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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와 향수 - 걸작의 캔버스에 아로새긴 향기들
노인호 지음 / 아멜리에북스 / 2025년 6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았으나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사람이 가진 오감 중에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감각이라면 '시각'과 '후각' 이렇게 2가지가 아닐까. 나의 경우에는 후각에 조금 더 집중되어 있다 보니 향에 관련된 모든 것들에 관심이 많은 편인데 이번에 생각지 못한 조합으로 굉장히 흥미로운 주제의 책이 출간되어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내 최초의 향수 전문 매거진 「코파르팡」을 창간하고 다양한 미술관에서 향기를 접목한 작품 해설 콘텐츠를 기획하여 미술 전문 가이드로 활동한 경험을 바탕으로 저자는 「명화와 향수」을 통해 사람들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 명화들을 눈으로만 감상하는 것이 아닌 '후각'이라는 생각지 못한 감각을 더해 더욱 다채롭게 감상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한다.

'명화와 향수'라니. 흥미로운 조합이긴 하지만 과연 어떻게 명화와 향수를 잘 어우러지도록 소개할 수 있을까.. 머릿속에 의문을 가득 채운 채 궁금증과 호기심으로 책을 읽기 시작한 「명화와 향수」

「명화와 향수」는 각기 서로 다른 개성과 매력을 가진 18명의 화가들과 10종류의 향기(향료)를 향기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향의 종류는 애니멀릭, 플로럴, 우디, 그린/아로마틱, 시트러스/프루티, 몰트 이렇게 6가지 계열의 큰 챕터 아래 각 챕터별로 명화 하나와 향료 하나를 하나씩 번갈아가며 내용을 이어가는 형태로 내용이 구성되어 있다.
사실 처음에는 책을 휘리릭 넘겨서 봤을 때는 책에서 생각보다 많은 명화와 향기에 대해 다루고 있다 보니 전체적으로 내용이 짧아 아쉬운 느낌이 먼저 들었는데 하나하나의 내용을 읽다 보니 짧은 글이지만 화가에 대한 스토리와 그의 대표작에 대한 핵심 내용을 정리한 덕분에 알지 못했던 새로운 사실이라던가 몰랐던 멋진 작품을 알게 되었고 향기의 경우, 앞서 이야기한 명화가 바로 떠오를 정도로 잘 어울리는 향과 연결되어 명화에 대한 이미지가 기억 속에 더욱 선명하게 남을 수 있었다.



「명화와 향수」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명화와 향이 있다면, 르누아르의 <잔 사마리의 초상>과 '핑크퍼퓸'이라는 이름의 장미.
예전에 사용했던 향수인 '미스 디올 블루밍 부케'의 향기를 알고 있어서인지 몰라도 저자가 말하는 향이 어떤 뉘앙스를 가지고 있고 왜 그 향기가 초상화와 어울리는지 아주 명확하게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앞으로 향수 혹은 귀여운 핑크 장미를 본다면 자연스럽게 르누아르의 작품이 떠오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글과 사진만으로도 이렇게 강렬한 경험을 할 수 있었는데 직접 명화를 보면서 그에 어울리는 향을 맡아본다면 얼마나 멋지고 황홀한 경험일까! 저자가 기획했던 명화와 향수를 결합한 미술관 투어. 기회가 된다면 한 번쯤 꼭 경험해 보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위에서 얘기한 것처럼 책에서는 명화 다음에는 명화 혹은 화가를 통해 연상되는 향에 대한 내용이 이어진다. 시각적 이미지가 먼저 제공된 후 상상력을 더해줄 향에 대한 표현과 그 향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 소개한 덕분에 향기는 단순히 향이 좋다 나쁘다고 하는 기호의 대상에 그친 것이 아니라 명화를 새롭게 기억하는 방법인 동시에 오래오래 생동감 있게 기억할 수 있게 만들어주었다.
알지 못했던 멋진 작품을 알아가는 동시에 향에 대한 새로운 매력을 느낄 수 있게 해준 「명화와 향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