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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파엘로가 사랑한 철학자들 - 예술은 어떻게 과학과 철학의 힘이 되는가
김종성 지음 / 비제이퍼블릭 / 2023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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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를 대표하는 세 거장인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는 각기 독창적인 예술 세계와 철학을 바탕으로 르네상스 시대의 예술 흐름과 사상적 방향을 형성했다. 특히 라파엘로는 부드러운 색채와 안정된 구도를 통해 이상적 아름다움을 표현했으며, 그의 대표작 ‘아테네 학당’은 철학적·인문주의적 사상을 담은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이 책은 라파엘로의 대표작 ‘아테네 학당’을 중심으로, 그 속에 등장하는 고대 철학자들의 사상이 현대의 과학·예술·종교에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끼쳤는지를 다루는 인문 교양서이다. 총 6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프톨레마이오스, 피타고라스, 유클리드, 아베로에스 등 고대 사상가들의 철학을 현대적 시각에서 분석하고, 그들의 사상이 오늘날 학문과 문화에 어떻게 스며들었는지를 구체적으로 탐구한다.
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 중앙에는 고대 철학의 두 축인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가 나란히 서 있으며, 이들을 중심으로 당대 지성은 물론 고대 그리스·로마 시대의 철학자, 수학자, 과학자 등 다양한 시대의 인물들이 함께 등장한다. 각 인물의 손짓과 표정, 책과 도구는 저마다의 사유 방식과 학문적 성향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특히 흰색 터번을 쓴 아베로에스는 그림 속에 등장하는 유일한 외국인인 이슬람 철학자로, 라파엘로가 동서양 지성의 다양성을 표현하는 상징으로 그려 넣은 인물이다. 또한 일부 학자들은 여성 철학자로 묘사된 인물을 히파티아로 추정하며, 이는 라파엘로가 남성 중심의 고대 학문 세계에 독창성과 다양성을 부여한 의도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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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플라톤: 플라톤의 이데아론과 4원소설을 소개하며 “완벽한 원”과 “데미우르고스” 개념 등등 수학적 아름다움과 물질의 본질에 대한 철학적 사유가 담겨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읽기 힘들었던 파트다.
2장 아리스토텔레스: 아리스토텔레스는 플라톤의 이데아론과 달리, 경험과 관찰을 통해 드러나는 개별 사물의 본질을 철학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2장에서는 두 사상가의 철학을 비교분석하고 플라톤의 영향을 받은 아우구스티누스와 아리스토텔레스의 사상을 수용한 아퀴나스가 이를 어떻게 계승하고 변형했는지를 살펴본다.
3장 프톨레마이오스: 프톨레마이오스의 천문학을 통해 고대 우주관이 현대의 우주론 및 관측 기술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분석한다. 3장에서 흥미로웠던 점은 젠틸레스키의 그림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베는 유디트>가 동일 소재의 카라바조의 작품과 명백한 차이를 보인다는 점이다. 카라바조의 그림은 피의 궤적이 직선으로 뿜어져 나오는데 반해, 그녀의 그림에선 곡선적이고 유기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젠틸레스키는 갈릴레이의 운동을 이해하고 예술에 반영함으로써, 회화의 사실성이라는 측면에서 카라바조보다 한 발짝 더 나아갈 수 있었다.
[정리1, 법칙1]
공중에 던진 물체가 수평으로 일정하게 움직이려는 속력과 수직으로 자연히 빨라지는 속력을 결합한 것으로 움직이면, 이것은 반 포물선을 그린다.
『새로운 두 과학, 갈릴레오 갈릴레이』 <p136>
4장 피타고라스: 피타고라스를 단순한 수학자가 아니라, 숫자를 통해 우주의 본질을 탐구한 철학자로 조명하며, 그의 사상이 현대 과학과 예술에 어떻게 스며들었는지를 살펴본다. 그는 현의 길이와 음의 관계를 관찰하여, 수학적 비율이 조화로운 소리를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예를 들어, 두 현의 길이가 각각 1:2, 2:3, 3:4의 비율일 때 아름다운 화음이 형성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발견은 오늘날까지 이어져, 음악에서 수의 비율이 조화와 미를 구성하는 핵심 원리로 작용하고 있다. 이번 장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이 바로 이 대목이었다.
5장 유클리드: 유클리드가 컴퍼스를 들고 작도하는 모습은 기하학적 사고와 시각적 질서를 상징하며, 그의 사상이 예술과 과학, 철학을 아우르는 지적 기반이 되었음을 보여준다. 라파엘로는 유클리드를 신처럼 묘사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손에 컴퍼스를 쥐어줌으로써 마치 신적인 권위를 지닌 이성의 상징으로 표현했다. 유클리드의 위대함은 자신이 구축한 논리적 시스템 안에서 완전히 새로운 규칙들을 생성해냈다는 점에 있다.
6장 아베로에스: 터번을 쓴 이슬람 학자의 모습으로 등장하며, 그의 이성과 계시에 대한 사유는 과학과 종교의 관계에 깊은 통찰을 제시한다. 그는 신앙과 논리의 조화 가능성을 끊임없이 탐구했고, 이슬람 세계의 지적 유산이 르네상스 인문주의에 어떤 방식으로 기여했는지를 암시한다. 이성을 계시에 적용하고자 끊임없이 노력했던 그는, 사유와 신앙의 경계를 넘나든 진정한 지성의 투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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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파엘로가사랑한철학자들
책을 읽으며 인류 최초의 여성 수학자로 알려진 히파티아에 대한 언급이 없어 아쉬움이 남았다. 반면, 라파엘로가 사상가들의 얼굴에 자신이 존경하는 인물과 자신의 얼굴을 담아냈다는 사실은 매우 흥미롭게 느껴졌다. 책에서 충분히 다루지 못한 부분은 유튜브 등 영상 자료를 통해 보완할 수 있으니, 더 깊이 있는 이해를 원하는 독자라면 참고해보길 권한다.
올바른 주장의 반대는 잘못된 주장이다. 그러나 심오한 진리의 반대는 다시금 심오한 진리일 수 있다. ....
-닐스 보어 - <p179>
<@woojoos_story 모집 #비제이퍼블릭 출판사 도서지원으로 #우주서평단 에서 함께 읽었습니다>
저자: 김종성
출판사: 비제이퍼블릭 @book.bjpubl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