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열 번째 여름
에밀리 헨리 지음, 송섬별 옮김 / 해냄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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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 사이에 친구 관계는 가능할까?
이 물음은 오래 전부터 사람들에게 정답 없는 논쟁이 되고 있는 주제입니다. 에밀리 헨리의 “우리의 열 번째 여름”에서도 오랜 기간 동안 절친한 친구로서 매년 여름 휴가를 함께 보낸 주인공이 등장하는데요, 책은 두 주인공의 12년 전 첫 만남부터 매년 여름휴가, 그리고 여주인공의 현재가 교차로 나옵니다. 과거에 그렇게 절친한 사이였던 두 주인공이 현 시점에서는 연락도 거의 하지 않는 데면데면한 관계가 되고 말았는데 이 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여주인공의 계획(?)과 더불어 어떤 사건으로 둘 사이의 관계 변화가 생기게 된 건지, 그리고 둘의 관계는 어떠한 형태로 변하게 될 지가 궁금해 긴 장편임에도 꽤 짧은 기간 동안에 봤던 책이었습니다.

시카고재학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처음 만나게 된 여주인공 파피와 알렉스의 첫 만남은 싱거울 정도로 짧게 끝납니다. 당시 유행하던 옷을 입고 있던 파피와 달리, 파피가 싫어하는 베이지색 바지에 시카고대학교 로고가 있는 티셔츠를 입고 있던 알렉스 사이에서 대화다운 대화가 진행될 수가 없었고 서로는 두 번 다시 만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던 것이죠. 대학에서 만나긴 했지만 같은 오하이오 출신이란 것 외에는 비슷한 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파피와 알렉스는 우연한 계기로 오하이오까지 카풀을 하게 되고, 오하이오로 가는 차 안에서 이런저런 대화를 하다 함께 여행을 가자는 얘기를 하게 되고 이는 매 10년 동안의 여름 휴가로 이어지게 됩니다. 파피가 여행잡지사에서 근무하게 된 이후 출장 겸 여행을 하게 되면서 사진촬영기자를 동행하는 등의 변화가 생기기도 하고요. 서로에게 연인이 생기기도 하는 등 친구로서의 관계를 잘 이어나가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여행을 거듭하면서 둘 사이에도 미묘한 감정 변화가 생기게 됩니다.

소설은 이 둘의 감정변화를 섬세하게 묘사하는데요, 코로나로 여행이 쉽지 않은 시기인데다가 마침 여름이라 더없이 읽기 좋았던 책이었습니다. 사실 결말이 예상되는 내용이긴 했지만 여행에서 느껴지는 기대감과 두근거림을 함께 느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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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와 고양이의 물 마시는 법 - 유체역학으로 바라본 경이롭고 매혹적인 동식물의 세계
송현수 지음 / Mid(엠아이디)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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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은 <개와 고양이의 물 마시는 법>이지만 이 책에는 또다른 부제가 있는데요, 바로 <유체역학으로 바라본 경이롭고 매혹적인 동식물의 세계>입니다. 유체역학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 어렵고 이해하기 어려운 분야가 아닌가인데요, 이 책은 주변에서 우리가 쉽게 접하는 동식물로 유체역학을 설명합니다. 예를 들어 민들레씨, 얼룩말, 식충식물 등이죠.

어렸을 때 고양이는 물을 마실 때 까끌까끌한 혀로 물을 끌어올려 물기둥을 만든 후 그걸 베어먹고, 개는 혀를 국자처럼 만들어서 떠먹는다는 걸 본 적이 있습니다. 둘 다 우리에게 친숙한 반려동물인데 물 마시는 법이 서로 다르다는 게 신기했었습니다. 이 책에서 그 내용이 나오는데요, 다만 개의 물 마시는 법이 고양이와 유사하다고 하네요. 제가 잘못 알고 있었던...

그리고 식충식물 얘기도 흥미로웠습니다. 학창 시절 식물임에도 동물처럼 눈으로 그 움직임을 볼 수 있도록 주변의 자극에 빠르게 반응하는 끈끈이주걱과 파리지옥. 이 식충식물들을 이길 수 있는 곤충은 없을 줄 알았는데, 끈끈이주걱을 먹어치울 수 있는 애벌레가 있었다니!

이 책은 저자의 유체 역학시리즈 중 세번째라고 합니다. 첫번째인 <커피 얼룩의 비밀>은 음료와 술에 담긴 과학적 원리를 설명했다고 하는데요, 이 책을 보고 저자의 전작이 궁금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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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의 흑역사 - 세계 최고 지성인도 피해 갈 수 없는 삽질의 기록들 테마로 읽는 역사 6
양젠예 지음, 강초아 옮김, 이정모 감수 / 현대지성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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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과학 분야에 관심은 많았지만 깊이 공부한 것은 아니었기에 관련 책을 읽고 이해하는 게 그리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그래서 과학 분야는 알고 싶지만 선뜻 접근하기 어려운 분야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과학자의 흑역사"라는, 어쩌면 대단하게만 생각했던 과학자들이 숨기고 싶어할만한 낯부끄러운 에피소드들로 가득 찬 이 책을 읽어보게 되었습니다.일반적인 과학 서적이라면 조금은 꺼려졌을 거 같으나 이 책은 조금은 쉽고 재밌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감도 있었고요.
  "과학자의 흑역사"에는 천문학자, 생물학자, 수학자, 화학자, 물리학자 등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과 관련된 일화가 소개되어 있습니다. 물론 책 이름 그대로 "삽질"의 기록이지요.
  책에는 우리가 학창시절부터 교과서 등을 통해서 흔히 접했던 아인슈타인, 오일러, 돌턴, 갈릴레이와 같은 학자들과 관련된 일화가 나오는데요, 그 중에서 가장 재밌었던 건 오일러와 관련된 내용이었습니다.
  학창시절 배운 오일러는 온갖 수학 공식과 이론의 대가였습니다. 그의 이름이 붙은 공식이 한두개가 아니었고 그걸 다 이해하고 외우는데도 벅찼기 때문이지요. 근데 그걸 만든 사람의 흑역사라니!
  역시 오일러는 어릴 시절부터 범상치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의 비범함을 알아챈 한 수학교수 덕분에 어린 나이부터 본격적인 수학공부를 시작했고요.
  그런 그도 흑역사가 있는데 사실 제가 보기에 그의 흑역사는 그가 살았던 시대에서는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있었기에 그뿐만 아니라 다른 수학자들도 필연적으로 저지를 수밖에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죽기 전까지도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있었는데, 그는 해답이 없는 문제라고 결론을 내렸으나 훗날 다른 수학자가 그 문제를 풀었습니다. 수학의 영웅이라고 불린 그도 풀지 못한 문제가 있었던 것이지요.
아무리 훌륭하고 대단해보이는 학자도 이처럼 실패하거나 해결하지 못한 문제와 맞닥뜨렸는데, 이 부분에서 그들 또한 우리와 비슷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범하게만 보였던 그들에게서 평범한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재밌었습니다. 어려운 학술서적이 아니라 쉬운 에피소드들로 학자들의 이면을 볼 수 있었던 것도 좋았고요. 학자들의 다른 모습을 보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할만한 책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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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 싶다 문득 시리즈 5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지음, 이상원 옮김 / 스피리투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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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 논술을 위해서라도 꾸역꾸역 닥치는대로 고전 소설을 많이 읽었었는데 부끄럽게도 안톤 체호프라는 작가는 이번에 처음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모파상, 앨런 포와 함께 세계 3대 작가라는데 말이죠. 모파상과 앨런 포의 소설은 그렇게나 많이 봤는데 안톤 체호프는 왜 몰랐는지...지금이라도 알게 되었다는 게 다행이겠죠?

단편 소설의 매력은 짧은 글로서 독자의 마음을 흔드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고 싶다>는 책은 안톤 체호프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총 9편의 단편이 실려있는데요, 이 중 <관리의 죽음>의 이 단편 중에서 가장 짧지만(3장!) 읽고 나서는 '이게 뭐지, 내가 방금 뭘 읽은 거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개인적으로는 강렬하게 느껴진 소설이었습니다. 주인공인 체르뱌코프의 입장에서는 굉장히 심각한 상황이었겠지만 그걸 보는 독자로서는 그가 이상해보였거든요.
그리고 책의 제목인 <자고 싶다>는 마지막 부분은 개인적으로는 충격적이었습니다. 열세 살인 바르카는 밤에는 우는 아기를 재우느라, 낮에는 집주인이 시키는 온갖 일을 하느라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합니다. 자고 싶어하는 바르카의 강렬한 욕구는 소설 내내 나오는데요, 결국 잠에 대한 욕구가 고작 열세 살인 어린아이에게 어떠한 일까지 하게 만드는지를 보여줬지요.

여담이지만 책의 판형이 세로로 긴 형태라 가지고 다니며 보기에도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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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 비늘
조선희 지음 / 네오픽션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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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에 관한 전설은, 그것을 부르는 명칭만 다를 뿐 전세계 곳곳에 전해져오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소금 비늘"이 인어(책에서는 백어라고 부릅니다)에 관한 소설이라고 했을 때 익숙한 소재의 이야기일 것이다라고 지레짐작했었고요.

​하지만 이 소설의 저자인 조선희 작가님은 너무 많이 소비되어 여러 장르의 소재가 된 인어를 색다른 방향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인어는 안데르센의 동화 인어공주로 가장 널리 알려있는데요, 동화의 주인공이긴 하지만 인어는 그냥 괴물이나 마찬가지이지요. 대표적인 괴물 인어가 세이렌이죠? 조선희 작가님은 괴물로서의 인어를 백어라는 이름으로, 매혹적이면서 공포스러운 존재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용보는 마리를 보고 한눈에 반했다. 아청색을 띠는 신비로운 눈동자. 한여름 뜨거운 햇빛도 순식간에 빨아들이는 서늘한 시선. 희게 빛나는 피부. 고개를 돌릴 때마다 해초처럼 구불거리는 암갈색 머리칼. 그 머리칼은 햇빛을 받으면 암녹색으로도 변했다. 아름답고도 비밀스러웠다.
p.25~p.26

그것은 사람이 아니었다. 여자의 얼굴을 한 크고 하얀 괴물이었다. 마리의 스케치북에서 보았던 바로 그 인어. 사람과 물고기와 갑각류의 형상이 합체된 기이한 변형체.
p.176

소금 비늘에서 등장하는 백어에게는 비밀이 있는데요, 바로 몸에서 비늘 모양의 소금이 자란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백어석이라고 불리는 이 소금은 신비한 빛을 내고, 소설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백어 "한마리"는 이 소금으로 특별한 그림을 그립니다. 그리고 진실의 수만큼 소금 비늘을 모으면 비밀을 알려준다는 전설이 내려오고 있지요. 그리고 이 비늘은 처음 한 번은 백어가 주는데 그것만 행운을 가져다주고 나머지 비늘들은 불운을 가져다줍니다. 게다가 그걸 훔치게 되면 백어가 자신의 소금 비늘로 훔쳐간 자의 목을 잘라버린다는 무시무시한 전설까지 함께 전해지고 있고요.

​금기는 선녀와 나무꾼이나 판도라의 상자 등 많은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데요, 이 소금 비늘에서의 금기는 바로 백어가 처음 준 소금 비늘은 간직하되 그 이상은 탐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그것을 어긴 자에게는 불운(=죽음)이 오게 되는데 한마리의 남편 용보는은 한마리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소금 비늘을 훔치고 말죠. 그리고 곧 용보에게는 위험이 닥치고...

​바다는 아직 인간에게 완전히 열린 세상이 아니다.
p.273

인간에게 밝혀진 바닷 속 생물이 30% 밖에 되지 않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백어라는 존재 또한 완전히 허구의 존재라고 단정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작가님이 그려낸 백어가 독특해서 새로웠습니다. 작가님의 전작인 "아홉 소리나무가 물었다"도 공포 미스터리소설이던데 전작도 기대될 정도로 재밌게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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