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가는 카피 손이 가는 브랜드 - 카피라이터 3년, 마케터 2년, 광고 같은 기록들
김화국 지음 / 시공사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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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 카피라이터로 시작해 주니어 마케터로 일하고 있는 작가의 일 이야기, 삶 이야기, 생각 이야기.

글 면면에서 직업 연차가 그리 오래되지 않은, 나이도 많지 않은, 젊은(20대라면... 어린) 이가 쓴 글이라는 티가 난다. 그 연차에서, 자신의 경험치 안에서 일이든 직장생활이든 다 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깊이 있는 고민의 흔적과 대단한 열정이 보인다.

베테랑 카피라이터의 통찰 있는 짧은 글들에, 세상을 대하는 관점에, 그것을 글로 표현해내는 자신만의 노하우에 감탄한 일들이 많아서 이번에도 사실 제목에서 오는 기대감이 컸는데 첫 기대와는 달랐지만 편하게 읽었다. 하지만 잘 지은 제목 같진 않다고 생각한다. 후후

이제 막 카피의 맛, 한 줄 카피 쓰는 맛을 알아 가던 신입 카피라이터는 휴가 도중 회사가 곧 청산한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다니던 회사가 하루아침에 사라진다고. 회사를 옮겨 꿈꿨던 카피라이터 일을 계속할지, 모회사의 마케터로 새 일을 시작할지 고민하던 작가는 결국 변화를 선택한다. 자기 젊음과 잠재력과 가능성에 대한 확신으로.

나라면 어땠을까. 일을 안고서 환경의 변화를 선택했을까, 작가처럼 환경과 일 모두의 '변혁'을 선택할 수 있었을까.

내가 보고 내가 살아가는 세상의 어떤 상황, 어떤 순간을 그저 스쳐 보내지 않고 거기에 집중해 주제별로 이렇게 글을 써 내려갈 수 있다는 점이 놀랍다. 밝고 넓고 깊은 눈을 배우고 싶다. 정성 다해 재미나게 살아가는 작가의 에너지가 글 곳곳에서 그대로 느껴진다. 무엇보다도 긍정과 낙관의 에너지가 폴폴.

시간이 지나 산전수전 다 겪어 본 노련한 마케터로서 '마케팅의 왕도'를 알려주는 작가의 책이 나온다면, 읽어볼 만할 듯하다.



출판사(시공사)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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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에 마음 없는 일 - 인스피아, 김스피, 그리고 작심 없이 일하는 어떤 기자의 일 닻[dot] 시리즈 2
김지원 지음 / 흐름출판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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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재미있게 읽었다(극찬!). 문장마다, 생각마다, 공감 공감 공감, 인덱스 플래그가 따로 필요 없을 정도였다.

내가 아무리 트렌드에 둔감한 인간이라지만, 종합뉴스 헤드라인이나 휙휙 넘겨 보고 좋아하는 책 읽으며 심심하게 살아가는 인간이라지만, 그래도 인스피아의 존재를, 작가(기자)의 존재를 조금 더 일찍 알았다면 더 일찍 재밌을 수 있었는데, 더 많이 여러 생각을 해볼 수도 있었는데 아쉽다.

자신의 직업을, 일을 사랑하기 때문에 마음 없는 척 사실은 일을 더 사랑할 방법을 고민 또 고민한 한 젊은 기자의 ‘사랑하는 나의 일에 대한 기록’. 고집, 불만, 기쁨, 슬픔, 분투의 기록.

책은 종합일간지 기자가, 속도전의 기사 생산 대신 원고지 90매 분량 긴 호흡의 뉴스레터를 쓰며 ‘기사 안 쓰는 기자’로 보낸 특별한 시간의 진솔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어떻게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살겠어. 나는 일에서 재미를 찾을 기대 같은 건 없어. 행복은 여기 밖에 있어’ 류의 말들로 동료들과 모여 직장생활과 직업생활을 자조하며 가끔 ‘여우의 신 포도’ 같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간절하게 원하지만 쉽게 이룰 수 없는 걸 알기에 포도는 맛이 없을 거고 일은 재미없을 수밖에 없다고 스스로를 속이며 살아가는 듯해서.

저자는 재미있는 일을 하고 싶다, 재미난 것 많은 이 세상에 재미없는 글을 누가 읽으려 하겠냐, 읽히지 않는 글에 무슨 의미가 있냐, 글 쓰는 내가 즐거워야 내 생각과 글을 나누는 독자들도 즐겁다는 생각으로 속한 조직에서 전례 없던 새로운 일, 인문 교양 뉴스레터 ‘인스피아’를 기획하고 시작해 4년이나 홀로 이끌어왔다.

경직된 조직에서 없던 일을 혼자 시작한다는 것, 그 재미와 부담의 양면을 잘 안다. 저자는 그의 노력이 담긴 글들을 읽은 많은 이들이 감사하게도, 부담보다는 재미에 마음의 비중을 두었나 보다. 글을 써 사람들에게 읽게 한다는 그 정체성을 놓치지 않은 채 쇼츠와 릴스, 알고리즘의 시대에 다양한 주제를 ‘책’을 통해 깊게 살펴보는 글을 끝없이 고민하며 적어냈다. 뉴스레터 발송 전까지 글을 고치고 또 고쳤다는 그 마음을, 4년을 이어온 업무(뉴스레터) 종료 통보를 받고도 지금껏 해온 대로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들을 읽었다는 그 마음을 어쩐지 나도 잘 알 것 같아서 그의 새로운 출발을 마음으로 응원하게 되었다.

일을 사랑한다는 건 쉽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약간의 틈새가 있다면 본인의 재량을 발휘해 일을 수상하게 만들어볼 수도 있다는 저자의 귀여운 표현, 어떤 이들에게는 작은 용기와 위로를 전하지 않을까.



출판사(흐름출판)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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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낸 김에, 즐겨볼까? - 암경험자의 다사다난 일상 회복 분투기
용석경 지음 / 샘터사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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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와 일이 제일 중요한 것처럼 살았다. 잦은 야근에도 남편과 아이 살뜰히 챙기고, 운동도 하고, 더 잘 살아 보겠다며 돈 공부도 했다.

그저 열심히 살던 마흔 살의 어느 날,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다. 유방암이란다. 왜 하필 자신에게 암이 찾아온 건지 억울했지만 살아야 할 이유가 여럿이고 꼭 살고 싶은 마음으로 고통스러운 치료도 잘 견뎌냈다.

치료는 끝났지만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매일 현실의 벽에 부딪혔다. 항암치료로 짧아진 머리카락으로 사람들 만나기가 무서웠고, 휴직했던 회사에 복직하고 보니 직전 해의 근무 기간이 없어서 연차가 없다. 정기적으로 병원에 가야 하는데 연차가 없다.

나름 일 잘하는 에이스였는데 이전만큼 못 하는 것 같아 자괴감이 든다. 내가 (암 투병) 전에(는) 잘 나갔다는 안타까움을 담은 직장상사의 말이 가슴에 날카롭게 박힌다.

확 떨어진 체력에 기억력 저하, 피로감, 수술부위 통증 등 여러 후유증까지 겪느라 힘든 몸과 마음에 사회적 편견의 무게까지 얹어진다.

투병 이후 사회 복귀를 결심하고 무사히 복귀해 적응하기까지, 가족과 친구, 가까운 이들뿐만 아니라 글로 만난 블로그 이웃, 환자 모임에서 만난 이들, 모두의 공감과 응원, 격려가 큰 힘이 되었다는 작가.

암경험자로서 사회에 다시 발을 내디디면서 자신이 겪었던 두려움, 막막함을 담담히 고백하고 자신의 글이 암, 또 다른 병, 실연 등 각자의 아픔을 겪어내고서 '다시 살아가려는' 이들에게 힘이 되기를 바란단다.

관련기관 통계에 따르면 암환자의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다행히 의학 발달로 암환자의 생존율이 늘어나고 있지만 그 생존자들의 사회 복귀는 매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치료하느라 일을 그만뒀는데, 치료 후에 구직을 하려 하니 병력이 발목을 잡는다. 치료하느라, 돈 안 벌며 생활 꾸려가느라 돈을 많이 썼는데, 다시 돈을 벌 직장을 구하기가 너무나 어렵다. 휴직 후 복직한 직장에서는 전보다 업무 효율성이 떨어질 테고 병원 가느라 근태에 문제가 생길 테니 결국 동료들에게 피해를 줄 거라는 편견과 싸워야 한다.

일단 조직에 들어온 후엔 중범죄를 저지르지 않으면 잘리지 않는 직장에 다녔던 나는 암경험자 몇의 직장복귀를 목도했다. 이런저런 이유로 나부터도 직장에선 아파도 아픈 티 못 내고 살았으면서, 그들의 복귀를 보면서 그저 막연히, 가벼이, 그래도 이럴 땐 철밥통이 좋네, 라는 생각을 했다. 알게 모르게 겪었을 커리어에서의 자괴와 사람들의 편견 등 그들이 복귀 이후 견뎌냈어야 할 다른 모든 것에는 의미를 두지 못한 채.

무엇보다 그들은, 생과 사의 기로에서 힘겹게 병과 싸우다 살아 돌아온 이들이었는데, 심리적 막막함, 실재한 신체의 아픔, 살아있다는 안도... 헤아리지 못했다.

얼마나 막막할지 당신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공감과 위로, 당신도 나처럼 괜찮아질 수 있을 거라는 응원에 더해 암환자에게 도움될 제도 등 실질적인 정보까지, 병 많고 아픔 많은 이 세상에서 환자에게도, 보호자에게도, 고통을 딛고 살아보려는 모든 이들에게도 꼭 필요한 책이 아닐까 싶다.



출판사(샘터)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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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를 구독해주세요
정태화 지음 / 더블북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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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 제 가정 꾸려 나간 아들딸은 아비에게 관심도 없고, 늘그막에 아내마저 병으로 먼저 떠나보낸 뒤 촌에서 홀로 외롭게 살아가던 기택. 신세 한탄하며 마시던 술에 만취해 주정 부리는 영상이 빵 터진 덕에 온라인에서 유명 인사가 된다.

처음 영상을 보았을 때 기택의 아들 태경은 늘 무뚝뚝하던 기택의 낯선 모습에 당황하고 아버지를 부끄러워하지만, 곧 아버지를 유튜브 스타로 만들어 큰돈을 벌어 보겠다는 꿈을 꾼다. 좋은 학교 나와 좋은 회사 다니던 잘난 아들이었는데 회사 나와 벌인 사업이 망해 빚더미에 앉아 있는 태경. '해준 것 없는 아버지'가 이번엔 날 위해 뭘 좀 해줄 수 있을 거라며 아버지를 설득한다.

한편, 기택의 딸 지영은 아버지의 옛사랑과 아버지를 재혼시키고 싶어 한다. 서로의 첫사랑이었지만 각자 다른 이와 결혼했다가 지금은 모두 혼자가 된 기택과 영숙. 말로는 말년에 아버지가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지만, 남편의 명예퇴직으로 생활이 어려운 지영에게는 부자라는 영숙의 재산도, 아버지가 벌어들일 유튜브 수입도 전부 간절하다.


화려한 화장을 하고 아이돌 댄스까지 배우며 자식들을 위해 유튜브에 열심인 기택. 그의 옛꿈은 가수였다. 청춘에 꾸던 꿈은 지금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은 아니었지만, 이제라도 아들딸에게 내가 필요해졌다니 그 사실이 반갑다. 자식들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좋아하던 노래를 부르는 순간이 가끔은 즐겁기도 하다.

서로를 진심으로 아끼지만 일상에 치여서, 내 새 가족 챙기느라 바빠서, 미안하다 고맙다 사랑한다 표현도 못 하고 멀어져 가던 아버지와 자식들. 좌충우돌 성공도 맛보고 실패에도 부딪히던 그들은 고난 속에서 결국 서로에 대한 진심을 깨닫는다.

'웃기고 짠한 가족 성장 시트콤' 이라는 책. (수많은 오타에도 불구하고) 막힘없이 술술 잘 읽히긴 하는데, 결말 전까지 내내 좀 불편한 마음이 들었다. 현세를 반영하였으나 굉장히 비현실적이라는 생각도 들고.

다 주고도 더 주지 못해 안타까운 게 부모의 마음이라지만, 받고도 (안 받았다 해도) 더 받고 다 뜯어내고 싶은 게 자식의 마음인가. 나도 그런가.

어릴 때야 이런저런 생각도 하지만, 아니 나이 들어서도 어떤 생각은 할 수도 있지만 자기들 살자고 저렇게까지 적극적으로 부모를 '착취'한다고? 물론 아버지는 착취라 생각하지 않았지만.


선택에는 책임이 따른다. 도전은 신중하게. 노력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지 않을 수도 있다. 무한 희망회로에 빠지지 말 것. 잘 되면 내 덕, 안 되면 세상 탓 부모 탓 하지 말 것. (피해망상임)

자식 걱정만 한가득인 외로운 친구한테 가서 신나게 제 자식 자랑하지 말 것. (공감 능력 부족, 친구를 가장한 분명한 적)

사람이 궁지에 몰리면 내가 알던 그 사람이 아닌 것 같아지기도 하니, 진짜 그를 아낀다면 무슨 일이 있는 건가 살뜰히 들여다볼 것. 다른 이의 마음을 알아챌 여유가 있고 너그럽게 이해하며 살아가기 위해서는 일단 내 건강도 마음도 지갑도 여유로울 것. (잘 사는 방법은, 힘 빼고 '허허허'가 아닐까.)


여러모로, 여러 생각을 하게 하는 면에서는 뭔가 남긴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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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남긴 365일
유이하 지음, 김지연 옮김 / 모모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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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천적 색맹인 유고, 소년의 세상은 오로지 흑과 백으로만 이루어져 있었다. 그런 유고의 곁에서 말로써 계절의 빛, 자연의 색, 세상의 아름다움을 전달하려 늘 애쓰던 소꿉친구 가에데.


유고는 가장 가까웠던 존재이자 유일했던 친구 가에데가 병으로 떠난 뒤 곧 '무채병' 으로 시한부 1년을 선고받는다.

눈에 보이는 색을 하나씩 잃어가는 게 일반적인 무채병의 증상이지만, 날 때부터 색을 보지 못한 유고는 반대로 죽음에 다가갈수록 볼 수 있는 색이 하나씩 늘어간다. 그렇게 색을 알려주고 싶어 하던 가에데를 잃었는데 이제 색을 볼 수 있게 되다니.


스스로도 의아할 정도로 친구의 죽음을 깊은 슬픔이나 마음의 동요 없이 그저 어떤 사실로만 받아들였던 유고는 가에데가 병상에서 작성했다는 '건강해지면 하고 싶은 일' 리스트를 대신 하나씩 실행해 나가며 무기력했던 이전과 전혀 다른 새로운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그렇게 비로소 세상의 색을 알아가고, 자기 안의 여러 감정을 깨닫는다. 반향이 없어도 무조건적이고 절대적이던 가에데의 다정함은 '남과 다름' 때문에 세상에, 타인에 마음의 문을 닫고 살아가던 유고를 숨 쉬게 한 원동력이었다.


아, 아깝다. 소년 소녀의 삶이 너무 짧다. 리스트를 작성할 때 가에데가 어떤 마음이었을지를 생각하면, 그 마음을 알아버렸을 때 유고의 심정을 헤아리면 참 애틋하고 슬프다.


2000년대 중반 일본 청춘 멜로영화를 한편 본 느낌. 뻔하더라도 몰입해서 읽을 만했던 이야기.

하고 싶은 일 리스트를 지워나가며 새로운 친구들과 가까워지고, 색을 하나씩 볼 수 있게 되면서 가에데가 이 아름다움을 얼마나 자신에게 전하고 싶어 했는지, 자신의 행복을 얼마나 바랐는지를 새삼 느끼며 그녀를 그리워하는 유고. 치유와 성장의 시간 끝에 남은 삶이 더 길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먹먹하다.


남은 삶이 딱 1년이라면, 어떤 마음으로 뭘 해야 할까.



출판사(모모, 오팬하우스)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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