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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다이스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임희근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일반적으로 낙원을 의미하는 단어 ‘파라다이스’를 소재로 만들어진 작품을 살펴보면 인간의 무모한 욕심과 욕망을 질타하고 현재 저질러지는 잘잘못을 일깨우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파라다이스 1(2010.3.22. 열린책들)》을 보면서 이 또한 지금까지 내가 접했던 작품들과 비슷한 내용이 아닐까, 짐작했더랬다. 그런데 정말 깜짝 놀라고 말았다. 《파라다이스 1》에는 내가 전혀 상상하지도 못했고, 짐작하지도 못한 이야기가 담겨 있더란 말이다. 아니, 어떤 의미에서는 비슷하다고 볼 수도 있겠다. 현재 상황을 고려한다면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을 법한 이야기들을 연출하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계속 자연의 흐름을 인위적으로 조작하고, 인간의 가장 근원적인 감정인 부끄러움을 상실해 간다면 언젠가는 작가가 상상하는 소설 속 미래가 우리 앞에 펼쳐지는 건 아닌지 걱정될 정도다.
《파라다이스 1》은 자동차와 오토바이 운전 금지, 흡연 금지, 전기 사용 금지 등 현재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주목받는 석유로 움직이는 모든 물체의 이용이 금지당하는 미래의 어느 세계에서 환경파괴범은 교수형에 처해진다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임으로 인류 멸종 위기에 다다른 인류가 새로운 방식으로 종족을 유지해 나가는 이야기와 과거의 모든 것을 금지당한 미래의 어느 세계에서 허락되는 단 한 가지 영화와 관련된 이야기를 보여주기도 한다. 또한 많은 사람들에게 존경받는 텔레비전 유명 사회자가 밤에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하는 이야기, 한 지방 신문 기자가 살인사건을 취재하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한다. 모든 이야기의 공통점은 기상천외하다는 점,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아닌 그 누군가 상상이라도 해 보았을 리 없는 기발한 이야기들이다.
그러나 작가는 머리말에서 이 이야기들이 모두 인류의 ‘있을 법한 미래’에 관한 전망이자 ‘있을 법한 과거’라고 말한다.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작가의 이 말에 충분히 공감하게 되었다. 환경을 오염시키는 자들을 교수형에 처하고, 인간이 꽃처럼 번식하고, 사람은 과거를 모조리 잊어야만 하는 시대가 혹시 일어날지도 모르지 않는가. 미래는 우리가 전혀 예상하지 못할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니 말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특유의 상상력으로 유명한 작가라고 한다. 나는 이 책 《파라다이스 1》이 그의 작품 중에서는 읽은 유일한 책이라서 작가에 대한 평가를 단정 짓기 어렵다. 하지만 그의 대단한 상상력은 《파라다이스 1》가 처음은 아닐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의 작품들이 더 궁금해졌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외국 작가로 선정된 적도 있다는 그의 또 다른 작품들과도 빨리 만나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