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혼자 오지 않는다 - 웃기는 의사 히르슈하우젠의 도파민처럼 짜릿한 행복 처방전
에카르트 폰 히르슈하우젠 지음, 박규호 옮김 / 은행나무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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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력적인 책이다. 의사이자 코미디언인 저자는 자신의 전공을 적절히 활용하여 읽기 좋은 에피소드들을 불러와 독자에게 들려준다. 이 책이 다른 행복에 관한 서적과 대조되는 점은, 행복해지기 위한 강령을 제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세요, 지금의 근심과 걱정은 다 지나가는 것이니 너무 조급해 마세요, 그렇게 걱정한다고 삶이 나아지진 않으니 이제 걱정은 그만 하세요, 등등의 행복에 대한 강령은 다 큰 어른에게는 사실 우스운 이야기다. 우리가 휴식에 관한 책을 읽을 때 기대하는 건 ‘쉬어라’라는 명령이 아니라, 쉬어갈 수 있는 문장의 세계다. 이 책은 독자에게 명령하지 않고, 독자의 욕구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덕을 갖추었다. 파스타를 먹고 싶어 찾아간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정작 음식은 안 나오고 파스타에 대한 강의만 듣게 된다면 기분이 좋을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자기계발서가 난무하고, 심지어는 휴식이나 행복에 관한 서적조차 “~해라”체로 서술된 책이 서점의 진열대를 점령하는 이 시대에 이와 같은 책은 존재 자체만으로 나 같은 독자의 숨통을 틔워준다. 책 전반에서 발견되는 저자의 가벼운 위트, 개성 있는 글의 전개, 의학실험이나 연구 등의 색다른 소재의 사용, 무엇보다 읽을수록 작가의 목소리가 가까이에서 들리는 것 같은 구어체의 중독성 문체가 이 책의 장점이다. 

  책을 다 읽고 난 후에 ‘지금부터 나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겠어!“라고 굳게 결심을 하고는 며칠 후 좌절을 껴안고 방바닥을 굴러다니는 일은 이제 지겹다. 지겨운 경험을 반복하게 만드는 숱한 책들 사이에서, 히르슈하우젠의 <행복은 혼자 오지 않는다>는 다른 대우를 받아 마땅하다. 독자는 책을 읽는 동안 점점 기분이 가벼워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책은 곳곳에서 긍정은 이렇게 작은 조각만으로도 효과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포복절도 할 유머가 없더라도 삶은 즐거워질 수 있다. 저자의 별로 우습지도 않은 다양한 위트들은 이 사실을 차근차근 증명해 보인다.

간추리면, 추천할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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