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유령 - 폭력의 시대, 불가능의 글쓰기는 어떻게 가능한가
W. G. 제발트 지음, 린 섀런 슈워츠 엮음, 공진호 옮김 / 아티초크 / 202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기억의유령 #제발트 #아티초크 #린새런슈워츠 #공진호 #도서협찬



온갖 결함과 추악한 면이 있더라도 그 점을 못 본 체하고 지나친다면 자신의 성장기를 이루는 문화환경을 이해하고 싶어도, 저는 어렸을 때부터 그랬습니다만, 한 발자국도 나아갈 수 없습니다.<p98>


이 책은 독일 출신 작가 W. G. 제발트의 작품 세계를 조명한 것으로, 2001년 교통사고로 사망하기 전까지 진행된 인터뷰와 『이민자들』을 비롯한 주요 작품에 대한 통찰, 그리고 평론가들의 에세이를 엮은 책이다.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를 허무는 ‘산문 픽션’이라는 새로운 글쓰기 형식을 고안했다고 평가받는 제발트는 이를 ‘산문설화’라 명명하였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CBS 라디오 진행자 엘리너 웍텔과의 인터뷰를 담은 ‘유령 사냥꾼’이다. 평론가들의 에세이는 때때로 제발트의 작품을 왜곡하거나 오해할 여지가 있기 때문에, 제3자의 해석 없이 작가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는 이러한 인터뷰 형식은 그의 문학적 세계관을 보다 생생하고 밀도 있게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인터뷰에서 그의 작품에 수록된 사진의 용도에 관하며 말한 부분이 흥미롭다.<p88~90>

그의 작품은 흐릿한 흑백사진을 작품에 삽입하며 시각적 기억과 서사를 결합하는 독특한 문학적 장치를 만들어내는데, 수록된 사진의 90%는(p88) 실제 역사적 기록물이나 작가가 직접 수집한 개인적 자료에서 가져온 것이다.


그는 자신의 작품에 사진을 자주 사용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첫째, 사람들은 문자보다 사진을 더 쉽게 믿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사진을 서사의 신빙성을 높이는 장치로 활용했다. 둘째, 픽션은 시간의 흐름을 따라가는 예술 형식이라는 점에서, 사진은 그 흐름을 붙잡는 역할을 한다고 보았다. 그는 우리가 훌륭한 그림 앞에 서 있을 때 시간에서 벗어나는 경험, 즉 일종의 구원을 느끼듯, 사진도 그러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고 말한다.


#기억의유령

독일 출신의 제발트가 영국으로 이주한 이유는 단순한 학문적 진로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 배경에는 “나치가 아닌 체하는 교수들”에 대한 환멸과, 독일 사회 및 부모 세대에 대한 깊은 불신과 도덕적 회의가 자리하고 있었다. 실제로 그의 아버지는 독일 국방군출신으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대위까지 진급했으며, 전후에는 프랑스에서 전쟁 포로 생활을 했다.


양심이 있는 사람들은 오래 살지 못하죠. 양심의 가책으로 고통을 받거든요. 파시스트 지지자들은 아주 오래 삽니다. 소극적으로 저항하는 사람들이라고도 할 수 있죠. 오늘날 파시스트 지지자들도 속으로는 다들 그렇습니다. 저는 항상 부모님에게 소극적 저항과 소극적 부역은 서로 아무런 차이가 없다고 애써 설명합니다. 그 둘은 같은 거라고요. 하지만 그분들은 그럴 이해하지 못해요.<p130>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함>

엮은이: 린 섀런 슈워츠

옮긴이: 공진호

출판사: 아티초크 @artichokehous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