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 소년들
이재익 지음 / 황소북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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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 보듯 이 소설의 배경은 압구정동이다. 압구정동은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부촌 중의 하나인데, 성장소설의 배경으로 이러한 부촌이 등장하는 것은 흔하지 않은 일이다. 책을 읽기 전에는 두 가지 기대를 했었다. 하나는 ‘가난’이라는 주제의 통속적인 반복을 벗어나서, 경제학적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청춘들의 인문학적인 고뇌가 다루어질 것이라는 기대였고, 다른 하나는 그 고뇌가 무라카미 류의 <69>처럼 경쾌하게 그려질 것이라는 기대였다. 두 가지 기대는 모두 충족되지 못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소설의 흡입력은 주제나 플롯에 있지 않고, Rock과 연예계라는 소재에 있다. 달리 말하면 Rock과 연예계를 소재로 다루는 부분에서는 무척 흥미로웠지만, 그 밖의 소재로 진행되는 전체적인 이야기에서는 다소 흥미가 떨어졌다는 거다.

가장 아쉬웠던 점은 책의 결말부였다. <성장소설>이라는 타이틀에 혹해 책을 집은 나에게 이 소설의 결말은 다소 무성의한 것으로 여겨졌다. <성장소설>이 아니라 <연애소설>에 어울리는 결말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쩌랴. 작가는 전문 소설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 정도는 애초에 감안하고 들어가야 하는 사항이었으리라.

그러나 냉정하게 생각했을 때, 전반적으로 이 소설에 대해 아쉬운 기억이 강한 것은 책을 덮을 때 느꼈던 허탈함 때문이다. 결말 부분에 이르기 전까지는 뒤의 내용이 어떻게 전개될까 궁금해서 책을 손에서 내려놓지 못했다. 압구정 소년들이라는 밴드의 결성. 그 밴드의 리더이자 주인공의 질투를 불러일으키는 박대웅이라는 인물의 매력. 연예계와 관련된 다양한 이슈들 – 섹스동영상, 아이돌 그룹 리더의 원인불명의 탈퇴 등-의 차용과 작가의 호흡이 빠른 문장은 이 소설의 흥미를 돋군다. 화룡정점으로 끝나는 소설이 아니라, 끝이 미흡하여도 읽는 동안 즐거운 소설을 찾는 이라면 이 책을 손에 들어도 괜찮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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