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저넌에게 꽃을
대니얼 키스 지음, 구자언 옮김 / 황금부엉이 / 201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지난 주 어쩌다 어른 크로스에서 유발 하라리 작가가 나왔다. 그는 '인간'이라는 주제로 과거, 현재, 미래의 시점에서 의사결정하는 과정의 변천사를 말했다. 그의 강연을 들어보며 과거에서 현재 그리고 미래로 갈수록 인간은 똑똑해졌고, 합리적으로 결정하고 변했다. 하지만 과거보다 현재가 그리고 미래가 더 행복하다는 보장은 없었다. 유발하라리 작가는 이러한 현상을 이렇게 말했다. 


"인간은 권력을 습득하는 데에 많은 능력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권력을 행복으로 전환하는 능력은 그렇게 많지 않았습니다."


이 강연을 듣고 대니얼 키스의 <앨저넌에게 꽃을>이라는 책을 읽으니 유발 하라리 작가가 말한 것은 오늘날의 문제만이 아님을 깨달을 수 있었다. <앨저넌에게 꽃을>이라는 책은 1959년 2차 세계대전 이후 생의학이 발전하던 시기에 쓰여진 과학소설이다. '뇌수술을 받아서 똑똑해진다면 어떻게 될까?'라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어릴 때 앓은 병으로 지능이 낮지만 똑똑해지고 싶은 동기가 강한 찰리 고든은 가족에게 버림받은 채 빵집에서 일하게 된다. 하루는 니머 교수의 권유로 주변 사람들에게는 비밀로 한 채 지능을 높일 수 있는 뇌수술을 받는다.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고 학습능력과 사고력이 엄청난 속도로 향상된다. 그리고 그는 어떻게 되었을까?


지능의 차이가 만드는 장벽의 반대편


"분노와 의심이 내 주위의 세상을 향한 첫 반응이었던 것이다." p95


찰리 고든이 똑똑해졌음은 책장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 이 책은 그가 쓴 일기같은 경과보고서가 날짜 순서대로 진행된다. 그래서 마치 찰리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것 같다. 앞부분은 유치원생 일기처럼 소리나는 대로 맞춤법이 전혀 맞지 않은 형태였지만 수술을 받고 사전을 찾아보며 글자를 배우며 일기를 쓴 후부터는 성인의 모습이었다. 이런 모습만을 보았을 때는 사회에 잘 적응하며 정상적인 사람처럼 잘 살 수 있을 것이라 생각을 했다.


찰리 고든은 똑똑해진다면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사랑할 수 있다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에게 처한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마치 아담과 하와가 선악과를 먹은 것처럼 부끄러웠고, 사람들이 웃는 것이 비웃음임을 깨닫게 되었다. 그는 눈이 밝아져 몰랐던 것을 보게 되었고, 알아듣지 못해 그냥 지나쳤던 것들도 이제는 모두 알아듣고 상처를 입게 되었다. 그래서 분노하였고, 모든 것들을 의심을 하기 시작하였다.


뇌수술을 받기 전에는 따뜻하고, 솔직하고, 다정해서 주변에서 좋아했지만 똑똑해진 찰리를 사람들은 변했다고 느끼며 오히려 피하기 시작하였다. 열심히 일하던 빵집에서도 주변 사람들의 시기와 질투로 쫓겨났다. 잠시 사랑이라고 느꼈던 여자에서도 위축되게 만든다며 그를 밀어냈다. 

지능이 낮다고 차별을 받았던 장벽을 뚫고 그 반대편으로 나아가보니 찰리는 오히려 역차별을 받았고 더 외로웠다. 


찰리 고든을 연구하는 과정은 마치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 같았다. 기억이 난 것, 꿈을 꾼 것들을 경과 보고서에 적으며 모든 요소들을 무시하지 않고 하나 하나 분석하였다. 잠재의식 속의 기억들을 의식으로 끌어올린 것이다. 


"지나간 과거의 그림자가 나의 다리를 붙잡고, 나를 끌어내린다"


찰리 고든이 기억력이 향상 되어서 힘들게 한 것은 또 하나 있었다. 바로 과거의 기억이다. 어렸을 때 엄마에게 학대와 같은 교육을 받으며 현재의 그의 상태가 왜 그런지 이해하게 된 것이다. 바로 트라우마이다. 여자를 똑바로 잘 보지 못하는 것도 성에 대한 수치심이 드는 것도 모두 엄마의 강압적인 교육때문이었다. 

남들보다 조금 뒤쳐지는 지능을 보통사람처럼 보이기 위해 강압이 엄마에게는 사랑의 매였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똑똑함을 위한 폭력성은 오히려 아들을 벌벌 떨게 만들었고 성인이 된 이후에도 잊지 못하고 마음 한구석의 상처가 되었다. 이러한 방식은 찰리 고든에게 뿐만 아니라 엄마 자신에게도 마음 속 병이 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머리 속을 채우는 지식을 주기 보다는 가슴을 내주며 따뜻한 진솔함을 마음 속에 채워주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직관을 믿어야만 한다.


서두에서 말한 어쩌다 어른 크로스 유발하라리 강연과 대니얼 키스의 <앨저넌에게 꽃을> 소설에서 모두 말하는 것이 있다. 행복은 마음 속으로 자신이 옳다고 느껴지는 것을 하라는 것이다. 다른 새로운 지식을 아는 것이 똑똑한 것이 아닌 나를 온전히 알고 나를 이해하는 것이 행복의 시작임을 일깨워 주었다.

 IQ의 숫자, 똑똑한 인공지능이 행복한 길을 말해주지는 않는다. 찰리 고든이 수술 전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다고 생각한 마음, "동기부여"는 바로 마음가는 것을 지키고 마음 가는 대로 행하는 것이다. 주변 사람들이 나를 비웃을 때 화내지 않고 웃게 내버려둔다면 더 많은 친구를 사귈 수 있을 거라는 그의 마지막 메시지에 뭉클하면서 그가 나에게 주는 행복해질 수 있는 꽃 한 송이 같았다. 대니얼 키스의 이 소설은 수십년 만에 다시 세상에 나와 너무 똑똑해져서 불행해진 한국 사회에 행복의 꽃을 놓아주고 싶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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