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리츠로 4차 산업 건물주가 되라 - 언택트와 4차 산업 시대, 부의 새로운 축적법
조용준.채상욱.윤승현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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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 미국 리츠로 4차 산업 건물주가 되라
지은이 : 조용준, 채상욱, 윤승현
출판사 : 한스미디어
초   판 : 2020년 8월 17일
303page / 17,000원



속았다. 이 책을 읽고나서 속으로 한탄했다. 속은 내가 아니라 이 책이 가여워서다. 이렇게 훌륭한 내용이 이렇게 평범한 제목에 가려져 있다니. 제목만 보고 안 읽었다면 큰일 날 뻔 했다.

삼프로TV의 이진우 프로도 같은 의견이다. 책 후면의 추천사에 이렇게 썼다.
"이 책은 미래 산업인 4차 산업이 우리 주변의 건물들과 부동산 인프라들을 어떻게 활용하면서 성장하고 있는지를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때문에 읽다 보면 4차 산업의 본질과 부동산 시장의 미래까지 통찰할 수 있는 시야를 갖게 하지만, 그냥 미국 리츠에 대한 단순한 투자 설명서 정도로 위장해 놓는 바람에 독자들의 손길을 피해가는 매우 '불순한' 책이다. 제목에 속지 말고 내용을 꼭 읽어보길 권한다."

책의 내용을 살펴보기에 앞서 먼저 리츠라는 어려운 단어를 쉽게 이해해보자. 우리에게 친숙한 아파트의 사례로 설명해 본다.

강남 아파트에 투자하고 싶은 투자자가 있다. 그런데 투자금이 5천만원 뿐이라면?
그동안 소액 투자자는 강남 아파트가 유망한 투자처임을 알더라도 손가락을 빨 수 밖에 없었으므로, 오르는 강남 아파트를 보며 신세를 한탄할 뿐이었다. 그러나 이런 사람들을 위한 상품이 등장했으니 그게 바로 리츠다. 20억짜리 강남 아파트 소유권을 100개 정도로 잘게 쪼개서, 소유권 1주를 2천만원을 들여 투자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갭투자를 생각해보자. 몇 년 전만 하더라도 15억 아파트를 13억 전세를 끼고, 2억원이면 살 수 있었다. 그 아파트가 지금은 25억원이 되었다. 원금 2억원이 12억원이 된 것이다. 수익률 500%. 5루타 종목이다. 이 상품을 리츠로 만들었다고 해보자. 2억을 100주로 쪼개면 2백만원이다. 소액 투자자는 2백만원을 들여서 천만원을 벌 수 있었다. 유망한 부동산 리츠의 힘이다.

위의 사례에서 우리는 두 가지 사실을 알 수 있다.
1) 리츠는 유망한 부동산 상품을 주식화한 것이다. 소액 투자자도 투자할 수 있게.
2) 리츠의 투자 수익률은 부동산 투자 수익률에 의해 결정된다. 그러니 강남 아파트 같은 부동산을 사는 게 중요하다.

자, 이제 이 책의 이야기를 할 때가 되었다. 이 책의 핵심 내용은 이거다.
"강남 아파트 보다 더 좋은 수익률의 부동산이 있다. 그게 리츠로 만들어져 있다. 알려줄테니 투자해볼래?"


4차 산업 혁명의 주요 요소가 5G, 자율주행차, AI 등이라는 건 이미 많이 들어봤을 터다. 그래서, '5G 인프라가 깔린다고 하는데 5G 소재, 부품, 장비 주에 투자해야 되는 거 아냐?' 라고 한번쯤 생각해본 투자자도 많을 것이다. 나 역시 그 생각을 해 본 적 있다. 그러나 과연 어떤 기업이 가장 유망한 기업이며, 어떤 부품이 핵심 부품이고, 그 기업이 경쟁사와 비교해서 어떤 우위를 갖는가. 이런 질문이 복잡해서 이내 잊고 말았다. 이 책은 다른 해법을 제시한다. 책의 105p~107p의 내용을 인용한다.


더 많은 인프라를 필요로 하는 5G

과거 3G에서 4G로 기술이 이동할 때에도 통신 인프라 리츠의 주가 성과는 매우 훌륭했지만 5G 시대를 앞둔 현재는 한 차원 높은 투자 매력을 보이고 있다. 5G가 도입되려면 왜 통신 인프라가 늘어나야 할까? 5G는 3.5GHz 근처의 중대역 주파수와 28GHz 이상의 초고대역 주파수로 구분된다. 현재까지 4G LTE에서 주력으로 사용하고 있는 850Mhz이나 1.8GHz의 주파수보다 한 차원 높은 주파수 대역으로 볼 수 있다.

전파의 주파수가 높다는 것은 전자파가 1초 동안 진동하는 파동의 수가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주파수가 높을수록 한 번에 전송할 수 있는 데이터의 양 또한 증가한다. 높은 주파수 대역을 통신망에 사용하면 한 가지 문제점이 발생하는데, 전송할 수 있는 데이터의 양이 증가하는 만큼 데이터의 전송 속도는 빨라지지만 전자파가 뻗어나가는 힘은 이와 반비례해 약해진다는 점이다. 따라서 5G에서는 기존 4G보다 네트워크 속도는 훨씬 빨라지지만 건물 외벽과 같은 장애물에 대한 투과성이 낮아지고 전파가 도달하는 거리가 낮아 이론상으로는 훨씬 많은 통신설비를 필요로 한다(일반적으로 4G LTE 기지국의 도달 거리는 약 15km이지만 5G의 경우 3.5km에 불과하다)

(...)
미국 무선통신산업협회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는 15만 4000개의 셀타워(기지국)가 운영되고 있으며, 향후 제대로 된 5G 통신망을 구축하려면 이보다 훨씬 많은 통신 인프라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미국의 대형 통신 사업자 AT&T는 5G 네트워크의 본격적인 도입을 위해서는 앞으로 미국 내 30만 개 이상의 매크로 셀타워가 추가로 건설되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 경우 미국 내 통신 타워 수는 현재의 3배가 되는 것이다. 매크로 셀타워의 중간 매개채 역할을 할 스몰셀 또한 빠르게 증가해야 하는데, 미국 내 스몰셀(중계기) 개수는 2018년엔 8.6만 개에 불과했지만 2026년에는 80만 개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강조 표시는 책에는 없는 것으로 본인이 하였다)

어떤 기업이 소재와 부품을 제공하는지와 상관없이, 설치되는 모든 5G 인프라는 '부동산을 점유'해야 한다. 즉, 부동산 소유자에게 임차료를 지불해야 한다. 이 임차료를 받아서 배당으로 뿌려주는 5G 인프라 리츠가 있다면, 스몰셀 기준으로 2018년 8.6만개에서 2026년 80만개까지 매출과 이익이 늘어날 것이다. 8년 동안 약 9배의 매출과 이익의 성장이 예상된다. 게다가 이것은 독과점 사업이다! 알고서도 투자하지 않는다면 어리석은 일이리라. 


한편 5G 인프라가 가져올 직관적으로 가장 알기 쉬운 변화는, 거래되는 데이터의 양이 엄청나게 많아질 거라는 점이다. 초고화질 넷플릭스와 고화질 넷플릭스의 차이, 그리고 2D 넷플릭스와 3D 넷플릭스의 차이를 생각해보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교환되는 데이터의 양이 많아지면, 이를 처리하기 위한 데이터 센터가 당연히 많이 필요해진다. 그 사이에서 작동하는 기술적 원리는 이 책을 읽었지만 나는 정리하지 못했다. 그러니 그 부분은 이과생도들의 관심거리로 남겨두고, 우리는 투자 이야기를 해보자.
 
중요한 것은 넷플릭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과 같은 대형 스트리밍 사업자 및 대형 클라우드 사업자들이 가파르게 늘어나는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자체 데이터 센터를 짓기도 했지만, 비용 측면에서 유리한 임차 데이터 센터를 많이 썼다는 점이다. 앞으로 4차 산업 혁명 이후에 데이터가 얼마나 폭증할지 예상이 된다면, 이렇게 데이터 센터를 지어서 필요로 하는 기업에게 임대해주고 임대료를 받는 리츠 산업이 얼마나 유망한지 감이 잡힐 것이다. 이 분야에서 뛰어난 성과를 보이고 있는 리츠가 바로 그 유명한 에퀴닉스(EQUINIX)인데, 주가가 2010년부터 지금까지 10년 동안 627% 올랐다. 연평균 21.7% 수익률이다.

생각해보자. 2010년에서 2020년까지의 데이터 증가량이 더 많을 것인가, 아니면 2020년부터 2030년까지의 데이터 증가량이 더 많을 것인가. 선택은 각자의 몫이다. 다만 이 책은 이렇게 언급한다.

결론적으로 데이터 센터 리츠 투자는 4차 산업 시대에 가장 적합한 부동산 투자로 볼 수 있다. (117p)


이 외에도 코로나가 촉발한 언택트로 인한 소비, 그렇기에 대두되는 "물류 인프라", 리츠 투자와 직접 비교 상품이라 볼 수 있는 우리나라 부동산 투자에 대한, 그러므로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에 대한 전망과 통찰 등 이 책이 담고 있는 혜안과 통찰은 대단히 많다. 더욱이 책의 마지막 7장에는 지금 당장 투자해야 할 4차 산업 리츠 BEST 10이라고 하여 10개 상품을 소개해준다. 순서대로 목록만 나열하면 아래와 같다.

1. 아메리칸타워(AMT) : 5G 리츠
2. 크라운캐슬인터내셔널(CCI) : 5G 리츠
3. 프롤로지스(PLD) : 물류 리츠
4. 에퀴닉스(EQIX) : 데이터센터 리츠
5. 디지털리얼티트러스트(DLR) : 데이터센터 리츠
6. 아메리콜드(COLD) : 저온 보관 물류 리츠
7. 알렉산드리아리얼에스테이트(ARE) : 바이오 클러스터 리츠
8. 아센다스리츠(A17U) : 싱가포르 복합 산업형 리츠
9. 케펠DC리츠(AJBU) : 아시아 데이터 센터 리츠
10. 메이플트리로지스틱스(M44U) : 싱가포르 최초 아시아 중심 물류 리츠


여기까지가 이 책에 대한 나의 소개다. 책의 훌륭한 내용을 더 자세히 요약하지 않은 것은 나의 정성 부족이 아니라 이 책을 위한 서평가로서의 마케팅 전략이라고, 말하면 낯뜨겁지만 그래도 말하겠다. 예비 독자들의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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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배 주식 - 최고의 주식을 고르는 단 하나의 길
크리스토퍼 마이어 지음, 송선재 옮김 / 워터베어프레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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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 100배 주식

지은이 : 크리스토퍼 메이어

옮긴이 : 송선재(와이민)

출판사 : 워터베어프레스

초 판 : 2019.06.25

5 쇄 : 2020.07.30

359page / 18,000원



이 책의 외형적 매력은 세 가지다. 첫째, 제목인 "100배 주식". 더 이상 직관적일 수 없는 함축적인 제목으로 예비 독자들의 가슴을 파고든다. 둘째, 옮긴이. 송선재(와이민)는 약 4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명 애널리스트다. 올해 가치투자연구소 카페의 '정중동'님이 초보자가 구독하면 좋을 블로그로 송선재 애널리스트의 블로그를 추천한 적이 있는데, 그때 나도 이 블로그의 구독자가 되었다. 셋째, 디자인. 검정색 바탕에 노란색 글씨로 마치 포스터를 보는 것 같다. 이 책의 핵심은 제목에 있다는 걸, 디자이너나 출판사 마케팅 직원이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듯하다.

책의 내용을 말하기에 앞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이 책은 워터베어프레스에서 출판한 두 번째 책이며, 송선재 옮긴이가 번역한 첫 번째 책이다. 오랜 경력을 가진 출판사의 노련한 번역가가 펴낸 다른 투자 서적과 비교하면, 이 책은 오탈자와 비문의 수, 그리고 다소 매끄럽지 않은 번역이 약점으로 꼽힐 수 있다. 책머리에 실린 역자 서문의 한 부분을 옮겨 보자.

하나 걱정스러운 것은 내가 전문 번역가가 아니라 한국어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매끄럽지 않은 부분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책의 내용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면, 번역자의 역량 부족 탓일 것이다.

회사 일을 마치고 늦은 밤과 주말에 책을 번역하느라 1년 반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다소 많은 정보를 드러내며 양해를 구하는 역자의 태도가 의아했는데, 책을 다 읽고 나서 의아함이 풀렸다. 이 주의사항을 염두에 두고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한다면, 독자들이 책을 읽을 때 내용에 보다 집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나도 두 번째 읽을 때는 내용 외적인 부분 때문에 독서의 흐름이 끊기는 일이 없었다.

이 책은 토머스 펠프스의 저서 『주식 시장의 100대 1』을 계승하는 책이다. 펠프스의 저서는 1932년부터 1971년까지의 100배 주식을 연구한 책인데, 이를 읽고 감명받은 저자 크리스토퍼 메이어는 펠프스의 연구를 갱신하기로 마음먹고, 1962년부터 2014년까지의 모든 100배 주식을 데이터로 만들어 이 책 『100배 주식』을 집필했다.

저자가 말하는 이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네 가지는 다음과 같다.

- 100배 주식의 주요 특징을 알 수 있다. 산을 오르는 방법은 다양한데, 어떤 길들이 있는지 알게 된다.

- 왜 누구나 100배 주식을 찾아 좋은 투자를 할 수 있는지 배우게 된다. 진정으로 보통사람을 위한 방법이다. MBA나 재무 학위는 필요없다. 기본적인 금융 개념만 알면 된다.

- 주식 투자에서 더 많이 얻을 수 있게 도와주는 수많은 지지대나 기술을 공유하려 한다.

- 늘 실용성을 염두에 두었다. 요점을 쉽게 이해하도록 돕는 여러 이야기와 일화를 담았다.

반면 내가 꼽는 이 책에서 인상 깊었던 요소는 다섯 가지다. 아래에서는 이를 하나씩 풀어가 본다.

첫 번째 요소 : 한국어판 저자 서문

저자 크리스토퍼 메이어의 한국 시장에 대한 시각을 알 수 있다. 언급을 살펴보자.

이 책에는 소유자-경영자에 관한 내용이 있습니다. 어떤 기업을 책임지는 이들이 그 기업의 지분을 유의미한 수준으로 가지고 있는 경우입니다.

(...) 하지만 아시아 시장에서는 경영자의 지분율이 유의미한 요소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오너의 지분율이 높은 기업은 꽤 있습니다. 그러나 그중에 주주 가치를 우선시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안타깝지만, 많은 한국 기업이 그런 평가를 받습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내국인이 아닌 외국인의 입으로 직접 듣는 기분은 상쾌하기까지 하다. 이해관계가 없는 메신저의 의견을 통해서, 한국 주식 시장의 활성화, 재평가를 위해 어떤 조치가 필요한지 명쾌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이용우 의원이 이와 관련된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더 자세한 사항이 궁금한 이는 영상을 참조하기 바란다. (https://youtu.be/gEljLdoe9Tg)ttps://youtu.be/gEljLdoe9Tg)


두 번째 요소 : 누구나 100배 주식의 성과를 누릴 수 있음을 보여주는 아마존의 사례

먼저 책에 실린 그래프와 내용을 읽어 보자.



이제는 거의 분명해 보이지만, 그렇다고 1998년이나 2002년에 인터넷 판매가 언젠가 소매 판매의 2퍼센트 이상을 차지하리라고 전망하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이었을까? 이 그래프를 보면 도대체 나는 머리를 왜 달고 다녔나 싶어진다(나는 아마존을 한번도 보유하지 않았다. 아마존의 서비스를 많이 사용하는 사람이었는데도 말이다.)

그리고 놀라운 점은 심지어 오늘날에도 모든 미국 소매 판매의 겨우 9퍼센트만이 인터넷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아마존은 이 수치가 거의 0에 가까울 때 시작했다. 심지어 지금도 인터넷 판매가 전체 소매 판매의 35퍼센트 혹은 절반을 차지하게 된다는 것이 비현실적인 생각일까? 어쩌면 이 100배 주식은 아직도 갈 길이 먼지도 모른다. (100p)

아마존은 100배 주식의 사례다. 이 그래프와 언급을 보고 화들짝 놀라서 인터넷을 검색해보았다. 검색 결과는 충격적이다.

"앞서 소개한 미국 인구 조사국 조사 발표에 따르면 2019년 미국 이커머스 매출은 6,020억 달러로 전체 소매점 매출 중 11%를 차지했습니다."

미국 인구 조사국의 자료에 따르면 2014년 비중은 6.5%로 저자의 연구와는 다소 차이가 나지만, 이를 단순 보정(11% × 9% / 6.5%)하더라도 2019년 비중은 약 15.2%에 불과하다. 아마존은 2014년 이후로도 주가가 10배 정도 상승했다. 만약 지금 시점에서 아마존에 투자한다면 10년 뒤에 이 주식은 어떻게 될까. 소름 돋는 질문이다.

(참고 사이트:

https://happist.com/570858/%ED%8A%B8%EB%A0%8C%EB%93%9C-%EC%B0%A8%ED%8A%B8-%EC%97%B0%EB%8F%84%EB%B3%84-%EB%AF%B8%EA%B5%AD-%EC%9D%B4%EC%BB%A4%EB%A8%B8%EC%8A%A4-%EB%B9%84%EC%A4%91-2019%EB%85%84-%EB%B9%84%EC%A4%91-11-by)

세 번째 요소 : 얼마나 투자해야 하는가. 포트폴리오의 비중, 집중 투자에 대한 힌트 사례들

투자 시점에서 투자자의 내공이 가장 많이 응축되는 지점은 '투자 비중의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고르고 고른 몇 개의 특정 주식에 각각 내 자금의 얼마를 투자할 것인가가, 투자 수익률을 가르는 핵심사항일 터다. 내가 현재 포트폴리오 종목 수를 늘리고 있는 것은, 주린이이기 때문에 투자 경험을 늘리는 게 우선이라 생각해서이지 이 방법이 수익률 확보에 더 유리하다고 생각해서가 아니다. 더 나은 수익률을 위해서라면 특별한 몇 종목에 집중하는 것이 내게 적합한 전략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그 전략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한 종목이 다른 종목보다 낫다는 확신과, 그 차이만큼 투자금을 차등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나름의 투자금 배분 원칙이 필요한데, 이 두 요소가 내게는 결핍되어 있고, 그래서 이 두 요소가 최근 나의 핵심 화두다.

그런데 반갑게도 이 책에서 이에 대한 힌트를 만날 수 있었다. 다양한 펀드의 투자 비중 사례다.

바우포스트의 세스 클라만

10개 종목 포트폴리오의 93%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14%

셰니에르 에너지 7%

ESL 인베스트먼트의 에디 램퍼트

4개 종목

시어스 홀딩 55%

오토네이션 24%

페어팩스의 프렘 왓사

10개 종목 포트폴리오의 98%

레솔루트 포레스트 35%

블랙베리 31%

페어홀름의 브루스 버코위츠

8개 종목

뱅크 오브 아메리카 22%

시어스 홀딩스 13%

헤이만의 카일 바스

6개 종목

제너럴 모터스 46%

네이션스타 모기지 21%

파브라이 펀드의 모니시 파브라이

7개 종목

호스헤드 24%

제너럴 모터스 22%

퍼싱 스퀘어의 빌 애크먼

7개 종목

엘러간 40%

캐나다 태평양 철도회사 20%

WL 로스의 윌버 로스

4개 종목

네비게이터 홀딩스 54%

엑스코 자원 17%

사례들을 보면 스타 투자자들의 주요 종목 투자 비중은 7~55%로 나타나고 있다. 내가 이름을 들어보았고(3명), 그리고 꺼려하지 않는(빌 애크먼 제외 2명) 이는 세스 클라만과 모니시 파브라이 두 명이다. 둘의 사례를 특히 참고하기로 했다.

네 번째 요소 : 무척 흥미로운 케인스와 그레이엄의 사례

두 사례 모두 책의 내용을 그대로 옮겨 본다

1) 케인스 사례

저는 시장이 폭락하여 바닥을 쳤을 때도 여전히 주식을 보유하는 것에 대해 부끄러워하지 않습니다. 기관투자자 또는 다른 진지한 투자자가 하락장에서 주식을 팔고 떠날 것을 끊임 없이 고민하거나, 보유 중인 주식이 하락할 때 비난받을 것이라고 느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저는 거기에서 더 나아갑니다. 침착하게 보유 물량의 손실을 받아들이고, 자기 자신을 비난하지 않는 것이 때때로 진정한 투자자의 의무라 생각합니다.

이 내용은 1938년 당대 최고의 투자자가 쓴 편지에서 발췌한 것이다. 그는 가장 어려웠던 시기인 대공황 시절에도 돈을 벌었다. 바로 존 메이너드 케인스다.

케인스는 처음에는 시장을 예측하고 경기순환 예상을 시도하는 평범한 투기자이자 트레이더로 시작했다. 그러나 1929년의 대공황은 그를 기본으로 돌아가게 했다.

케인스는 대공황 때 사실상 거의 파산했다. 그의 개인 순자산은 80퍼센트 이상 하락했다. 그때가 거대한 전환의 순간이었다. 그는 시장을 극복하는 것이 엄청난 선견지명과 경이로운 기술을 요구한다고 결론지었다. 깨달음을 얻은 케인스는 메모에 다음과 같이 적었다. "각기 다른 사업 주기상의 단계에서 시장에 들어갔다가 나왔다가 하는 대규모 거래는 여러 이유로 실행 불가능하고 바람직하지 않다."

대폭락 이후, 케인스는 투기자가 아닌 투자자가 되었다. 그의 투자에 대한 새로운 철학은 가치 투자의 상징인 벤저민 그레이엄과 워런 버핏의 철학에 전조가 되었다. 흥미롭게도 대폭락은 그레이엄에게도 역시 손실을 끼쳤고, 그가 투자 과정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볼 수 있는 동기를 제공했다. 이 두 위대한 대가들이 거의 같은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케인스는 이제 시장 예측에 집중하지 않았다. 그 대신, 본인이 '궁극적 가치'라고 부르는 것을 찾기 위해 개별 주식을 예리한 눈으로 연구했다. 그는 자신의 새로운 투자 철학을 동료들에게 공개했다.

나의 목표는 자산과 근본적인 이익 창출력을 가진 만족스러운 주식을 시장 가격보다 싸게 사는 것이다.

(...) 그는 투자의 본질에 대해 이렇게 썼다.

승리, 안전, 그리고 성공은 항상 다수가 아닌 소수에게로 간다는 것이 인생의 한 단면이다. 만약 누군가 당신의 말에 동의한다면 마음을 바꿔라. 내가 경험을 통해 배운 것은, 내가 만약 어떤 주식을 매수하기 위해 보험 회사 이사진을 설득할 수 있다면, 그때가 바로 그 주식을 팔 최적의 시점이다.

(...) 케인스는 사람이 너무 많은 주식을 보유하기 쉽다고 결론지었다. 그는 다양한 종목에 두루 투자하기 보다는 최고의 아이디어가 담긴 소수의 종목을 가져가는 것이 더 낫다고 했다. 투자 위원회를 비롯해 다른 사람들은 케인스가 적은 수의 회사에 너무 큰 투자를 한다고 자주 비판했다. 케인스는 항상 재치 넘치는 대답으로 그의 투자관을 지켜냈다. 예를 들어 투자 위원회는 그가 영국의 무역 회사 엘더 뎀스터에 너무 집중해서 투자했다고 비판했을 때, 그는 이렇게 말했다. "엘더 뎀스터에 너무 많이 투자해서 유감이다. 1개의 좋은 종목이 10개의 나쁜 종목보다 더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만성적 질환 때문에 내가 고통받고 있어서 그렇다."

그는 버핏이나 다른 위대한 투자자들이 그러했듯이 수많은 종목을 보유하여 최고 종목을 희석해야 한다는 생각을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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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 케인스에 대한 책이 있다면 당장 사서 읽고 싶은 심정이다.

2) 그레이엄의 사례

1929년의 대폭락 이후, 시장은 멋지게 회복했다. 1930년 4월, 시장은 1929년 11월 13일의 최저점에서 41퍼센트 상승했고, 많은 사람들은 최악의 시기는 지나갔다고 믿었다. 그중에는 워런 버핏의 스승이자, 증권 분석의 창시자인 벤자민 그레이엄도 있었다. 1930년 그레이엄은 36살이었고, 백만장자에 가까웠으며, 이미 시장에서 많은 성공을 거두고 있었다. 그래서 그가 존 딕스라는 93세의 성공한 은퇴 사업가를 만났을 때, 자기 만족의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딕스가 갖가지 질문을 퍼부은 다음에야, 그레이엄은 비로소 정신을 차렸다. 당시 딕스는 그레이엄에게 은행에서 돈을 얼마나 빌렸는지 물었고, 그레이엄의 대답에 딕스는 실망했다.

그레이엄이 많은 빚을 져가며 주식 투자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대답을 듣자 딕스는 진정 어린 충고를 했다.

그레이엄씨, 나는 당신이 중요한 일들을 해나가길 바랍니다. 내일 뉴욕행 열차를 타세요. 그리고 당신의 사무실로 가서 가진 주식을 팔고, 모든 부채를 상환하세요. 그리고 파트너들에게도 투자금을 돌려주세요. 지금과 같은 시기에 내가 만약 당신과 같은 상황이라면 한숨도 자지 못할 것입니다. 당신 역시 한숨도 자지 못해야 정상입니다. 좀 더 오래 살고 인생 경험도 많은 내 충고를 흘려듣지 마세요.

그레이엄은 당시에 딕스의 충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회고록에 의하면, 그는 딕스에게 다소 형식적인 감사 인사를 남겼다고 한다.

물론 딕스가 맞았다. 최악은 아직 오지도 않은 상황이었다. 그레이엄은 생각에 잠기면서 "종종 딕스의 충고를 받아들였다면 내 삶이 어떻게 되었을지 생각해 본다"고 말했다. 그레이엄은 1930년에 굉장히 고통을 받았고, 그때가 그에게 가장 힘겨운 해였다.

1930년이 지나고, 그는 계좌의 모든 부채를 상환했고 그 이후에 찾아 온 잔혹한 시장에서 훨씬 더 좋은 성과를 냈다. 1930년에 그레이엄 파트너십의 전체 자산 중 44퍼센트가 부채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그는 시장 정도의 수익률을 냈으면 시장에서 퇴출되었을 것이다. 또 한 명의 위대하고 노련한 투자가이자 그레이엄의 제자였던 어빙 칸은 1930년대 그레이엄의 고난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펀드가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위대한 성과였다. 1931년과 1932년에 작은 손실에 그쳤다는 것이 굉장히 인상 깊었다."

그레이엄의 가장 큰 실수는 당시 너무 많은 부채를 사용했던 것이다. 그것이 딕스가 그레이엄에게 밤에 잠을 잘 수가 없어야 정상이라고 말한 이유다. 딕스는 레버지리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이해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레이엄으로부터 배울 점은 그가 그런 상황에서도 투자를 지속하여 훗날에는 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그가 배운 교훈은 모두가 배워야 할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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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투자의 아버지인 그레이엄에게도 이런 면이 있었다니. 이렇게 반가울 수가!

위의 두 사례만으로도, 이 책이 다양한 사례를 다루며 이야기를 전개하는 것에 감사하게 된다.

다섯 번째 요소 : 100배 주식의 주요 특징

마지막 다섯 번째 요소는 드디어 100배 주식의 특징이다. 저자가 결론에서 정리해주는 100배 주식의 특징은 이하와 같다.

①100배 주식을 찾으려고 해야 한다

②성장, 성장, 더 성장하는 기업

③주가 배수가 낮은 것이 좋다 : ②와 ③은 100배 주식의 쌍둥이 엔진

④경제적 해자는 꼭 필요하다

⑤소형주를 선호한다

⑥소유자가 직접 경영하는 회사를 선호한다

⑦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보조 수단으로 커피캔 접근법을 활용하라

⑧정말 좋은 필터가 필요하다. 소음으로부터 멀어지라

⑨행운이 돕는다

⑩주식은 되도록 매도하지 않는다

2~6번은 기업의 특징이고, 1 및 7~10은 투자자가 지녀야 할 태도다. 절반이 기업에 대한 분석이고 절반이 투자자의 태도라는 점이 절묘하다. 이에 대한 풍부한 설명이 책에 담겨 있지만, 친절하게도 저자는 한국어판 저자 서문에 100배 주식의 핵심원칙, 정수라고 할 수 있는 요소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높은 자본이익률과 이익을 재투자해 높은 이익을 지속해서 내는 능력"

풀어서 설명하면, 대상 기업은 무엇보다 먼저 ROE가 높아야 하고, 높은 ROE가 충분한 기간(예를 들면 100배 주식이 되기 위한 통상 20~25년 정도) 동안 유지되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낮은 주가 배수를 적용 받는 소형주에서 출발하여 오래도록 경제적 해자를 누리면서 성장하다 마침내 높은 주가 배수를 적용받는 우량한 기업으로 전환될 때 100배 주식이 된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더 자세한 내용은 책을 일독하며 얻기를 권유하는 바이다. 이 서평은 출판사의 이벤트에 선정되어 작성한 것이지만, 되도록 솔직하게 정성을 담아 썼다.

부디 이 서평이 예비 독자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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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다시 행복해질 수 있을까? - 습관적으로 불행해 하며 감정에 휘둘리는 사람들을 위한 마음 수업
이주현 지음 / 더로드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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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고르게 된 건 작가의 이력에 끌려서다. 책 날개에 적힌 작가의 이력은 이렇다.

중학교 2학년 때 삶의 헛헛함과 심한 감정 기복으로 인한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교회를 다니기 시작, 인도와 미얀마에서 수련했으며 대학원에서 심리학 공부를 했다. 요가와 위빠사나 명상 등 의식의 성장에 많은 관심을 갖고 해마다 다양한 공부를 해 왔다.

교회와 명상과 심리학과 요가를 섭렵한 인물이 말하는 행복해지는 법은 무엇일까. 호기심이 생겼다.

작가는 일곱 남매 중 둘째이자 맏딸이다. 경제적으로는 부족하지 않았지만 무뚝뚝한 성격의 아버지와 너무 바빠 맏딸은 거의 챙기지 못한 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외모가 부족했고, 상대적으로 외모가 뛰어났던 여동생과 오빠와 비교해서 부모의 사랑을 부족하게 받았다. 마음이 늘 가난했는데, 저자는 자신의 상황을 이렇게 설명한다.

주위에 맞추느라 이 순간 내가 행복한지, 지금 내가 어떻게 느끼는지, 마음이 얼마나 불편한지, 몸은 어떤 상태인지 잘 느끼지 못했다. 아니 외면했다. 오직 멋진 결과를 만들어내어 관심받고 사랑받기 위해 더 열심히 뛰었다.
이건 도대체 남이 주인이고 나는 뒤로 밀려난 채 주인의 감정, 주인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며 살아가야 하는 노예의 태도와 같다는 걸 나중에야 깨달았다. 노예는 자신의 몸과 마음의 상태를 무시하고 주인을 위해서만 일한다. (22p)

그러면서 독자에게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같이 들려준다.

한국의 명상가 한바다 선생은 그의 저서 <행복>에서 이렇게 말한다.
"세상의 기준에 자신을 맞추려 해서 그대가 불행한 게 아니에요. 그대가 불행해진 것은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못해서입니다. 왜 그대는 세상의 기준에 맞추려 할까요? 세상의 기준에 맞추면 자신이 사랑받는 존재가 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곧 스스로가 사랑받지 못하는 존재라 여기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대는 항상 사랑받아야 한다는 생각에 조급해지고 갈등하고 불안에 빠집니다. 사랑을 스스로 자신에게 줄 수 있을 때 그대는 외부로부터 사랑을 구걸하는 노예 상태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스스로를 사랑해 주세요. 아무런 조건없이..." (22p)

그래, 사실은 이게 전부다. 감정의 기복, 정서의 불안정은 어렸을 때 애착관계가 충분히 형성되지 못했거나 크면서 겪은 충격적인 사건의 경험 때문에 발생한다. 내가 사랑스럽다고 여기지 못하거나 (그래서 관계 속에서 안전함을 느끼지 못하거나), 내가 불행한 사건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다고 느낄 수 없을 때 감정은 생존이 위험하다는 경고를 보내고, 우리는 일상을 비상상황처럼 살게 되는 거다. 그러면서 소진되고, 지쳐서 울음을 터트리고, 이윽고 절망에서 허우적 거리게 되는 거다.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놓인 타인의 모습을 세밀히 관찰할 기회를 얻게 되면, 우리는 자신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자신의 객관화는 불행한 습관을 벗는 첫걸음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자신이 겪었던 곤란을 솔직하고 자세하게 기록해서 비슷한 경험을 가진 독자가 자신의 마음을 객관화해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그런 다음 자신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이로부터 벗어나게 되었는지, 그 과정에서 도움을 받았던 책과 문장은 무엇인지 알려준다. 

다른 이의 문장보다 프롤로그에 적힌 저자의 몇 문장이 가장 마음에 남았다.

행복은 밖으로 뛰쳐나가는 마음 붙잡기이다.
남들에게 인정받으려는 마음과 자기 자신을 돌보려는 마음은 늘 싸운다. 마음은 밖으로 나다니며 외부의 것들로 행복을 채우려한다. 그때마다 다시 또다시 내 자신에게로 돌아온다.
(...) 나에게 닻을 내리면 비로소 마음의 평화가 시작된다. 현재의 나를 평가하지 않고 친구처럼 함께 한다는 것이 행복의 기본임을 깨달았다.

우리의 고향은 우리 자신이다. 우리의 휴식처도 우리 자신이다. 고향과 휴식처를 되찾을 때, 세상은 편해진다. 저자의 얘기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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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마지막 질문 - 삶이라는 물음의 끝에서 마주한 천년의 지혜
정재현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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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아름다운 책이다. 처음 책을 받고서 디자인이 너무 아름다워 넋을 잃었다. 철학 관련 책은 물론이거니와 그동안 내가 읽어 본 수많은 책들 중에서도 이 책의 디자인은 가히 으뜸이라 꼽을 만하다. 그렇다면 내용은 어땠는가. 이 책에 실린 글과 이 책의 디자인은 서로가 서로에게 부끄러울 일이 없다. 그마만큼 내용도 아주, 좋았다.

철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는 '삶의 지혜'를 추구하는 공통적인 면이 있다. 우리 대부분은 사회가 알려주는 기준을 따라 열심히 살아 오지만, 어느 순간 그 기준이 '나라는 삶'을 넉넉하게 품어주지 않고 오히려 배척하고 있었다는 걸 깨닫게 된다. 그때서야, 우리는 처음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묻는다. 그러므로 철학을 찾게 된다.

고난 끝에 어렵사리 답을 세우고, 그럼에도 그 답이 품어주지 않는 '나라는 삶'의 또다른 이면을 다시 발견하게 되고, 이내 공들여 세운 답을 다시 허물어 뜨리는 과정이 반복된다. 이 책은 그러한 반복을 수없이 겪어서 마침내 답을 세우지 않는 경지에 이른 노교수의 지혜를 담고 있다.

지혜를 담은 책이라고 주장하면서도, 삶의 한 단면만을 강조하며 설교를 늘어놓는 수많은 책들이 있다. 이 책은 그러한 자가당착을 가볍게 뛰어넘어서, 70여 가지의 고전의 이야기를 빌어와, 결국 사람의 삶이라는 건 생명이 살아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존중받아야 할 것은 '생명이 어떠어떠해야 한다'는 주장이나 교리나 진리가 아니라, '생명은 그저 이러이러하구나'라는 받아들임-이라는 것을 일러준다.

책에서 인상 깊은 꼭지를 몇 개 뽑아 아래에 옮겨 적었다.

내가 생명을 사는 것이 아니라 생명이 나를 살고 있기 때문이다. (82p)

티베트의 스승 총카파는 이렇게 가르쳤다. "이 인간의 몸은 가장 귀한 보석보다도 더 귀하다. 그것은 오직 이번에만 너의 것일 뿐이다. 곧 사라져버릴 아름다운 것이다."
- 잭 콘필드, <깨달음 이후 빨랫감> (83p)

자아실현이란 자아초월의 의도하지 않은 결과로 파악해야 한다. 그렇게 남아야 한다. 자아실현을 의도적인 목표로 삼는 것은 자기 파괴적이고, 자멸적인 것이다. 자아실현도 실상은 정체성과 행복에 집착한다. 행복에 대한 추구야말로 행복을 없애는 탁월한 지름길이다. 우리가 행복에 집착할수록 더 많은 행복을 놓치게 되니 말이다. (...)
- 빅터 플랭클, <의미를 향한 소리 없는 절규> (229p)

"우연히 지혜로워진 사람은 없다"고 세네카는 말한다. (239p)

스즈키 선사는 불교의 모든 가르침을 세 마디의 말로 함축했다.
"늘 그렇지는 않다."
- 잭 콘필드, <깨달음 이후 빨랫감>

삶의 지혜란 '숨을 편히 쉬는 것'에 다름 아니다. 세상이 늘 그렇지는 않듯 나도 늘 그렇지는 않으며, 그러므로 세상도 나도 완벽하지 않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에게도 내게도 사랑스런 면이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일이다. 그리하여 마침내 세상과도 나와도 편해지는 일이다. 이 책에는 이러한 삶의 지혜가 듬뿍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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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생각하는 인생 디자인 - 나를 찾아가는 마법의 종이 한 장
김현곤 지음 / 행복에너지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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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 그림으로 생각하는 인생 디자인
지은이 : 김현곤
출판사 : 행복에너지
초   판 : 2020년 7월 17일
220페이지 / 13,000원



우리는 두 가지 서로 다른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 하나는 의학발달에 따른 초고령화(기대수명 120세 시대) 사회이고, 다른 하나는 AI(인공지능) 사회다.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커다란 사회 변화가 예견될 때 미래학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바람직한 방법이다. 이 책은 30년간 IT와 미래사회를 연구하며 미래전략을 이야기해 온 김현곤 국회미래연구원 원장에 의해 씌어졌다.

한국인의 기대수명으로 인터넷 자료를 검색해보면 대략 80~90세 정도의 수치를 확인할 수 있다. 최근 딥러닝 등의 신기술로 IT, AI 기술이 급속히 발달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생명과학 및 의학기술의 발달이 급속도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 책에서 언급된 기대수명 120세 시대는 이러한 발달 속도를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바이오 산업은 현재 주식 시장에서 가장 각광받는 미래산업이다. 최근 데이비드 싱클레어 하버드대 의과대학 교수는 "노화는 정상이 아니라 질병이며, 이 병은 치료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노화의 종말>이라는 책을 발간하였다.

단순 생명 연장이 아니라 활력을 유지하는 생명 연장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되는 반면, AI로 인하여 인간의 일은 점점 더 줄어들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 책에 따르면, 2018년 인간과 기계의 노동 비율은 71 : 29였으나, 2030년에는 29 : 71로 기계의 노동이 훨씬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할 기회는 줄어드는 반면 살아갈 날은 늘어나는 세상에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책은, 전통적 고령사회는 가족과 젊은 층이 고령자를 부양하였지만 다가올 고령사회에서는 고령자가 자기 스스로를 부양하는 '고령자 자립사회'를 맞이할 것이라 이야기한다. <기술·노하우의 시대>(Knowhow)에서 <지식, 정보의 시대>(KnowWhat)를 지나 앞으로는 <질문·사색의 시대>(KnowWhy)가 올 것인데, 고령자는 여기에서 기회를 찾아야 한다고 말이다. 이 책은 미래에 대해 어떤 주장을 하고, 그 주장을 설득력 있게 전하기 위하여 상세한 분석 근거를 제시하는 방식의 책이 아니다. 단순한 그림과 도형으로 현재와 미래 사회의 특징을 전하고, 때로 저자의 통찰을 짧은 문장으로 덧붙여 화두를 제시하는 책이다. 책은 우리가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본 AI, 고령화, 삶과 일 등의 주제에 대해서 다루고 있어 낯설지 않으면서도, 그 주제에서 특별히 주목해야 할 점 - 삶은 무엇보다도 살아있다는 것이 중요하고, 일은 자신의 살아있음을 표현하는 한 형태일 때 개인에게 가장 깊은 의미를 가질 수 있으며, 미래사회는 고령자의 자립사회가 될 것이고, 기계가 인간의 노동을 대부분 대체하면서 오히려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화두가 중요해지는 사회가 될 것이라는 전망 등- 을 선명하게 제시하기 때문에 독자는 책이 제시하는 화두를 시간을 들여 천천히 생각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

여백이 많은 구성이기 때문에 책을 한권 읽는데 걸리는 시간은 짧다. 그러나 이 책은 긴 시간을 들여 읽었지만 읽자마자 곧바로 잊어버리게 되는 그런 종류가 아니다. 읽은 시간보다 훨씬 더 긴 시간을 생각하도록 만들고, 그 생각이 결국에는 자신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도록 만드는 책이다. 책의 디자인과 구성을 고려했을 때 결코 낮은 가격이 아님에도, 꼭 사서 읽어보라고 권할 만한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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