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이실비는 202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 P-1

타인의 고통과 이어지면서도 그것을 훼손하지 않는 쓰기는 어떻게 가능한가. 이실비의 시는 대물림된 고통의 구조가 어떻게 개인적으로 변형되는지를 세밀하게 보여줌으로써 특별해진다. 지극히 상식적인 사실을 다양한 층위의 상징으로 변주해, 강렬한 이미지들로 구성된 독보적인 성장 서사를 만들어낸다. 지독하게 아파본 사람만이 타인의 상처에도 예민해질 수밖에 없는, 고통의 아이러니. 오랜 응시 이후에 답을 비워둔 질문을 던져 서로의이어짐을 증명해내는 이 시집은 그래서 고유하며설득력이 있다. - P-1

제대로 비껴간 오해가 훑고 간 시간아프고 친밀하다 - P-1

물은 투명하고 돌은 투명하지 않아서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일 수 있다는 건 기쁨이란 걸 너는 아니까풍경을 - P-1

사랑을 믿는 개의 눈을 볼 때내가 느끼는 건 공포야 - P-1

그냥아침이 되면 그와 함께 단팥호빵을 사러 가기로 했다.
반으로 찢으면 축축하게 쏟아지는 어둠을 나눠 먹기로. - P-1

그 사람 죽은 거 알아?
또보겠지떡볶이집에서묻는 네 얼굴이 너무 아름다운 거야 - P-1

심장 속에는 라마가 살고 있다.
멍하니 눈도 깜빡이지 않고 나를 보고만 있다. - P-1

사람은 늙는다
친구처럼 - P-1

영화 「제국의 멸망
이 이야기는 멸망이 아니라
미치지 않은 것에 대해 말하고 있다 - P-1

한 사람을 위해 견딘다고 생각하면
밤이 길어서 - P-1

나는
벼락이 치면
거품 없이 맥주 따르는 일을 반복해서 연습한다 - P-1

흉터는 뼈를 가졌다
그 뼈를
큰솥에 넣고 평생 고아 먹을 수도 있을 것 같다 - P-1

학교는 이제 새로 뒤덮인 학교

카메라는 질문이 아니라
촬영을 위한 도구였지 - P-1

외계인은 스스로를 피오니라고 불렀다 - P-1

페인트 냄새는 나무를 떠나지 않는다. - P-1

사거리 교차로에서 자유를 생각했다 - P-1

가루가 되어 떨어지는 눈물은 어떤 소리가 나는가? - P-1

양말 안에 넣어둔 것은 달걀 - P-1

사서는 여자만 될 수 있나요?
왜 그렇게 생각하지?
일지 쓴 사람이 전부 여자잖아요왜 여자라고 생각했지?
여자가 아닌가요?
그게 중요하니? - P-1

다정 걱정 동정
무작정
틀지 않고 - P-1

동생은 택시에서 태어났다. - P-1

택시는 집이 되었다. - P-1

한 사람을 위해 견딘다고 생각하면밤이 길어서 -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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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은 양쪽에서 온다 - P-1

강동호


구윤재는 마치 영화의 롱테이크 기법처럼 눈앞의 세계를 절제된시선으로 오래 응시하면서, 멀리 있는 세계에 대한 낯선 기억과풍경을 불현듯 불러온다. ‘노미‘ ‘모루‘ ‘노루‘ ‘티피‘ 등 호출되는이름들은 주체와 세계 사이의 미세한 틈을 열어젖히며 그간 들리지 않던 소리와 숨겨진 감각을 되살리는 시적 매개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기" "멀리 보는 연습"(「티피 같은 태도 속에서 상연되는 그의 시적 시퀀스는, 가까이 있으면서도 멀리 감각되는 세계의매혹적인 리듬을 우리 앞에 펼쳐 보인다. - P-1

이수명

언어에도 순도라는 것이 있을까. 언어는 다소 탁하고 무감각한 기호들로 이루어진 것이 아닐까. 무표정하고 산란한 언어에서순수한 소리를 벼려내는 것이 구윤재의 시다. 순수한 소리라는 표현이 정확한지는 모르겠으나, 그의 시는 소리에 의미가 붙었다 떨어졌다 하는, 의미와의 접착 면이 노정된 언어로 구성되어 있다.
‘노미‘ ‘모루‘ ‘노루‘ ‘흰‘ ‘티피‘와 같은 말들을 발음하면 마치 언어가 최초에 존재했던 순수 상태를 획득하고야 만 듯한 기쁨에 도달한다. 언어의 기쁨이다. 이 순도 높은 언어는 "다락의 노미"(「다락의 노미)나 아이들이 서로 던지는 "흰"(「겨울은 양쪽에서 온다」),
"티피의 공간" (「티피」 등 입체적 이미지 안에서 움직이며 생명을얻는다. - P-1

섬기는 이가 있는 삶은 보람차고사무치고 사납다 - P-1

없는 자리에선 나라님도 욕한다는데! - P-1

대한민국에 사는 희망은 키가 작다. 발이 작다. 손이 작다. 그래도 성인용 속옷을 입는다. 어느 날 희망은 자신의몸이 커졌다 생각했다. 희망이 발을 쿵 구르자 현관 계단이 와르르 무너졌기 때문에, 희망은 드디어 내가 소인국에 왔군 올 곳에 오고야 말았어 흥분했다. 허물을 벗은 후더 아름다운 뱀 더 커다란 뱀 태어나므로 희망은 두 발을쾅쾅 구르며 계단을 완전히 부수고 허물을 부숴버리기시작했다. - P-1

원은 굴러가고 싶다.
점 하나가 몸에 박혀 있어 쉽지 않다. - P-1

원은 사회를 원한다.
리드미컬한 사회를 - P-1

엉망은 얼굴을 편안하게 한다.
점들이 부풀었다 작아졌다 제멋대로다. - P-1

기차는 자꾸 늦는다. 시즈!
이미 늦은 것도 또다시 늦는다. - P-1

하얗고 부드러운 건물의 영혼이 건물 앞에서 담배 한대 피우고 있는 것이다.  - P-1

강아, 이제 너는 사람이야.
그러니까


몸을 일으켜.
다른 길로 오면 돼.
다르게 보이는 길로 오면 돼. - P-1

호수를 되돌아 나온다. 빛이 이쪽으로 무너지고 있다. - P-1

너에게 수상함이 없었다면너를 좋아하기 힘들었을 거야 - P-1

그런 힘은 존재하지 않는 시간인걸 - P-1

우리의 주된 목적은 마음을 복원하는 것이 아니라, 빈구멍의 구조적 완전성을 보존하는 것입니다 - P-1

*그녀는 다섯 개의 무덤을 팠다자신이어디에 묻혔는지모르기 위해서무덤에서는낙하산이 발견되었다 - P-1

딱따구리를 데리고 있다. 이것은 내 약점이다. 딱따구리는어디든 구멍을 낼 수 있으니까. 사람의 머리통에도. - P-1

익숙한 냄새다 그러나 그리운 냄새야 고작해야 나의냄새일 텐데도 내 콧속에서 나는 냄새 같은 건데도 - P-1

그의 다리는 가느다랗지 않아서핀을 꽂아 표본으로 만들 수 없고인간을 표본으로 만들어서도 안 되었다. - P-1

미루기와 벼락치기는 내 인생을 이루는 유구한 형식이다. 처리해야 할 일이 생기면 나는 강박적으로 계획을 세우고는 한다.
그건 계획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알고리즘과 같아서, 세세한 단계와 실행 절차, 예상 소요 시간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모든 사항을종이에 적어놓으면 안심이 된다. 때로는 들뜨기까지 한다. 이대로만 하면 완벽한 결과를 낼 수 있을지도?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엄청난 것이 될지도? 안심이 되니까...... 일단 잔다. 그리하여 계획은 하나도 이행되지 않는다. - P-1

잘 봐, 다 너를 위한 거란다. 할머니가 내 등을 떠밀었다나는 응어리가 되어 높낮이 없는 음이 되어 구른다 내가 모르는 곳으로 - P-1

모든 아이는 죄와 함께 태어난다고 했다 - P-1

아이를 낳지 않을 것이다. - P-1

주먹을 펼치면 빛은 깨진 미래모루와 노루는 그런 것까지도 다알았다 알면서도 그랬다구윤재, 「모루와 노루」 - P-1

원은 사회를 원한다.
리드미컬한 사회를.
김선오, 「영원과 에러 - P-1

딱따구리는 내 머리 옆쪽에 구멍을뚫어주었다. 그건 정말이지환상적인 사고였다.
신이인, 「새」 - P-1

당신 자식이 당신에게 했던모든 말을 모아 만들어진 몸이나라고 생각해요이실비, 「칠] - P-1

작은 손 작은 발의 소인들더 작아져도 되는 곳,
희망에게김복희, 「새 입장」 - P-1

새벽 4시인데 왜 연필을 깎겠습니까그런 힘은 존재하지 않는 시간인걸문보영, 「그런 힘은 존재하지 않는 시간인걸」 - P-1

몬스터볼 안에 구겨 넣고 싶던무한히 가능하다는 공포괴물 같은 그거유선혜, 「가챠 갸루 - P-1

나쁜 것들을 잊기 위해꿈속에서 모은 사연들로 밥을지어 먹었다한여진, 「사운드트랙」 -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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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광둥성 자오칭시에 사는 한 남자가 노점상에서259삼십 위안(우리 돈 오천오백원) 주고것 산 해마로 술을 담가 이 년간 마셨는데알고 보니 그것은 장난감 해마였다고 한다 해마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길래 꺼내서 불태워봤더니플라스틱 냄새가 났다고 한다 - P-1

다인생은 시발역 종착역도 사랑이라는 람 다스의 말은 욕처럼 들린다원문은 그렇지 않고번역문만 그렇다 - P-1

고요해지는 것 같다 폭발 없이도
폭발에 대한 상상만으로도 머릿속이 문득

맑아진 것 같다

쾅! - P-1

Nrityagram. 남인도 벵갈루루 인근의 오디시무용 공동체로, 한때 국제 작가 레지던스 프로그램 ‘상감 하우스(Sangam House)‘가 운영되던 곳. - P-1

세상에는 잊고 싶은 일이늦은 밤 술자리에 널린 남은 안주와술병처럼 사방에 널렸고 - P-1

신세계원숭이(New World monkey)라는 게 있다신세계백화점에 가면 볼 수 있는 건아니다신세계 교향곡을 들으면 그 울음을들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 P-1

신세계원숭이라는게 있다어느 날 우연히 전신거울을 보니 그속에 원숭이 한 마리 들어앉아 나를쳐다보고 있었다 - P-1

코로나19 당시 서울시향은연주자 사이의 거리 두기 앉기가 가능한 곡으로 공연 프로그램을 바꾸고비말 전파 위험이 큰 관악기 곡은가급적연주를 지양하기로 했다 - P-1

고바하는 이미 오래전에 바흐가 되었무소르그스키는 어느새 무소륵스키가 되어 있었다바흐는 바하보다 좀더 내성적이고침착한 느낌인데무소륵스키는 무소르그스키보다좀더 과격하고 압축된 느낌이야 - P-1

니콜라이 고골의 「성 요한제 전야」에 영감을받아 쓰인 곡으로 ‘민둥산(리사야 고라Jbicast ropa)‘는 슬라브 전통에서 마녀와 악령들이 모여 집회를 벌이는 장소로 전해진다. - P-1

드르릉드르릉

꿈에서도 힘차게 - P-1

사전에서 호작질을 찾아보니 손장난의 비표준어라고비표준어가 좋다사는데 표준이 어디 있어?
표준은 예술 아니야비표준으로 가자 - P-1

땅거지

동전 몇 개 주우려고 땅만 보던 시절이 있었지꽤 잘 주워서녹이 잔뜩 슨 그네 아래서는 오백원짜리 몇 개를 주운 적도 있었네먹을 게 땅에 떨어져도 무조건 주워먹던 시절땅에 떨어졌다고 버리는 건 상상도할 수 없던 시절이 있었지흙 따위는 후후 불어 털고 먹었고그러고서 우리는 서로를 땅거지라고 놀려댔다 - P-1

풀벌레도 나체고

저 달도 나체고

가을밤도 나체 - P-1

별거

별거 아닌 거
하늘에 뜬 별 같진 않은거
페르세우스 유성우가 수놓은 여름밤 같지도 않은 거
우주쇼는 더더욱 아닌거
배우자와 별거하는 상황에서 맞이한밤 열한시보다 더 별거 아닌 거
별별 무슨 별 구슬같이 둥근 별어디 어디 떴나 이미 지고 없지이미 지고 없는 거
제대로 한번 싸워보지도 못한 거
사실 싸울 필요도 없는 거 - P-1

소는 하품밖에는 버릴 게 없다(고한다)버려진 소의 하품은 어디로 가는가정처 없이 헤매다 우연히 내 입으로들어와 나의 하품이 된다내 뼈다귀를 소뼈다귀로 만들고내가 하루종일 쳐다보는 컴퓨터 모니터를 소가 일구는 밭으로 만든다 -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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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배운다, 선제적 학습 - P-1

방송인 덱스는 최근 한 유튜브 채널에서 "방송을 은퇴하면 소방관이되고 싶어서 준비하려 한다"고 밝혔다. 지금의 커리어와는 전혀 다른길이지만, 언젠가 닥칠 변화에 대비해 다음 진로를 미리 설계하는 모습이다. 이는 불확실한 미래를 선제적으로 준비하려는 레디코어 세대의 단적인 예다. 오늘날 젊은 세대는 지금 당장 필요하지 않아도미래를 위해 먼저 배우려는 ‘선제적 학습‘ 전략을 취한다. 이들은 아직 오지 않은 기회를 위해 시간과 돈을 투자하며 "언젠가 쓰일 수 있다"는 믿음으로 무형자산을 미리 비축한다. - P-1

‘기능장‘ 자격증에 도전하는 사람들 - P-1

거대한 불확실성과 이에 대응하는 미리 사는 삶 - P-1

전망 및 시사점 1빈칸의 미학을 남겨두라 - P-1

AX조직은 생성형 인공지능 시대에 일어나는 조직 운영의 대전환을 의미한다. 유연성과 자율성이 핵심이며, 끊임없이 진화하고 발전한다.
++ - P-1

AX 조직에서 중요한 것은 어쩌면 ‘언런‘이다. 무언가를 새로습득하기 위해서는 이제까지배운 것을 버리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 P-1

관리 역량보다 실무 역량이 더 중요 - P-1

"21세기의 문맹자는 글을 읽고 쓸 수 없는 사람이 아니라, 학습하고 learn,
폐기하고unlearn, 재학습relearn 할 수 없는 사람이다." - P-1

픽셀처럼 작게, 최소 단위 소비 - P-1

‘이 향수, 본품 말고 ‘디스커버리 세트‘로 살게요" - P-1

소용량 식문화의 확산 - P-1

소비자들이 직접 대용량 상품을 작게 나누는 소분 모임이 화제다. 당근에서는 각종소분 모임이 활발히 활동 중이며, 2025년 상반기 새롭게생성된 소분 모임 수는 전년동기 대비 411% 급증했다. -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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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 - 온전한 나를 위한 혜민 스님의 따뜻한 응원
혜민 지음, 이응견 그림 / 수오서재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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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요즘 거리를 걷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가방이나 스마트폰에 매달려서 찰랑거리는
무언가가 있다.
바로 ‘키링‘이다. 디지털도어록의 출현으로
열쇠가 거의 사라진 요즘, 더이상 필요 없어
보이던 열쇠고리가 가장 핫한 패션 아이템으로
돌아 온 것이다...(이것도 복고풍이라 할 수 있을까???)
본래 기능은 사라졌지만, 그 빈자리를 ‘취향의 언어‘가 채우며 키링은 다시 패션의 전면에
섰다.
이 열풍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Z세대이다.
열쇠를 사용해 본 적 없는 세대가 키링을 고집하는 이유는 의외로 단순하다...
친구와 교환하고, SNS에 올리며, 손쉽게
자신만의 취향을 선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의류브랜드와 뷰티 브랜드가 굿즈로 키링을 앞다투어 내놓는 것도 그래서다.
낮은 가격으로도 브랜드의 세계를 소유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키링은 가성비 높은 자기 표현의 수단이 된다....

하지만 키링이 Z세대의 전유물은 아니다.
손자 손녀에게는 눈빛을 반짝이게 하는 선물이 되고, 어른들에게는 건네는 즐거움이
되며, 작지만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


예전에 해외여행 선물로 열쇠고리를 주고 받던
시절이 떠오른다....
그 작은 고리에 담긴 위로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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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5-11-03 04: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이가 들고 보니 이런 글이 눈에 번쩍 뜨입니다. 고맙게 잘 읽었어요.

우민(愚民)ngs01 2025-11-03 17:38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추워지는
날씨에 건강 조심하시고 행복한 저녁시간 보내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