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집중력 혁명]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
-
하버드 집중력 혁명 - 일과 삶의 모든 것을 결정하는 1% 차이
에드워드 할로웰 지음, 박선령 옮김 / 토네이도 / 2015년 5월
평점 :
절판
비단 시험공부가 아니더라도 모든 업무의 효율적 수행을 위한 핵심적인 열쇠는 집중력의 유지일 것이다. 이 명제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하루의 일과를 만족스럽게 몰입했다고 자평하는 우리의 동료는 거의 없다. 리뷰의 대상이 되는 책의 서문에서는 정보 과부하로 인하여 정보 노동자가 노동 시간의 25%를 낭비하고 있다는 미국의 통계 결과를 예시로 들고 있다. 이는 사실 옆나라 일, 남의 일이 아니라 끊임없이 전자기기를 통해 네트워크에 연결되고 있는 우리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다수의 사람들이 느끼고 있지만’ 정확히 무엇인지 인식하지 못했던 문제점을 수면 위로 끌어올려 분석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은 책이라는 매체가 지닌 최대의 순기능 중 하나이다. ‘주의력 결핍 장애’를 전문적으로 다뤄온 이 책의 저자는 과도한 노동시간과 낮은 업무효율에 시달리는 우리나라 직장인들이 극복해야 하는문제점을 ‘정보 과부하’에 초점을 두어 분석한다.
책은 ‘문제의 원인’을 언급하는 1부와 ‘해결책을 통한 업무생산성 향상’이 포인트인 2부로 구성되어 있다. ‘더 열심히가 아니라 더 현명하게’ 라는 표어는 책머리부터 제시되어 이 책을 읽는 내내 독자의 머릿속을 휘감는 주제어가 된다.
유사이래 가장 효율성과 성과를 강조하는 사회에 사는 사람들이 바로 21세기 오늘을 살아가는 직장인들이 아닐까 한다. 저녁이 없는 삶은 기본이며, 주말의 반납은 옵션이고 하다못해 1년에 한두번 얻는 휴가지에서 조차도 우리는 업무와 분리된 삶을 허락받지 못한다. 저자는 이에 대해서 “독자들 대부분은 주의력 결핍 증후군”에 희생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 핵심적 원인은 “화면 중독, 멀티 태스킹, 아이디어 과다, 기우, 자기비판, 과도한 의무감”의 6가지로 요약해볼 수 있다. 사람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특히 ‘화면 중독’과 ‘멀티 태스킹’의 문제는 우리들 직장인 모두가 강요받고 있는 업무환경과 강한 연관성을 보인다. 당장, 나의 문제점임을 인식하게 되는것과 동시에 그래서 어쩌라는 말인가? 라는 반발섞인 궁금증도 고개를 불쑥 쳐들 것이다.
저자는 화면중독에 대해서는 ‘전자기기 사용내역의 기록’을 통한 점진적 사용시간 통제를, 멀티태스커에 대해서는 ‘거절하는 연습’을 핵심적인 대책으로 제시하고 있다. 요는 어떤 해결책을 택하느냐가 아니다. 자신의 업무 효율과 집중력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솔직하게 인식하고 이 발견한 문제점에 대해서 자기 자신의 제어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것이다. 늘 computer 앞에서 일하는 직장인은 많지만, 본인의 자제력은 남다르기 때문에 화면중독 따위와는 관련성이 없다고 말하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저자는 이런 이들에게 몇가지 경향성을 나열하면서 자신의 상황과 비교해보기를 권한다.
- 휴대전화가 가까이 없으면 안절부절 못한다.
- 할 일은 많은데 시간이 모자란다.
- 웹 서핑을 하다보면 자기도 모르는 새에 1시간씩 낭비하기도 한다.
- 점심을 먹으러 가면서 스마트폰을 두고 가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다.
- 자신은 의지력이 강하지만 그걸 발휘할 방법을 찾지 못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자. 지하철에 타서 주위를 둘러보기만 해도 100이면 99명의 사람들이 핸드폰에서 눈을 떼지를 못하고 있다. 당신은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스마트기기를 통한 정보과부하가 일상이 되버린 시대에 저자가 제기한 문제점은 사실 우리 모두에 대한 지적일 수 있다.
한편 6가지 문제점 중 ‘조직이나 타인에 대한 과도한 책임감’을 지적한 부분은 특별히 한국 직장인들에게 시의성이 있어 보인다. 언제나 개인의 희생을 강조하고, 항상 개인으로 하여금 조직의 안위에 목을 매게 만드는 우리네 조직문화가 생각나기 때문이다. 개인보다 집단을 중시하고, 조직논리에 봉사하지 않는 개인에게 수치심을 느끼게 만드는 이런 문화가 언제부터 우리나라에서 일반적인 것이 되었는지 정확히는 알 길이 없다. 확실한 것은 일제 강점기 및 개발독재시기의 근대 백년을 거치면서 한국인의 의식 내면에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병영국가적 인식이 깊이 아로새겨졌다는 사실이다. 이것이 바로 군대 외부에서도 과도하게 조직 우선의 논리가 작동하게 되는 주된 이유가 아닐까. 그리고 이러한 우리 내면의 인식은 기업이 노동자를 ‘효율성 논리’에 따라 관리하는데에도 매우 효과적으로 작동하는 기제가 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식의 소위 ‘초아의 봉사’식 직무수행이 업무생산성 향상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데 있다.
책이 본래 출판된 미국에서는 과도한 타인 우선의 인식과 자기 부정 등 경향성이 개인이 해결해야 할 정신적인 문제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이런 것이 우리 모두의 문제가 될 수 있으며, 동시에 소수의 탐욕을 채우기 위한 도구로써 암암리에 모든 직장인들에게 강요되기도 한다는 점에서 문제는 더욱 심각한 지경에 이른다. 자신에게 신경쓰는 행위, 자기 자신을 돌보기 위해 좀더 투자된 시간이 모여 조직 전체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저자의 지적은 특히 이런 점에서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휴가철만 되면 정부부처의 고위공직자나 대기업의 경영진이 휴가 및 개인시간을 반납하고, 그것이 미덕이나 되는 것처럼 앞다투어 보도되는 우리나라의 현실에 비추어볼 때, 한번 짚고 넘어가야 하는 문제가 아닌가 말이다.
전문의의 지적 자산 및 임상 경험을 통해 제시된 6가지 문제점은 하나하나가 모두 인상적으로 다가오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한번 나 자신의 삶에 돌아볼 수 있는 화두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그렇다면 그가 제시한 해결책들은 어떨까? 저자는 ‘기운, 감정, 참여, 체계, 제어’라는 5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개인별 맞춤 계획을 세울 것을 역설한다. 이러한 목표에 접근해가는 과정을 설명하면서, 저자는 본인의 전문가적 역량에 기반한 정보를 풍부하게 제공한다.
예컨대, 저자는 집중을 하지 않는 상태의 뇌를 “표류”라고 부른다. 이때 뇌는 Default Network(기본 연결망)을 활성화하며 이 동안 측면 전두엽 피질과 전방 대상 피질이 활성화된다고 한다. 이 두 부위는 모두 뇌의 집행기능을 수행하는데 중요한 부분이다. 따라서, 우리가 하던 일을 멈춘 동안에도 우리의 뇌는 휴식하지 않고 에너지를 끌어모으고,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순간에 대비한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인 셈이다.
감정과 업무생산성의 관계에 대해서도 저자는 흥미로운 설명을 제공한다. ‘뇌에서는 감정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데, 그 이유는 수백만년 동안 대뇌를 통제해온 원시 중추가 있으며 이 원시 중추의 작동에 의해 우리의 뇌는 감정이 이성을 압도하게 된다는 것이다. 진화 초기부터 이 중추가 뇌를 운영하도록 선택된 이유는 복잡한 사고를 담당하는 상위 뇌조직보다 이 원시적 부위가 위험에 대처하는 능력이 훨씬 뛰어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외에도 저자의 식견에 기반한 흥미진진한 설명은 진부할 수 있는 내용을 보다 재미있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돕는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을 거쳐 도달한 결론이 조금 허무한 면이 없지 않다. 요약하자면 ‘수면, 영양섭취, 운동, 명상, 긍정적 인간관계’. 부연설명이 없지않지만 이것이 전부다. 문제를 분석하고 해결책으로 접근하는 과정까지는 우리의 지적 지평을 넓혀주는 자극으로 가득했지만, 결국 도달한 목적지에 모든 문제를 일거에 해결해줄 엘도라도는 존재하지 않았던 셈이다. 결론은 업무 생산성 향상의 두 축은 ‘문제의 인식’과 ‘해결을 추진하기 위한 자제력’ 두 요소에 달려있다는 점이 이 책의 저자가 주는 가르침인 셈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