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공부지능 - 3세부터 13세 부모가 꼭 알아야 할 공부 잘하는 머리의 비밀
민성원 지음 / 다산지식하우스(다산북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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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딸은 6살이다. '엄마'라는 말 한마디 들었을 때의 신기함, 기어만 다니던 아이가 걷고 뛰며 다닐 때의 놀람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건강하게만 자라라면서 함께 지냈었다. 사람이 얼마나 간사한지, 이제는 엄마, 아빠라고 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되었고, 자신의 생각을 말로 하고 글자를 하나 하나 써야 칭찬을 하기 시작했다. 다른 아이들은 한글도 영어도 배우는데 우리 딸은 뒤쳐지는 것이 아닌지 벌써부터 조금씩 걱정하기 시작하였다. 인터넷으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걱정이 더 커진다. 이것 저것 다양한 정보들이 오히려 선택을 어렵게 만들었고 갈피를 잡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처럼 초보 엄마인 사람들에게는 누구나 공감할만한 이야기일 것이다. 이런 고민을 해결해 줄 책이 서점에 떴다. 민성원 저자의 <아이의 공부지능>이다. 





 저자는 EBS <육아학교>의 공식 멘토이자, 교육 관련 방송을 10년 넘게 한 전문가이다. 저자의 이름을 건 민성원 연구소를 만들어 지능검사로 아이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한 후, 그에 맞게 지도하는 수업을 직접 진행하기도 하는 교육 심리학자이기도 하다. 이렇게 교육의 전문가가 강조하는 것은 바로 '공부지능'이다. 공부지능은 말 그대로 공부의 개념과 IQ의 개념을 융합한 새로운 개념이다. 종종 엄마들이 말하기를 "우리 애는 머리는 좋은데, 공부를 왜 이렇게 못하는지..."라는 말을 많이 한다. 꼭 IQ가 높다고 해서 공부를 잘하는 것은 아니다.


공부지능 = IQ + EQ + α


 그렇다면 민성원 저자가 말하는 공부지능은 무엇일까? 공부지능은 공부를 잘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요인들을 합한 것이다. 공부지능에는 우선 IQ가 높으면 유리할 수 있다. 암기력, 어휘력, 연산력, 공간지각력, 논리력, 추론력이 필요하고, 빠른 처리속도도 요구되는데 이는 IQ와 관련된 능력들이기 때문이다. IQ와 더불어 공부지능을 이끄는 능력은 EQ이다. 공부를 잘하려면 심리적, 정서적 안정이 중요하다. 자신과 타인의 정서를 처리하는 능력이기에 자신을 이해하고 긍정적인 마인드를 잃지 않기 위해서는 중요하기에 공부지능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한다. IQ는 유전적으로 선천적인 것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EQ는 환경에 따라, 부모의 역할에 따라 변화할 수 있기 때문에 이 책을 읽으며 배워야 할 점이 많았다. 부가요소에는 집중력과 창의력이 있는데 집중력은 IQ와 EQ 모두 관련된 부분이고, 창의력은 습득한 지식을 활용하는 방법을 말한다. 이러한 IQ, EQ, 집중력, 창의력이 모두 골고루 발달한 아이들이 공부지능이 높은 것이다. 


 공부지능은 다양한 요인들이 합쳐져 있다. 여러가지 요인 중에서도 저자가 특히 강조하는 것은 '가정환경'과 '부모의 역할'이다. 이 두 요소는 공부지능을 좌우하는 많은 요인들을 기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후천적으로 변화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공부지능 개발의 4단계 : 발견 → 반복 → 강화 → 실현


 공부지능의 첫 단계는 강점 지능을 강화하고 약점 지능을 보완하는 빠른 발견에서 시작된다. 발견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은데 여기에서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한다. 발견을 하려면 다양한 자극이 필요한데, 다양한 자극 방법에는 책 읽기, 장난감, 그림그리기, 피아노 건반 두드리기 등이 있다. 

다양한 자극과 더불어 발달에 중요한 것이 반복이다. 여기서 반복은 무조건적인 반복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최대의 성과를 내기 위해 특별히 설계된 신중하게 계획된 연습을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서 반복 수준을 찾아 내는 것이 부모 역할의 핵심이다. 

 참을 수 있을 만큼 난이도를 높여가며 반복을 하는데 중요한 것은 포기하지 않게 하고, 도전하게 만드는 강화이다. 그리고 결과에 대한 피드백이 필요하다. 

 의욕의 스위치를 켜주면 '실현'이 된다에서 요코미네 교육법을 소개하였다. 할 수 있는 일은 재미있고, 재미있으니 연습하고, 연습하면 잘하게 되고, 잘하게 되면 더 좋아하게 되고 도 도전하며 앞에서 말한 아이의 공부지능 개발 단계들과 유사하다. 아이들에게 어린 나이에서부터 삭막한 경쟁의식을 심어주기 싫어해 종종 막는다. 하지만 아이들은 경쟁 조차도 순수하다. 아이들에게 관심을 받고, 욕구가 상승하기 때문이다. 


아이의 공부지능 개발은 부모 교육에서부터...

 

 아이의 공부지능에서 중요한 것은 부모의 역할이다. 단계 단계마다 아이들이 어떻게 해야 한다라는 말은 나오지 않는다. 부모가 아이의 강점을 발견해야 하고, 반복 수준을 찾아내야 하고, 피드백을 주어야 하는 부모의 역할이 큼을 다시 느낄 수 있었다.부모의 강한 교육 의지는 첫째로 가장 중요하다. 또, 부모는 유전적인 요인에서 아이에게 영향을 끼칠 뿐만 아니라 환경적인 요인에서도 큰 영향을 준다. 공부지능에서 중요한 요인 중 하나인 EQ는 부모의 영향이 강력하다. 아이의 EQ를 키우기 위한 3가지 습관에는 기다리는 습관, 감사하는 습관, 경청하는 습관을 길러주는 것이다. 기다리는 습관을 통해 자기 조절 능력을 키울 수 있고, 감사하는 습관을 통해 긍정적인 마인드를 들일 수 있고, 경청하는 습관을 통해 원만한 대인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습관을 들이기 위해서는 부모가 앞에서 먼저 본보기를 보여야 한다.

 

 <아이의 공부지능>은 공부지능을 연구하는 학문서가 아니라 엄마들의 고민을 해결해주는 실전서이다. 공부지능을 개발하기 위해 많은 교육을 하라는 말보다는 먼저 부모가 아이의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고 이야기 하고 있다. 아이의 이 시기는 지나가면 다시 오지 않는다. 그때 그때 발전할 수 있는 적기를 발견하고 부모가 실천할 수 있는 방안을 이야기 해 주어 유익한 책이었다. 다양한 정보로 흔들리고 있는 나에게 다시 한 번 부모로서의 나를 되돌아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앞으로 중요한 시기의 교육의 길을 바로 잡아 주는 안내서가 되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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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저넌에게 꽃을
대니얼 키스 지음, 구자언 옮김 / 황금부엉이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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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어쩌다 어른 크로스에서 유발 하라리 작가가 나왔다. 그는 '인간'이라는 주제로 과거, 현재, 미래의 시점에서 의사결정하는 과정의 변천사를 말했다. 그의 강연을 들어보며 과거에서 현재 그리고 미래로 갈수록 인간은 똑똑해졌고, 합리적으로 결정하고 변했다. 하지만 과거보다 현재가 그리고 미래가 더 행복하다는 보장은 없었다. 유발하라리 작가는 이러한 현상을 이렇게 말했다. 


"인간은 권력을 습득하는 데에 많은 능력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권력을 행복으로 전환하는 능력은 그렇게 많지 않았습니다."


이 강연을 듣고 대니얼 키스의 <앨저넌에게 꽃을>이라는 책을 읽으니 유발 하라리 작가가 말한 것은 오늘날의 문제만이 아님을 깨달을 수 있었다. <앨저넌에게 꽃을>이라는 책은 1959년 2차 세계대전 이후 생의학이 발전하던 시기에 쓰여진 과학소설이다. '뇌수술을 받아서 똑똑해진다면 어떻게 될까?'라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어릴 때 앓은 병으로 지능이 낮지만 똑똑해지고 싶은 동기가 강한 찰리 고든은 가족에게 버림받은 채 빵집에서 일하게 된다. 하루는 니머 교수의 권유로 주변 사람들에게는 비밀로 한 채 지능을 높일 수 있는 뇌수술을 받는다.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고 학습능력과 사고력이 엄청난 속도로 향상된다. 그리고 그는 어떻게 되었을까?


지능의 차이가 만드는 장벽의 반대편


"분노와 의심이 내 주위의 세상을 향한 첫 반응이었던 것이다." p95


찰리 고든이 똑똑해졌음은 책장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 이 책은 그가 쓴 일기같은 경과보고서가 날짜 순서대로 진행된다. 그래서 마치 찰리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것 같다. 앞부분은 유치원생 일기처럼 소리나는 대로 맞춤법이 전혀 맞지 않은 형태였지만 수술을 받고 사전을 찾아보며 글자를 배우며 일기를 쓴 후부터는 성인의 모습이었다. 이런 모습만을 보았을 때는 사회에 잘 적응하며 정상적인 사람처럼 잘 살 수 있을 것이라 생각을 했다.


찰리 고든은 똑똑해진다면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사랑할 수 있다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에게 처한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마치 아담과 하와가 선악과를 먹은 것처럼 부끄러웠고, 사람들이 웃는 것이 비웃음임을 깨닫게 되었다. 그는 눈이 밝아져 몰랐던 것을 보게 되었고, 알아듣지 못해 그냥 지나쳤던 것들도 이제는 모두 알아듣고 상처를 입게 되었다. 그래서 분노하였고, 모든 것들을 의심을 하기 시작하였다.


뇌수술을 받기 전에는 따뜻하고, 솔직하고, 다정해서 주변에서 좋아했지만 똑똑해진 찰리를 사람들은 변했다고 느끼며 오히려 피하기 시작하였다. 열심히 일하던 빵집에서도 주변 사람들의 시기와 질투로 쫓겨났다. 잠시 사랑이라고 느꼈던 여자에서도 위축되게 만든다며 그를 밀어냈다. 

지능이 낮다고 차별을 받았던 장벽을 뚫고 그 반대편으로 나아가보니 찰리는 오히려 역차별을 받았고 더 외로웠다. 


찰리 고든을 연구하는 과정은 마치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 같았다. 기억이 난 것, 꿈을 꾼 것들을 경과 보고서에 적으며 모든 요소들을 무시하지 않고 하나 하나 분석하였다. 잠재의식 속의 기억들을 의식으로 끌어올린 것이다. 


"지나간 과거의 그림자가 나의 다리를 붙잡고, 나를 끌어내린다"


찰리 고든이 기억력이 향상 되어서 힘들게 한 것은 또 하나 있었다. 바로 과거의 기억이다. 어렸을 때 엄마에게 학대와 같은 교육을 받으며 현재의 그의 상태가 왜 그런지 이해하게 된 것이다. 바로 트라우마이다. 여자를 똑바로 잘 보지 못하는 것도 성에 대한 수치심이 드는 것도 모두 엄마의 강압적인 교육때문이었다. 

남들보다 조금 뒤쳐지는 지능을 보통사람처럼 보이기 위해 강압이 엄마에게는 사랑의 매였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똑똑함을 위한 폭력성은 오히려 아들을 벌벌 떨게 만들었고 성인이 된 이후에도 잊지 못하고 마음 한구석의 상처가 되었다. 이러한 방식은 찰리 고든에게 뿐만 아니라 엄마 자신에게도 마음 속 병이 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머리 속을 채우는 지식을 주기 보다는 가슴을 내주며 따뜻한 진솔함을 마음 속에 채워주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직관을 믿어야만 한다.


서두에서 말한 어쩌다 어른 크로스 유발하라리 강연과 대니얼 키스의 <앨저넌에게 꽃을> 소설에서 모두 말하는 것이 있다. 행복은 마음 속으로 자신이 옳다고 느껴지는 것을 하라는 것이다. 다른 새로운 지식을 아는 것이 똑똑한 것이 아닌 나를 온전히 알고 나를 이해하는 것이 행복의 시작임을 일깨워 주었다.

 IQ의 숫자, 똑똑한 인공지능이 행복한 길을 말해주지는 않는다. 찰리 고든이 수술 전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다고 생각한 마음, "동기부여"는 바로 마음가는 것을 지키고 마음 가는 대로 행하는 것이다. 주변 사람들이 나를 비웃을 때 화내지 않고 웃게 내버려둔다면 더 많은 친구를 사귈 수 있을 거라는 그의 마지막 메시지에 뭉클하면서 그가 나에게 주는 행복해질 수 있는 꽃 한 송이 같았다. 대니얼 키스의 이 소설은 수십년 만에 다시 세상에 나와 너무 똑똑해져서 불행해진 한국 사회에 행복의 꽃을 놓아주고 싶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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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기억은 어디로 갔을까 - 알츠하이머병 엄마와 함께한 딸의 기록
낸시 에이버리 데포 지음, 이현주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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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회복지사 공부로 데이케어센터에서 실습을 하고 있다. 데이케어센터는 노인성 질환을 가진 어르신들을 주간 보호해 드리는 곳이다. 내가 실습하고 있는 곳은 80% 이상이 치매 어르신이다. 그래서 치매에 대해서 공부하고, 몸으로 부딪혀 보다가 우연히 이 책을 만났다. <엄마의 기억은 어디로 갔을까> 알츠하이머병 엄마와 함께한 딸 낸시 에이버리 데포의 가감없는 기록이다. 저자의 기록은 알츠하이머 환자 가족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현장에서 배운 내용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고 이와 더불어 가족의 느낌도 함께 있어 위안이 되기도 한다. 


알츠하이머병, 치매는 어떤 병인가?

 알츠하이머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다양한 소재로 사용되었다. 공통적인 특징이 '기억을 하지 못해 주변 사람들을 알아보지 못한다'는 것이다. 현재 여기가 어디인지 모른채 과거에 머물러 있는 기억장애라고만 생각한다. 하지만 알츠하이머병의 초기는 기억을 잃어버리는 것이 아니다. 원래 할 수 있었던 것들을 하나 하나씩 어려워 지고, 감정의 변화가 커진다. 시나브로... 그래서 환자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가까운 가족들도 초기에 발견하기 어렵다. 늙었다는 포장지에 가려진 채 말이다.


우리는 알츠하이머병이 벌어진 상처나 갑작스런 체중 감소, 탈모 같이 증상이 눈앞에 뚜렷하게 나타나는 뇌장애 같은 것이 아님을 서서히 알게 되었다. 설상가상으로 이 병은 점진적으로 정신을 빼앗아가고 단계별로 뉴런을 파괴하고 그 자체로서 정신의 정상적인 반응까지도 빼앗아가는 병이다. (p63)


눈앞에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타인이 알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알고 난 후에도 어려움은 마찬가지이다. 저자의 아버지처럼 병을 숨기기 때문이다. 


이 병의 이상한 점은 이렇게 무언가를 분리시켜 놓은 듯한 행동이나 상황을 곧바로 알아차리지 못한다는 것, 혹은 그 기이한 경험에 대처한 적절한 방법을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p43)


모르기 때문에 그냥 작은 실수를 '노령'이라는 가면으로 포장했다. 그리고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보호하려고 한다. 또 서로를 보호하기 위해 주변 사람들은 변화된 환자의 모습의 상처를 받는다. 도움이 필요한 순간에도 숨겨왔던 것들이 있기 때문에 선뜻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못한다. 상처의 골이 깊어져 알츠하이머 환자를 케어하기 점점 어려워 진다.


알츠하이머 환자를 존경심을 갖고 품위있게 대하라.


알츠하이머 환자를 케어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인정'이다. 환자가 틀린 것을 이야기 할 때 가르치고 아니라고 싸우곤 한다. 책에서도 낸시의 엄마의 집은 학교가 되었고, 욕조는 변기가 되었다. 가족이 종종 도둑으로 오인하기도 했다. 이럴 때 감정적으로 싸우고 다투기 보다는 그냥 환자 현재 상태를 인정해 주어야 한다. 환자를 교육시키는 일보다는 환자가 편안함을 느끼게 만드는 일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기억 뿐만 아니라 기분의 변화도 심하고 의심도 점점 많아지기 때문에 알츠하이머 환자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편안함이다. 하지만 이를 다 맞추기란 사실 어려워 마음이 다치고 몸이 지치는 것 같다. 


사랑에는 기억마저도 필요하지 않다.

<엄마의 기억은 어디로 갔을까>는 엄마의 기억들이 지워져 가고, 기능들을 잃어가는 과정들을 세세하게 잘 정리하였다. 과정의 순서에 맞게 정확하게 나열하기 보다는, 스토리의 감정적인 울림을 찾아내어 깊숙한 내면과 표면을 이야기로 엮어냈다. 어쩌면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엄마와의 순간들이 엄마가 남긴 마지막 유산이 아니었을까? 엄마가 기억을 잃는 다고 해서 사랑은 끝나지 않는다. "사랑에는 기억마저도 필요하지 않다."(p238)

저자는 이런 순간들을 시에 감정의 핵심을 담아 먼저 쓰고 시의 내용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사실들을 밝혀 나갔다. 저자는 이를 통해 엄마의 병에 대한 감정들을 정면으로 맞서지 않고 모순적으로 치료의 힘을 얻을 수 있었다고 했다. 엄마가 일부러 그렇게 만든 것은 아니지만, 힘든 상황을 글로 표현하며 치유의 힘을 겪게 한 것은 작가로써 엄청난 성장의 계기였고, 엄마의 마지막 가르침이었다고 생각이 든다.


치매라고 하면 사회에서는 쉬쉬하는 분위기에서 우리는 잘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치매를 암보다 더 두려워하지만, 사실 치매 하나로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은 드물다. 치매 환자의 현재 상태를 인정하고 잘 케어한다면 더 행복한 결말을 맞이할지도 모른다. 

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치매와 같은 노인성 질환을 앓는 환자들은 더 많아지고 있다. 그들을 피할 수 없다면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즐겁게 나아가야 한다. 그래서 이 책은 시행착오를 줄여 행복한 노령사회를 준비하는데 꼭 필요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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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주도
박흥석.안학훈.이형석 지음 / 하다(HadA)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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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비즈니스맨들은 힘들다. 낮에는 서류 준비, 영업 준비 및 미팅하느라 바쁘고, 저녁에는 술대접에 진정한(?) 미팅에 바쁘다. 역사는 밤에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술자리에서 영업은 성사되기도 하고, 망하기도 한다. 우리나라만의 특수성인줄 알았는데 이 책을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국가별 전문위원들이 함께 자신의 기업의 해외진출을 상담하고 지원하는 일을 주로 했던 저자는 자연스럽게 여러 국가에서 술 한잔 기울이는 날을 만나면서 이 책을 집필하기 시작했다고 하니 말이다.


 [성공주도]는 실제 해외 비즈니스 현장에서 겪은 술과 관련된 에피소드를 보여주면서, 다양한 국가의 술문화를 이해하고자 한다. 술은 단지 사람이 인사불성하게 만드는, 독약물질이 아니다. 사람과 사람의 감성 매개체이다. 더 긍정적인 활력소로 만들기 위해서는 나라마다의 술 문화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당연히 괜찮다고 생각한 문화가 다른 국가에서는 이상한 일이 될 수도 있고, 술 이외에도 살사 댄스와 같은 문화를 배워야 하는 나라도 있었다. [성공주도]는 술과 세상을 연결해보고자 나왔다. 

 술에 취해 이 책을 기획하고, 마지막 제목 정하는 장면도 술자리라니 재미있었다. 단지 술자리가 허언과 게임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다음 날 술에 깨서도 그 술자리를 기억하고 수행해야 하는 비즈니스맨들의 내공을 다시 한 번 엿볼 수 있었다.  

 이 책은 목차부터 재미있다. 주전팔기(동북아), 주마고우(동남아), 주경야주(유럽), 주기만성(미주), 오매주망(러시아권) 고사성어에 술주(酒)자를 넣어 재미있게 표현했다. 단순히 웃자고 표현한 것이 아니라, 그 지역의 특색을 잘 설명했다. 그래서 더 재미있으면서 콕콕 박힌다.

 술문화와 더불어 '유식혜 과장의 꼼꼼노트'는 그 나라의 문화, 인사법, 복장, 식사예절 등을 체크해준다. 또, 소갈량 과장의 잡학사전은 나라마다의 술에 관한 속담이나 재미있는 유머들을 모아 놓아서 가끔 술자리에서 써먹어도 웃음 포인트가 될 것 같다. 
[성공주도]는 세계 각국에서 움직이는 비즈니스맨뿐만 아니라 세계 여행을 하거나 다양한 국가의 친구들을 사귀고 싶은 지구인들에게 훌륭하면서 재미있는 참고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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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립 - 2022 학교도서관저널 추천도서 에프 영 어덜트 컬렉션
웬들린 밴 드라닌 지음, 김율희 옮김 / F(에프)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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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도 이렇게 풋풋함을 풍기던 시절이 있었던가? 이미 추억 어느 구석에 넣어 놓아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 추억상자를 다시 꺼내보게 만드는 책 한권을 만났다. <플립> 얼마 전 7년만에 우리나라에도 개봉한 영화이기도 하다. 북유럽에서는 흥행하지 않아, 우리나라에는 정식으로 개봉조차 하지 않았는데 많은 영화인들의 이야기에서 회자되면서 7년만에 극장에서 보게 되었고 흥행 성적도 좋았다. 자극적이고 피투성이 공포물이 있어야 할 자리를 빼앗은 것은 첫사랑 바이블 영화 '플립' 이었다. 나는 영화 대신 책과 만났다. 종이책의 특유한 냄새와 함께 몰입해서 볼 수 있는 소설이었다. 


Flip : 획 뒤집히다


"브라이스를 처음 만난 날, 나는 사랑에 푹 빠지고 말았다."


 <플립>의 시작은 줄리가 브라이스를 보자마자 눈이 뒤집히며 사랑에 빠진 것에서 출발을 한다. 브라이스의 눈에는 그녀의 그런 모습이 이상했고, 제발 나를 좀 내버려 두었으면 소원이 없겠다고 한탄했다. 그냥 귀찮은 존재였다. 이들의 상황이 점점 뒤집혀 가는 과정을 아름답지만 때론 상처 입고 또 치유되는 과정 과정이 이 책을 만든다.


"그림은 부분을 합친 것 이상이란다." -p48

"적절한 조명이 가장 중요하단다."


 과정과 과정 사이에는 어른들과의 소통이 브라이스와 줄리를 성장시켰다. 어른들은 아이들이 작다고 무시하지 않았고, 한 순간에 사랑에 빠진 줄리를 인정하고 관심을 가졌다. 겉모습만 보고 브라이스에게 빠진 줄리에게 아버지는 전체 풍경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같이 대화를 통해 철학적인 가르침을 주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 이야기를 할 때는 말의 뜻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어른들의 말 한마디를 이해하면서 행복함을 느낄 수 있었고 브라이스와 줄리를 한 점으로 모아 주었다.


"줄리가 좋았다. 

 줄리는 볼 때마다 더 아름다워 지는 것 같았다." - p244


 누르고 있던 자기 자신조차 모르고 있던 줄리에 대한 감정이 한 순간에 터졌다.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인정하니 행복하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줄리는 처음 브라이스를 볼 때처럼 획 뒤집혀있지 않았다. 오히려 확 돌아가 버렸다. 브라이스는 어떻게 하면 다시 자신에게 돌아올 지 궁리하던 끝에 줄리를 위한 나무를 심으며 진짜 대화를 시작하려고 한다. 적절한 조명 아래에서...


 영화도 그런지는 모르지만, 책만의 큰 특징은 구성도 '플립구성'이다. 브라이스가 말하고 같은 상황을 줄리가 말하면서 남자와 여자의 생각 차이를 재미있게 말하며 중간에 상대방이 모르는 미묘한 감정선까지 세세하게 말해준다. 어렸을 때 가끔 쓰던 커플 일기장을 중간에서 훔쳐본 느낌이었다. 풋풋함과 설렘, 따스함이 종이책의 냄새와 잘 어우러진다. 


 처음에는 브라이스와 줄리의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재미있었다. 또 한번 읽어보니 나의 시선이 할아버지와 줄리 아버지에게 갔다. 주옥같은 명문장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 브라이스와 줄리처럼 한 층 성장하는 독자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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