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 비늘
조선희 지음 / 네오픽션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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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에 관한 전설은, 그것을 부르는 명칭만 다를 뿐 전세계 곳곳에 전해져오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소금 비늘"이 인어(책에서는 백어라고 부릅니다)에 관한 소설이라고 했을 때 익숙한 소재의 이야기일 것이다라고 지레짐작했었고요.

​하지만 이 소설의 저자인 조선희 작가님은 너무 많이 소비되어 여러 장르의 소재가 된 인어를 색다른 방향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인어는 안데르센의 동화 인어공주로 가장 널리 알려있는데요, 동화의 주인공이긴 하지만 인어는 그냥 괴물이나 마찬가지이지요. 대표적인 괴물 인어가 세이렌이죠? 조선희 작가님은 괴물로서의 인어를 백어라는 이름으로, 매혹적이면서 공포스러운 존재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용보는 마리를 보고 한눈에 반했다. 아청색을 띠는 신비로운 눈동자. 한여름 뜨거운 햇빛도 순식간에 빨아들이는 서늘한 시선. 희게 빛나는 피부. 고개를 돌릴 때마다 해초처럼 구불거리는 암갈색 머리칼. 그 머리칼은 햇빛을 받으면 암녹색으로도 변했다. 아름답고도 비밀스러웠다.
p.25~p.26

그것은 사람이 아니었다. 여자의 얼굴을 한 크고 하얀 괴물이었다. 마리의 스케치북에서 보았던 바로 그 인어. 사람과 물고기와 갑각류의 형상이 합체된 기이한 변형체.
p.176

소금 비늘에서 등장하는 백어에게는 비밀이 있는데요, 바로 몸에서 비늘 모양의 소금이 자란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백어석이라고 불리는 이 소금은 신비한 빛을 내고, 소설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백어 "한마리"는 이 소금으로 특별한 그림을 그립니다. 그리고 진실의 수만큼 소금 비늘을 모으면 비밀을 알려준다는 전설이 내려오고 있지요. 그리고 이 비늘은 처음 한 번은 백어가 주는데 그것만 행운을 가져다주고 나머지 비늘들은 불운을 가져다줍니다. 게다가 그걸 훔치게 되면 백어가 자신의 소금 비늘로 훔쳐간 자의 목을 잘라버린다는 무시무시한 전설까지 함께 전해지고 있고요.

​금기는 선녀와 나무꾼이나 판도라의 상자 등 많은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데요, 이 소금 비늘에서의 금기는 바로 백어가 처음 준 소금 비늘은 간직하되 그 이상은 탐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그것을 어긴 자에게는 불운(=죽음)이 오게 되는데 한마리의 남편 용보는은 한마리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소금 비늘을 훔치고 말죠. 그리고 곧 용보에게는 위험이 닥치고...

​바다는 아직 인간에게 완전히 열린 세상이 아니다.
p.273

인간에게 밝혀진 바닷 속 생물이 30% 밖에 되지 않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백어라는 존재 또한 완전히 허구의 존재라고 단정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작가님이 그려낸 백어가 독특해서 새로웠습니다. 작가님의 전작인 "아홉 소리나무가 물었다"도 공포 미스터리소설이던데 전작도 기대될 정도로 재밌게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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