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에 마음 없는 일 - 인스피아, 김스피, 그리고 작심 없이 일하는 어떤 기자의 일 닻[dot] 시리즈 2
김지원 지음 / 흐름출판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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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재미있게 읽었다(극찬!). 문장마다, 생각마다, 공감 공감 공감, 인덱스 플래그가 따로 필요 없을 정도였다.

내가 아무리 트렌드에 둔감한 인간이라지만, 종합뉴스 헤드라인이나 휙휙 넘겨 보고 좋아하는 책 읽으며 심심하게 살아가는 인간이라지만, 그래도 인스피아의 존재를, 작가(기자)의 존재를 조금 더 일찍 알았다면 더 일찍 재밌을 수 있었는데, 더 많이 여러 생각을 해볼 수도 있었는데 아쉽다.

자신의 직업을, 일을 사랑하기 때문에 마음 없는 척 사실은 일을 더 사랑할 방법을 고민 또 고민한 한 젊은 기자의 ‘사랑하는 나의 일에 대한 기록’. 고집, 불만, 기쁨, 슬픔, 분투의 기록.

책은 종합일간지 기자가, 속도전의 기사 생산 대신 원고지 90매 분량 긴 호흡의 뉴스레터를 쓰며 ‘기사 안 쓰는 기자’로 보낸 특별한 시간의 진솔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어떻게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살겠어. 나는 일에서 재미를 찾을 기대 같은 건 없어. 행복은 여기 밖에 있어’ 류의 말들로 동료들과 모여 직장생활과 직업생활을 자조하며 가끔 ‘여우의 신 포도’ 같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간절하게 원하지만 쉽게 이룰 수 없는 걸 알기에 포도는 맛이 없을 거고 일은 재미없을 수밖에 없다고 스스로를 속이며 살아가는 듯해서.

저자는 재미있는 일을 하고 싶다, 재미난 것 많은 이 세상에 재미없는 글을 누가 읽으려 하겠냐, 읽히지 않는 글에 무슨 의미가 있냐, 글 쓰는 내가 즐거워야 내 생각과 글을 나누는 독자들도 즐겁다는 생각으로 속한 조직에서 전례 없던 새로운 일, 인문 교양 뉴스레터 ‘인스피아’를 기획하고 시작해 4년이나 홀로 이끌어왔다.

경직된 조직에서 없던 일을 혼자 시작한다는 것, 그 재미와 부담의 양면을 잘 안다. 저자는 그의 노력이 담긴 글들을 읽은 많은 이들이 감사하게도, 부담보다는 재미에 마음의 비중을 두었나 보다. 글을 써 사람들에게 읽게 한다는 그 정체성을 놓치지 않은 채 쇼츠와 릴스, 알고리즘의 시대에 다양한 주제를 ‘책’을 통해 깊게 살펴보는 글을 끝없이 고민하며 적어냈다. 뉴스레터 발송 전까지 글을 고치고 또 고쳤다는 그 마음을, 4년을 이어온 업무(뉴스레터) 종료 통보를 받고도 지금껏 해온 대로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들을 읽었다는 그 마음을 어쩐지 나도 잘 알 것 같아서 그의 새로운 출발을 마음으로 응원하게 되었다.

일을 사랑한다는 건 쉽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약간의 틈새가 있다면 본인의 재량을 발휘해 일을 수상하게 만들어볼 수도 있다는 저자의 귀여운 표현, 어떤 이들에게는 작은 용기와 위로를 전하지 않을까.



출판사(흐름출판)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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