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딩·인사이트·디자인
터너 더크워스.자일스 링우드 지음, 정상희 옮김 / 을유문화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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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적인 일을 직업으로 삼는다는 것은 쉽지 않은 길이다. 이러한 일은 단순한 직업이라기보다는 소명에 가깝다. 고통스럽고, 모든 걸 바쳐야 하며, 저녁 먹을 시간에 맞춰 집에 가지도 못한다. 하지만 이 길에서 얻는 보람은 창의적인 성취나 경제적인 성공을 뛰어넘는, 훨씬 더 풍요로운 무언가다. 터너 더크워스에 몸담았던 모든 이는 안다. 어떤 일이 일어나든 나와 내가 해낸 일이 동료들에게 진정으로 존중받는다는 사실을 말이다.

우리는 서로를 존중하고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과 위대함을 추구하는 여정에 날마다 함께 나선다. 그러니 이 모든 걸 사랑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터너 더크워스, 자일스 링우드, 《브랜딩, 인사이트, 디자인》 中


'창조적인 일'과 그 일을 하는 이들을 오랜 시간 동경해 왔다. 그들의 전문성과 직관을 존중하지 않고 조직 내 절대 지위와 권력에 대한 복종을 더 중시해 구성원 모두가 전력을 쏟아부은 일이 산으로 가는 경우를 너무도 많이 봤기 때문에 동경 다음으로 그들에게 드는 감정은 늘 안쓰러움과 안타까움이었지만.

프로젝트 CEO, 디자인 디렉터, 마케터 등 다양한 시선에서 바라본 브랜딩, 마케팅, 디자인의 본질을 담았다고 해 굉장히 궁금했던 책. 비전문가인 내 입장에서 혹시 내용이 어렵지는 않을까 했지만 전문적이고 기술적인 내용보다 창조 전문가들의 생생한 경험담을 전하는 중에 그들의 고충, 일과 삶에 대한 가치관을 엿볼 수 있어 굉장히 흥미로웠다.

우리는 매일 매 순간 나도 모르는 사이 끊임없이 광고에 노출되고, 아주 많은 순간 브랜드에 대한 '호감'은 선택의 가장 큰 이유가 된다. 유사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 중에서도 특히 느낌이 좋은 업체가, 익숙한(기억에 남아 익숙하다고 느끼는) 업체가 선택받는다. 그만큼 기업 이미지에 걸맞은 이미지 아이덴티티 구축이 중요하다.

'직감'을 무기로 아마존, 맥도날드, 코카콜라 등 세계적인 유명 브랜드의 비주얼 아이덴티티 형성에 큰 기여를 해 온 터너 더크워스 에이전시. 책은 터너 더크워스의 구성원을 비롯해 이들과 긴밀히 협업해 온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모두 재미있게 읽었지만, 한 번 더 마음이 갔던 것은 '꽃들은 햇살 속에서 피어난다'며 일과 삶에서 사람의 중요성, 낙관주의의 중요성을 강조한 마크 투트셀의 이야기. 그가 가진 '관대할 것, 열려 있을 것, 호기심을 가질 것'. 단순하지만 분명한 원칙. 브랜딩뿐 아니라 많은 일과 상황, 관계를 부드럽게 바라볼 큰 기준이 되어줄 수 있을 것 같다.

각 전문가가 생각하는 브랜드 전략, 일을 풀어나가는 자기만의 방식, 성과 등을 읽기 좋게 보기 좋게 정리해 브랜딩 종사자에게는 잠깐의 휴식을, 다른 이에게도 지식과 재미를 전할 책.



출판사(을유문화사)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uly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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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낙천적인 아이 오늘의 젊은 작가 50
원소윤 지음 / 민음사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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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출신 스탠드업 코미디언인 소설가. 앞으로도 많은 순간 조금 특한 이력이 작가를 소개하는 수식어로 붙겠지만, 적어도 나는 '글 잘 쓰는 사람'으로 그를 기억하게 될 듯하다.

 

막히는 부분 하나 없이 술술 읽히는 작가의 자전적 소설. 독특한 각 인물들(작가, 작가의 가족들)의 재미나고 유쾌한 이야기들 틈에 언뜻언뜻 비치는 각자의 상처와 아픔들.

'태평해 보이는 사람들도 마음속 깊은 곳을 두드려보면 어딘가 슬픈 소리가 난다.'

나쓰메 소세키의 문장이 내내 떠올랐다.

일찍 철드는 아이에게 늘 안쓰러움을 느끼는 나. 너무 어려서부터 너무 많은 세상의 슬픈 것을 알아버렸으면서도 열심히 사람들을 웃기고 위로해 온, 그리고 지금도 많은 이들을 웃기고 있는 작가를 장하다고 멋지다고 잠깐 안아 토닥여주고 싶다.

 

소설을 읽으면서 작가의 문장력 자체에도 놀랐지만 주변 인물을 보는 엄청난 관찰력에 감탄했다. 인물 외면뿐만 아니라 그들의 생각까지 깊이 꿰뚫어 보는 듯.

작가와 오빠, 부모님, 외조부모님은 모두 독실한 가톨릭 신자이다. 소설은 엄중하고 차분하기만 할 것 같은 그들 가족의 에피소드를 하나하나 재미나게 풀어낸다. 유쾌한 이야기들 가운데 '명랑 가족'이 가진 상실과 슬픔이 등장할 때는 마음이 아렸다. 특히 작가 부모님의 상실, 교통사고로 세 살에 떠난 엄마 아빠의 첫아기. 아기가 떠난 9월이면 종종 넋을 놓던 엄마가 혹시 나쁜 마음을 먹을까봐 그 어린 나는 불안을 안고 학교에 가고, 쉬는 시간에는 공중전화 박스로 달려가 엄마에게 전화를 건다. 엄마의 기분을 확인하고, 엄마에게 잘못한 일을 사과하고, 더 나은 딸이 되겠다고 다짐한다. 그렇게 엄마에게 살아갈 희망을 주고 싶었던 어린 나.

타워크레인 기사로 타지 공사장을 돌며 일하는 아빠가 걱정돼 날씨가 좋지 않은 날에는 기상청 날씨 안내 전화로 아빠가 있는 곳의 날씨를 확인하던 어린 나. , 이 여린 아이가 다른 이들에게 웃음을 주는 사람으로 멋지게 자랐다니.

 

재밌지만 마냥 재밌지만은 않고, 슬프지만 마냥 슬프지만은 않은 소설. 나는 이 이야기가 좋아서, 아마도 굉장히 여러번 반복해 읽을 것 같다. 정말 좋아하는 책 백수생활백서(2006, 박주영)과 함께.



출판사(민음사)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minumsa_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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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라는 왈츠는 우리 없이도 계속되고
비르지니 그리말디 지음, 손수연 옮김 / 저녁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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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라는 왈츠는 우리 없이도 계속되고. 한 자리에서 다 읽어 내려간 소설.

소설은 같은 정신과 의사에게 상담 치료를 받던 남녀가 진료 대기실에서 우연히 만나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그들은 얼마 전 아버지를 잃은 슬픔에 일상이 무너져버린 엘사와 최근 아내와 이혼 후 격주로 두 딸을 만나는 것만이 삶의 낙인 뱅상.

 

장례지도사로 오랜 시간 일해 온 엘사는 가족을 먼저 떠나보낸 유족들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그들을 돕고 위로해 왔지만 막상 자신이 유족이 되고 보니 도저히 마음을 추스를 수가 없다. 시간이 지나도 괜찮아지지 않는다. 그렇게 사랑했던 아버지를 떠나보내고 자신이 했던 말과 행동에 대한 후회가 마음에 사무친다.

겉으로 봐서는 세상 걱정 없는, 대체 우울증 치료가 왜 필요한가 싶은 잘나가는 소설가 뱅상. 사실 그는 오래된 상처를 가슴에 품은 채 살아가고 있다. 오래전 그날 이후, 마음의 공허는 완벽히 채워질 수 없다.

 

진료 예약 시간을 지키지 않고 병원에 일찍 도착한 뱅상 탓에 이루어진 둘의 첫 만남. 그곳에서 누구도 만나고 싶지 않았던 엘사는 뱅상에게 까칠하게 굴고, 그렇게 서로 첫인상은 유쾌하지 않았지만, 태풍이 몰아치던 날 밤새워 속 얘기를 나눈 후 그들은 서서히 상대에게 마음을 연다. 하지만 엘사는 문득, ‘아빠가 돌아가셨는데 내가 이렇게 웃어도 되는 건가하는 죄책감에 혼란을 느끼고 일방적으로 뱅상을 멀리한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 뒤 정말 우연한 재회.

 

시점을 교차해 가며 들려주는 두 인물의 과거, 감정, 생각. 인물 각자의 상실과 그 상실의 후유증, 괴로움에 마음이 아프지만, 소설은 그 슬픔과 안타까움 속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다.

긴 시간 너무나 힘들었지만 이제는 서로의 위로와 치유로 반드시 괜찮아질 수 있을 거라는 희망과 함께 책을 덮었다.

 

아픈 마음과 똑바로 마주할 용기, 스스로 돌아보는 시간과 나아지려는 노력. 그리고 아픔은 옅어지고 또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 치유의 조건이 아닐까.

오랜만에, 모든 작품을 찾아 읽어 보고 싶은 프랑스 작가를 만났다.



출판사(저녁달)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veningmoon_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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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로켓 Marble Rocket Issue No.13 : 대만 - 도시 탐사 매거진
마블로켓 편집부 지음 / 마블로켓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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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로켓 도시탐사 시리즈. 이런 유익하고도 흥미로운 시리즈가 있다는 걸 이번에야 처음 알았다.

꼭 가 볼 곳, 꼭 먹어볼 것 지도 빼곡하게 알록달록 표시한 프렌즈나 아이러브 등의 풀컬러 묵직한 안내서가 여행 계획 짜기엔 필수일지 몰라도 도시, 나라 자체의 매력에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건, 그래서 여행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높여주는 건 도시탐사 시리즈.

2014년 1월 친구와 함께한 대만 여행. 워낙 바쁘고 정신없을 때 겨우 짬을 냈었다.

정보보다도 훨씬 따뜻했던 날씨에 예류에서 윗옷을 한겹 한겹 벗어 가방에 넣었던 것, 음식을 가리는 내가 거리 식당에서 우육면을 정말 맛있게 먹었던 것-돌아오는 날 한 번 더 갔던 것까지-, 깜깜한 밤에 풍등을 날렸던 것, 비 오니 더 예뻤던 지우펀 골목을 우산도 없이 걷던 것, 자전거 타고 등교하던 학생들 사이를 여유롭게 걷던 것. 아직도 어제 본 영화 속 장면처럼 생생하다.

도시가 우리나라만큼 깨끗하다, 사람들이 친절하다, 날씨가 온화하다... 일상을 벗어난 완벽한 힐링 타임이라 그랬을지 몰라도 나에게 대만은 늘 다시 한번 또 좋은 사람과 함께 가고 싶단 생각이 드는, 좋은 기억만 남아있는 나라.

첫 대만 여행 후, 세월이 지나 강산이 다 바뀌어 버리기 전에 그 느낌 그대로 대만에 꼭 가고 싶었는데, 벌써 10년도 훌쩍 더 지나버렸고, 매거진에서 소개한 장소들이 신선하고도 낯설다. 한 곳 한 곳 빠짐없이 모두 궁금해 새로 계획하는 대만 여행은 좀 길어질 것 같다. 끌리지 않는데도 남들이 꼭 가봐야 한다는 곳 다 가 보느라 체력 달리고, 좋아하지 않는 음식인데도 먹어야 한다는 것 다 먹느라 여유 없이 진만 빼는 여행 말고, 나만의 속도로 나만의 재미와 흥미를 찾는 여행, 기대된다. 다른 도시를 다룬 도시탐사매거진도 하나하나 다 읽어 볼 예정.


출판사(마블로켓)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marble_rock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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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을 이기는 작은 책 - 어떤 시장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마법의 투자 공식, 국내 출간 20주년 기념 특별판
조엘 그린블라트 지음, 안진환 옮김, 이상건 감수 / 다산북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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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을 이기는 '작은 책' 이라기에 문고판에 갱지로 제본했대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았는데 책을 받아보니 파란 표지가 예쁜 양장본. 책장에 꽂아두고 오래도록 바이블처럼 읽힐 수 있도록 튼튼하게 만들었단다.

제목을 좀 유치하게 뽑은 건 아닌가 고개를 갸웃했는데 투자에 있어서는 아직 문외한에 가까운 내가 이 엄청난 책을 몰라봤던 것. 20년째 아마존 베스트셀러, 2005년 초판 발행 이후 10년 뒤에도 저자가 책에서 제시한 '마법공식'의 유효성을 증명했고 또 10년 뒤에도 공식의 효과는 여전히 건재하다는데 또 나만 몰랐다. 책을 다 읽고 나니 또 이만한 제목이 없다 싶다.

20년간 연평균 수익률 40%를 달성했다는 가치투자의 대가인 저자가 제시하는 투자의 비결은 아주 간단하다. 좋은 주식을 염가에 사는 것. 이 간단한 방법만 행하면 되는데 투자 실패를 반복하는 이유는 좋은 주식이 무엇인지, 염가가 어느 정도인지를 알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책에서는 주식의 가치와 염가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법, 마법공식을 제시한다. 저자에 따르면 주가 변동의 이유 따위 궁금해할 필요도, 상관할 필요도 없고 그저 자본수익률(투자금 대비 얼마의 수익을 내는가)과 이익수익률(주식에 지불한 가격 대비 얼마의 수익을 내는가) 이 두 가지의 기준을 활용한 마법공식만 잘 따르면 투자 수익을 얻을 수 있다.

기업들을 자본수익률과 이익수익률이 높은 순서대로 정렬하고, 기업의 두 개 수익률 각 등수를 더해 점수를 매긴다. 높은 점수 순서대로 기업을 정렬한 후, 상위 2, 30개 기업의 주식을 매수, 1년씩 보유하면 된다.

주가 변동 추이, 차트 분석을 중시하는 여타 전문가들과 달리 제일 복잡하게 느껴지는 건 그냥 몰라도 된다고 하니 일단 좋다. 뜬구름 잡기 같던 '가치투자의 원칙'을 자신만의 개념으로 정말 명료하게 전달하는 책. 공식을 믿고 도전해 봐야 할 듯하다.



출판사(다산북스)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dasan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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