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들리는 편의점 4 바다가 들리는 편의점 4
마치다 소노코 지음, 황국영 옮김 / 모모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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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하지 않은 기분 좋은 소란스러움. 불편하지 않은 따뜻함.

《바다가 들리는 편의점》을 시리즈 내내 읽어 오면서 공통적으로 느낀 기분. 맑고 청량한 날씨를 배경으로 한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하다.

남의 일에 참견하기도, 남에게서 간섭받기도 싫어하고 사람 북적대는 걸 질색하는 나지만, 소설 속 인물들의 타인에 대한 악의 없는 순수한 호기심과 애정 어린 개입에는 슬며시 미소가 지어진다. 편의점 텐더니스의 모지항 지점, 그곳을 중심으로 모인 인물들의 밝은 에너지는 상처와 아픔을 가지고 모지항과 텐더니스를 찾는 이들에게 다시 일어나 힘차게 살아갈 용기를 준다.

분명 애정으로 시작된 결혼이었지만 남편의 일방적인 이혼 통보에 홀로서기를 시작한 유리. 어려서부터 부모의 심한 간섭과 폭언에 시달리면서도 그것이 부모의 사랑이라며 애써 자신을 속여왔던 유리는 온전히 혼자가 된 후에야 제 인생을 똑바로 바라본다. 전 남편과 친오빠는 드디어 부모의 속박으로부터 탈출하기로 결심한 그를 진심으로 응원해 준다. 모지항 사람들의 따뜻한 관심과 응원 속에서 시작하는 유리의 새 인생이 아름답기를.

사람과 세상을 구하는 '히어로'가 되고 싶었지만 현실에서 그건 허황된 꿈이라는 걸 뒤늦게 깨닫고 절망하여 심심하게 살아가는 마이토. 친구 다카기의 소개로 인형탈 알바를 시작한다. 텐더니스 편의점의 새로운 캐릭터 알파카 인형탈을 쓰고 행사장에서 일을 하던 마이토는 갑자기 쓰러진 행인을 구하고, 현장에서 그를 지켜본 많은 이들의 감사와 찬사에 꼭 엄청난 일을 해야만 영웅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고등학교 시절 마이토가 낸 용기에, 부모 없이 어렵게 서럽게 살던 자신의 불행이 조금은 사그라들었다며 정말 고마웠다는 인사를 전하는 다카기. 마이토는 히어로의 꿈을 접은 후 자신의 삶이 시시하다 느꼈지만 이미 그는 누군가에게는 큰 영웅이었던 것.

힐링 소설류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고 늘 이야기하면서도, 돌고 돌아 꼭 읽게 되는 편의점 시리즈. 나도 소설 속 인물들과 함께, 오늘이 힘들어도 내일은 반드시 괜찮아질 거라는 용기와 위안을 얻는다. 역시 잘 살아가기 위해서는 나에게도 남에게도 '다정하고 친절한 것이 최고'라 생각하며 책을 덮는다.


출판사(오팬하우스)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ofanhouse.offi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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