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너머의 지식 - 9가지 질문으로 읽는 숨겨진 세계
윤수용 지음 / 북플레저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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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채널 <용두사미>를 운영하는 저자는 덴마크, 프랑스, 이탈리아 등 9개국의 사회현상을 분석하며, 각국의 제도와 문화가 외부의 위협과 내부의 갈등 속에서 생존을 위한 전략적 선택의 결과였음을 밝힌다.


총 3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1부에서는 덴마크의 행복과 복지 이면에 숨겨진 배타성과 공동체의 경계를, 싱가포르의 ‘키아수’ 문화가 드러내는 초경쟁 사회의 긴장과 불안을, 미국 남부의 환대 문화가 사실 노예제 기반의 농장 문화에서 비롯되었으며 백인 우월주의의 흔적이 여전히 남아 있음을 보여준다.


2부에서는 아이슬란드의 맥도날드가 철수한 사건을 계기로 본 ‘타자화된 역사의 그림자’를, 일본의 ‘서구 중심적 콤플렉스가 반영된 정체성의 혼란’을, 프랑스의 ‘엘리트주의가 지배하는 공화국의 모순’을 다룬다.


3부에서는 영국의‘로드맨’이라는 하위문화가 어떻게 불평등과 저항의 상징이 되었는지를, 이탈리아의 청년들이 부모의 집을 떠나지 못하는 현상을 단순한 가족애가 아닌 복지 시스템과 경제 구조의 문제로 접근하고, 마지막으로 중국의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해진 배경과 그로 인한 가치관의 충돌을 조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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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1993년, 흙수저 출신 총리 피에르 베레고부아가 자살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우크라이나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고등교육 없이 총리직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었다. 그는 부패 척결을 내세우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지만, 자신이 부패에 연루되었다는 의혹과 언론의 집중 비난 속에서 극심한 압박을 받았고, 결국 권총으로 생을 마감했다.


그의 삶은 프랑스 사회의 뿌리 깊은 엘리트주의, 특히 그랑제콜 중심의 권력 구조에 대한 문제의식을 불러일으켰다. 대부분의 프랑스 고위 관료와 정치인은 소수 엘리트만 진입할 수 있는 그랑제콜 출신이지만, 베레고부아는 이 체계 바깥에서 실력과 경험으로 정상에 오른 보기 드문 사례였다. 그의 죽음은 ‘상류엘리트에 속하지 않는 자가 그 세계에 들어섰을 때 마주하게 되는 냉혹한 경계선’을 여실히 보여준다.


프랑스의 엘리트주의는 프랑스혁명 이후 능력 중심 사회를 지향하며 탄생한 그랑제콜에서 비롯되었다. 이 교육 제도는 처음에는 모든 이에게 평등한 기회를 제공하려는 이상을 담고 있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소수 엘리트만을 위한 통로로 변질되었다. 높은 진입 장벽과 문화적 자본의 격차로 인해 저소득층의 접근은 어려워졌고, 졸업생들은 정치·경제·행정분야에서 국가 권력을 독점하는 구조를 형성하게 되었다.


이러한 현실은 ‘법 앞의 평등’을 내세우는 공화국이라는 이상과 실제 사회구조 사이의 괴리를 보여준다. 프랑스는 여전히 구체제의 모순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채, 그 잔재 속에서 이상과 현실 사이의 긴장을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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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너머의지식

이 책에서 다룬 대부분의 국가 사례는 우리 사회와 닮아있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프랑스의 그랑제콜에서 비롯된 엘리트 권력 독점 구조의 모순이었다. 이는 12.3 내란을 통해 본 우리 사회가 얼마나 폐쇄적인 엘리트 중심 구조(엄밀히 말하면 학연,지연)에 의존하고 있으며, 그로 인해 사회적 갈등과 불신이 증폭되고 있는지를 돌아보게 된다. 소수의 엘리트가 정치·경제·행정 권력을 독점하는 구조는 겉으로는 능력주의를 표방하지만, 실제로는 ‘그들의, 그들에 의한, 그들만을 위한’ 세상을 만드는 사회적 불평등을 고착화시킨다.


‘우물을 들여다보면 내 얼굴이 비친다’는 말처럼, 이 책은 단순히 다른 나라의 문제를 들여다보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 사회에 깊이 뿌리내린 구조적 모순을 직시하게 만든다. 최근 읽은 책들 가운데 가장 흥미롭고 유익한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함>

저자: 윤수용

출판사: 북플레저 @_book_pleas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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