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데기 프로젝트 - 2010 제4회 블루픽션상 수상작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47
이제미 지음 / 비룡소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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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데기 프로젝트는 제4회 블루픽션 수상작이다. 작가는 1984년생으로 동덕여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블루픽션 상은 청소년 문학작품(소설)을 대상으로 하며 출판사 ‘비룡소’가 주관한다. <번데기 프로젝트> 보다 먼저 이 상을 수상한 작품으로는 <파랑치타가 달려간다>, <꼴찌들이 떴다>, <하이킹 걸즈>가 있으며, 인터넷 서점 알라딘의 평점을 기준할 때 블루픽션 수상작들에 대한 평가는 모두 긍정적이다.
 

번데기 프로젝트의 주인공은 정수선이라는 여고생으로, 그녀는 삼겹살 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소설을 쓰는 재능있고 당차며 거침없는 상상력을 가진 아이다. 작품은 정수선이라는 인물의 1인칭 시점으로 전개되는데 그 당돌한 개성이 뱉어내는 문장들이 작품의 초반부터 나의 호감을 사로잡았다. ‘아, 머리가 핑 돈다. 그렇게 얘기했는데도 말귀를 못 알아듣는단 말인가. 혹시 내 얘기를 지푸라기로 듣고 초가집을 지은 거 아닐까?’
 

두 번째 페이지에서 등장한 지푸라기와 초가집의 비유로 너무 유쾌해져서 작품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갖게 되었다. 그 뒤로 주인공인 정수선이 쓰는 소설인 주방에서 일하는 총각과 처녀 쥐의 사랑이야기, <번데기>를 주제로 하는 공모전에서 눈에서 번데기가 나오다가 마침내 나비 한 마리를 날려보내는 남자의 이야기 등을 읽을 때에는 그 독특한 상상력에 감탄했다. 작품의 줄거리와 주인공 외의 등장인물만을 놓고 보았을 때는 별반 새로울 것이 없는 이야기인데, 정수선이라는 인물이 갖는 개성이 그와 마주하는 모든 것들을 살아움직이게 만든다. 사건이 아니라 인물에 비중이 실릴 수밖에 없는 것이 청소년 문학이겠지만, 그 인물이 이렇게 활기로 넘치는 매력적인 소설가 지망 여고생이라는 것이 얼마나 기꺼운 일인지. 
 

<번데기 프로젝트>를 읽으면 발랄하게 살아 움직이는 젊음을 맛볼 수 있다. 그 젊음이 다름 아닌 소설가 지망생에서 엿보인다는 사실에 문학을 아끼는 이들이라면 크게 기뻐할 것 같다. 번역가로 유명한 김화영씨의 추천 글이 책 뒤에 실려있는 이유도 아마 그 때문이 아닐까. 김정운 교수의 <노는 만큼 성공한다>라는 책에서는 이 사회의 문제가 ‘사는 것이 즐겁지 않은 어른들이 너무 많기 때문’으로 진단된다. 점점 더 문학이 소외되는 것은 ‘읽는 사람이 즐겁지 않은 문학’이 너무 많기 때문은 아닐런지 문득 생각이 들었다. 영화로 비유하면 김훈의 작품이 ‘아저씨’라면, <번데기 프로젝트>는 ‘이층의 악당’같은 느낌이었다. 흔쾌히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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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 소년들
이재익 지음 / 황소북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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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 보듯 이 소설의 배경은 압구정동이다. 압구정동은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부촌 중의 하나인데, 성장소설의 배경으로 이러한 부촌이 등장하는 것은 흔하지 않은 일이다. 책을 읽기 전에는 두 가지 기대를 했었다. 하나는 ‘가난’이라는 주제의 통속적인 반복을 벗어나서, 경제학적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청춘들의 인문학적인 고뇌가 다루어질 것이라는 기대였고, 다른 하나는 그 고뇌가 무라카미 류의 <69>처럼 경쾌하게 그려질 것이라는 기대였다. 두 가지 기대는 모두 충족되지 못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소설의 흡입력은 주제나 플롯에 있지 않고, Rock과 연예계라는 소재에 있다. 달리 말하면 Rock과 연예계를 소재로 다루는 부분에서는 무척 흥미로웠지만, 그 밖의 소재로 진행되는 전체적인 이야기에서는 다소 흥미가 떨어졌다는 거다.

가장 아쉬웠던 점은 책의 결말부였다. <성장소설>이라는 타이틀에 혹해 책을 집은 나에게 이 소설의 결말은 다소 무성의한 것으로 여겨졌다. <성장소설>이 아니라 <연애소설>에 어울리는 결말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쩌랴. 작가는 전문 소설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 정도는 애초에 감안하고 들어가야 하는 사항이었으리라.

그러나 냉정하게 생각했을 때, 전반적으로 이 소설에 대해 아쉬운 기억이 강한 것은 책을 덮을 때 느꼈던 허탈함 때문이다. 결말 부분에 이르기 전까지는 뒤의 내용이 어떻게 전개될까 궁금해서 책을 손에서 내려놓지 못했다. 압구정 소년들이라는 밴드의 결성. 그 밴드의 리더이자 주인공의 질투를 불러일으키는 박대웅이라는 인물의 매력. 연예계와 관련된 다양한 이슈들 – 섹스동영상, 아이돌 그룹 리더의 원인불명의 탈퇴 등-의 차용과 작가의 호흡이 빠른 문장은 이 소설의 흥미를 돋군다. 화룡정점으로 끝나는 소설이 아니라, 끝이 미흡하여도 읽는 동안 즐거운 소설을 찾는 이라면 이 책을 손에 들어도 괜찮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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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잃지 않는 바람처럼 - 12년차 집시 세라의 인생사용법
곽세라 지음 / 쌤앤파커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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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삶의 양식이 다른 여행자가 건네는 위로
 


대학 때 류시화의 책을 즐겨 읽었다. 특히 <지구별 여행자>라는 책을 좋아했는데, 거의 매페이지마다 문장에 줄을 긋고, 여백에 메모를 하며 읽었다. 그때는 한껏 감성을 부풀리며 키우는 때여서 류시화의 서적은 내게 대단히 질좋은 양식이었다. 나는 그의 글을 읽으며 큰 감동을 맛보았다.

곽세라의 이번 책, ‘길을 잃지 않는 바람처럼’을 읽으며 류시화의 책을 떠올린 것은 배경이 인도였기 때문이었을 거다. 곽세라의 글과 류시화의 글은 배경을 떼어놓고 생각해보면, 오히려 대척점에 놓여있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곽세라의 글은 ‘떠도는 자의 자전적 기록’에 가깝지만, 류시화의 글은 ‘돌아오는 자의 여행기’에 가깝기 때문이다.

곽세라는 인도에서 ‘나’라는 존재가 어떤 행동을 하였고,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류시화는 인도라는 세계와 그 세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어떤 모습이었는지, 그 모습이 내겐 어떤 의미였는지를 풀어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곽세라의 이번 책의 성격을 요약하면, ‘광고회사의 커리어우먼이었던 한 여자가 집시의 인생을 선택하고 12년을 떠돌면서 겪은 가슴 벅찬 나날들에 대한 자전적 기록’이라 할 수 있다. 그녀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인생을 바꾸는 순례를 떠나려는가?
 30cm만 움직이면 된다. 머리부터 가슴까지. 딱 힘을 뺀 한 발자국이다.”
그 한 발자국으로 인해 그녀가 어떤 인생의 찬가를 부르게 되었는지가 책에는 자세히 나와있다. 다만 나로서는 그녀의 감성에 동화되기가 다소 어려웠는데, 가장 큰 원인은 내가 기혼자이며 한 아이의 아버지라는 사실 때문이다.

그녀의 가르침이 통하는 대상은 아마도 미혼자이며 동시에 자기자신의 욕망 이외의 다른 것을 책임지지 않을 사람에 한할 것이다. 이 시대에 모국 한국에서 스스로 무언가를 책임지기로 결정한 사람의 고됨은 그녀의 인생찬가와는 소통하지 못한다. 그녀가, ‘나의 이 기뻐 날뛰는 삶을 인생을 심각하게 살 용의가 전혀 없는 사람들에게 바친다’고 밝혔듯 그녀의 가벼움은 심각함을 놓아버린 데서 비롯하는 것이며, 심각함을 가벼움으로 승화시킨 데서 비롯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대체로 인생의 심각함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어서, 그녀의 훌륭한 독자는 되지 못한다. 다만, 책을 읽고 나서 이런 생각을 해봤다. 날짐승으로 태어난 사람과 들짐승으로 태어난 사람의 서로 다른 삶의 양식을 말이다. 각자의 태생이 무엇이든 이 사회에서 구성원들은 모두 들짐승으로 길러진다. 그러므로 태생이 날짐승인 사람들은 언제나 무언가가 잘못되어 있다는 신호를 받는다. 날짐승으로 태어난 사람은 보편적인 삶의 양식 안에서 자신은 이방인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태생을 거스르는 것과 태생을 받아들이는 것 양자 사이에서 어느 쪽을 선택하는 것이 용기있는 행동일까? 용기란 선택의 방향보다는 선택의 이유에 달려있을 것이다. 곽세라의 선택은 태생을 받아들이는 것이었지만, 그녀의 언급은 선택 이후의 삶의 모습을 묘사하는 데 치중되어 있어서 나는 그녀의 선택이 어떠한 이유와 각오를 지니고 있는 것인지를 읽지 못했다. 그러니 그녀의 ‘기뻐 날뛰는 삶’에 대해서 공감이나 부러움보다는 궁금증이 앞설 수밖에.

‘이곳’으로 돌아오지 않을 여행자가 노래하는 삶의 기쁨은 온전히 타인의 것이어서 나는 그녀의 웃음에 감염되지 못했다. 그녀의 기쁨이 어떤 형태로 변형되어서 ‘이곳’에서 소중한 무언가를 지키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기쁨이 될 수 있는지 나는 그려내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과는 전혀 다른 선택지의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는 생생한 사실은 적지 않은 위안이 되었다. 토착민에게 ‘이곳’은 때로 너무 고된 곳이지만, 여행자들에게는 신비로움과 즐거움으로 가득찬 곳이 된다는 책 속의 언급처럼, 이 세계의 본질이 ‘고통’이 아니라 ‘다양’하다는 사실은 괴로운 자의 마음을 부드럽게 달래준다. 내 고통보다 더 넓은 세상이 있음을 엿보는 일은 사랑하는 친구의 오랜 편지를 읽는 것처럼 늘 우리의 마음을 다독인다. 곽세라의 저서, ‘길을 잃지 않는 바람처럼’이 갖는 미덕은 이와 같은 것이다.

현실에서 잠시 여행을 떠나 숨을 고르고 싶은 사람들이 찾기에는 괜찮은 책이다. 다만, 당신이 이 책을 읽으면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잠시간의 숨고르기일 뿐, 어떤 단단한 각오나 깨달음 혹은 용기가 아니다. 당신은 아무런 갑옷이나 무기를 얻지 못한 채 다시 당신의 전장으로 돌아오게 될 것이다. 다만 조금은 덜 두려운 마음을 가진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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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혼자 오지 않는다 - 웃기는 의사 히르슈하우젠의 도파민처럼 짜릿한 행복 처방전
에카르트 폰 히르슈하우젠 지음, 박규호 옮김 / 은행나무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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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력적인 책이다. 의사이자 코미디언인 저자는 자신의 전공을 적절히 활용하여 읽기 좋은 에피소드들을 불러와 독자에게 들려준다. 이 책이 다른 행복에 관한 서적과 대조되는 점은, 행복해지기 위한 강령을 제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세요, 지금의 근심과 걱정은 다 지나가는 것이니 너무 조급해 마세요, 그렇게 걱정한다고 삶이 나아지진 않으니 이제 걱정은 그만 하세요, 등등의 행복에 대한 강령은 다 큰 어른에게는 사실 우스운 이야기다. 우리가 휴식에 관한 책을 읽을 때 기대하는 건 ‘쉬어라’라는 명령이 아니라, 쉬어갈 수 있는 문장의 세계다. 이 책은 독자에게 명령하지 않고, 독자의 욕구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덕을 갖추었다. 파스타를 먹고 싶어 찾아간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정작 음식은 안 나오고 파스타에 대한 강의만 듣게 된다면 기분이 좋을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자기계발서가 난무하고, 심지어는 휴식이나 행복에 관한 서적조차 “~해라”체로 서술된 책이 서점의 진열대를 점령하는 이 시대에 이와 같은 책은 존재 자체만으로 나 같은 독자의 숨통을 틔워준다. 책 전반에서 발견되는 저자의 가벼운 위트, 개성 있는 글의 전개, 의학실험이나 연구 등의 색다른 소재의 사용, 무엇보다 읽을수록 작가의 목소리가 가까이에서 들리는 것 같은 구어체의 중독성 문체가 이 책의 장점이다. 

  책을 다 읽고 난 후에 ‘지금부터 나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겠어!“라고 굳게 결심을 하고는 며칠 후 좌절을 껴안고 방바닥을 굴러다니는 일은 이제 지겹다. 지겨운 경험을 반복하게 만드는 숱한 책들 사이에서, 히르슈하우젠의 <행복은 혼자 오지 않는다>는 다른 대우를 받아 마땅하다. 독자는 책을 읽는 동안 점점 기분이 가벼워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책은 곳곳에서 긍정은 이렇게 작은 조각만으로도 효과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포복절도 할 유머가 없더라도 삶은 즐거워질 수 있다. 저자의 별로 우습지도 않은 다양한 위트들은 이 사실을 차근차근 증명해 보인다.

간추리면, 추천할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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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갈 날을 위한 미래 나침반 - 일과 인생이 행복해지는 커리어 카운슬링
니콜라스 로어 지음, 하영목 옮김 / 흐름출판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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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운슬링을 책으로... 미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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