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만 최애 변경 허블청소년 3
범유진 지음 / 허블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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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일곱 수리의 최애는 아이돌 그룹 '비스킷 보이즈', '비보'.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낯선 환경, 낯선 친구들 속에 적응해 나가느라 조금 힘이 들던 그때 우연히 본 비보의 영상 속 멤버들의 다정한 모습은 수리가 바라고 그리던 친구들의 모습이었기에 그들에게 한눈에 반해버렸다. 서로를 감싸주고 대단하지 않은 일에도 함께 즐거워하던 밝고 다정한 모습들. 아이돌에는 관심 없던 수리였지만 그날 이후 수리의 삶은 비보로 가득하다. 방이며 물건이며 비보의 사진으로 도배하고, 갓 데뷔한 신인인 비보를 큰 무대에 세우기 위해 팬 투표에 열을 올린다.

아직 유명하지 않은 수리의 최애 비보를 한눈에 알아봐 준 것을 계기로 수리의 단짝이 된 은진. 은진은 이미 메이저 아이돌 그룹인 챔프의 열혈 팬이다. 수리와 은진은 각자의 최애를 물심양면으로 응원하는 덕질 메이트이자 마음을 나누는 절친이 된다.

수리와 은진이 학원에서 만난 나영은 비보의 팬으로, 인스타 네임드 팬 계정 '영 비스킷 걸'의 운영자이다. 나영은 비보 팬으로서의 자신의 영향력을 내세우며 다른 아이들 위에 군림하고 수리와 은진에게 텃세를 부린다. 수리가 나영을 동경하며 가까워지고 나영에게 이용당하면서도 그 관계를 쉽게 끊어내지 못하는 사이 은진과는 오해가 쌓이고 소원해진다.

은진과 나영 사이에서 곤혹스러워하던 은진은 갑자기 변해버린 엄마 때문에 집에서도 소외감을 느낀다. 오랜 시간 노무사로 일하며 억울한 이들을 돕던 수리의 영웅 엄마는 몇 달 전 회사를 그만두었는데, 친구들도 부러워하던 근사한 엄마가 회사를 그만둔 후 그냥 짜증 많은 아줌마가 되어버린 것 같다. 게다가 엄마는 수리가 비보 팬 투표를 위해 열심히 모아 둔 '별'을 몰래 가져다 할머니들의 아이돌, 트로트 가수 이한한 팬 투표에 쏟아부을 만큼 열정적으로 이한한 덕질을 하고 있다. 우연히도 비보의 팬들과 이한한의 팬들의 간에 미묘한 갈등이 반복되고, 수리는 엄마를 더욱 이해하기 힘들어진다.

엄마와 싸우고 집을 나와 방황하던 수리는 멀어졌다 느꼈던 은진이 여전히 자신을 걱정하고 생각하고 있었다는 걸 깨닫는다. 그리고 아빠에게서 엄마가 회사를 그만둘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듣고는 엄마도 힘들 때 기댈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했던 게 아닐까, 누군가의 다정함이 필요했던 건 아닐까 생각하며 엄마를 조금씩 이해하게 된다.

아이돌 덕질을 매개로 십 대 아이들의 고민, 감정, 성장을 진솔하게 담아낸 이야기. 아이들의 이야기 속 수리 엄마의 사연은 다 커버린 것 같은 어른도 여전히 아프게 부딪히고 깨지며 변화하고 성장해 간다는 걸 보여주는 듯하다. 수리 엄마의 현실과 좌절이 그저 남 일 같지 않아 마음이 아팠다. 수리는 엄마 아빠의 사랑, 친구의 우정으로 밝게 잘 살아가겠지만 수리 엄마는 아마 좀 더 길고 깊은 치유가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친구든 엄마든 내가 제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타인에 대해 과연 우리는 잘 알고 있을까, 정말 그들을 깊이 이해하고 있을까, 이해한다는 게 과연 어떤 걸까 생각해 보게 하는 이야기. 아이와 어른이 함께 읽어도 좋을 소설.



출판사(허블)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hubble_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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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들리는 편의점 4 바다가 들리는 편의점 4
마치다 소노코 지음, 황국영 옮김 / 모모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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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하지 않은 기분 좋은 소란스러움. 불편하지 않은 따뜻함.

《바다가 들리는 편의점》을 시리즈 내내 읽어 오면서 공통적으로 느낀 기분. 맑고 청량한 날씨를 배경으로 한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하다.

남의 일에 참견하기도, 남에게서 간섭받기도 싫어하고 사람 북적대는 걸 질색하는 나지만, 소설 속 인물들의 타인에 대한 악의 없는 순수한 호기심과 애정 어린 개입에는 슬며시 미소가 지어진다. 편의점 텐더니스의 모지항 지점, 그곳을 중심으로 모인 인물들의 밝은 에너지는 상처와 아픔을 가지고 모지항과 텐더니스를 찾는 이들에게 다시 일어나 힘차게 살아갈 용기를 준다.

분명 애정으로 시작된 결혼이었지만 남편의 일방적인 이혼 통보에 홀로서기를 시작한 유리. 어려서부터 부모의 심한 간섭과 폭언에 시달리면서도 그것이 부모의 사랑이라며 애써 자신을 속여왔던 유리는 온전히 혼자가 된 후에야 제 인생을 똑바로 바라본다. 전 남편과 친오빠는 드디어 부모의 속박으로부터 탈출하기로 결심한 그를 진심으로 응원해 준다. 모지항 사람들의 따뜻한 관심과 응원 속에서 시작하는 유리의 새 인생이 아름답기를.

사람과 세상을 구하는 '히어로'가 되고 싶었지만 현실에서 그건 허황된 꿈이라는 걸 뒤늦게 깨닫고 절망하여 심심하게 살아가는 마이토. 친구 다카기의 소개로 인형탈 알바를 시작한다. 텐더니스 편의점의 새로운 캐릭터 알파카 인형탈을 쓰고 행사장에서 일을 하던 마이토는 갑자기 쓰러진 행인을 구하고, 현장에서 그를 지켜본 많은 이들의 감사와 찬사에 꼭 엄청난 일을 해야만 영웅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고등학교 시절 마이토가 낸 용기에, 부모 없이 어렵게 서럽게 살던 자신의 불행이 조금은 사그라들었다며 정말 고마웠다는 인사를 전하는 다카기. 마이토는 히어로의 꿈을 접은 후 자신의 삶이 시시하다 느꼈지만 이미 그는 누군가에게는 큰 영웅이었던 것.

힐링 소설류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고 늘 이야기하면서도, 돌고 돌아 꼭 읽게 되는 편의점 시리즈. 나도 소설 속 인물들과 함께, 오늘이 힘들어도 내일은 반드시 괜찮아질 거라는 용기와 위안을 얻는다. 역시 잘 살아가기 위해서는 나에게도 남에게도 '다정하고 친절한 것이 최고'라 생각하며 책을 덮는다.


출판사(오팬하우스)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ofanhouse.offi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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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살자 작가 시인선 22
김홍신 지음 / 작가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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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때 인상 깊게 읽었던 《인간시장》, 잊고 있던 김홍신 작가를 다시 만난 건 한 토크 예능이었다. 무엇보다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때의 일들과 정치적 소신 등의 이야기를 들으며 '세상살이에 시달리는 어른도 저렇게 맑고 곧을 수 있구나' 하고 생각했던 기억.

 

제목부터 마음에 들었던 작가의 신간 시집. 자연, 엄마, 사랑, 청춘, 인생... 소재를 가리지 않은 60여 편의 시를 한 편 한 편 꼼꼼하게 읽었다. 꾸밈없이 수수한 시들에 여든을 바라보는 '시인'의 연륜과 지혜, 품격이 구절마다 묻어난다. 마치 시인이 지금 내가 서 있는 이곳보다 조금 높은 곳에서 나를 보며, 더 멀리를 보며 괜찮다, 괜찮다, 다 지나가더라 말해주는 느낌이다.

 

나도 시간이 지나 살아온 날들을 돌아보며, 청춘에게 용기를 주고 메마른 이들에게 사랑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고 지친 이들에게 아등바등 살지 말고 그저 마음 편하게 살면 잘 산 인생이라고 따뜻하게 이야기해 줄 수 있을까.

 

어렵다(혹은 오글거린다)는 핑계로 시를 잘 읽지 않는데, 오랜만에 '청산별곡', '신부', '승무' 읽던 중고등학교 문학시간으로 잠시 돌아간 것 같아 좋았다. 어려서 그저 푸르러서 안 보이고 안 들리던 것들이 이제는 조금은 보이고 들리는 것 같다는 생각이 오늘 문득 든다.

 

오래도록 좋은 글들을 남겨 주시길. 



문화잡지 쿨투라(CULTURA)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cultura_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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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나의 한여름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91
최이랑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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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여전히 청소년 소설을 즐겨 읽는 이유는, 좋은 어른이 되고 싶어서. 소설 안에 좋은 어른이 되는 방법이 담겨 있지는 않다고 해도 모든 아이는 소중하고 모든 아이는 좋은 어른의 영향으로 좋은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다 믿는 내 믿음에 십 대의 마음을 담은 풋풋한 이야기들이 어떤 거름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

 

중3 여름 방학 유미와 혜리, 우수는 각자 다른 고민을 안고 각자 다른 모양의 시간을 보낸다. 이번 방학이 얼마나 중요한 줄 아냐며 엄마가 강요하는 학원 스케줄표를 따라야 하는 유미, 양양에서 서핑 가게를 운영하는 이모를 도우며 바다에서 방학을 지내겠다는 혜리, 경험을 쌓고 싶다며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우수.

유미는 당연히 언제나처럼 붙어 다니며 방학을 함께 보낼 줄 알았던 혜리가 양양 이모네에 가겠다고 하자 서운함이 앞서지만, 자주 연락하고 매일 바다 사진을 보내겠다는 혜리의 약속에 마음을 푼다. 하루에 몇 시간이나 빡빡하게 학원 수업을 들으면서도 혜리와의 통화를 낙으로 삼던 어느 날, 갑작스럽게 혜리의 연락이 끊어진다. 

 

처음에는 단순히 혜리가 그곳 생활이 너무 재미있어서 나를 잊었구나 생각하던 유미는 학원에서 혜리에 관한 이상한 소문을 듣고, 혜리의 연락이 끊긴 게 심상치 않은 일 같다는 위기감이 든다. 혜리에게 무슨 일이 생기지 않고서야 내가 걱정하고 서운해할 걸 알면서 이렇게 사라져 버릴 수는 없다. 종일 혜리의 연락만을 기다리던 유미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혜리를 찾아낸다. 그리고 혜리의 도와 달라는 한 마디에 엄마의 걱정과 꾸중을 뒤로 하고 혜리를 만나러 부산으로 떠난다.

 

오로지 공부, 공부, 엄마의 성적 압박에 짓눌려 사는 유미, 오래전 이혼하고 각자의 삶에 충실한 엄마 아빠 어느 쪽에도 마음 붙이지 못하고 마음이 새카맣게 타 버린 혜리, 집안에 갑자기 닥친 곤란으로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삶을 그리게 된 우수.

세상 혼자만 무거운 고민을 지고 있는 줄 알았던 아이들은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서로를 도닥여 준다. 어른들은 아이들을 마냥 어리게만 보지만 그들은 스스로를 믿으며, 서로에게 기대며 성장해 나간다. 이들이 가진 어떤 고민은 결코 별것 아니라고 얘기할 수 없을 정도로 커다란 일이지만, ‘친구’라는 존재가 어둠을 헤쳐 나가는 데 정말 커다란 힘이 되어 줄 것이다.

 

아이들에게 닥친 시련에 그들의 고민에 함께 마음이 찡했지만, 어디에나 내 편은 있다는 생각에 그래도 흐뭇하게 책을 덮을 수 있었다. 그들의 여름이 찬란하기를.


출판사(미래인)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mirae_in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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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강박 - 행복 과잉 시대에서 잃어버린 진짜 삶을 찾는 법
올리버 버크먼 지음, 정지인 옮김 / 북플레저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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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지만 행복한 삶은 가능하다'. 맺음말의 제목이 결국 책 전체를 관통한다는 생각이 든다. 책은 그동안 행복에 이르기 위해 지나야 할 당연한 길이라 여겼던 절대 긍정, 목표 지향, 성공 추구 등이 사실은 행복을 방해하고 있을지 모른다고, 실패, 불안, 분노, 슬픔 등 ‘부정적’ 사고를 ‘부정’하며 행복에 집착할수록 더욱 불행해진다고 이야기한다.

 

현대의 수많은 책에서, 광고에서, 모든 매체에서 하나같이 행복, 행복해지는 법을 키워드로 삼기에 '행복'이라는 두 글자가 그 어떤 감정보다, 상황보다 익숙하지만 우리는, 적어도 나는 행복이 무엇인지에 대한 답을 여전히 생각해 보는 중이다. 행복은 목적일까, 과정일까, 상태일까. 큰 걱정 없이 불안 없이 평안하고 평화로운 나날을 지내면 그 자체가 행복이라 막연히 여기곤 했는데 책은 마치 이런 내 생각을 읽은 듯 그게 과연 진정한 행복일까 조목조목 반박해 낸다. 

 

저자는 수천 년을 이어져 온 이야기들 속에서, 여러 전문가와의 인터뷰에서 행복에 대한 진실을 찾아 헤맨 시간과 정리한 결론들을 책에 담았다. 책에는 행복해지지 못한 이유,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을 찾아가는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가장 큰 줄기는 긍정과 행복이 절대 선이고 그것을 반드시 이루어야만 한다고 집착할수록 오히려 행복으로부터 멀어진다는 것. 부정적인 생각을 그대로 인정하고, 현실이나 사건의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미래를 그저 낙관하며 상황을 회피하기보다 용기 있게 직면할 때 오히려 행복에 가까워질 수 있단다.

 

이 책에서 나에게 가장 울림을 주었던 메시지는, 애초에 안정적인 삶은 불가능하고 삶이라는 건 처음부터 불안정하다는 것. 그리고 고통과 괴로움, 부정적인 감정은 타인이나 상황 자체 때문이 아니라 그에 대한 나의 판단 때문에 생겨난다는 것. 이성적으로 차분하게 생각해 보란다. 

 

무엇이 행복인지도 모르며 맹목적으로 행복을 좇지 말고 하루가, 삶이 행복하고 안정이 당연하다는 강박을 버려야 한다는 직설적인 통찰이 아이러니하게도, '뭐든 다 해낼 수 있다.', '바라는 모든 것이 다 이루어질 수 있다.'하는 긍정의 문장들보다 더 희망적으로 느껴지고 묘한 위안이 된다. 수많은 부정 가운데에서도 꼿꼿이 행복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자연의 질서, 있는 그대로의 삶, 자기통제와 수용... 스토아학파의 핵심 사상에 다시 한번 매력을 느끼게 해준 책. 

《행복 강박》, 오래오래 많은 사람들이 찾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출판사(북플레저)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_book_pleas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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