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사람들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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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랜만에 책을 펼친 것 같다. 한창 책을 읽었을 때는 일주일에 두 세권씩 읽었었는데 지금은 이런 저런 핑계로 책을 점점 멀리하게 되었다. 이런저런 핑계에도 나를 다시 책속으로 끌어들인 책이 한 권 있다. 바로 프레드릭 배크만의 소설 

<불안한 사람들>이다.



내가 프레드릭 배크만의 소설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의 문장이다. 유머러스하면서도 뼈가 있지만 기분이 나쁘지가 않다. 소설인데돋 불구하고 문장 한줄 한줄을 줄치면서 읽게 된다. 개인적으로 좋았던 문장이 있던 곳의 페이지를 살짝 접어 놓는데, 프레드릭 배크만의 소설은 특별하지 않았던 곳을 표시해 두어야 할 정도로 그의 문장이 너무 좋다. <오베라는 남자>, <베어타운> 을 이은 <불안한 사람들> 모두 배크만스러운 문장들로 가득했다. 그래서 그런지 400페이지가 넘는 책임에도 불구하고 긴장감을 놓지 않고 빠져들게 만든다.


"이건 여러 가지에 대한 이야기지만 무엇보다 바보들에 대한 이야기다." p15


<불안한 사람들>에서는 다양한 등장인물들이 나온다그들은 하나같이 어엿한 어른이지만 불안의 요소들이 하나씩은 있는 어른인 척하는 어른들이다불안의 이유도 다양하고 이상하지만나를 포함한 모든 독자들은 그들을 욕할 수는 없을 것이다누구나 가지고 있는 불안들이기 때문이다좋은 부모가 되지 못할까봐뛰어난 배우자가 되지 못할까봐.....실체를 드러내지 못하는 불안감들을 내가 직면할 수 없는 불안한 나의 모습들을 작가는 하나씩 끄집어내며 안아주고 이해해준다그리고 좋은 사람이 되라고 이야기해준다당신의 삶이 내 삶에 어떤 영향을 받는지반대로 내 삶이 당신의 삶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모르고 지내기에...... "기회가 생길때마다 어떻게든 도우면 돼."

 

 

"딱 하나의 지독하게 한심한 발상그것만 있으면 된다." - p17이 로 소설을 이끌어간다한심한 발상새해를 이틀 앞두고 조용하고 평화로운 작은 도시에 은행강도 사건이 발생한다그리고 오픈하우스에서 벌어지는 인질극이 시작된다. 6천 5백 크로나(한화 88만원)을 요구하는 어설픈 범인범인에게는 크게 관심이 없는 인질들그리고 범인보다 더 어설픈 부자경찰의 이야기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추리를 하게 되는데 가장 큰 방애물은 틀에 박힌 고정관념이다그렇다여기에서 말하는 한심한 발상은 내가 당연하다고 믿는 생각과 사회적 통념을 당연하지 않다고 믿는 생각이다.

 

"이건 은행강도아파트 오픈하우스인질극에 대한 이야기다하지만 그보다는 바보들에 대한 이야기에 더 가깝다하지만 그게 다는 아닐 수도 있다."

 

이 소설을 끝까지 다 읽고 다시 표지를 보면 이 표지가 얼마나 특별한지 느낄 수 있다토끼탈불꽃놀이피자오픈하우스전단지, ...... 이 소설의 재미있는 요소들을 넣어 만든 표지라니 알고 보면 재미있는 표지이다표지를 보고 다시 책을 열어보게 만드는 책. <불안한 사람들>

 

프레드릭 배크만은 나를 배신하지 않았다코로나 시대 불안하고 우울한 시대에 따뜻함과 훈훈함을 마음속에 선물하며 나와 내 주변을 안을 수 있도록하는 책이다.

 

"그럼에도 우리 대다수는 타인으로 남고 서로에게 무엇을 하는지당신의 사람이 내 삶에 어떤 영향을 받는지 모르고 지낸다.

어쩌면 우리는 오늘 인파 속에서 허둥지둥 엇갈려 지나갔지만 서로 알아차리지 못했고당신이 입은 외투의 실오라기가 내가 입은 외투의 실오라기를 스친 순간 서로 멀어졌을지 모른다.." -p4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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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 필요한 순간 - 삶의 의미를 되찾는 10가지 생각
스벤 브링크만 지음, 강경이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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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의 꿈은 '행복한 사람'이었다. 행복이 무엇이다라는 정의도 없는 채 그냥 행복하게 살고 싶었다. 나이가 들수록 행복하기 위해서는 성공해야 된다는 생각이 마구 커졌다. 행복해지기 위해서 대학교도 좋은 곳에 가야 하고, 취업도 대기업에만 해야 성공하고 행복해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 이렇게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내 모습은 대기업도 그리 좋은 학벌도 없다. 그냥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사는 것인지, 죽음을 향해 보내고 있는 것인지 모르는 방황하는 모습일 뿐이다. 스벤 브링크만의 <철학이 필요한 순간>의 책은 이런 나에게 한 문장으로 다가왔다. 


"행복은 쾌락이 아니라 의미 있는 삶에서 나온다."


​어쩌면 나는 소극적 허무주의에 빠져있는지도 모른다. 공부해서 성공해서 행복할꺼야라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핸드폰 게임을 하며 점수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세상 필요없다는 철학 책을 읽으며 이 밤을 보내고 있으니 괴리가 너무 커 마음이 복잡하다. 이런 모습이 쓸모있는 것이냐며 머리는 외친다. 1분 1초를 어떻게 하면 효율성 있게, 쓸모있게 보낼 수 있을까? 치열하게 하루하루 살면 쓸모있는 것일까? 저자는 요즘 세상이 도구화된 사회라고 한다. 그 목적이 돈일수도 있고 성공일수도 있다. 하지만 아리스토텔레스는 사람들이 말하는 목적있는 행동 보다는 쓸모없는 것을 하라고 말한다. 쓸모없는 것은 우리가 다른 것을 성취하기 위한 도구나 수단으로서가 아니라 그 자체를 위해 하는 일이다. 그런 일들이야 말로 우리가 살아가면서 놓치지 말아야 할 중요한것들이라고 말한다. "쓸모없음이야 말고 최고의 선이다!" 

좀더 정확하게 말하면 그 자체로 목적이면서 선한 것을 하라고 말한다. 선하다는 이유 그 자체로 선을 좋아하는 법을 배우라고 말한다. 사실 이 부분은 깊게 들어갈수록 어렵고 돌고 도는 것 같았다. 나는 철학자가 아니기에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다. 쓸모없는 짓을 하며 말이다.


칸트의 한 문장은 소름 돋을 정도로 무서워 잊혀지지 않는다. "가격을 지닌 것은 언제든 다른 것으로 대체된다." 어쩌면 요즘 시대에 맞는 문장이 아닐까? 연봉이라는 일의 가격이 점점 로봇과 같은 기계로 대체되고 있다. 최저임금이 늘면서 자영없자들은 직원보다는 자판기같은 기계를 통해 직원의 수를 줄여나가는 기업의 모습. 투자 대비 수익을 많이 내야 하는 기업의 모습이다. 동등한 가격, 더 저렴한 가격으로 대체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그 다음 문장이 또 있다. "반면에 모든 가격을 뛰어넘어 다른 것으로 대체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존엄성을 지닌다." 돈이라는 수단으로 모든 가치를 평가할 때 가격만 있고 존엄성은 없지만, 취향 저격, 순전한 재미, 활기찬 상상력, 열정, 유머 이런 것들은 내적 가치를 지닌 그 자체의 목적이다. '존엄성' 엄청 신성하면서도 어려운 단어이지만 삶을 살아가는데에 있어서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관점 중 하나라고 강하게 말한다. 나 자신을 도구화, 현금화하지 않고 나 자체의 목적.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수단과 목적을 두는 것이 아닌 관계 그 자체의 목적. 의미 있는 삶은 오직 우리가 그 자체로 가치를 가진 활동에 참여할 때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철학이 필요한 순간> 흔들리고 있는 이 때에 다시 굳게 설 수 있는 뿌리를 제공해준 것 같아 고마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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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쓸모 - 자유롭고 떳떳한 삶을 위한 22가지 통찰
최태성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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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최태성 선생님을 처음 만난 것은 공무원 한국사 공부를 한 때였다. 비록 공무원이 되지는 못했지만, 큰별쌤 최태성 선생님을 만나서 공부도 재미있게 할 수 있었고, 나의 삶을 되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가는 방향을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래서 이 책이 나오기 전부터 선생님의 책이 출판된다는 소식이 얼마나 기대했는지 모른다. 선생님의 강의를 들으면서 학창시절 끊임없이 외우기만을 반복하며 괴로워하던 국사와 근현대사 과목이 피부로 와닿기 시작했다. 역사는 단순히 암기과목이 아니라 그 시대 사람들을 눈여겨보고 왜 그렇게 살 수밖에 없었는지 이해하는 것이라는 말씀이 잊혀지지 않는다. 항상 공부를 제일 열심히 하는 국사의 첫 시간인 선사시대, 최태성 선생님을 만나기 전까지는 왜 선사시대를 배워야 하는지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사람을 만나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다시 책을 들여다보니 동굴에 살며 하루하루 사냥과 채집으로 이동생활을 하는 구석기인들을 만날 수 있었고, 유물들을 볼 때에도 지금처럼 과학이 발전하지는 않았지만 시대의 지혜를 엿볼 수 있었다. 최태성 선생님의 <역사의 쓸모> 책은 앞만보고 달려가는 현대인들에게 왜 역사가 쓸데있는 것인지 알려주고 과거의 시간여행을 통해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함께 고민해보는 책이다.

"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

선생님의 강의를 듣다가 무언가에 맞은듯한 느낌이 든 적이 있었다. 국사에서 근현대사로 넘어가는 그 강의였다. <역사의 쓸모> 책에서도 그 내용이 있어 몇 년전 그 느낌을 다시 떠올릴 수 있었다.

 

'개항기에는 신분해방을, 일제강점기에는 조국 해방을,

현대에는 빈곤해방을 위해 노력했다고요.

다음 세대에 더 좋은 세상을 물려주겠다는 꿈을 꾸고

 시대의 과제를 해결했던 그들 덕분에

우리는 정말 많은 선물을 받았습니다. (p223)'


자신의 지위를 모두 버렸지만 삼일천하로 끝나버린 갑신정변의 이야기들은 10년 후 동학농민운동을 통해 끊임없이 신분해방을 외쳤다. 모든 사건들이 실패라고 생각될 수도 있지만 계란으로 바위를 쳐 바위에 자국을 내듯 우리는 꿈을 이룰 수 있었다. 일제강점기는 조국 해방을 위해 만세운동과 더불어 곳곳에서 광복을 꿈꾸며 끊임없이 노력했다. 내가 일제강점기에 살았다면 저렇게 할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싸우고 또 싸웠다. 가장 가까운 역사인 현대사에서는 짧은 역사이지만 많은 꿈들이 실현된 시기이다. 빈곤해방, 우리 손으로 직접 대통령을 뽑을 수 있는 민주주의의 실현. 짧지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피가 있었는지 역사를 암기가 아닌 희망의 메시지로 읽는다면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시간을 다음 세대가 어떻게 바라볼지 겁부터 났다. 나는 다음 세대에, 아니 내 딸에게 어떤 시대를 물려주어야 할까? 당신의 꿈, 이 시대의 희망은 무엇인가? 나보다 먼저 이 땅을 지나간 사람들의 작품에 나는 어떤 것을 더해야 할까? 나에게 하는 이런 질문들이 나의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고민하게 했다.


'우리가 공부하는 건 역사지만 결국은 사람을, 인생을 공부하는 것.(p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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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 불확실한 삶을 돌파하는 50가지 생각 도구
야마구치 슈 지음, 김윤경 옮김 / 다산초당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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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자 3대를 못간다'는 말이 있다. 회사를 처음 일구는 사람들에게는 어떻게 이 회사를 이끌 것인지 그들만의 철학과 노력 그리고 그들의 땀이 있다. 하지만 그들의 3세들은 이미 태어날 때부터 가족들이 일구어 놓은 것들이 갖추어져 있었고, 미래도 어느정도 정해져 있다. 그리고 이미 세상이 브랜드의 빛으로 3세들 또한 떠받치고 있기에 철학을 생각할 겨를이 없다. 3세들을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야마구치 슈의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에서의 프롤로그에서 나오는 위험한 존재가 현대 사회의 3대들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교양없는 전문가야말로 우리의 문명을 가장 위협하는 존재다." - 프롤로그 중


철학을 배우지 않고 사회적 지위만 얻으면 문명을 위협하는 존재, '위험한 존재'가 된다고 지적한다. 다. '부자 3대를 못간다'는 말을 이어가지 않기 위해서는 가업을 이어가는 과정에서 돈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가업의 가치가 무엇인지, 어떻게 살아 나아가야 하는지 험난한 사회에 내보내기 전에 철학이라는 무기를 지어주어야 할 것이다.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야마구치 슈의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라는 책은 옥스퍼드 대학교의 PPE과정같다. PPE 과정은 철학, 정치학, 경제학의 융합과정이다. 철학을 필두로 세상이 돌아가고 있는 현상을 볼 수 있는 통찰력과 비판적인 시각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철학'이라는 말을 들으면 어려운 용어와 구시대적인 발상이라고 머리아파하고 힘들어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사실 알고보면 과거의 모든 시대를 이미 아우른 증명된 이론이자 정치학, 경제학의 필두이다. 이 책에서는 철학의 실용을 앞세워 철학의 역사보다도 사람과 사회를 중심으로 현실에 쓸모있는 철학을 앞세워 50가지 생각의 도구들을 논한다. 야마구치 슈가 말한 철학적 사고법의 4가지 핵심 요소를 통해 이 책을 정리하고자 한다.


1. 예리하게 상황을 파악하는 통찰력


 철학을 통해 현재의 상황을 돌아보고자 한다면 이 책읠 3장을 먼저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비록 한국 작가가 아닌 일본 작가가 쓴 세상이야기이지만 꼭 일본에만 적용되지 않음을 알 수 있다.특히 가장 눈에 띠는 것은 공정한 세상의 가설, 소외, 그리고 격차였다. 공정한 세상은 요즘 사람들이 가장 원하는 키워드이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꾸준히 성실하게 노력하면 보상받을 거라는 믿음. 세상은 공정해야 함을 강조한다. 정의에 관한 심리학 연구의 선구자 멜빈 러너도 공정한 세상 가설을 믿는 사람은, 이 세상은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이 보상을 받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벌을 받게 되어 있다고 처음 제창한 사람이다. 하지만 실증 연구에서는 부정되고 있으며 노력의 누적량과 성과의 관계는 해당 경기나 종목에 따라 달라진다고 밝혀졌다. 공정함의 역을 생각한다면 더 약자들을 소외시킬 수 있다. 성공한 사람을 성공할 만큼 노력을 해 왔다면 무언가 불행한 상황에 처한 사람은 그런 일을 당할만한 원인이 당사자에게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기 때문이다. '공정성이 정말 로 좋은것인가'라는 의문을 다시 한 번 품게 된 계기가 있다. 2000년도 전에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에서의 문구 때문이다.


"결국 사람은 시대와 장소, 연배, 세상의 평가 등 여러 면에서 자신과 비슷한 사람에게 질투를 느낀다." 


작가는 일본의 역사에서 비추어 이야기 했지만 나는 이 책을 읽으면 우리나라의 근현대사를 생각하게 되었다. 조선 후기 신분 차별 제도는 철폐되었고,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에 우리는 민주주의 사회를 실현했다. 하지만 차벼로가 격차는 근절되지 않고 있고, 오히려 조선시대보다 더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작가는 이러한 상황을 '기회가 공평하게 주어졌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지금도 기회는 공평하지는 않지만 사회적 신분의 차이가 가시적으로 정해져 있었던 시절에는 하위층에 속해 있는 개인은 상위층에 있는 사람들과 비교하지 않았기 때문에 애초에 비교할 일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사회적 제로서의 신분 차별이 없어지면서 표면상으로는 누구나 자신과 비슷한 환경과 능력을 갖추고 있다. 그런 환경 속에서 누군가는 상위층에 속해 있고, 누군가는 그런 입장에 설 수 없다는 것이 공평성이 저해 되어 있음으로 연결이 된다. 즉, 차별이나 격차는 우리의 생각과는 정반대로 '동질성'이 높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격차나 차별로 인한 질투의 감정은 사회와 조직의 동질성이 높아질수록 오히려 구성원에게는 상처를 준다. 알렉시 드 토크빌의 <미국의 민주주의>에서는 이렇게 비판한다.


"평등이 커지면 커질수록 항상 평등의 욕구가 더욱 크고 끊임없이 계속되는 것"


 요즘 사람들이 원하는 '공정하고 공평한 평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일이다. 조직과 사회가 공정하고 공평하다면 그중에서도 하위층에 위치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도망칠 길이 없다. 그리고 그들을 더더욱 시스템으로 그들을 소외시킬 것이다. 소외감에 휩싸인 자기 자신또한 방어할 능력조차 사라지게 된다. 공정과 공평이 정말로 이상적이고 절대적인 선인지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2. 변화를 위한 비판적인 사고 


 사회는 구성원들이 순응하기를 원한다. 사회를 이끌어나가는 사람들이 무난하게 통치하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에서 보면 반론의 자유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 한다. 


"자신의 의견에 반박하고 반증할 자유를 완전히 인정해 주는 것이야 말로 자신의 의견이 자신의 행동 지침으로서 옳다고 내세울 수 있는 절대적인 조건이다." 


"어떤 사람의 판단을 정말로 신뢰할 수 있는 경우, 그 사람이 신뢰를 받게 된 것은 자신의 읜경과 행동에 대한 비판을 거리낌 없이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피그스만 침공사건, 워터게이트 사건, 베트남 전쟁 등 고학력 엘리트가 모여 극히 어리석은 결정을 한 다수의 사례들을 보면 개개인의 지적 수준이 높아도 동질성이 높은 사람이 모이면 의사 결정의 질이 현저히 저하된다는 점을 볼 수 있다. 또한 비판적인 사고를 하지 않으면 평범하다고 생각한 우리도 누군가에게는 악의없이 악인이 될 수 있다. 한나 아렌트는 나치 독일이 유대인 학살 계획을 꾸밀 때에도 유대인 학살 계획을 지휘하던 최고 권위자 아이히만의 재판을 통해 악의 평범성을 이야기했다. 아렌트는 아이히만이 유대 민족에 대한 증오나 유럽 대륙에 대한 공격심이 아니라, 그저 단순히 출세하기 위해서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고자 그 무서운 범죄를 저지른 경위를 방청하고 나서 이렇게 말한다.


"악이란 시스템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나는 이 이야기를 보며 우리나라의 일제 강점기 시대를 다시 들여다 보았다. 친일공직자, 친일 경찰들을 보면 조선인에 대한 공격심보다도 단순히 출세하기 위해 시키는대로,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고 행한 것이다. 영화 암살에서 이정재가 맡은 염석진의 마지막 대사를 보면 이렇게 말한다. "몰랐으니까. 해방될 줄 몰랐으니까. 알면 그랬겠나?" 

 이런 역사적 답습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현행 제도를 부여된 대로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어떻게 잘해 나갈까에 집중하곤 한다. 다시 일제 강점기로 간다면 우리는 염석진처럼 친일하지 않을 수 있다고 누가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까?


 세상에 순응하며 시스템에 올라 열심히 일만 하는 한 사람으로써 나도 악마가 될 수 있다는 그 가능성 때문에 스스로 너무 두려웠다. 인간이 되느냐 악마가 되느냐는 시스템을 비판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능력에 달려 있다. (p104)


3. 정확한 어젠다 형성

여기에서 어젠다는 과제를 말한다. 과제를 정하는 일이 바로 혁신의 출발점이므로 상당히 중요하다. 작가가 경영인이다 보니 기업을 예를 들어 정확한 어젠다 형성의 중요성을 이야기했다. 대부분의 기업의 경우 과제가 제대로 설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혁신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러한 문제점이 과연 기업만의 문제만일까? 그렇지 않다. 개개인 각자에게도 어젠다가 필요하다. 매년 1월 1일 신년이 되면 계획을 세우는 것처럼 한해, 5년, 10년 장기적으로의 과제 형성이 필요하다. 하지만 나는 종종 너무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이러한 계획 자체가 의미 있나라는 생각이 든다. 인공지능으로 인해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바로 없어지지는 않을지 불안함의 연속이다. 


미국의 철학자이자 과학자인 토머스 쿤의 염려대로 과학 영역은 훨씬 폭넓은 범위에서 사용된다. 그는 과학의 진보는 간헐적인 혁명적 변화 즉 패러다임의 전환에 따른다고 주장했다. 요즘에는 이 패러다임이라는 말을 과학 분야 뿐만 아니라 급변하는 사회에서 많이 사용한다. 그래서 바로바로 급변할 것처럼 말하곤 한다. 하지만 쿤에 따르면 패러다임 전환은 그렇게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시간축을 길게 잡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다.


정확한 어젠다를 형성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 있을까? 다양한 것들을 제시하였지만 특히 눈에 띠었던 것은 소쉬르의 제안이었다. 언어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소쉬르는 역시 언어 시스템의 확장을 말한다. 그의 제안의 근거를 보면 우리의 세계 인식이 사용하고 있는 언어 시스템에 의해 다르게 규정되어 있다는 것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풍부한 어력이 세계를 분석적으로 파악하는 역량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소쉬르의 핵심은 두가지다. 우리는 자신이 사용하는 언어의 틀에 의해서만 세상을 파악할 수 있다. 그리고 한층 더 정밀하게, 세상의 현상과 이치를 파악하려 한다면, 언어의 한계를 인지하고 더 많은 언어, 즉 시니피앙을 조합함으로써 정밀하게 시니피에를 그려 내려 노력해야 한다.


4.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는 교훈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책에서 50가지의 생각 도구와 더불어 비극적인 역사를 살펴보았다. 특히 악의 평범함을 통해 지극히 평범한 사람도 어리석음을 통해 대학살을 일이킬 수 있음을 엿볼 수 있었다. 이런 역사적인 사건들을 통해 비슷한 한 시점에서 다른 선택을 해야 함을 느낄 수 있었다. 우에하라 센로쿠 교수의 가르침을 끝으로 이 긴 서평을 끝 맺으려고 한다.


'안다는 것은 대체 무엇인가'에 관해서도 교수님은 언젠가 '안다는 것은 그것에 의해 자신이 달라진다는 것이지요'라고 말씀 하셨다.  -p184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라는 책을 통해 변화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고, 나 자신을 조금이나마 바뀔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다른 사람들도 인생의 무기로 무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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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백하게 산다는 것 - 불필요한 감정에 의연해지는 삶의 태도
양창순 지음 / 다산북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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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전, <나는 까칠하게 살기로 했다>라는 거친 제목으로 사람들에게 건강한 까칠함을 알린 양창순 작가님. 이번에는 <담백하게 산다는 것>이라는 순한 제목으로 돌아왔다. 제목의 느낌을 정반대라고 생각될지 모르지만, 같은 문제의 해결 처방전이라는 것은 같다. "왜 내 삶은 내 맘대로 되지 않을까?" <나는 까칠하게 살기로 했다> 책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 '건강한 까칠함'이라는 처방전을 내렸다. '건강한 까칠함'은 두려움을 내려놓고, 나 자신의 솔직한 모습으로 상대방의 본심에 귀 기울이며 헤아려야 함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이번 책에서 작가는 어떤 처방전을 내려줄까?


처방전을 받기 전에, 지금의 나의 상태를 알아보아야 한다. <담백하게 산다는 것> 마지막 페이지에는 담백한 삶을 위한 마음 에너지 체크 리스트가 있다. 책의 순서에서는 마지막 페이지 이지만, 읽기 전에 나 자신을 돌아보기에 좋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나는 나름 비우면서 살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사실 그리 높은 점수는 나오지 않았다. 아직 담백한 삶을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가능한 담백하게 살아보기'

이번 책에서는 책 제목처럼 '가능한 담백하게 살아보기'를 처방한다. 이는 한마디로 덜 감정적으로, 덜 반응적으로 살아가자는 마음가짐이다. 사실 덜 감정적, 덜 반응적으로 살라는 이야기에 조금 화가났다. (이래서 많은 노력이 필요한가?) 감정과 반응은 살아있다는 증거가 아닌가? 감정을 덜하고 반응을 덜라는 이야기는 오히려 나를 감추라는 이야기처럼 들렸다. 이런 마음을 억누르고 다음 장을 넘겼다.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낳게 딱 필요한 만큼만 절제한다면 많은 부분이 심플해질 수 있다.'

책장을 넘길수록 작가가 말하는 의도를 하나 하나 짚어나갈 수 있었다. 처음에는 감정과 반응을 억제하라는 의미인 줄 알고 너그럽지 못했다. 하지만 작가는 나의 이런 태도를 예견이라고 한듯 실수와 단점에 여유러워지고, 너무 애쓰며 살아가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이 외에도 책장 하나 하나 넘길때마다 마음을 고요하게 만들고 모든 것을 초월한 듯하게 만드는 책이다. 


달고 짜고 매운 음식에 길들여져 절밥같이 담백한 음식은 조금 심심할 수 있다. 하지만 담백한 음식이야 말로 몸과 마음에 긴장감을 해소하며 평안함을 유지할 수 있다. "왜 내 삶은 내 마음대로 되지 않을까"라는 불편한 마음을 내려놓고 천천히 심호흡을 하면서 현재 내게 일어난 일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나 자신의 반응을 조절하는 것. 이것이 담백한 삶을 느끼는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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