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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을 입다 먹다 짓다
박정호 지음 / 한빛비즈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저성장 국면으로 접어든 우리사회에서 보다 효율적으로 경제활동을 하여야 할 이유는 날로 증가하고 있다. 성장 시기에는 몇 번의 실수가 용납되었지만, 지금은 직면한 경제적 문제 앞에서 물러서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 때문에 보다 자세한 경제지식을 갖추는 것은 오늘의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일반인들에게도 필수 불가결한 문제가 되었다. 다만, 쉽고 가독성 높은 것으로 정평난 교과서라고 하더라도 경제학이라는 학문의 특성상 각종 그래프와 수식은 비전공자에게는 상당한 진입장벽이다. 이런 이유로 경제학을 전공하지 않았으면서도 경제지식을 얻고자 하는 독자들을 겨냥한 다양한 경제 교양서가 다양하게 출간되고 있다. 그 중의 대표적인 사례로 이미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로 알려진 New ideas from dead economists’나 ‘freakonomics’ 등을 들 수 있는데, 이 치열한 경쟁시장에 ‘경제학을 입다/먹다/짓다’ 라는 새로운 경제 입문서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 책의 저자인 박정호는 이미 ‘경제학자의 인문학 서재’라는 새로운 컨셉의 경제 교양서로 유명한 작가이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역사속의 현장이나 세계적인 명화나 음악’ 등을 통한 경제원리 설명을 전작에서 하였기 때문에 이번에는 ‘우리의 실제 삶’에 들어있는 경제원리를 설명해보고자 한다고 한다. 전작은 인문학적 지식과 경제학의 만남이라는 신선한 구성을 통하여 독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요소가 있었으나, 실생활과 경제학의 접목이라는 아이디어는 이미 너무나 일반화된 경제 교양서의 컨셉이기 때문에 특별한 차별성을 갖지 않으면 유사 출판목록 사이에서 눈에 띄기도 어렵다.
이 책만의 장점이 무엇인지 살펴본다면 일단 평이하고 가독성 높은 문장을 들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경제학적 개념을 잘 읽히지 않는 문장으로 꾸역꾸역 접해야 한다면 그런 책이 입문서라고 볼 수 없을 것이다. 또한 각종 경제 이론 및 관련 지식을 장황하게 설명하는 등의 현학성을 보이지 않는 점도 보다 많은 독자가 이 책을 집어들 이유가 되는 장점이라고 생각된다. 두 번째 장점으로는 전작에서처럼 저자의 독서량을 짐작할 수 있게 해주는 방대한 사례의 제시를 들 수 있다. 다양한 측면에서 제시되는 실생활의 사례들은 핵심 개념의 직관적 이해를 도울뿐더러 그 자체로 독서의 재미를 더해주는 요소이다. 더군다나, 이러한 사례를 제시한 저자는 국내 저자이다. 사실 해외의 유명 경제교양서의 내용에서는 사례는 물론이거니와 저자가 기지를 발휘하여 섞어놓은 유머코드조차도 국내 독자에게 잘 와닿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 이 책은 그러한 해외 서적에 비교할 때 국내 독자에게 보다 시의성이 있는 책의 사례들은 큰 장점이 될 수 있다. 세 번째로 전체적으로 경제 개념의 설명에 매우 단순 명료하게 제시되고 있다. 이 특징은 얼핏 보기에 학문적인 깊이와는 거리가 있어보이는 이 책 전반의 균형을 잡아주는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이를테면 경제학 교과서의 서술에서 몇발자국 더 나가는 기발함같은 것은 없으되, 어떤 개념을 말하고 있는지가 매우 정확하게 전달된다. 이것이야말로 입문서가 갖추어야 할 장점이라 생각된다.
다만 약간의 단점들도 눈에 띄는데, 첫 번째 참고문헌 목록의 정리 미비는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대중 교양서로써의 판매를 목적으로 한 책이므로 일정 부분 scholarship의 희생은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인용된 다양한 자료들의 원출처에 대한 접근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은, 독자를 이 책의 다음 수준으로 이끌 준비가 미흡하다는 것으로도 비출 수 있다. 또한, 전반적으로 재미있는 경제 이야기책 이상의 방향성 내지는 일종의 혜안 제시가 부족하다는 점도 조금은 아쉬운 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를테면 서적의 부제는 ‘우리를 둘러싼 의식주 문제는 모두 경제’라고 되어있으나 이에 따라 책을 모두 읽은 독자의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는 방향성의 설정이나, 의식의 개선을 유발할만한 내용이 뚜렷하게 드러나있지 않다. 이는 책 전체의 인상을 평이하게 만들어버리는 단점이 아닐 수 없다.
개인적으로 국내 경제교양서의 고전은 상당히 오래전에 출간된 ‘새 열린 경제학’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사실 본서에 비하여 학문적 깊이에 있어서는 훨씬 우수하다고 볼만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다양한 사례나 실생활과의 연결에 대한 신선함에서 바라본다면 본서가 더 낫다. 이렇게 볼 때, 본 서적은 기존의 유명 교양서와 함께 볼 수 있는 ‘양질의 보완재’라고 볼 수 있다. 인문학을 주제로 하였던 동일 저자의 전작과 비교해서는 저작의 무게감이 전반적으로 가벼워졌다고 평가할 수도 있겠다. 이런 변화가 장점인가 단점인가 판단하는 것은 책을 집어든 독자가 어떤 지점에 서있는지에 따라 달라질 것 같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