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나지 않음, 형사
찬호께이 지음, 강초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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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찬호께이의 '13.67'을 우연히 읽었고, 너무 재미있었기에 나의 글 작업의 첫 작품으로 꼽았다.

같은 작가의 작품이고, 시마다 소지 상 수상작이라기에 망설임 없이 읽게 되었다.

 

 눈을 떴다. 숙취로 머리가 너무 아프다. 전날 일이 기억나지 않는다.

최근에 맡은 사건은 기억난다. 경찰서로 출근을 한다. 그런데 이상하다.

경찰서의 모습이 기억과 다르다. 로비로 들어서서 날짜를 보니 2009년. 지금은 2003년 아니었나?

나는 6년 동안의 기억을 잃은 것이다.

 

 '13.67'은 6편의 단편이 하나의 큰 이야기를 이루고 있다.

각각의 단편에서도 반전이 돋보이고, 전체 흐름에서도 읽는 사람의 뒤통수를 친다.

 이 작품의 반전도 만만치 않다.

그리고 그 반전이 '다행이다'라고 느껴지는 신기한 책이다.

 

...앞부분을 읽는 동안 기억 혼란 상태의 '나'와 독자가 함께 느낀 미묘한 불편감이 왜 그리

느끼게 되었는지 딱딱 들어맞아 또 다른 카타르시스를 맛보게 합니다.(p306, 옮긴이의 말)

 

 두 작품 읽어봤을 뿐인데 찬호께이의 팬이 된 것 같다. 앞으로 나올 작품들도 기대가 된다.

 

"둥청아파트는 2년 전에 철거됐잖아요. 그걸 왜 몰라요?"
아친이 고개도 돌리지 않고서 대답했다.
"뤼후이메이 씨는 사건이 있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산까이 지역으로 이사했어요. 어쨌거나 둥청아파트는 끔찍한 기억이 있는 곳이니까요."
"그래요? 시간이 많이 지나서 기억이 잘 안 나네요."
6년 전의 사건이니 기억을 못하는 것도 당연하겠지? 게다가 거짓말도 아니다. 나는 정말로 `기억이 나지 않는다`. (p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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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스스로 글을 잘 쓴다고 착각한 적이 있었다.

잘 하는 것 하나 없던 초등학교 시절, 어느날 교내 논설문쓰기 대회에서 은상을 탄 것이다.

(전교에서 은상도 아니고 반에서 은상이었으니.. 사실 대단한 상도 아니다.)

4학년 때 받은 그 상은 나에게 커다란 성취감을 느끼게 해줬다.

다음 해 같은 대회에서 또 은상을 받았다.

그러면서 내가 글쓰기는 좀 하나보다 라는 말도 안 되는 착각을 하기 시작했다.

 

6학년 땐 좀 더 과감해졌다.

어린이신문에 실린 어느 학생의 글을 보고 '이 정도 글이면 나도 쓰겠는데?'라는 건방진 생각을 하게 되었다.

원고를 세 번 정도 보냈던 것으로 기억한다.

결국 내 글이 실리게 되었다.

담임선생님이 공개적으로 언급해주고, 다른 반 선생님들도 칭찬해주고.

글 실력에 대한 부심이 끝도 없이 커졌고, 그쯤부터 내 장래희망은 작가였다.

 

언제부터였을까?

내가 글 쓰는데 소질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된건.

특별한 계기가 있었는지 기억이 잘 안나지만, 하여간 언젠가부터 나는 글을 못 쓴다는 것을 알았다.

 

대학 지원할 땐 아예 논술전형이 없는 학교만 골라 썼다.

성인이 된 이후로 쭉 글쓰기는 나의 약점이었다.

다행인 것은 글쓰기 할 일이 많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런데 마음이 편하지 않다.

'문과 출신인데 왜 글을 못 써?' '교사라면 어느 정도는 써야 되는거 아니야?' 하는 물음이 스스로를 쿡쿡 찌른다. 그러게, 잘 쓰진 않더라도 어느 정도는 썼으면 좋겠는데..

 

우연히 기회가 닿아 글쓰는 작업을 할 일이 생겼다.

무슨 깡이었을까? 자신 없지만 해볼게요 라는 말을 던지고 뛰어들었다.

그리고 같이 작업하는 분의 추천을 받아 이 책 "서민적 글쓰기"를 읽게 되었다.

 

여러 차례의 실패와 10년 동안 이어온 혹독한 지옥훈련.

 

나는 지옥훈련을 감당할 수 있을까? 실천할 수 있을까?

장담은 못하겠지만 노력을 해봐야지. ^^

 

(지금 쓴 이 글도 어찌나 조잡한지.. 내가 써놓고도 우습다.ㅠㅠ)

쉬운 글을 쓰는 요령 : 1.이해 못하는 얘기는 쓰지 말자 2.문장은 짧을수록 좋다 3.적절한 비유를 활용하자 4.대화체를 이용하자 5.흥미를 유발하는 이야기를 쓰자 (p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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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알라딘 서점을 이용하게 된 계기 - 셜록홈즈.

 '셜로키언'과 '운종가의 색목인들'은 셜록홈즈를 다룬 소설이라기에 흥미가 생겨 읽게 된 책들이다.

 

 셜록홈즈의 광팬으로 셜록홈즈를 학문처럼 연구하는 사람들을 셜로키언이라고 부른다.

 유명 셜로키언 중 한 사람이 아서 코난 도일(셜록홈즈의 저자)의 사라진 일기를 발견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셜로키언 모임에서 일기 내용을 공개하겠다 했는데 그만 시체로 발견된다.

  한 셜로키언과 기자가 살인사건의 전말을 파헤치고 사라진 일기를 찾고자 나선다.

 

 1890년대.. 셜록홈즈의 인기에 질려버린 아서 코난 도일은 셜록홈즈를 폭포 아래로 떨어뜨리고 그와 이별한다. 더 이상 홈즈 이야기는 쓰지 않기로 결심한 그에게 폭탄이 배달된다. 절친 브램 스토커와 함께 폭탄을 보낸 이가 누구인지 수사하다 연쇄 살인사건을 파헤치게 된다.

 

100년 넘는 시간을 사이에 두고 일어난 두 사건은 전혀 별개의 사건 같지만 교묘하게 엮이기도 한다. 코난 도일과 브램 스토커는 실존 인물이기도 하고, 이야기가 생생해서 마치 실제로 있었던 일 같다. 작가의 상상력에 감탄했다.

 

  운종가의 색목인들에선 셜록홈즈가 직접 등장한다.

폭포에서 떨어져 모두가 죽은 줄 알았던 셜록홈즈는 3년 뒤 런던에 다시 나타난다. 그 3년의 공백기에 셜록이 조선에서 활약했다는 설정의 소설이다.

 

 셜록 옆에서 마치 왓슨처럼 함께 다니며 사건을 해결하는 사람은 이제마의 딸 와선이다. 왓슨의 음역같은 이름과, 이제마의 딸이라는 설정이 다소 유치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이런 '좀 억지스럽지 않나?' 싶은 설정들은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줄만 하다. 어쨌든 사건과 해결과정은 재미있었다.

 

표지에 '셜록, 조선을 추리하다 1'이라고 쓰여있는 것을 보니

셜록홈즈가 조선에서 활약하는 이야기가 더 나올 것인가 보다.

앞으로의 이야기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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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한국사, 그날 세계는 : 인물 vs 인물 - 이원복과 신병주의 시시콜콜 역사 토크 글로벌 한국사, 그날 세계는
이원복 외 지음, KBS 글로벌 한국사 그날 세계는 제작팀 엮음 / 휴머니스트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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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재미있어 하지만 잘 알지는 못한다.

세계사는 특히 그렇다.

학교에서 세계사를 공부할 땐 시대적 흐름이 머릿속에 하나도 들어오지 않고 그냥 단편적으로 암기했던 것 같다.

 

이 책은 특정 주제에 맞는 인물(예: 최악의 폭군, 시대를 앞선 여성들, 왕의 화가 등)을

우리나라와 외국에서 한 명(혹은 두 명)씩 선정하여 비교해준다.

 

인물과 함께 그 인물이 살았던 시대에 대한 설명도 해주어 역사적인 이해를 돕는다.

설명이 어렵지 않아서 금방금방 읽을 수 있었다.

 

인물vs인물 말고 "사건vs사건"도 있던데 기회가 되면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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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억압하는 악습이라면 거부해도 좋다

 

 책의 주인공 큰발 중국 아가씨아이린은 전족이라는 전통을 거부한 여성이야. 전족에 대해서 들어봤니? 전족은 여성의 발을 어릴 때 천으로 묶어서 인위적으로 자라지 못하게 했던 풍습이야. 이렇게 전족을 한 발은 10cm 남짓밖에 안 돼. 발이 정상적으로 자라지 못하기 때문에 뼈가 부러지고 근육이 오그라들어서 흉한 모습의 발이 만들어져. 전족은 송나라 때부터 20세기 초까지 천 년 가까이 이어져 왔어. 작은 발이 아름다움의 기준이었다, 발을 못 쓰게 해서 여자를 무능력하게 만들고 도망치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다, 발 때문에 일을 할 수 없는 여자를 부양한다는 것이 남자의 위신을 세워준다 등의 이유 때문이었지. 어찌되었든 전족은 여성에게 비인간적인 고통을 주고 여성을 무능력자로 만든 악습이었어.

 

  아이린은 이 전족을 강력하게 거부했어. 불편한 발로 뒤뚱뒤뚱 걷는 것이 싫었거든. 자유롭게 뛰어다니는 삶을 원해서 전족을 거부했고, 그로인해 그녀의 삶은 큰 변화를 겪게 돼. 어릴 적 혼담이 오가던 정혼자 집안으로부터 파혼을 당하고, 아이린을 지지하며 학교도 보내주던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보수적인 큰아버지는 학교를 관두게 하고 첩으로 보내려고 해. 결국 아이린은 집을 떠나 미국인 부부아이린의 전족 여부를 신경 쓰지 않는 의 집에 가서 아이들을 돌보는 보모 일을 하게 됐지. 그러다 낯선 미국까지 가는 모험을 해.

 

저는 마음대로 걸어다니고 싶어요. 뒤뚱거리며 아장아장 돌아다니긴 싫어요.”

할머니가 버럭 고함을 질렀다.

네 맘대로 이건 좋고 이건 싫단 말이냐! 네가 싫든 좋든, 그건 전혀 중요하지 않다! 감히 하찮은 계집 따위가! 넌 그저 시키는 말에 따르기만 하면 된다!” (p61)

 

리우 부인이 오늘 중매쟁이를 보내 정혼을 깨고 싶다는 말씀을 전하셨다. 내가 뭐랬니? 이런 일이 있을 거라고 했지!” (p67)

아이고, 우리 아이린은 비구니나 되어야겠구나. 세상에 결혼 안 한 여자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것뿐이니. , 몸이 날쌔니까 곡예사나 떠돌이 풍각쟁이가 될 수도 있겠지!” (p68)

 

 아이린이 미국인 집에서 일을 하고 미국에 가서 살았기 때문에 어려움 없이 지낼 수 있었을까?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았어. 전족을 거부했기 때문에 중국인에게 이방인 취급을 당했는데, 서양 사람들도 아이린을 자기들과 같은 사람으로 대해주지 않았어. 서양인들에게 아이린은 ‘하찮고 미개한동양 사람이었기 때문이지.

 

에일린이 그레이스와 빌리에게 붓글씨 쓰는 법을 가르치는 걸 보았어요. …… 여보, 나는 우리 아이들이 이교도의 말을 배우는 게 싫어요. 그 시간에 빌리에게 영어를 읽고 쓰는 법을 더 가르칠 수도 있잖아요.” ……

에일린, 내 말부터 들어봐요. 옛날이야기는 괜찮소. 사실 우리가 걱정하는 건 에일린이 유교에 대해서도 가르친다는 거요. …… 유교는 이단이오! 나는 아이들이 그걸 배우기를 원하지 않소.” ……

생전 처음으로 나는 내가 일으킨 반란의 대가가 무엇인지 톡톡히 깨달았다. 나는 내 민족으로 추방된 것이다. 그리고 지금껏 내가 배워온 가치들이 무시당하고 경멸받는 세계로 들어온 것이다. (p151-156)

 

 

 

  아이린의 이야기가 옛날 중국이니까 있었던 일이라고 생각되니? 이런 고통은 중국 여성에게만 있었던 것이 아니야. 유럽에선 허리를 꽉 조이는 코르셋이 유행해서 여성들이 기절하기 일쑤였어. 아프리카에선 할례라는 풍습이 지금도 있지.

  요즘은 육체적 고통을 가하는 풍습이 없으니 괜찮다고? 혹시 스스로 이런 생각을 해본적은 없니? ‘예쁘지 않은 여자는 매력이 없다, 여자가 화장을 안 하면 예의가 없는 것이다, 여자는 요리를 잘 해야 한다, 명품 가방을 좋아하면 개념이 없는 여자다, 자기주장을 강하게 하는 여자는 기가 너무 세다등등. 선생님은 우리가 알게 모르게 가지고 있는 이런 생각들이 일종의 전족이자 코르셋이라고 생각해. 저런 편견에 사로잡혀 나 스스로를 억압할 필요가 있을까? 아이린이 전족을 거부했듯이 저런 고정된 성 역할을 거부하고 행복하게 살아도 되지 않겠니?

  남자도 마찬가지야. ‘남자는 울면 안 된다, 남자는 여자보다는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 남자는 전업주부를 하면 안 된다, 육체적으로 힘든 일은 남자가 해야 한다, 벌레 등을 무서워하는 남자는 찌질하다등등. 선생님은 남자든 여자든 이런 사회적 굴레에 갇혀 고통 받는 일이 없어졌으면 좋겠어. 너희 모두가 이런 비합리적인 성 역할을 당당히 거부하고 자신 있는 삶을 살아가길 희망해.

 

 

전족을 한 여인의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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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27 15:5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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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27 21:1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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