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내성인 - 파리민수 정일영의 인생썰
정일영 지음 / 시원북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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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스쿨에서 프랑스어를 가르치는 저자는 2024 파리 올림픽을 계기로 우연히 침착맨 유튜브 방송에 출연하게 된다. 그런데 이 방송이 많은 조회수를 기록하면서 유명해졌고 이 기세를 몰아 저자는 프랑스 유학생활등 지금껏 살아왔던 일상의 에피소드를 모아 책 한 권으로 엮었다. 일단 이 책은 재미있다. 저자는 자신을 가리켜 성격이 굉장히 내성적인 극내성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책을 읽다보면 정말 내성적인 성격이 맞나 싶게 세상을 좌충우돌하면서 살아간다. 저자는 세상 기준에서 보자면 어떤 부분에서는 조금 쎄한 느낌을 주는 사람이다. 썰렁하다고 생각될 수도 있는 이런 부분이 책에서는 유머코드로 등장한다. 또한 솔직하고 인간적이기도 하다.

 



여러 에피소드 가운데 그 상황을 상상하는 것 만으로 웃음이 나오는 이야기도 있었다. 출근길 저자는 버스에 앉아서 무거운 가방을 둘러멘 여학생의 짐을 덜어주려고 했다. 하지만 냉정하게 거절하는 여학생에게 오기가 생겨 가방을 억지로 당기다가 그만 버스에서 넘어지고 만다. 이 상황만으로도 웃음이 나는데 저자는 이 여학생을 그날 다시 강의실에서 조우한다. 서로 놀라고 창피하고 멋쩍어하는 상황에서 저자는 강의실에서 갑자기 생각난 노래를 흥얼거린다. 다른 학생들은 이게 무슨 영문인지몰라 어리둥절했을 것이고 저자나 여학생에게는 오랫동안 잊지지 않는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저자는 이 이야기를 비롯해 도덕적으로 잘못을 저지른 일은 아니지만 대놓고 이야기하기에는 창피하고 부끄러운 일도 가감없이 솔직하게 털어 놓는다.

 



프랑스는 다인종 다문화 국가라서 더 그러하겠지만 우리나라처럼 획일적인 교육과 사고방식을 가진 나라는 아니다. 프랑스는 하나의 답만 정답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답이 여러개가 될 수도 있음을 인정하는 관용적인 문화도 인상적이었다. 우리나라도 획일적인 문화에서 점차 변화되고 있지만 저자의 학창시절인 80년대는 교육에서도, 인생에서도 오로지 하나의 정답을 인정하는 출구없는 사회였다. 이와 관련된 저자의 친구 이야기도 웃음이 나왔다.

 

중학교 때 과학시간에 친구는 엘리베이터가 고장나 급강하하는 상황에서 바닥에 부딪치기전에 공중으로 점프를 하면 충격을 피해 살 수 있지 않는냐는 질문을 던진다. 비현실적인 이야기지만 충분히 과학적으로 분석해볼 만한 일인데 친구는 수업시간에 엉뚱한 질문을 했다는 이유로 선생님께 얻어맞았다. 더 웃긴 상황은 호기심 많은 친구가 다음 과학시간에 기차가 충돌하면 기차 안에서 공중으로 뛰어 오르면 살 수 있지 않겠냐고 비슷한 버전의 질문을 또다시 던져 복도 밖으로 나가 벌을 받았다는 것이다. 재미있는 에피소드안에는 하나의 길에서 벗어난 곁가지들을 인정하지 않았던 우리의 과거 모습을 볼 수 있다. 사실 그 곁가지가 더 성장에서 다른 분야의 화려한 꽃을 피울 수도 있는 것인데 말이다.

 

자신의 흑역사까지 솔직가감하게 늘어놓는 저자의 개방성이 인상적이었다. 대학과 인강에서 오랫동안 학생들을 가르쳐 왔지만 사실 자신은 학창시절 공부를 꽤 못했는데 운이 좋아서 대학에 들어갈 수 있었다고 이야기한다. 이러한 솔직함과 자신의 창피했던 일들도 웃음의 코드로 소화시키는 모습에서 인간적인 저자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잔잔한 에피소드로 이루어진 이 책은 프랑스의 관습과 문화도 엿보면서 저자의 개그 코드에 웃으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책을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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