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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마오 이후의 중국
프랑크 디쾨터 지음, 고기탁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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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멀리서 보면 인상적일 만큼 질서 정연한 유조선을 닮았다. 선장과 그 부관들은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함교에 서 있는 반면에 갑판 아래의 선원들은 배가 침몰하지 않도록 필사적으로 물을 퍼내고 구멍을 메우고 있다.’ <p17>
중국 현대사 전문가인 저자는 미공개 회고록, 주요 인사의 비밀 일기, 그리고 중국 내 기록 보관소의 문서 등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1976년 마오쩌둥 사망 이후부터 현재의 시진핑 집권기에 이르기까지 중국의 정치·사회·경제 전반에 걸친 변화를 분석한다.
그는 겉으로 드러난 개혁과 개방의 흐름 뒤에 숨겨진 권력 엘리트들의 계산된 움직임과 내부 투쟁을 면밀히 추적하며, 중국이 어떻게 ‘사회주의 시장경제’라는 독특한 체제를 구축했는지를 설명한다.
가깝고도 먼 나라 중국,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라는데 우리는 과연 중국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저자는 소크라테스의 역설 ‘나는 내가 모른다는 사실을 안다’를 비틀어, 적어도 중국에 관한 한 ‘우리는 우리가 무엇을 모르는지조차 모르고 있다’라고 말한다.
천안문 광장에 대형 마오쩌둥의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대약진운동, 문화대혁명 등 수천만을 굶어 죽게하고 문화유산을 파괴한 그가 어떻게 한 국가의 상징으로 남게 되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항상 있었다.
그의 정책은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파괴했고, 역사적으로도 그 피해는 명백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초상은 여전히 천안문에 걸려 있고, 많은 이들이 그를 혁명의 영웅으로 기억한다. 우리나라 같으면 당장에 사진을 내렸을 것이다.
책을 읽으며 알게 된 것은, 중국 지도자들이 마오쩌둥의 과오를 눈감은 이유가 체제의 정통성과 안정성을 지키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다는 점이다. 그의 과오를 전면 부정하면 공산당의 권위와 이념 기반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접근은 덩샤오핑 이후의 지도자들에게도 일관되게 나타난다.
1976년 마오쩌둥 사망 이후, 덩샤오핑이 실질적인 지도자로 부상한다. 그는 실용주의를 강조하며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좋은 고양이다”라는 흑묘백묘론을 내세워 중국의 개혁개방을 추진한다. 농업 책임제, 경제특구 설치, 외자 유치 등 덩샤오핑의 정책은 중국을 폐쇄적 사회주의에서 시장 요소를 도입한 혼합 경제 체제로 전환시켰다.
그러나 덩샤오핑은 정치적 개혁에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1989년 천안문 사건은 그가 정치적 안정과 공산당의 통제력을 최우선으로 여겼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이러한 흐름은 장쩌민, 후진타오를 거쳐 시진핑에 이르기까지 이어지며, 각 시대마다 권력 구조와 통치 방식은 변화했지만, 체제의 정통성과 안정성을 유지하려는 전략은 지금까지도 일관되게 유지되고 있다.
#마오이후의중국
책을 읽으며, 인맥 없이는 살아가기 어려운 구조, 뇌물이 난무하는 총체적 난국 속 중국의 실체를 엿볼 수 있었다. 바닥부터 꼭대기까지 서로를 속고 속이며, 현명한 정치인은 드물고 교활한 정치인만이 살아남는 듯한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경제적 성장은 어느 정도 이루었지만, 통제와 감시로 유지되는 질서, 지도자들의 전략적 침묵, 그리고 침묵을 강요당하는 일반국민의 현실은 여전히 무겁게 다가온다. 최근 시진핑 4연임설이 뉴스에 오르내리던데, 과연 그들의 유조선은 침몰하지 않고 계속 나아갈 수 있을것인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함>
저자: 프랑크 디쾨터
옮긴이: 고기탁
출판사: 열린책들 @openbooks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