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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리고, 세우고, 지키기
이지훈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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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의 목적은 효율적으로 인적, 물적, 지적 자원을 관리하여 최대한의 이윤을 얻는 것이라고 한다. ‘최소 투입, 최대 산출이라는 거의 구호에 가까워진 이 원리는 현대인의 의식을 지배하고 있다. 하지만, 업무의 실제 현장에서 이런 효율성을 어떻게 달성해야 할까? 적어도 교과서는 원칙과 사례를 언급하지만 정작 내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테일러주의와 욕구단계론, 맥그리거의 X-Y이론, 허즈버그의 2요인 이론을 완벽하게 설명할 수 있으면 과연 업무 효율성이 높을까 하는 의문은 누구나 품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미 우리나라 경영서 역사에서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한 ,,을 저술했던 작가 이지훈의 새 책 은 이런 실무자들의 목마름에 부응해줄 것으로 기대되는 책이다. 저자는 단순함과 관련하여 버려라, 세워라, 지켜라라는 3가지 덕목을 강조하면서 책의 서두를 시작한다. 말하자면, 교과서에서 항상 접하는 효율성 향상의 실무 방법론인 셈이다.

 

방대한 자료 수집과 이들의 자연스러운 인용, 배치는 저자의 주장에 편안하게 동의하도록 만들어주는 구성이다. 책을 읽어나가다 보면, 저자가 상당한 경력을 가진 기자라는 것을 다시금 떠올리게 한다. 또한 책이나 논문의 신뢰도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덕목은 참고문헌의 성실한 정리인데, 이 책은 대중서임에도 그러한 점을 소홀히 하지 않음으로써 내용의 신뢰성을 유지한다. 참고문헌 목록을 꼼꼼히 살펴보면, 출판된지 오래되어 구하기 힘들거나 기타 서적의 재인용을 한 흔적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대부분의 서적이 2010년 이후 출판된 것이며 또한 독자가 접근하여 읽을 때 큰 도움이 될만한 명저들이다.

 

책의 기반을 다지는 기본적인 자료 수집과 정리가 탄탄하다 보니 전체적인 내용 구성상의 밀도 또한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예컨대 P.250에서 저자는 복잡성 문제가 생긴 조직을 판별하는 소견으로 과도한 접점, 복잡한 계층구조, 불분명한 권한 및 책임소재, 경쟁사에 비해 느린 의사결정등을 들면서 이를 풀기 위해 명확한 역할과 책임 부여가 필요함을 역설한다. 이 사이에 뒷받침하는 논거들은 제프 베조스의 두판의 피자 법칙, 인류학자 로빈 던바의 뇌에 대한 설명, 스티브 잡스의 업무 경험들로 채워진다. 소위 돌직구식의 자기 주장을 일삼는 평범한 경영 대중서들에 비해 얼마나 설득력이 높은가?

 

좋은 경영서일수록 풍성한 사례의 제시 및 정리는 기본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이 책의 장점은 국외의 유명 사례를 언급하는 것 뿐 아니라 책의 독자인 한국인에게 어필할 수 있는 국내 사례를 균형있게 배치한다. P.2942014년의 프로야구팀 넥센의 성공사례에 대한 분석은은 저자의 사례 선택에 대한 감각을 엿볼 수 있는 내용이다. 저자는 SWOT분석에 따른 경영이 구단의 성공에 어떻게 기여하였는지도 설명하면서 자연스럽게 저자의 중심 논지인 선택과 포기로 연결짓는다. 이 과정에서 논리의 비약은 거의 찾아볼 수 없으며, 사례를 검토하는 것만으로도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의 전달이 이루어짐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저자 자신이 강조한 기자가 쓰는 글이 갖추어야 할 덕목에 스스로 부합하는 장점이며, 이 장점은 책 전반에 걸쳐 유지되며 가독성을 높여주는 요소로 작용한다.

 

읽는이에 따라서는 이 책이 과도한 인용 중심의 구성을 띄고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모든 분야에서 보다 신뢰도 높은 근거를 요구하는 요즘 더 이상 내 말을 믿고 따르라, 불신자들이여.’ 라고 외치는 방식의 기술은 이제는 누구에게도 신뢰를 얻을 수 없다. 또한, 저자의 압축적인 요약 기술은 신속한 독서 이런 류의 서적에 대한 예상 독자가 흔히 원하는 를 원하는 바쁜 실무자들의 수고를 줄여주기에 충분하다고 생각되지만, 단순 요약집 성격의 실무 지침을 원하는 독자였다면 예컨대 chapter 4에서의 갑작스러운 거시적 시각 확장이 뜬금없어 보일지도 모르겠다. 또한, 국내 독자를 대상으로 한 실무지침서라지만 P.196부터 이어지는 대한민국 청년의 창업에 대한 불안감을 용기의 문제로 치환해버리는 내용같은 경우 사례의 현실 적합성과 관련된 문제제기가 충분할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간혹 보이는 자잘한 의문점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Guru가 없고, 어른이 사라진 지금 홀로 업무와 삶의 방향성 결정에 고민하는 대다수 직장인들에게 훌륭한 교양 강의로 기능할 수 있다. 또한, 참고문헌의 수량 및 우수성을 바탕으로 드러나는 저자의 풍부한 식견에 주목해본다면, 근래 출판시장의 화두가 되었던 메타-으로써의 역할도 기대할 수 있는 책이다. 여러 측면에서, 이 책은 다이어트가 대세인 이 시대에 우리의 인생도 다이어트가 가능할 것이라는 확신을 던져주며, 피터 드러커가 말했던 지식근로자(Knowledge worker)의 역량 향상이라는 화두에도 부합할만한 책이다. 다만, 그 향상되는 역량이 어떤 방향의 것인지는 읽는이가 누구인지에 따라 크게 달라질 것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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