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그렇게 잘생긴 서울로 변모하는 과정에서 터를 잡고 거주하던 원주민들은 더 나쁜 주거환경으로 옮겨지는등 삶의 하부구조가 흔들려야 했다. 이 책은 그 과정들에 대해서 소개해 주면서 바람직한 재개발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하고 있다.
노원구 중계동에 백사마을이 있다. 서울에서 거의 유일하게 남은 산동네다. 이렇게까지 남게 된 것은 서울시가 2018년 이곳을 재개발을 하되 주거지보전사업을 통해 원래 동네의 지형, 터, 골목길은 그대로 보존한채 개발을 하기로 결정하였기 때문이다. 마지막 남은 산동네의 원형을 그대로 살려서 보존 가치를 높인다는 것이다.
그리고 원래 거주하던 원주민들의 재정착률도 높여서 마을 공동체가 살아있는 새로운 마을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일면 개발과 보존의 장점들을 잘 흡수한 좋은 결정 같아 보이지만 이 계획도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고 한다. 역시 문제는 비용에서 발생한다.
재개발의 핵심은 최대한 고층의 대단지 아파트를 짓는 것이다. 용적률을 한층 끌어 올려 집을 지으면 건설사뿐 아니라 원래 거주하던 원주민들도 헌집이 새집으로 바뀌고 여분의 돈도 벌게 된다. 하지만 산동네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새집으로 이주할 분담금을 마련할만큼 경제적 여건이 되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다. 이들은 결국 더 허름한 곳으로 이사를 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저자는 재개발이나 뉴타운개발이 한창 진행되면서 이들중 상당수는 반지하방이나 고시원, 옥탑방으로 이사를 했다는 정황에 대해서 이야기해준다.
책에서는 우리가 못생긴 곳이라고 말하는 곳도 사람들이 모여서 사는 곳, 즉 그만한 가치들이 존재하는 곳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재개발로 쫒겨난 한 할머니는 근방에 있는 더 허름한 곳으로 이사를 했다. 더 외곽의 값싼 방을 구할 수도 있지만 종이박스등 폐지를 고물상에 팔아 남기는 것으로 생계를 유지하던 할머니 입장에서 전혀 모르는 곳으로 이사를 할 수는 없었다고 한다. 뿌리내린 생활터전을 쉽게 버릴 수는 없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재개발 과정에서 일용직 노동자들에게 임대주택을 제공하려고 했으나 이러한 혜택을 받은 사람은 소수일뿐 상당수는 근처의 고시원등으로 옮겼다고 한다. 외곽의 임대주택으로 터전을 옮기면 생계수단인 새벽 인력시장과 거리가 멀어져서 일감을 찾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란다. 우리 모두는 그곳에 거주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보기에 썩 만족스럽지 않은 못 생긴 도시에도 다양한 삶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재개발을 할 때는 원래 살던 사람들이 왜 그곳에 살고 있는지를 세심하게 살펴야만 한다고 저자는 이야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