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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드 모파상 - 비곗덩어리 외 62편 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 9
기 드 모파상 지음, 최정수 옮김 / 현대문학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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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의 모든 단편이 10페이지 남짓한 짧은 분량이다. 그럼에도 그 속에 담긴 사람들의 이야기는 개인의 삶을 넘어 그 시대가 가지는 모순과 결핍을 깊이있게 고찰하고 있다. 단 한 편도 그 역할을 소홀이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경이로운 것은 기 드 모파상이 포착한 장면과 그려낸 이야기가 수십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의 대한민국 독자에게도 공간성과 시간성을 뛰어넘는 공감을 끌어내고 있다는 점이다. 위 아더 월드. 마치 요즘 인기리에 방영중인 '비정상회담'의 외국인들이 한국어로 제 나라의 문제점을 이야기하면서 결국 만국공통의 주제 아래 토론을 펼치듯, 기드모파상의 단편은 하나같이 인간 세상이 가지는 보편적인 갈등을 말하고 있다.

 

 그의 이야기는 그저 단편적인 사건이 아니라, 평범하지않은 인생을 살아온 한 인간 자체의 삶을 다루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 '비범함'은 비극과 닿아있어 한 편마다 그들의 기구한 삶에 마음이 쓰리게 된다. 하지만 그들의 삶은 그저 개인의 불행으로 치부할 수 없다. 기드 모파상은 이야기 안에 인물이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한 힌트를 곳곳에 배치한다. 그리고 힌트를 조합하여 만든 답은 결국 인간의 이기심이며, 인간의 이기심을 자극시킨 사회의 부조리다.   

 

 가장 대표적인 작품 '목걸이'는 그 대표성만큼 대단한 작품이다. 고전이라는 이유로 이미 반전의 지점을 다 알아버려 뒤통수를 때리는 충격은 받지 못했지만 덤덤하게 그의 문장을 읽어내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골이 얼얼했다. 자본주의가 낳은 허영심과 그 허영심을 수요로 삼아 탄생한 '짝퉁'. 진실된 제 모습보다는 겉을 치장하여 위상을 뽐내는 것에 급급했던 여자는 결국 진짜가 아닌 짝퉁 목걸이를 위해 인생의 밑바닥을 경험하게 된다. 간단한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것을 시사하고 비판한다. 대표작 <목걸이>가 가지는 시사성은 62편의 단편 모두에게 속해있다. 그래서인지 62편을 읽어내는 동안 뻗어난 가지들이 서로 얽혀 숨통이 조이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 가지들은 결코 긍정적이거나 희망을 향해 뻗어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의 단편집을 읽으며 흥미로웠던 것은 단편의 편수만큼이나 다양했던 시점이다. 전지적 작가 시점, 1인칭 주인공 시점, 1인칭 관찰자 시점, 3인칭 관찰자 시점 등등 국어시간에 배웠던 모든 시점의 예들이 줄줄이 이어져 읽는 즐거움을 더했다. 나는 <크리스마스 만찬>처럼 자신이 직접 겪은 일을 들려주는 단편도 좋았지만, 사건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는 독자와 동등한 위치의 화자가 등장할 수록 새롭게 느껴졌다. 간접적인 화자는 또 저마다의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했다. 다 화자가 단순히 이야기를 토스해주는 역할만 하여 짧은 페이지 안에서 시점에 변화를 준 <미망인>도 좋았고, 조카의 시점에서 가족들에게 외면받는 삼촌을 바라보던 <쥘 삼촌>도 좋았다.  

 

 은유는 작가가 만들어내는 하나의 기호라고 할 수 있다. 간혹 단편들은 그 은유성을 무기로, 고집스런 주관성을 개입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가끔은 어려운 시처럼 이해하기 어렵다. 나는 어려운 시도, 상대적으로 읽기 쉬운 시도 저마다의 역할이 있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한 번씩 난해할 수록 더욱더 은유적이고 예술적이라고 칭송받는 모습은 의아하긴 하지만, 그도 그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고는 생각한다. 기드 모파상의 단편은 읽기 매우 편하다. 문장도 어렵지않고, 인물들의 관계성 역시 복잡하지 않다. 이야기는 단순하고 전하고자 하는 주제의식도 분명하다. 그렇기때문에 바쁜 와중에도 틈틈이 한 편씩 읽어내기 쉬웠고, 좋았다. 책읽기를 꺼려하는 사람에게도 추천하기 쉬운 가독성 또한 그의 작품이 가지는 매력 중 하나다.

 

 기 드 모파상은 '선택과 집중'의 기능을 아주 잘 활용하는 사람이라 할 수 있다. 그가 바라보는 수많은 장면들 속에, 가장 상징적인 장면을 뽑아 간단하게 풀어낸다. 그리고 '선택과 집중'이 낳는 편협함은 63편이라는 방대한 개수로 시원하게 날려버린다. 한 편 한 편 읽을 때마다 그의 능력에 감탄하고, 또 이야기 자체에 빠지며, 그 이야기의 상징성을 머릿 속에서 풀어내다보면 무궁무진한 늪 속에 스며드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가 펼친 수많은 플롯과 메시지는 앞으로 다른 작품을 감상할 때나, 창작을 할 때에도 소중한 자양분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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