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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사랑한다는 건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은행나무 / 201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난해하다」라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뜻을 이해하기 어렵다’와 ‘풀거나 해결하기 어렵다’는 뜻풀이가 눈에 들어온다. 나는 보통 인문서적을 읽고 또 읽어도 어떤 의미인지를 알 수 없을 때 그리고 프랑스 영화를 본 후 아무런 느낌이 없을 때 이 ‘난해하다’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그리고 또 어떻게 사용할 수 있을까. 지금 나는 이렇게 쓰고 싶다. 책 제목을 인용해서 ‘너를 사랑한다는 건 난해한 일이다’라고. 다시 말해 너를 사랑한다는 건 풀거나 해결하기 어려운 일이란 것이다. 즉 그만큼 사람이 다른 사람을 완벽하게 알고 이해하는 건 어렵다는 의미다. 그래서일까,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알랭 드 보통의 소설 《너를 사랑한다는 건(2011.1.20. 은행나무)》은 정말 난해했다. 알랭 드 보통의 작품은 첫 도전이었는데 사각 링 안에서 ‘난해’라는 단어에 흠씬 두들겨 맞은 뒤 녹다운 당한 기분이다.
《너를 사랑한다는 건》은 여섯 달을 함께 보낸 여자가 “너를 파악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어”라고 시작하는 이별 편지를 보내 온 이야기를 꺼내는 것으로 출발한다. 나르시시스트, 이기주의자 등 온갖 비난을 받은 ‘나’는 속죄의 의미로 스스로 전기를 써보기로 한다. 몇 주 전부터 만나기 시작한 이사벨 로저스를 주인공으로 말이다. 그리고 이전의 실수를 답습하지 않기 위해 이번에는 이사벨에 대해 모든 걸 알겠다고 다짐하며 그녀를 탐구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사랑한다는 건 아니 상대방을 이해한다는 건 그 혹은 그녀에 대해서 많은 걸 안다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인가보다. ‘나’는 이사벨의 성장과정, 성격, 지금까지 사귀었던 남자친구 등 사소한 것에까지 모든 것을 알아내지만 또 다시 연인으로부터 “너는 늘 너 자신만 생각해”라는 말을 듣게 되니 말이다.
사람이 다른 사람을 완벽하게 알고 이해하는 일이 과연 가능할까? 가능하다고 말하는 이도 있겠지만 나는 그 반대 입장이다. 반대 입장에 있는 이들의 말을 들어보면 살아온 환경이 다르고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에 완벽하게 이해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한다. 또한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몸에 익히게 되는 습관이 다르고 사랑하고 이별하는 과정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나의 생각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이해라는 단어보다 짐작이라는 단어를 더 좋아한다.
《너를 사랑한다는 건》은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와 〈우리는 사랑일까〉에 이은 ‘사랑과 인간관계 3부작’ 소설의 완결편이다. 다른 두 작품을 읽지 못했기 때문에 어떤 내용인지 궁금해진다. 한편으로는 또 어떤 놈에게 흠씬 두들겨 맞게 되는 건 아닌지 무서워지기도 한다. 그런데 《너를 사랑한다는 건》이 〈키스하기 전에 우리가 하는 말들〉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바가 있다고 한다. 책장을 살펴보니 있다! <키스하기 전에 우리가 하는 말들〉이라는 제목의 책이! 이런, 낭패가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