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기억은 어디로 갔을까 - 알츠하이머병 엄마와 함께한 딸의 기록
낸시 에이버리 데포 지음, 이현주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7년 7월
평점 :
절판


요즘 사회복지사 공부로 데이케어센터에서 실습을 하고 있다. 데이케어센터는 노인성 질환을 가진 어르신들을 주간 보호해 드리는 곳이다. 내가 실습하고 있는 곳은 80% 이상이 치매 어르신이다. 그래서 치매에 대해서 공부하고, 몸으로 부딪혀 보다가 우연히 이 책을 만났다. <엄마의 기억은 어디로 갔을까> 알츠하이머병 엄마와 함께한 딸 낸시 에이버리 데포의 가감없는 기록이다. 저자의 기록은 알츠하이머 환자 가족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현장에서 배운 내용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고 이와 더불어 가족의 느낌도 함께 있어 위안이 되기도 한다. 


알츠하이머병, 치매는 어떤 병인가?

 알츠하이머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다양한 소재로 사용되었다. 공통적인 특징이 '기억을 하지 못해 주변 사람들을 알아보지 못한다'는 것이다. 현재 여기가 어디인지 모른채 과거에 머물러 있는 기억장애라고만 생각한다. 하지만 알츠하이머병의 초기는 기억을 잃어버리는 것이 아니다. 원래 할 수 있었던 것들을 하나 하나씩 어려워 지고, 감정의 변화가 커진다. 시나브로... 그래서 환자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가까운 가족들도 초기에 발견하기 어렵다. 늙었다는 포장지에 가려진 채 말이다.


우리는 알츠하이머병이 벌어진 상처나 갑작스런 체중 감소, 탈모 같이 증상이 눈앞에 뚜렷하게 나타나는 뇌장애 같은 것이 아님을 서서히 알게 되었다. 설상가상으로 이 병은 점진적으로 정신을 빼앗아가고 단계별로 뉴런을 파괴하고 그 자체로서 정신의 정상적인 반응까지도 빼앗아가는 병이다. (p63)


눈앞에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타인이 알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알고 난 후에도 어려움은 마찬가지이다. 저자의 아버지처럼 병을 숨기기 때문이다. 


이 병의 이상한 점은 이렇게 무언가를 분리시켜 놓은 듯한 행동이나 상황을 곧바로 알아차리지 못한다는 것, 혹은 그 기이한 경험에 대처한 적절한 방법을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p43)


모르기 때문에 그냥 작은 실수를 '노령'이라는 가면으로 포장했다. 그리고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보호하려고 한다. 또 서로를 보호하기 위해 주변 사람들은 변화된 환자의 모습의 상처를 받는다. 도움이 필요한 순간에도 숨겨왔던 것들이 있기 때문에 선뜻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못한다. 상처의 골이 깊어져 알츠하이머 환자를 케어하기 점점 어려워 진다.


알츠하이머 환자를 존경심을 갖고 품위있게 대하라.


알츠하이머 환자를 케어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인정'이다. 환자가 틀린 것을 이야기 할 때 가르치고 아니라고 싸우곤 한다. 책에서도 낸시의 엄마의 집은 학교가 되었고, 욕조는 변기가 되었다. 가족이 종종 도둑으로 오인하기도 했다. 이럴 때 감정적으로 싸우고 다투기 보다는 그냥 환자 현재 상태를 인정해 주어야 한다. 환자를 교육시키는 일보다는 환자가 편안함을 느끼게 만드는 일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기억 뿐만 아니라 기분의 변화도 심하고 의심도 점점 많아지기 때문에 알츠하이머 환자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편안함이다. 하지만 이를 다 맞추기란 사실 어려워 마음이 다치고 몸이 지치는 것 같다. 


사랑에는 기억마저도 필요하지 않다.

<엄마의 기억은 어디로 갔을까>는 엄마의 기억들이 지워져 가고, 기능들을 잃어가는 과정들을 세세하게 잘 정리하였다. 과정의 순서에 맞게 정확하게 나열하기 보다는, 스토리의 감정적인 울림을 찾아내어 깊숙한 내면과 표면을 이야기로 엮어냈다. 어쩌면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엄마와의 순간들이 엄마가 남긴 마지막 유산이 아니었을까? 엄마가 기억을 잃는 다고 해서 사랑은 끝나지 않는다. "사랑에는 기억마저도 필요하지 않다."(p238)

저자는 이런 순간들을 시에 감정의 핵심을 담아 먼저 쓰고 시의 내용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사실들을 밝혀 나갔다. 저자는 이를 통해 엄마의 병에 대한 감정들을 정면으로 맞서지 않고 모순적으로 치료의 힘을 얻을 수 있었다고 했다. 엄마가 일부러 그렇게 만든 것은 아니지만, 힘든 상황을 글로 표현하며 치유의 힘을 겪게 한 것은 작가로써 엄청난 성장의 계기였고, 엄마의 마지막 가르침이었다고 생각이 든다.


치매라고 하면 사회에서는 쉬쉬하는 분위기에서 우리는 잘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치매를 암보다 더 두려워하지만, 사실 치매 하나로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은 드물다. 치매 환자의 현재 상태를 인정하고 잘 케어한다면 더 행복한 결말을 맞이할지도 모른다. 

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치매와 같은 노인성 질환을 앓는 환자들은 더 많아지고 있다. 그들을 피할 수 없다면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즐겁게 나아가야 한다. 그래서 이 책은 시행착오를 줄여 행복한 노령사회를 준비하는데 꼭 필요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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