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를 구독해주세요
정태화 지음 / 더블북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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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 제 가정 꾸려 나간 아들딸은 아비에게 관심도 없고, 늘그막에 아내마저 병으로 먼저 떠나보낸 뒤 촌에서 홀로 외롭게 살아가던 기택. 신세 한탄하며 마시던 술에 만취해 주정 부리는 영상이 빵 터진 덕에 온라인에서 유명 인사가 된다.

처음 영상을 보았을 때 기택의 아들 태경은 늘 무뚝뚝하던 기택의 낯선 모습에 당황하고 아버지를 부끄러워하지만, 곧 아버지를 유튜브 스타로 만들어 큰돈을 벌어 보겠다는 꿈을 꾼다. 좋은 학교 나와 좋은 회사 다니던 잘난 아들이었는데 회사 나와 벌인 사업이 망해 빚더미에 앉아 있는 태경. '해준 것 없는 아버지'가 이번엔 날 위해 뭘 좀 해줄 수 있을 거라며 아버지를 설득한다.

한편, 기택의 딸 지영은 아버지의 옛사랑과 아버지를 재혼시키고 싶어 한다. 서로의 첫사랑이었지만 각자 다른 이와 결혼했다가 지금은 모두 혼자가 된 기택과 영숙. 말로는 말년에 아버지가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지만, 남편의 명예퇴직으로 생활이 어려운 지영에게는 부자라는 영숙의 재산도, 아버지가 벌어들일 유튜브 수입도 전부 간절하다.


화려한 화장을 하고 아이돌 댄스까지 배우며 자식들을 위해 유튜브에 열심인 기택. 그의 옛꿈은 가수였다. 청춘에 꾸던 꿈은 지금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은 아니었지만, 이제라도 아들딸에게 내가 필요해졌다니 그 사실이 반갑다. 자식들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좋아하던 노래를 부르는 순간이 가끔은 즐겁기도 하다.

서로를 진심으로 아끼지만 일상에 치여서, 내 새 가족 챙기느라 바빠서, 미안하다 고맙다 사랑한다 표현도 못 하고 멀어져 가던 아버지와 자식들. 좌충우돌 성공도 맛보고 실패에도 부딪히던 그들은 고난 속에서 결국 서로에 대한 진심을 깨닫는다.

'웃기고 짠한 가족 성장 시트콤' 이라는 책. (수많은 오타에도 불구하고) 막힘없이 술술 잘 읽히긴 하는데, 결말 전까지 내내 좀 불편한 마음이 들었다. 현세를 반영하였으나 굉장히 비현실적이라는 생각도 들고.

다 주고도 더 주지 못해 안타까운 게 부모의 마음이라지만, 받고도 (안 받았다 해도) 더 받고 다 뜯어내고 싶은 게 자식의 마음인가. 나도 그런가.

어릴 때야 이런저런 생각도 하지만, 아니 나이 들어서도 어떤 생각은 할 수도 있지만 자기들 살자고 저렇게까지 적극적으로 부모를 '착취'한다고? 물론 아버지는 착취라 생각하지 않았지만.


선택에는 책임이 따른다. 도전은 신중하게. 노력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지 않을 수도 있다. 무한 희망회로에 빠지지 말 것. 잘 되면 내 덕, 안 되면 세상 탓 부모 탓 하지 말 것. (피해망상임)

자식 걱정만 한가득인 외로운 친구한테 가서 신나게 제 자식 자랑하지 말 것. (공감 능력 부족, 친구를 가장한 분명한 적)

사람이 궁지에 몰리면 내가 알던 그 사람이 아닌 것 같아지기도 하니, 진짜 그를 아낀다면 무슨 일이 있는 건가 살뜰히 들여다볼 것. 다른 이의 마음을 알아챌 여유가 있고 너그럽게 이해하며 살아가기 위해서는 일단 내 건강도 마음도 지갑도 여유로울 것. (잘 사는 방법은, 힘 빼고 '허허허'가 아닐까.)


여러모로, 여러 생각을 하게 하는 면에서는 뭔가 남긴 듯.


출판사(더블북)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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