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접한 쑤퉁의 작품은 “이혼지침서”였다. 결혼생활에 염증을 느낀 남자가 이혼을 요구하지만 물러서지 않는 아내 때문에 점차 지쳐가는 과정을 그렸다. 이야기가 독특해서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난다.
“마씨 집안 자녀교육기”는 또 어떤 이야기일까?
주인공 마쥔의 직업부터 특이하다. 돈 받고 같이 술을 마셔주는 ‘프로 드링커’가 직업이란다. 마쥔은 맹인인 아버지 마헝다, 아내 장비리, 다섯 살 아들 마솨이와 함께 산다.
이 마씨 집안의 독특한 규칙이 있으니, 잘못을 하면 따귀를 맞는다는 것이다. 밥을 먹은 뒤 그릇에 쌀알을 남기면 한 대, 늦잠을 자면 두 대, 다른 아이의 사탕을 뺏으면 열 대. 마쥔은 어려서부터 이어진 아버지의 이런 훈육 방식에 반발하면서도 자신은 수틀리면 다른 사람의 따귀를 때리곤 한다. 심지어 마쥔의 다섯 살 난 아들 마솨이는 아이 뺨 때리고 깔깔대기, 어른 뺨 때리고 달아나는 것이 특기이다.
책에선 마쥔과 아내의 갈등, 마쥔과 아버지의 갈등을 주로 다룬다.
마쥔의 아내 장비리는 마작, 카드놀이 등 노름을 즐기는 여자이다. 그녀는 시장에서 춘권피를 사가지고 돌아오는 길에 사람들과 카드놀이를 하였고, 이를 알게 된 마쥔이 장비리의 뺨을 세 대 때렸다. 이 일로 인해 둘은 이혼을 했다. 이혼한 부부라… 다시 “이혼지침서”가 떠오른다.
마쥔의 아버지 마헝다는 보수적인 인물로, 돈 받고 술 마신다는 마쥔의 직업을 이해할 리가 없다. 때문에 마쥔은 어떻게든 이 사실을 숨기려 한다. 하지만 마헝다는 앞을 못 보는 대신 청각, 후각, 촉각이 매우 뛰어나다. 술 마신 것을 안 들키기 위해 애쓰는 마쥔의 모습은 웃음을 자아낸다.
희한한 직업, 독특한 상황, 개성 넘치는 인물들. 이 책의 매력을 높이는 요소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