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배

1971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국제경제학과를졸업했으며, 《동아일보》 사회부와 경제부에서 기자로일했다. 네이버 금융서비스 팀장을 거쳐 <민중의소리>에서 11년간 경제 담당 기자로 활동했다. 현재는 경제콘텐츠를 쉽고 깊이 있게 풀어내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대중과 소통하는 경제 해설자로서 활동 폭을 넓히고 있다. 두 자녀를 사랑하는 평범한 아빠로서 아이들에게 좀 더 나은 세상, 좀 더 가치 있는 행복을 물려주고 싶다는 소박한 꿈을 갖고 있다.
지은 책으로 『나의 첫 주식 공부』, 『한국 재벌 흑역사시리즈, 시장의 빌런들』, 『경제 전쟁의 흑역사』, 『삶의무기가 되는 쓸모 있는 경제학』 등이 있다. - P-1

아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 P-1

물론 예외도 존재한다. 앞에서 언급한 스마일게이트, 홈플러스, 다이소의 경우 기업이 우월하지 못해 주식이 상장되지 않은 것이 아니다. 사실상 이들 회사는 기업 규모가 크고 튼튼해 상장 심사를 신청하기만 하면 통과할 확률이 매우 높다. 하지만 이들 세 기업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상장을 원하지 않았다. 정확한 이유는 그 회사의 주인만이 알 테지만, 어쨌건 충분히 자격을 갖췄으면서도 주식을 상장하지않는 예외적 기업들이 존재한다. -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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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리朴景利 (1926.12.2.2008.5.5.)

1926년 경남 통영에서 태어났다. 1955년 김동리의 추천을 받아 단편 「계산」으로 등단, 이후 표류도」(1959), 김약국의 딸들』(1962),
「시장과 전장』(1964), 「파시』(1964~1965) 등 사회와 현실을 꿰뚫어보는 비판적 시각이 강한 문제작을 잇달아 발표하면서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1969년 9월부터 대하소설 『토지』의 집필을 시작했으며 26년 만인1994년 8월 15일에 완성했다. 『토지』는 한말로부터 식민지 시대를 꿰뚫으며 민족사의 변전을 그리는 한국문학의 걸작으로 이소설을 통해 한국 문학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거장으로 우뚝 섰다.
2003년 장편소설 「나비야 청산가자』를 《현대문학>에 연재했으나건강상의 이유로 중단되며 미완으로 남았다. - P-1

너무나 많은 것을보았기 때문이다 - P-1

사람


홍수같이 눈물 쏟을 수 없는 일 아닌가
슬픔이 우주만 한들

떠들고 웃고 춤을 추어도
마냥 그럴 수만은 없지

강변에서 불덩이 같은 해가 솟고
또 쓸쓸히 달이 떠오르는데 - P-1

은빛 섬광으로 휘번득이며
고기가 노닐고
해초 나른하게 꿈꾸듯 춤추었다
환하게 드려다보이던 남쪽 바다
내가 태어난 항구 - P-1

사람이 살면 몇백 년을 살것는가! - P-1

잔디를 깎을까배추를 솎을까연못에 물을 대줄까패랭이꽃핀 뜰을 서성인다 - P-1

늙어도 봄은 못 견디게 하는 계절이다생각은 모두 다 달아나고육신이 밖으로 향해 줄달음치는 계절이다두릅은 엄지손가락만큼 자랐고골짜기에 달래는 무더기로 솟아나가늘고 보드라운 잎이 바람 따라 드러눕고미역취 곰치는 퉁겁게 땅 헤치며아아 산수유 개나리 진달래 이름 모를 꽃들산과 들에는 생명으로 가득 차니 - P-1

아아 생명의 찬란한 빛이여씨 뿌리는 봄의 정령들이여온통 세상은 축복이며 축제이다 - P-1

오늘까지 나는완벽한 것을 원해왔지만완벽한 것을 기대하지는 않았다 - P-1

문학은 꽃이 아니다오락가도 물론 아니다사탕발림의값싼 위안일 수도 없다 - P-1

모든 것은 지나가는 것이 인생이다원망도 한탄도 미움도 그리움도다 잊어라 - P-1

쥐어짠다고 기름이 나오나욕심부리고 분수 모르고잘 입고 잘 먹고 잘 놀고남의 호주머니 어떻게 털어낼까남에게는 국밥 한 그릇 베푼 일 없고선택받은 종족처럼 어깨 으쓱거리고그러다가 나보다 센 놈 있으면엎드려 기어가고나보다 돈 많이 가진 놈 있으면없는 아양 있는 아양 다 떨고감투라면 머리빡에 신짝 붙이고뒤질세라 달려가고풍문까지도 몸에 걸치고 어기적거리는 - P-1

너무나 많은 것을보았기 때문이다 - P-1

유한 속의 무한‘ - P-1

담배를 입에 물었다가옷깃을 잡아당겼다가일어섰다간 앉고드센 바람에 시달리는창밖의 나뭇잎처럼내 맘 스산하고갈피를 못 잡겠네 - P-1

현실이란 자갈을 물린다
현실은 내일을 희생해야 하는 것
현실은 체념이 숨어 있는 것
현실은 명확한 것
현실은 내일을 잡아먹는 것
현실은 꿈을 막는다
현실은 면죄부이기도 하다
현실은 만병통치약 - P-1

욕망


욕망같이 고독한 것이 어디 있을까욕망에는 사랑이 없다해서 육친도 배반한다무간지옥에서 먹어도 먹어도허기를 달랠 수 없는 것이 욕망이다 - P-1

너무나 많은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 P-1

세금이 배꼽보다 크고난방비 전기세도 만만찮지만내 노년은 넉넉하며 송구하다 - P-1

심장의 고통을 헤어본다숨 가쁘다 한숨으로 달랜다흐무러진 석축 위를내가 걸어가는 것이 보인다내 청춘이 걸어가고 있다 - P-1

세상에 강자는 없다 - P-1

창가에 앉아해지는 것을 보며 문득먹물 같은 안개가내 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느낀다황혼보다 한발 앞서서스며든다아득한 날들이소리 죽이며 다가온다그리고내 옆을 스쳐 지나간다한없이 지나간다-「어둠을 기다리며」 중에서 -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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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에는 능력주의의 실패에 분노하는 엘리트들, 다른 한편에는 능력주의에따라 희망이 없다며 절망하는 청년들, 그리고 점점 더 유치해지고 비겁해지면서자기도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초‘엘리트 관료 집단들. 교육에 대한 피해서사만 난무하는 가운데 공부는 무엇이어야 하는가? 이는 한국 사회의 현실을분석하는 것만이 아니라 하지현 선생과 나 모두에게 매우 절박한 질문이다.
공부가 무엇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 바로 우리 둘이 근거하고있는 진료실과 교실의 존재 의미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 책은 ‘우리‘가 왜존재해야 하고, 우리가 서 있는 교실은 어떤 곳이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찾기 위한 대화였다. 이를 위해 우리는 그들―때로는 학생, 때로는 청소년과청년, 때로는 환자의 모습으로-과 그들을 통해 한국 사회를 읽었다. 이것은오로지 교실과 진료실에서 그들을 더 의미 있게 만나기 위함이었다. 엄기호 - P-1

진짜 공부는 무엇일까. 공부가 우리에게 주려는 것은, 우리가 공부로 얻을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공부는 죽을 때까지 살아 있는 한 계속하는 것이다.
끝없는 호기심이 필요하고, 보이지 않는 축적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믿음도함께 해야 한다. 지금 뭐라도 되어가고 있고 어느새 꽤 단단해진다는 걸 언젠가깨달으리라 믿어야 한다. 의식하지 못한 사이에 사고 시스템의 핵심에 자리잡은 공부 담론을 한 번에 부정하고 곧바로 벗어나기란 어렵다. 이 담론이 이미촘촘하고 단단하게 개인과 사회 전체에 뿌리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문제를 인식하고 이해하고 조금씩 변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방향성이중요하기 때문이다. 다음 10년의 시작을 위해. 하지현 - P-1

교육부가 2018년에 도입 계획을 발표한 고교학점제는 학생이 진로와 적성에 따라선택한 과목에 따라 교실을 이동하며 수업을 듣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 제도는2020년 마이스터고, 2022년 특성화고에 이어 2025년 3월부터 전국 모든 고교1학년 과정에 전면 적용되었다. 입시 중심의 경직된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의 성장을도모하고, 보다 유연하고 개별화된 교육과 수평적 다양화를 지향하는 것이 핵심취지다. 고교학점제의 도입 이후 수도권과 비수도권 학교 간 교육 여건의 격차가드러나고, 진로가 뚜렷하지 않은 학생에게는 과목 선택 과정 자체가 부담이 될 수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 P-1

 한국의 학교는 등급제가 아니지만, 실제로는 학력에따라 학교가 서열화되어 있어요. 그러면서 학력 서열과계급이 밀접하게 맞물려 있다는 것도 특징입니다. 게다가지금 아이들 사이에서는 ‘학급‘이라는 개념도 별로 없어요. - P-1

학생들 말을 들어보면 소셜 믹싱, 그러니까 서로 다른배경의 사람들과의 만남을 처음 경험하는 곳이 군대라고하더라고요. - P-1

직업 윤리, 소명 의식보다는 노동이 단위 시간당어느 정도의 보상을 주는지가 중요해졌어요. ‘워라밸‘을중요하게 여기지요. 라이프 안에 워크가 있는 건데, 워크와라이프를 별개로 생각해요. 그러다 보니 제로섬 게임이되어서 일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손해 보는 삶을 살고 있다는단순한 산수를 하게 됩니다. 내 라이프가 갉아먹히고 있다고 느끼게 됩니다...ㅜㅜ - P-1

기호


바우만의 표현대로 한다면 이런 삶은 전형적으로
‘파편화된 삶‘입니다. 일하는 시간과 쉬는 시간이 딱 분리된삶이요. 앞서 말했듯이 생애사적 기획으로 노동을 통해서도
‘나‘를 실현시키고 통합해야 하는데, 일은 그냥 돈 버는수단이라고 생각하고 분리해버려요. 근대에는 이런 세태를불행이라고 정의했어요. 그런데 이제는 전혀 불행하다고느끼지 않아요. 이런 삶이 너무 당연하니까요. 행복하기위해서는 이 도구화된 직업, 도구화된 일에 들이는 시간을줄여야 하니까요. 일하는 시간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불행하다고 생각해요. 어떻게 보면 자본주의를 너무 잘 알고있는 것이지요. 직업을 통한 자아 실현이 판타지라는 걸너무 잘 알고 있어요. - P-1

현 경쟁에서 우위에 선 사람이 보이는 주된 감정이불안이라면, 열세에 있는 사람은 주로 열패감에서 비롯된분노를 가지고 있어요. 심각한 경쟁 세계에 있다 보면 한번의 실패를 곧 존재의 붕괴로 받아들이기 쉽습니다. 물론전혀 근거 없는 생각은 아니지만, 인생이라는 긴 경주에서보면 모든 실패가 반드시 치명적인 건 아니에요. 그런데자신을 실패자로 규정하면 다시 시도할 용기조차 잃어버릴수 있어요. 그런 선택은 안타까워요. 실패가 그다음을가능하게 하고, 발전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걸 깨닫기가참 어려운 상황이에요. - P-1

기호실패해도 된다는 말이 지금 너무 여기저기서 상투적으로쓰는 알리바이가 되어버렸습니다. 많은 학교들이 요즘
‘실패‘를 교과 과정 안에 끌어들이려 하고 있어요.
「모멸감]‘을 쓴 김찬호 교수가 이야기한 것인데, 이 방식을먼저 시도한 곳 중 하나가 카이스트예요. - P-1

이런 점에서 학생들에게 호불호가 극도로 나뉘는 수업은성공적인 수업이라고 봐야 해요. 도전적인 성향의 학생은강의 평가 점수를 후하게 주고, 낯설고 불편한 수업 방식에초점을 맞춘 학생은 점수를 아주 박하게 주니까요. 그런데평가 점수에 평균을 내면 중간에도 못 미치는 점수가나옵니다. 그러면 누가 도전적인 수업을 하려고 하겠어요?
그러면서도 보수적인 수업을 하면 모험 정신이 없다는 말을듣지요. - P-1

학생들을 보고 있으면 공부 자체로부터 오는 기쁨을잘 느끼지 못해요. 공부 자체로부터 오는 기쁨을 느끼기위해서는 흐름, 과정이라는 게 필수적입니다. 그래서 공부를할 때는 흐름을 타는 데서 오는 어려움들을 감수할 수밖에없어요. 그런데 지금 사람들은 공부를 성공하고만 결합해서결과를 만들어내야 하고, 결과를 통해서 보상을 받아야한다고 믿어요. 보상 없이는 전혀 만족하지 못합니다. - P-1

삶의 주도성 되찾기 - P-1

특히 직업 세습을 통한 계급 재생산은 한국 중산층의엄청난 목표입니다. 제가 최근에 예술계 학교에 몸담으면서본 것 중에 하나는요, 두각을 나타내는 학생의 부모가소설가나 동화 작가 같은 예술인인 경우가 과거보다많아졌어요. 문화 자본과 사회 자본이 세습의 연결고리를 타고 내려온 거예요. 어릴 때부터 부모에게 많은것을 풍부하게 보고 들은 아이가 부모의 재능, 그러니까유전자까지 물려받았다면 금상첨화이지요. 요즘 문화계에서이런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어요.
가장 먼저 세습을 시도한 직업이 교수, 의사,
법조인이었어요. 그때는 다른 분야에 문화 자본이나 사회자본이라고 할 만한 게 별로 없었어요. 그런데 지금은대부분의 직역에서, 특히 소득이 높은 직역에서 사회 자본과문화 자본이 세습의 연결 고리 역할을 하고 있어요. 다들 - P-1

흥미로운 것은 세습의 관점에서 보면 국가도 없고 사회도없고 심지어 ‘나‘도 없어요. 초월이 사라지니까 겸손도사라지고 ‘나‘만 남아서 자아가 비대해지는데, 여기서 ‘나‘의실체는 자기 자신으로서의 자아가 아니라, 가족이나 직역등의 어떤 집단 정체성입니다. 권력화된 집단이나 이익집단의 관점에서 자기 자신을 항상 바라보는 것이지요.
가끔 소위 상위권 대학의 학생들이 대학과 자신의정체성을 강력하게 동일시하면서 다른 집단에 배타적이고차별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을 볼 때가 있어요. 이전에는비수도권 분교나 타 대학에 대한 우월 의식과 차별이 보이지않는 방식으로 은밀하게 작동했으나 이제는 노골적으로드러내더군요. 소위 말하는 ‘입결(입시 결과)‘을 내세우면서자신과 그들이 결코 같은 취급을 받을 수 없다고 하면서요. - P-1

지현맞아요. 어느 순간부터 직역들이 ‘제2의 가족‘을 만들고있어요. 사례를 들자면 끝도 없어요. 이번 의정 사태도의사들이 외부인들은 절대 이해할 수 없는 논리로 뭉쳤지요.
정권이 바뀌면서 여권 인사를 대거 사면하기도 하고요.
선거관리위원회의 부정선거 논란도 마찬가지예요. 자신들의입장을 정당화하는 논리를 만들고 있어요. - P-1

반면 86세대는 자신의 기대치를 은연중에 드러냅니다.
자식들은 커갈수록 그 모순이 보이기 시작해요. ‘아버지는진보적인 사람이라면서 돈 되게 밝히네‘, ‘너무 경쟁적이고,
경제관은 또 보수적이고 주식에 열중하고 그러네, 이런모순이 아이들로 하여금 반항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요.
부모와의 갈등을 만들고 가치관을 형성하는 데에도 혼란을가져오기도 하고요. - P-1

한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상속계급사회(inheritocracy)의청년들은 ‘해서 뭐 하나‘ 같은 열패감에 사로잡혀 있어요.
남들보다 일찍 시작하지 못해서 이미 늦었다는 마음, 그리고물려받을 자산이 없으니 해봤자 벽을 넘을 수 없다는열패감이 결합해 분노로 표출되고 있어요. - P-1

*시사IN 한국리서치가 2025년에 실시한 ‘6.3 대선 이후 유권자 인식 여론조사‘에따르면, 청년 남성은 다른 집단보다 평균적으로 더 보수적이며 경제적 지위가상층일수록 보수성이 두드러진다. 김창환 캔자스대학 사회학과 교수는 이를확인하기 위해 가구소득·가구자산·주관적 계층 인식을 종합한 ‘경제적 지위지표‘를 만들고, 네 가지 항목 ①국민복지는 국가가 아니라 개인이 책임져야 한다② 복지 향상을 위해 추가 세금을 낼 의향이 없다 ③장애인 의무 고용제에 반대한다④이재명 정부에서 불평등 완화와 복지 확증 정책을 추진해서는 안 된다)으로
‘경제정책 보수성 지수‘를 만들어 두 변수의 관계를 분석했다.
그 결과 청년 남성은 다른 어떤 집단보다도 능력주의에 근거해서 경제적 배분을판단한다. 현재의 어려운 처지는 능력의 결과이기에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고,
인위적인 재분배는 정당하지 않다는 인식이다. - P-1

*교육부는 2014년 9월 ‘2015년 교육 과정 개정‘을 발표하며 문·이과 통합 교육을전면에 내세웠다. 고교에서는 공통 과목(국어·수학·영어·한국사·통합사회·통합과학 등)이 신설되었고 학생은 적성에 따라 선택 과목을 고를 수 있게 되었다.
이후 대학수학능력시험 또한 2022년도부터 ‘공통+선택 과목‘의 구조로 전환되며문·이과 구분 없이 탐구 영역의 선택 범위가 확대되었다. 그러나 문·이과가 정말통합되었다고 생각하는 학생과 학부모는 거의 없다. 대학이 여전히 인문·자연계열을 나눠 선발하기 때문에 입시 교육 또한 이를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여기서 문·이과의 유불리 문제가 제기되었다. 다수 대학에서 과학 탐구 선택자만자연계열 학과에 지원이 가능하다고 공표한 한편, 이과생들은 높은 수학 과목 표준점수로 인문·사회 계열 학과에 교차 지원하고 있다. 2024년, 교육부는 이과생의문과 교차 지원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섰지만, 실질적인 방안 없이 일부 대학이자연계열 선택 과목 지정을 폐지하는 대응으로 마무리되었다. 통합 교육은학생들이 문·이과 구분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계열에 지원하도록 하자는 취지에서도입되었으나, 사실상 문과생의 자연 계열 진학이 불가능하거나 가능하더라도매우 불리한 것으로 나타나 실효성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편 교육부는2027학년도 수능 또한 기존 체제 그대로 진행하기로 발표했다. -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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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기호

사회학자. 말하지 못하는 이들의 말을 듣고기록하고 나누며 사회를 구축하는 역량에 대한방법론으로서의 페다고지에 관심이 많다.
사회학과 문화연구를 공부했으며 한국의교육과 청년을 중심으로 현대 사회에서 사람과사람 사이의 관계 변화와 그 의미에 대해주로 연구한다. 현재 청강문화산업대학교만화콘텐츠스쿨 교수로 일하고 있다. 펴낸책으로 『고통은 나눌 수 있는가」「나는 세상을리셋하고 싶습니다」「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말인가」 「공부 공부」 「단속사회」 「교사도학교가 두렵다」「아무도 남을 돌보지 마라「유튜브는 책을 집어삼킬 것인가』(공저) 공부중독」(공저) 등이 있다. - P-1

하지현정신과 전문의. 대도시를 살아가는 현대인,
너무 열심히 사는 사람들에게 생기는 문제들을진단하고 그에 적합한 해결책을 고민해왔다.
비정상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 살아가는많은 사람을 만나 시시비비를 가려주고 있다.
현재 건국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로 청소년과보호자를 상담하며 읽고, 쓰고, 가르치고 있다.
펴낸 책으로 꾸준히, 오래, 지치지 않

고「어른을 키우는 어른을 위한 심리학」「고민이고민입니다」「지금 독립하는 중입니다」「공부중독」(공저) 등이 있다. - P-1

근대 사회에서 교육의 약속은 명확했다. 가난하더라도재능이 있고 열심히 하면 교육을 통해 사회 이동을 할수 있다고 말이다. 이 약속에 따라 한국의 많은 가족은자신들이 가진 가용한 자원을 총동원했다. 바로 이 지점에서한국은 능력주의가 말하는 ‘능력‘의 의미가 무엇인지적나라하게 보여준 사회였다. 능력이란 ‘자신이 가용할수 있는 자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총동원할 수 있는역량‘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이런 능력주의가 만든 신화가가장 강력하게 작동하며 힘을 발휘한 사회가 한국이었다. - P-1

그러다 비상계엄 사태에서 고위 관료들이 보인 민낯은그 공부가-모든 것이 공부의 문제는 아니지만-사람을비겁하게도 만든다는 점을 드러냈다. 공부에는 이것이내가 감당할 수 있는 일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과정이포함되어야 하는데 이 과정이 없다. 즉 한국의 공부에는자신의 그릇과 역량을 파악하는 자기 객관화와 성찰이 빠져있는 것이다. 그러니 공부를 할수록 자기에 대해 알아가는것이 아니라 자기를 망각하고, 나아가 망상에 빠졌다가자기의 그릇이 드러나는 순간이 오면 감당하지 못하니사유가 마비되고 행동이 비겁해지는 것이다. - P-1

물론 이것은 공부만의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지금한국의 공부는 한편에서는 다른 재능이나 역량에 비해과대평가되어 이런 유치하고 비겁한 존재를 양산하고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교육을 통한 ‘약속‘을 제대로지키지 못한다며 교육 자체가 무능해졌다고 맹렬히비난받고 있다. 교육이 ‘무능한 유능력자‘를 양산하는것만이 아니라 교육 자체가 ‘무능한 유능력‘으로 낙인찍혀있는 것이다. - P-1

반면 중산층 이상의 계층에게 한국의 능력주의는 실패한약속이다. 의사와 변호사를 포함하여 많은 전문직은자신들이 들인 노력에 비해 주어지는 보상은 적다고 여긴다.
경제적 보상을 비롯하여 노동 조건이나 사회적 존중과인식 등 모든 면에서 박탈감을 느낀다. 오히려 능력주의를제한하는 수많은 규제와 ‘평등‘ 조치들이 한국 사회를통제하고 있다며 불만을 터트린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능력주의의 수혜자이지만 정작 이들은 자신을 능력주의의실패에 따른 피해자라고 인식한다. 따라서 이들에게 퍼져있는 것도 피해 서사다. - P-1

한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상속계급사회(inheritocracy)의청년들은 ‘해서 뭐 하나‘ 같은 열패감에 사로잡혀 있어요.
남들보다 일찍 시작하지 못해서 이미 늦었다는 마음, 그리고물려받을 자산이 없으니 해봤자 벽을 넘을 수 없다는열패감이 결합해 분노로 표출되고 있어요. - P-1

여전히 공부는 ‘능력‘ 있고 더 많은 성과를 낸 사람에게사회적 사다리를 올라가거나 문화 자본을 획득하는 도구일뿐만 아니라, 만능감을 보존하는 유용한 수단이에요.
한편에서는 피해의식이 확산되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공부는 여전히 만능감을 느끼게 해줍니다. 이 만능감과피해의식이 결합해 엄청난 상승 작용이 일어나고 있어요.
자신은 굉장히 만능한 존재인데 다른 한편에서는 끝없이빼앗기고 있고, 언제 빼앗길지 모르는 피해자가 되고 있다고생각하지요. - P-1

호그렇지요. 확신하려는 경향이 강해질수록 자기 주장의허점을 인정하기가 더더욱 어려워질 겁니다. 하지만인간은 늘 불안할 수밖에 없어요. 근대 사회 주체의 핵심은불안이에요. 틀릴지도 모르기 때문에, 아는 게 온전하지않을지도 모르기 때문에 인간은 불안합니다. 확신하는동시에 불안해야 해요. 지현 선생님이 계시는 의료계도 그럴테고요, 저도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칠 때 늘 불안합니다.
제가 하는 말에 오류나 잘못된 것이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불안은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인간을계속 공부하게 만드는 역할을 합니다. - P-1

그런 점에서 제가 일상적인 수준에서 이해하는 망상을설명하자면, 망상은 ‘상식적인 수준으로 설명하고 설득해도교정되지 않는 잘못된 믿음‘이라고 정의할 수 있어요. 이맥락에서 지구가 평평하다는 믿음이 어떻게 망상으로 불릴만한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문화적으로나 상식적으로나합리적인 근거에 기반해서 대부분의 사람이 이해할 정도로설명하고 설득해도 도저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상태인것이지요. 이 망상의 인식 체계에서는 자신에게 벌어지는불가해한 일들을 명료하고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불안이 줄어듭니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이더 이상 불확실하거나 복잡하게 느껴지지 않으니까요.
이처럼 모든 것이 단순하게 설명된다고 느끼는 상태에서는망상에서 벗어나기가 더욱 어렵습니다. 시스템의 오류를아무리 말해도 받아들이지 않아요. 근본부터 뜯어고칠엄두가 나지 않으니까요. - P-1

또한 10년 전과 비교해서 두드러지는 현상은 과거에는공부의 영역에 속하지 않던 것들이 이제 공부 영역으로들어왔어요. 삶을 통해 시도하고 실패하면서 확장해야할 영역이 체계적 훈련의 범위에 들어온 겁니다.  - P-1

그런데 사람들이 한국의 제도나 공교육에 요구하는 것을보다 보면, 교육이 천재를 만들어주기를 바라는 것 같아요.
그러지 못하면 ‘당신이 시키는 대로 다 했고, 나는 너무열심히 했는데, 그러면 천재까지는 아니더라도 탁월해져야하는데 왜 그러지를 못해‘ 같은 억하심정을 가집니다.
교육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교육의 결과에 대한 망상을만들어내고 있어요. - P-1

기쁨을 망각한 삶 - P-1

[공부 중독」에서 양극화된 두 그룹을이야기했어요. 한 그룹은 정규 교육과정에서 일찌감치 떨어져 나와 지적교양과 사회적 상식 수준이 확연히낮아진 사람들이에요. 저는 ‘외로운늑대‘에 비유하곤 해요. 약간의 우울이깔려 있고 거친 성정을 가졌는데 자세히들여다보면 고립된 채 외로워하고 있지요.
학교를 일찍 그만둔 데다 가정에서도사회화의 경험을 하지 못해서 감정 표현을어려워하고 관계 맺기에도 서툴어요.
어쩌면 사회적 능력이 무엇보다 더 중요할수 있는데도 불구하고요.
다른 한 그룹은 오직 공부 머리만비대하게 키운 사람들입니다. 이 그룹은주로 ‘~한 다음에 놀아‘ 같은 말을들으면서 자랐어요. 무척이나 ‘바람직한‘
학창 시절을 보냈으나 이 그룹 역시외로운 늑대와는 다른 의미로 사회화경험을 하지 못했어요. 학력의 우위가다른 결함을 덮고 열외로 해주었기 때문에이들의 문제는 학창 시절에 잘 드러나지않아요.  - P-1

하지만 과학은 한계를 계속 발견해나가는 과정이잖아요.
이 방식으로는 무엇이 안 되는지, 왜 안 되는지를 배워가는게 중요합니다. 제 고등학교 동기가 포스텍에서 발표한 석사논문의 결론이 ‘이런 연구는 더 이상 안 해도 된다‘였어요.
연구를 해서 결론을 내려보니 안 해도 되는 연구였던거예요. 하지만 이런 과정이 과학적으로는 굉장히 의미있어요. 사회적인 성공으로 볼 수는 없겠지만 문제를규명하고 해결하는 데 있어서의 성공이니까요. - P-1

여전히 대한민국은 정답에집착하는 사회예요. 학생들은 공부에 정답이 있다고 믿고 그정답을 찾는 게 공부라고 생각합니다. 공부를 잘하면 정답을찾을 수 있고, 이를 쉽게 적용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게정답을 찾아서 적용했으니 다른 사람들은 받아들여야한다는 논리지요. 이렇게 명료하게 정리할 수 있는 일인데왜 토론을 하고 있냐는 말에서 굉장한 특권 의식을 엿볼수 있어요. 자신은 전문가로서 정답을 알고 있고 당신은비전문가이니 정답을 모른다는 겁니다. - P-1

문리라는 단어를 보면 배움의 본질이 무엇인지 알 수있어요. 배움은 이치를 ‘읽는‘ 역량을 키우는 과정이에요.
문과는 인문(人文)을 공부하고, 인문학은 사람의 무늬를읽는 학문입니다. 고대 중국에서 거북 등딱지에 열을 가해서만들어지는 무늬를 보고 운을 점친 것처럼 (이를 기록하기위해 생겨난 상형문자가 갑골문이지요) 사람에게도 무늬가있다고 본 것이지요. 실제로도 그렇잖아요. 손의 거칡을보고 누군가의 직업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색이 어떤지,
어디가 유독 거친지, 어디에 굳은살이 있는지 무늬를보면 알 수 있어요. 나아가 무늬만 보고는 드러나지 않는이야기를 읽는 것이 인문학의 핵심이에요.. - P-1

그렇지만 정답이 존재해야만 공부를 평가할 수 있는것은 아니에요. 경영학과라면 경영학과에서 뽑고자 하는인재상이 있고 그 인재상이 가져야 할 자원이 있지요. 그자질들을 충분히 겸비하고 있는지 평가하는 문제를 내야 할겁니다. 아니면 면접에서 물어볼 수도 있고요. 하지만 50만명에 육박하는 수험생이 응시하는 수능은 그래서는 안 돼요.
주관식, 특히 서술형 문제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프랑스의바칼로레아를 운운하지요. 한국 사회에서 바칼로레아의채점 방식을 인정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논술 시험은학생의 숨통을 틔우는 정도로만 시행하는 게 최선이겠지요. - P-1

일본과 미국의 미술 교육에서의 큰 차이를 간접 경험한적이 있어요. 제 딸이 일본에서 미대를 다녔어요. 그학교에서는 1학년 때 자기 전공과 상관없는 목공이나 철공작업도 해야 해요. 교양 수업으로 듣는 게 아니라 전공수업처럼 무언가를 만들어야 하는데, 자유 주제가 아니라전교생이 똑같은 것을 만들어요. 정말 무의미할 정도로사포질과 대패질을 반복해야 해요. 같은 학년의 학생 전체가만든 똑같은 목공품을 교정에 수백 개 늘어놓은 것을보았는데 장관이더군요.
비슷한 나이에 미국 미대를 간 아이들은 선생으로부터하고 싶은 걸 자유롭게 하라고, 실패해도 괜찮다는 말을들어요. 그래서 자기 이야기를 가진 학생들이 두각을드러냅니다. 남들이 볼 때 완성도는 떨어질지 모르지만자신이 이것을 왜 만들었는지 잘 설명하는 친구들이 주목을받아요.
저는 양쪽 다 적절한 교육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 P-1

호한국의 학생들은 고도화하는 공부 방식에 너무 익숙하다보니 한 발 더 나아가는 걸 무서워합니다. 그래야 할 의미를잘 모르기도 하고요. 어떤 의미에서는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이런 학생들에게는 만남과 경험이 필요합니다. 자신이그동안 고도화해서 정답이라고 생각해온 것이 어떤 것을못하게 만드는지, 어떤 한계가 있는지 절실하게 마주하는경험이 필요해요. - P-1

전향적 사고와 후향적 사고 - P-1

제가 하는 수업으로 예를 들면, 저도 수업에서 제가 어떤아웃풋을 낼 수 있을지 모릅니다. 아무리 열심히 준비한다고해도 학생들의 성향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어요. 만약제가 굉장히 도전적인 수업을 했는데 강의 평가를 포함한아웃풋이 나쁘다면 저에게 책임이 돌아오겠지요. 그러면이후로 필요한 실험적인 수업을 시도하지 않게 됩니다.
검증을 거친 가장 안전한 수업만 하겠지요. 앞에서 이야기한고도화된 수업만요. - P-1

이들이 이렇게 무능력한 동시에 무책임한 가장 큰 이유는공부를 가치 지향적으로 배운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가치와기술이 별개라고 생각하지요. 하지만 기술 안에는 이미가치가 배태되어 있어요. 그런데 이러한 인식이 전혀 없이,
가치에 책임을 지고 명령을 내리는 사람과 기술적으로집행하는 사람이 따로 있다는 의식이 발달해 있어요. 명령에따라 기술을 집행하는 기술만을 고도로 익힌 것이지요.
그러다 보니 지명을 한 게 아니라 발표했다는 궤변이만들어집니다. - P-1

이번 12.3 계엄에서 파면, 그리고 대통령 선거로이어지는 국면에서 재미있었던 것 중 하나가, 임지봉교수가 최상목 부총리에게 ‘너무 당연하기 때문에 법조문에없다‘고 말한 장면이에요. 너무 당연하기 때문에 언어화할필요도, 법으로 규정화할 필요도 없는 상식적인 영역이있어요. 물론 이것도 조심스럽게 바라봐야 해요. 상식수준에서는 문제가 없더라도 제도를 운영하는 입장에서는상식이라는 기준이 너무 느슨하기 때문입니다. 기술적전문가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서 나와요. 비전문가들은 뭘그렇게까지 생각하냐면서 지나치지만 전문가의 관점에서볼 때는 더 촘촘하고 정교한 장치가 필요합니다. 
그 정교한 장치가 없으면 제도 자체가 작동하지 않을 수도 있다.. - P-1

문제는 이 말들이 ‘단어 (word)‘로만 작동하는 경우예요.
이럴 때 말은 애초의 의미, 입법 취지, 혹은 그 말의 본질인
‘언어 (language)‘를 배신합니다. 말은 많은데 말만 많고언어는 없이 정신을 배신하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스웨덴의시인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는 「1979년 3월에」에서 "말로,
언어는 없고 말로 다가오는 사람들이 지겨워 눈 덮인섬을 향한다"고 썼어요. 시인은 "언어, 말 없는 언어"를만납니다. 물론 그가 노래한 것은 언어와 말, 그리고인간이라는 존재의 숙명에 대해서이지만, 이 시구는 지금관료 기술자들이 법의 정신을 어떻게 기술적으로 배반하고있는지에 대해 적용해도 전혀 무리가 없다고 생각해요.
어떤 정신이 들어가 있는 것이 ‘언어‘라면 입에서 나오는대로 그냥 떠드는 게 ‘말‘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이게 우리사회에서 많이 공부했다는 전문가들, 특히 법 기술자들의태도예요. 정신은 사라지고 분절화된 말만 남아 있어요. - P-1

법 기술자가 궤변을 늘어놓으면서 위기를 빠져나가려는현상을 보다 보면, 이제는 애초에 제도가 왜 존재했는지누구도 궁금해하지 않는 것 같아요. 문자 그대로의자의적 해석만 남아 있습니다. 왜 이런 규칙이나 법이명문화되었는지에 대한 맥락은 어디론가 사라져버렸어요.
의사, 법조인, 언론인, 학자, 정치 관료 등 각각 직역의전문성은 갈수록 고도로 발전하고 있어요. 직역이 가진철학, 이론, 지식, 정보의 수준은 무척 깊어지는데, 그게일종의 벽으로 작용하고 있어요. 깨달음의 영역이 확장되는것은 긍정적인 일이지만 그만큼 다른 영역과의 단절은깊어진달까요. - P-1

국가권력의 입장에서 본다면, 국가는 불신의 대상이기도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더 무장할 수 있는 기회를얻습니다. 이걸 국가가 마다하지 않겠지요. 지금 서구에서미국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이주민에 대한 공포, 그에대한 반응으로 법을 넘어서는 방식으로의 이주민 통제와추방이 대표적인 사례예요. 이처럼 파생적 공포는 불신에기초합니다. 개인의 무장을 부르고, 더 강력한 국가권력과공권력을 만들어내고, 이주민이나 정신과 치료를 받는 사람등 특정 집단을 범죄시하여 사회로부터 격리하려고 합니다. - P-1

반면 지금의 부모 세대는 그전 세대보다 교육 수준이전반적으로 높아졌어요. 자녀가 읽는 책을 훤히 아는 경우가많아요. 알면 통제하고 싶어지고 그냥 두기 힘들어져요.
이를테면 초등학생 자녀가 전태일 열사의 평전을 읽고싶다고 하면 진보적인 부모는 장려할까요, 아직은 이르다고판단해 근심할까요? 이건 어떤 부모의 실제 사례이기도합니다. 자녀의 발달 단계, 책의 수준, 현 상황 등등을 너무많이 알다 보니 통제하고 싶어 합니다. 그런데 자신의통제 욕구를 인정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아요. 자유롭게소통하면서, 아이를 충분히 기다리면서, 폭력적이지 않은방식으로 양육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 P-1

실제 삶에서는 이 괴리감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것같아요. 보통 조율할 줄 알거든요. 고수익을 내는 대치동학원 강사 중에 운동권 출신이 엄청 많잖아요. 자기 친구나후배가 진보 정치한다고 하면 엄청 도와주고, 거액 기부를하는 경우도 많고요. 그런 진보적 가치관이 있지만 아이양육에 있어서는 다른 태도를 보입니다. 그런데 이 모순을의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 P-1

부모를 부정하고 나면 텅 빈 공간이 남습니다. 이 공간을채우는 것이 친구나 유튜브예요. 그들 생각을 무조건으로신뢰하고 필터링 없이 받아들이는 경향이 보여요. ‘왜여자는 군대를 안 가지, 불공평해‘, 이런 말들은 옳고 그름을떠나서, 부모 입장에서는 당황스럽겠지만 청소년의 발달과정에서 일어날 법한 일이기도 합니다. - P-1

자본의 세습 욕구와 부족주의 - P-1

브뤼노 라투르가 쓴 『존재양식의 탐구] 서론에 재미있는일화가 하나 나옵니다. 프랑스 사회에서 기후위기로 토론을하면 2000년대 초반까지는 다들 기후학자의 말을 심각하게받아들였다는 거예요. 그런데 2010년대에 접어들면서기업인들이 "왜 우리가 다른 사람들보다 당신을 더 믿어야합니까?" 하고 따지기 시작했대요. 라투르는 이 장면이너무나 상징적이었다고 회고합니다.
과거 우리는 화자가 전문직이거나 전문적인 훈련을받았는지에 따라 권위를 인정하고 정보를 신뢰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누구나 다 전문가인 척하거나 전문가의지식을 상대화하여 바라보고 있어요. 상대화하는 것까지는민주적 통제를 위해 필요한지 모르겠지만 전문 지식의 지위자체를 일체 인정하지 않는 것이지요. 이렇게 되면 상식과 전문 지식 사이의 경계가 무너집ㄴ다... - P-1

전통 지식의 붕괴 - P-1

신경학자 게랄트 휘터는 『존엄하게 산다는 것』에서 이상위 의식이자 패턴을 ‘관(觀)‘이라고 말합니다. 가치관,
인생관, 세계관...... 그것들을 다 포괄하는 것으로서의관이에요. 이 관을 형성하는 것이 바로 상위 의식으로서의영성의 역할입니다. 모든 것을 통합하기 위해 모든 것을초월해 있는 것이 영성이니까요. 그래서 많은 종교에서는명상을 강조합니다. 일체의 활동에서 물러나 이 모든 것을바라보게 하는 거예요. 한나 아렌트의 개념을 쓴다면
‘활동하는 삶 (vita activa)‘만큼이나 필요한 것이 ‘관조하는삶 (vita contemplativa)‘인 것입니다. -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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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과 일을 한다는 것 - 서로 이해하지 못함을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조직론 CEO의 서재 47
우다가와 모토카즈 지음, 김정환 옮김 / 센시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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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서로를 이해할 수 있을까...
저자 우다가와 모토카즈는 그 전제를 뒤집는다.

조직의 실체는 사람과 사람 사이 관계성
그 자체이며, 조직의 문제는 이해 부족이
아니라 ‘이해 불가능성‘에서 출발한다.

기술적 문제가 아닌 관계에서 비롯된
‘적응과제‘를 중심으로, 서로 다른 내러티브
사이의 간극을 인식하고 이를 인정하며
‘준비-관찰-해석-개입‘ 과정으로 대화의
실마리를 찾는 방법을 안내한다.

역지사지라는 말이 떠오른다.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여유를 갖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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