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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 바이 미 ㅣ 마음이 자라는 나무 47
김하율.정진영.조영주 지음 / 푸른숲주니어 / 2025년 10월
평점 :
한 권의 책에 세 편의 단편 성장소설이 실려있다. 각 작품을 읽기 전에 작가의 말을 접할 수 있는데, 글의 구상 과정과 작가 자신의 이야기가 담겨 있어 작품의 내용이 더 깊이 와닿았다.
🍡마라탕후루집 딸을 좋아해 _ 김하율
일진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반 친구들에게는 투명 인간 취급을 받는 ‘짐스러운 짐.’(외국인은 아니다.) 짐은 누구에게나 상냥한 반장 ‘이나’를 짝사랑한다. 어느 날 짐은 새로 생긴 마라탕후루 가게에서 나온 이나를 보고 마라탕을 사 먹었다가 다음 날, 설사 때문에 일진들을 피해 도망치던 중 진짜 투명 인간이 되었다. 알고보니, 이나 역시 능력자였다.
소설을 읽으며 강풀 작가의 ‘무빙’이 떠올랐지만, 짐과 이나의 초능력은 자신과 아버지를 구하고 싶은 <간절한 바람>에서 비롯된다는 점이 다르다. 짐은 과연 짝사랑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스탠 바이 미 _ 조영주
다이어트에 성공한 윤혜는 아이돌을 닮은 외모 덕분에 학교 친구들과 어울리게되지만, 사실 따돌림이 다시 시작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다. 노래 연습을 위해 혼자 노래방에 갔다가, 아이돌을 그만 둔 뒤 학교밖 청소년이 되어 매일 노래방에 가는 리라를 만나게 된다. 두 사람은 함께 트윙클스타의 <난 괜찮아> 노래를 부르고, 공부도 하며 우정을 쌓지만, 리라를 싫어하는 연아가 두 사람이 함께 있는 모습을 목격하고, 윤혜는 다시 따돌림이나 미움을 받기 싫은 마음에 리라에게 협박받고 있냐는 질문에 침묵으로 일관한다. 청소년 시기의 불안정한 감정을 생각하면 윤혜의 행동을 ‘나쁘다’고 단정짓기는 어렵다.
➖소거법 _ 정진영
특성화고에 다니던 민준은 졸업 후 공기업이나 대기업에 취업하는 것이 힘들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자퇴한다. 고등학교 검정고시는 통과했지만 전년도 수능 기출 문제를 풀어본 후 수능을 포기하고, 돈을 벌 궁리만 한다. 그러다 늘 손님이 끊이지 않으며, 재료가 소진되면 일찍 문을 닫는 ’친친분식‘의 특별한 떡볶이를 맛보고 성공을 확신하며 분식점 주인에게 레시피를 알려달라고 한다. 그러나, 주인은 “무엇 때문에 돈을 벌고 싶은 건지, 그리고 레시피를 알려준 대가로 자신은 무얼 얻을 수 있는지 ”질문을 하고, 이에 민준은 ‘진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고민한다.
돌이켜보면, 나 역시 10대 시절 친구 관계가 중요해서 친구의 말 한마디에 상처를 받기도 하고, 마음 맞는 친구를 만나면 자신감이 커지기도 했다. 이런 과정이 나를 성장하게 만들었다.
나는 세 작품 중 <소거법>이 가장 마음에 남았다. 요즘 아이들은 돈을 많이 버는 직업을 갖기 위해 수학이나 영어처럼 ‘중요한’ 과목에 전력을 다한다. 하지만 정작 배움의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고, ‘이게 정말 나한테 필요한 건지’, ‘왜 해야 하는지 ’모르기에 고민한다. 민준의 이야기를 통해 아이들이 대리 체험하며 내일의 자신을 꿈꾸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