서 수의 비율이 조화와 미를 구성하는 핵심 원리로 작용하고 있다. 이번 장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이 바로 이 대목이었다.


5장 유클리드: 유클리드가 컴퍼스를 들고 작도하는 모습은 기하학적 사고와 시각적 질서를 상징하며, 그의 사상이 예술과 과학, 철학을 아우르는 지적 기반이 되었음을 보여준다. 라파엘로는 유클리드를 신처럼 묘사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손에 컴퍼스를 쥐어줌으로써 마치 신적인 권위를 지닌 이성의 상징으로 표현했다. 유클리드의 위대함은 자신이 구축한 논리적 시스템 안에서 완전히 새로운 규칙들을 생성해냈다는 점에 있다.


6장 아베로에스: 터번을 쓴 이슬람 학자의 모습으로 등장하며, 그의 이성과 계시에 대한 사유는 과학과 종교의 관계에 깊은 통찰을 제시한다. 그는 신앙과 논리의 조화 가능성을 끊임없이 탐구했고, 이슬람 세계의 지적 유산이 르네상스 인문주의에 어떤 방식으로 기여했는지를 암시한다. 이성을 계시에 적용하고자 끊임없이 노력했던 그는, 사유와 신앙의 경계를 넘나든 진정한 지성의 투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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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파엘로가사랑한철학자들

책을 읽으며 인류 최초의 여성 수학자로 알려진 히파티아에 대한 언급이 없어 아쉬움이 남았다. 반면, 라파엘로가 사상가들의 얼굴에 자신이 존경하는 인물과 자신의 얼굴을 담아냈다는 사실은 매우 흥미롭게 느껴졌다. 책에서 충분히 다루지 못한 부분은 유튜브 등 영상 자료를 통해 보완할 수 있으니, 더 깊이 있는 이해를 원하는 독자라면 참고해보길 권한다.


올바른 주장의 반대는 잘못된 주장이다. 그러나 심오한 진리의 반대는 다시금 심오한 진리일 수 있다. .... 

-닐스 보어 <p179>



<@woojoos_story 모집 #비제이퍼블릭 출판사 도서지원으로 #우주서평단 에서 함께 읽었습니다>

저자: 김종성

출판사: 비제이퍼블릭 @book.bjpubl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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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낙원에서 만나자 - 이 계절을 함께 건너는 당신에게
하태완 지음 / 북로망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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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낙원에서만나자 #하태완 #북로망스 #에세이 #도서협찬



결이 맞는 사람이 참 귀하다. 내가 쉽게 무너지지 않도록 온 힘 다해 내 삶을 견인해 주는 사람. 취향과 가치관이 같은 방향으로 뻗은 사람. 알게 모르게 서로를 보살피고 다정의 영향 아래 쑥쑥 성장해 가는 관계. 취향과 가치관 중 하나만 들어맞아도 어쩌면 이 사람과는 평생 갈까 싶다.<p150>


어릴 적, 아침에 눈을 뜨면 가장 먼저 들려오던 건 박새의 노랫소리였다. 맑고 고운 그 소리를 나는 참 좋아한다. 짧은 산문과 시가 어우러진 이 책은, 마치 박새가 문장으로 노래하는듯 다가온다. 너무 애쓰지 않아도 괜찮다고, 약해도 된다고, 때때로 거짓말에 속더라도, 싸움과 혐오에 지더라도, 있는 그대로의 나로도 충분하다고 속삭여준다.


며칠 전 읽은 책에 이런 내용이 있었다. “아마도 책들은 저마다 일종의 귀소본능이 있어서 자기한테 어울리는 독자를 찾아가는 모양”이라고...(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p20). 어쩌면 이 책은 내게 날아와 줄 운명이었던 모양이다.


지난 6개월간 꾸준히 책을 읽고, 부족하나마 서평을 써 왔다. 어떤 책은 숙제처럼 버겁게 느껴지기도 했고, 어떤 책은 예상보다 훨씬 더 난해하기도 했다. 반면 어떤 책은 기대 이상의 감동과 여운을 안겨주기도 했다.


그중에서도 『우리의 낙원에서 만나자』는 지친 내게 쉼표 같은 책이었다. 아침에 일어나 커피 한 잔을 마시며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에세이나 시를 좋아하는 나의 습관을 아는 듯, 이 책은 매일 아침 한두 챕터씩 펼치기에 부담 없고 딱 좋았다.


작가는 마음으로 빚어낸 글밥으로, 화려하진 않지만 담백하고 따뜻한 문장의 밥상을 차려낸다. 감동 한 스푼을 더한 향긋한 커피 한 잔을 곁들여 내어주고, 부드럽고 다정한 위로를 담은 후식까지 정성껏 내어준다. 서둘러 먹으라 다그치지 않고, 그저 조용히 곁에 앉아 나를 바라봐준다.


#우리의낙원에서만나자

내 마음이 우울이라는 못된 마녀의 마법에 걸렸을 때, 그 마법을 풀어주는 주문을 외워주는 마법서이다. 특별한 주문은 필요 없다. 그저 “너 정말 괜찮니?” 하고 진심으로 물어봐 주는 것. 괜찮다고, 아무 걱정하지 말라고,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으니, 너의 감정과 지금의 상황을 외면하지 말고, 기꺼이 부딪혀보라고 말해주는 책...네가 자랑스럽다고 말해주는 책...어찌 아껴읽지 않을 수 있겠는가?


지금의 나는 멀리서 보면 헤매고 비틀거리는 중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먼 훗날 이 순간을 돌아본다면 모든 흔들림도, 뒷걸음질도 그럴듯한 비행이었다고 말하게 될 것이다. 그러니 지금을 걸어보기로 한다. 혼자서, 묵묵히, 때로는 조금 비틀거리면서.<p048>


<작가님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함>

저자: 하태완 @letterwoan

출판사: 북로망스 @_book_rom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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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유령 - 폭력의 시대, 불가능의 글쓰기는 어떻게 가능한가
W. G. 제발트 지음, 린 섀런 슈워츠 엮음, 공진호 옮김 / 아티초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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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유령 #제발트 #아티초크 #린새런슈워츠 #공진호 #도서협찬



온갖 결함과 추악한 면이 있더라도 그 점을 못 본 체하고 지나친다면 자신의 성장기를 이루는 문화환경을 이해하고 싶어도, 저는 어렸을 때부터 그랬습니다만, 한 발자국도 나아갈 수 없습니다.<p98>


이 책은 독일 출신 작가 W. G. 제발트의 작품 세계를 조명한 것으로, 2001년 교통사고로 사망하기 전까지 진행된 인터뷰와 『이민자들』을 비롯한 주요 작품에 대한 통찰, 그리고 평론가들의 에세이를 엮은 책이다.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를 허무는 ‘산문 픽션’이라는 새로운 글쓰기 형식을 고안했다고 평가받는 제발트는 이를 ‘산문설화’라 명명하였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CBS 라디오 진행자 엘리너 웍텔과의 인터뷰를 담은 ‘유령 사냥꾼’이다. 평론가들의 에세이는 때때로 제발트의 작품을 왜곡하거나 오해할 여지가 있기 때문에, 제3자의 해석 없이 작가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는 이러한 인터뷰 형식은 그의 문학적 세계관을 보다 생생하고 밀도 있게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인터뷰에서 그의 작품에 수록된 사진의 용도에 관하며 말한 부분이 흥미롭다.<p88~90>

그의 작품은 흐릿한 흑백사진을 작품에 삽입하며 시각적 기억과 서사를 결합하는 독특한 문학적 장치를 만들어내는데, 수록된 사진의 90%는(p88) 실제 역사적 기록물이나 작가가 직접 수집한 개인적 자료에서 가져온 것이다.


그는 자신의 작품에 사진을 자주 사용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첫째, 사람들은 문자보다 사진을 더 쉽게 믿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사진을 서사의 신빙성을 높이는 장치로 활용했다. 둘째, 픽션은 시간의 흐름을 따라가는 예술 형식이라는 점에서, 사진은 그 흐름을 붙잡는 역할을 한다고 보았다. 그는 우리가 훌륭한 그림 앞에 서 있을 때 시간에서 벗어나는 경험, 즉 일종의 구원을 느끼듯, 사진도 그러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고 말한다.


#기억의유령

독일 출신의 제발트가 영국으로 이주한 이유는 단순한 학문적 진로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 배경에는 “나치가 아닌 체하는 교수들”에 대한 환멸과, 독일 사회 및 부모 세대에 대한 깊은 불신과 도덕적 회의가 자리하고 있었다. 실제로 그의 아버지는 독일 국방군출신으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대위까지 진급했으며, 전후에는 프랑스에서 전쟁 포로 생활을 했다.


양심이 있는 사람들은 오래 살지 못하죠. 양심의 가책으로 고통을 받거든요. 파시스트 지지자들은 아주 오래 삽니다. 소극적으로 저항하는 사람들이라고도 할 수 있죠. 오늘날 파시스트 지지자들도 속으로는 다들 그렇습니다. 저는 항상 부모님에게 소극적 저항과 소극적 부역은 서로 아무런 차이가 없다고 애써 설명합니다. 그 둘은 같은 거라고요. 하지만 그분들은 그럴 이해하지 못해요.<p130>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함>

엮은이: 린 섀런 슈워츠

옮긴이: 공진호

출판사: 아티초크 @artichokeho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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