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 불확실한 삶을 돌파하는 50가지 생각 도구
야마구치 슈 지음, 김윤경 옮김 / 다산초당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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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자 3대를 못간다'는 말이 있다. 회사를 처음 일구는 사람들에게는 어떻게 이 회사를 이끌 것인지 그들만의 철학과 노력 그리고 그들의 땀이 있다. 하지만 그들의 3세들은 이미 태어날 때부터 가족들이 일구어 놓은 것들이 갖추어져 있었고, 미래도 어느정도 정해져 있다. 그리고 이미 세상이 브랜드의 빛으로 3세들 또한 떠받치고 있기에 철학을 생각할 겨를이 없다. 3세들을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야마구치 슈의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에서의 프롤로그에서 나오는 위험한 존재가 현대 사회의 3대들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교양없는 전문가야말로 우리의 문명을 가장 위협하는 존재다." - 프롤로그 중


철학을 배우지 않고 사회적 지위만 얻으면 문명을 위협하는 존재, '위험한 존재'가 된다고 지적한다. 다. '부자 3대를 못간다'는 말을 이어가지 않기 위해서는 가업을 이어가는 과정에서 돈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가업의 가치가 무엇인지, 어떻게 살아 나아가야 하는지 험난한 사회에 내보내기 전에 철학이라는 무기를 지어주어야 할 것이다.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야마구치 슈의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라는 책은 옥스퍼드 대학교의 PPE과정같다. PPE 과정은 철학, 정치학, 경제학의 융합과정이다. 철학을 필두로 세상이 돌아가고 있는 현상을 볼 수 있는 통찰력과 비판적인 시각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철학'이라는 말을 들으면 어려운 용어와 구시대적인 발상이라고 머리아파하고 힘들어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사실 알고보면 과거의 모든 시대를 이미 아우른 증명된 이론이자 정치학, 경제학의 필두이다. 이 책에서는 철학의 실용을 앞세워 철학의 역사보다도 사람과 사회를 중심으로 현실에 쓸모있는 철학을 앞세워 50가지 생각의 도구들을 논한다. 야마구치 슈가 말한 철학적 사고법의 4가지 핵심 요소를 통해 이 책을 정리하고자 한다.


1. 예리하게 상황을 파악하는 통찰력


 철학을 통해 현재의 상황을 돌아보고자 한다면 이 책읠 3장을 먼저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비록 한국 작가가 아닌 일본 작가가 쓴 세상이야기이지만 꼭 일본에만 적용되지 않음을 알 수 있다.특히 가장 눈에 띠는 것은 공정한 세상의 가설, 소외, 그리고 격차였다. 공정한 세상은 요즘 사람들이 가장 원하는 키워드이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꾸준히 성실하게 노력하면 보상받을 거라는 믿음. 세상은 공정해야 함을 강조한다. 정의에 관한 심리학 연구의 선구자 멜빈 러너도 공정한 세상 가설을 믿는 사람은, 이 세상은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이 보상을 받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벌을 받게 되어 있다고 처음 제창한 사람이다. 하지만 실증 연구에서는 부정되고 있으며 노력의 누적량과 성과의 관계는 해당 경기나 종목에 따라 달라진다고 밝혀졌다. 공정함의 역을 생각한다면 더 약자들을 소외시킬 수 있다. 성공한 사람을 성공할 만큼 노력을 해 왔다면 무언가 불행한 상황에 처한 사람은 그런 일을 당할만한 원인이 당사자에게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기 때문이다. '공정성이 정말 로 좋은것인가'라는 의문을 다시 한 번 품게 된 계기가 있다. 2000년도 전에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에서의 문구 때문이다.


"결국 사람은 시대와 장소, 연배, 세상의 평가 등 여러 면에서 자신과 비슷한 사람에게 질투를 느낀다." 


작가는 일본의 역사에서 비추어 이야기 했지만 나는 이 책을 읽으면 우리나라의 근현대사를 생각하게 되었다. 조선 후기 신분 차별 제도는 철폐되었고,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에 우리는 민주주의 사회를 실현했다. 하지만 차벼로가 격차는 근절되지 않고 있고, 오히려 조선시대보다 더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작가는 이러한 상황을 '기회가 공평하게 주어졌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지금도 기회는 공평하지는 않지만 사회적 신분의 차이가 가시적으로 정해져 있었던 시절에는 하위층에 속해 있는 개인은 상위층에 있는 사람들과 비교하지 않았기 때문에 애초에 비교할 일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사회적 제로서의 신분 차별이 없어지면서 표면상으로는 누구나 자신과 비슷한 환경과 능력을 갖추고 있다. 그런 환경 속에서 누군가는 상위층에 속해 있고, 누군가는 그런 입장에 설 수 없다는 것이 공평성이 저해 되어 있음으로 연결이 된다. 즉, 차별이나 격차는 우리의 생각과는 정반대로 '동질성'이 높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격차나 차별로 인한 질투의 감정은 사회와 조직의 동질성이 높아질수록 오히려 구성원에게는 상처를 준다. 알렉시 드 토크빌의 <미국의 민주주의>에서는 이렇게 비판한다.


"평등이 커지면 커질수록 항상 평등의 욕구가 더욱 크고 끊임없이 계속되는 것"


 요즘 사람들이 원하는 '공정하고 공평한 평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일이다. 조직과 사회가 공정하고 공평하다면 그중에서도 하위층에 위치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도망칠 길이 없다. 그리고 그들을 더더욱 시스템으로 그들을 소외시킬 것이다. 소외감에 휩싸인 자기 자신또한 방어할 능력조차 사라지게 된다. 공정과 공평이 정말로 이상적이고 절대적인 선인지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2. 변화를 위한 비판적인 사고 


 사회는 구성원들이 순응하기를 원한다. 사회를 이끌어나가는 사람들이 무난하게 통치하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에서 보면 반론의 자유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 한다. 


"자신의 의견에 반박하고 반증할 자유를 완전히 인정해 주는 것이야 말로 자신의 의견이 자신의 행동 지침으로서 옳다고 내세울 수 있는 절대적인 조건이다." 


"어떤 사람의 판단을 정말로 신뢰할 수 있는 경우, 그 사람이 신뢰를 받게 된 것은 자신의 읜경과 행동에 대한 비판을 거리낌 없이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피그스만 침공사건, 워터게이트 사건, 베트남 전쟁 등 고학력 엘리트가 모여 극히 어리석은 결정을 한 다수의 사례들을 보면 개개인의 지적 수준이 높아도 동질성이 높은 사람이 모이면 의사 결정의 질이 현저히 저하된다는 점을 볼 수 있다. 또한 비판적인 사고를 하지 않으면 평범하다고 생각한 우리도 누군가에게는 악의없이 악인이 될 수 있다. 한나 아렌트는 나치 독일이 유대인 학살 계획을 꾸밀 때에도 유대인 학살 계획을 지휘하던 최고 권위자 아이히만의 재판을 통해 악의 평범성을 이야기했다. 아렌트는 아이히만이 유대 민족에 대한 증오나 유럽 대륙에 대한 공격심이 아니라, 그저 단순히 출세하기 위해서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고자 그 무서운 범죄를 저지른 경위를 방청하고 나서 이렇게 말한다.


"악이란 시스템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나는 이 이야기를 보며 우리나라의 일제 강점기 시대를 다시 들여다 보았다. 친일공직자, 친일 경찰들을 보면 조선인에 대한 공격심보다도 단순히 출세하기 위해 시키는대로,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고 행한 것이다. 영화 암살에서 이정재가 맡은 염석진의 마지막 대사를 보면 이렇게 말한다. "몰랐으니까. 해방될 줄 몰랐으니까. 알면 그랬겠나?" 

 이런 역사적 답습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현행 제도를 부여된 대로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어떻게 잘해 나갈까에 집중하곤 한다. 다시 일제 강점기로 간다면 우리는 염석진처럼 친일하지 않을 수 있다고 누가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까?


 세상에 순응하며 시스템에 올라 열심히 일만 하는 한 사람으로써 나도 악마가 될 수 있다는 그 가능성 때문에 스스로 너무 두려웠다. 인간이 되느냐 악마가 되느냐는 시스템을 비판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능력에 달려 있다. (p104)


3. 정확한 어젠다 형성

여기에서 어젠다는 과제를 말한다. 과제를 정하는 일이 바로 혁신의 출발점이므로 상당히 중요하다. 작가가 경영인이다 보니 기업을 예를 들어 정확한 어젠다 형성의 중요성을 이야기했다. 대부분의 기업의 경우 과제가 제대로 설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혁신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러한 문제점이 과연 기업만의 문제만일까? 그렇지 않다. 개개인 각자에게도 어젠다가 필요하다. 매년 1월 1일 신년이 되면 계획을 세우는 것처럼 한해, 5년, 10년 장기적으로의 과제 형성이 필요하다. 하지만 나는 종종 너무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이러한 계획 자체가 의미 있나라는 생각이 든다. 인공지능으로 인해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바로 없어지지는 않을지 불안함의 연속이다. 


미국의 철학자이자 과학자인 토머스 쿤의 염려대로 과학 영역은 훨씬 폭넓은 범위에서 사용된다. 그는 과학의 진보는 간헐적인 혁명적 변화 즉 패러다임의 전환에 따른다고 주장했다. 요즘에는 이 패러다임이라는 말을 과학 분야 뿐만 아니라 급변하는 사회에서 많이 사용한다. 그래서 바로바로 급변할 것처럼 말하곤 한다. 하지만 쿤에 따르면 패러다임 전환은 그렇게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시간축을 길게 잡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다.


정확한 어젠다를 형성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 있을까? 다양한 것들을 제시하였지만 특히 눈에 띠었던 것은 소쉬르의 제안이었다. 언어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소쉬르는 역시 언어 시스템의 확장을 말한다. 그의 제안의 근거를 보면 우리의 세계 인식이 사용하고 있는 언어 시스템에 의해 다르게 규정되어 있다는 것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풍부한 어력이 세계를 분석적으로 파악하는 역량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소쉬르의 핵심은 두가지다. 우리는 자신이 사용하는 언어의 틀에 의해서만 세상을 파악할 수 있다. 그리고 한층 더 정밀하게, 세상의 현상과 이치를 파악하려 한다면, 언어의 한계를 인지하고 더 많은 언어, 즉 시니피앙을 조합함으로써 정밀하게 시니피에를 그려 내려 노력해야 한다.


4.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는 교훈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책에서 50가지의 생각 도구와 더불어 비극적인 역사를 살펴보았다. 특히 악의 평범함을 통해 지극히 평범한 사람도 어리석음을 통해 대학살을 일이킬 수 있음을 엿볼 수 있었다. 이런 역사적인 사건들을 통해 비슷한 한 시점에서 다른 선택을 해야 함을 느낄 수 있었다. 우에하라 센로쿠 교수의 가르침을 끝으로 이 긴 서평을 끝 맺으려고 한다.


'안다는 것은 대체 무엇인가'에 관해서도 교수님은 언젠가 '안다는 것은 그것에 의해 자신이 달라진다는 것이지요'라고 말씀 하셨다.  -p184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라는 책을 통해 변화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고, 나 자신을 조금이나마 바뀔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다른 사람들도 인생의 무기로 무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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