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이 필요한 순간 - 삶의 의미를 되찾는 10가지 생각
스벤 브링크만 지음, 강경이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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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의 꿈은 '행복한 사람'이었다. 행복이 무엇이다라는 정의도 없는 채 그냥 행복하게 살고 싶었다. 나이가 들수록 행복하기 위해서는 성공해야 된다는 생각이 마구 커졌다. 행복해지기 위해서 대학교도 좋은 곳에 가야 하고, 취업도 대기업에만 해야 성공하고 행복해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 이렇게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내 모습은 대기업도 그리 좋은 학벌도 없다. 그냥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사는 것인지, 죽음을 향해 보내고 있는 것인지 모르는 방황하는 모습일 뿐이다. 스벤 브링크만의 <철학이 필요한 순간>의 책은 이런 나에게 한 문장으로 다가왔다. 


"행복은 쾌락이 아니라 의미 있는 삶에서 나온다."


​어쩌면 나는 소극적 허무주의에 빠져있는지도 모른다. 공부해서 성공해서 행복할꺼야라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핸드폰 게임을 하며 점수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세상 필요없다는 철학 책을 읽으며 이 밤을 보내고 있으니 괴리가 너무 커 마음이 복잡하다. 이런 모습이 쓸모있는 것이냐며 머리는 외친다. 1분 1초를 어떻게 하면 효율성 있게, 쓸모있게 보낼 수 있을까? 치열하게 하루하루 살면 쓸모있는 것일까? 저자는 요즘 세상이 도구화된 사회라고 한다. 그 목적이 돈일수도 있고 성공일수도 있다. 하지만 아리스토텔레스는 사람들이 말하는 목적있는 행동 보다는 쓸모없는 것을 하라고 말한다. 쓸모없는 것은 우리가 다른 것을 성취하기 위한 도구나 수단으로서가 아니라 그 자체를 위해 하는 일이다. 그런 일들이야 말로 우리가 살아가면서 놓치지 말아야 할 중요한것들이라고 말한다. "쓸모없음이야 말고 최고의 선이다!" 

좀더 정확하게 말하면 그 자체로 목적이면서 선한 것을 하라고 말한다. 선하다는 이유 그 자체로 선을 좋아하는 법을 배우라고 말한다. 사실 이 부분은 깊게 들어갈수록 어렵고 돌고 도는 것 같았다. 나는 철학자가 아니기에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다. 쓸모없는 짓을 하며 말이다.


칸트의 한 문장은 소름 돋을 정도로 무서워 잊혀지지 않는다. "가격을 지닌 것은 언제든 다른 것으로 대체된다." 어쩌면 요즘 시대에 맞는 문장이 아닐까? 연봉이라는 일의 가격이 점점 로봇과 같은 기계로 대체되고 있다. 최저임금이 늘면서 자영없자들은 직원보다는 자판기같은 기계를 통해 직원의 수를 줄여나가는 기업의 모습. 투자 대비 수익을 많이 내야 하는 기업의 모습이다. 동등한 가격, 더 저렴한 가격으로 대체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그 다음 문장이 또 있다. "반면에 모든 가격을 뛰어넘어 다른 것으로 대체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존엄성을 지닌다." 돈이라는 수단으로 모든 가치를 평가할 때 가격만 있고 존엄성은 없지만, 취향 저격, 순전한 재미, 활기찬 상상력, 열정, 유머 이런 것들은 내적 가치를 지닌 그 자체의 목적이다. '존엄성' 엄청 신성하면서도 어려운 단어이지만 삶을 살아가는데에 있어서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관점 중 하나라고 강하게 말한다. 나 자신을 도구화, 현금화하지 않고 나 자체의 목적.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수단과 목적을 두는 것이 아닌 관계 그 자체의 목적. 의미 있는 삶은 오직 우리가 그 자체로 가치를 가진 활동에 참여할 때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철학이 필요한 순간> 흔들리고 있는 이 때에 다시 굳게 설 수 있는 뿌리를 제공해준 것 같아 고마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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