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마지막 질문 - 삶이라는 물음의 끝에서 마주한 천년의 지혜
정재현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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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아름다운 책이다. 처음 책을 받고서 디자인이 너무 아름다워 넋을 잃었다. 철학 관련 책은 물론이거니와 그동안 내가 읽어 본 수많은 책들 중에서도 이 책의 디자인은 가히 으뜸이라 꼽을 만하다. 그렇다면 내용은 어땠는가. 이 책에 실린 글과 이 책의 디자인은 서로가 서로에게 부끄러울 일이 없다. 그마만큼 내용도 아주, 좋았다.

철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는 '삶의 지혜'를 추구하는 공통적인 면이 있다. 우리 대부분은 사회가 알려주는 기준을 따라 열심히 살아 오지만, 어느 순간 그 기준이 '나라는 삶'을 넉넉하게 품어주지 않고 오히려 배척하고 있었다는 걸 깨닫게 된다. 그때서야, 우리는 처음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묻는다. 그러므로 철학을 찾게 된다.

고난 끝에 어렵사리 답을 세우고, 그럼에도 그 답이 품어주지 않는 '나라는 삶'의 또다른 이면을 다시 발견하게 되고, 이내 공들여 세운 답을 다시 허물어 뜨리는 과정이 반복된다. 이 책은 그러한 반복을 수없이 겪어서 마침내 답을 세우지 않는 경지에 이른 노교수의 지혜를 담고 있다.

지혜를 담은 책이라고 주장하면서도, 삶의 한 단면만을 강조하며 설교를 늘어놓는 수많은 책들이 있다. 이 책은 그러한 자가당착을 가볍게 뛰어넘어서, 70여 가지의 고전의 이야기를 빌어와, 결국 사람의 삶이라는 건 생명이 살아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존중받아야 할 것은 '생명이 어떠어떠해야 한다'는 주장이나 교리나 진리가 아니라, '생명은 그저 이러이러하구나'라는 받아들임-이라는 것을 일러준다.

책에서 인상 깊은 꼭지를 몇 개 뽑아 아래에 옮겨 적었다.

내가 생명을 사는 것이 아니라 생명이 나를 살고 있기 때문이다. (82p)

티베트의 스승 총카파는 이렇게 가르쳤다. "이 인간의 몸은 가장 귀한 보석보다도 더 귀하다. 그것은 오직 이번에만 너의 것일 뿐이다. 곧 사라져버릴 아름다운 것이다."
- 잭 콘필드, <깨달음 이후 빨랫감> (83p)

자아실현이란 자아초월의 의도하지 않은 결과로 파악해야 한다. 그렇게 남아야 한다. 자아실현을 의도적인 목표로 삼는 것은 자기 파괴적이고, 자멸적인 것이다. 자아실현도 실상은 정체성과 행복에 집착한다. 행복에 대한 추구야말로 행복을 없애는 탁월한 지름길이다. 우리가 행복에 집착할수록 더 많은 행복을 놓치게 되니 말이다. (...)
- 빅터 플랭클, <의미를 향한 소리 없는 절규> (229p)

"우연히 지혜로워진 사람은 없다"고 세네카는 말한다. (239p)

스즈키 선사는 불교의 모든 가르침을 세 마디의 말로 함축했다.
"늘 그렇지는 않다."
- 잭 콘필드, <깨달음 이후 빨랫감>

삶의 지혜란 '숨을 편히 쉬는 것'에 다름 아니다. 세상이 늘 그렇지는 않듯 나도 늘 그렇지는 않으며, 그러므로 세상도 나도 완벽하지 않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에게도 내게도 사랑스런 면이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일이다. 그리하여 마침내 세상과도 나와도 편해지는 일이다. 이 책에는 이러한 삶의 지혜가 듬뿍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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