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라는 왈츠는 우리 없이도 계속되고
비르지니 그리말디 지음, 손수연 옮김 / 저녁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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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라는 왈츠는 우리 없이도 계속되고. 한 자리에서 다 읽어 내려간 소설.

소설은 같은 정신과 의사에게 상담 치료를 받던 남녀가 진료 대기실에서 우연히 만나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그들은 얼마 전 아버지를 잃은 슬픔에 일상이 무너져버린 엘사와 최근 아내와 이혼 후 격주로 두 딸을 만나는 것만이 삶의 낙인 뱅상.

 

장례지도사로 오랜 시간 일해 온 엘사는 가족을 먼저 떠나보낸 유족들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그들을 돕고 위로해 왔지만 막상 자신이 유족이 되고 보니 도저히 마음을 추스를 수가 없다. 시간이 지나도 괜찮아지지 않는다. 그렇게 사랑했던 아버지를 떠나보내고 자신이 했던 말과 행동에 대한 후회가 마음에 사무친다.

겉으로 봐서는 세상 걱정 없는, 대체 우울증 치료가 왜 필요한가 싶은 잘나가는 소설가 뱅상. 사실 그는 오래된 상처를 가슴에 품은 채 살아가고 있다. 오래전 그날 이후, 마음의 공허는 완벽히 채워질 수 없다.

 

진료 예약 시간을 지키지 않고 병원에 일찍 도착한 뱅상 탓에 이루어진 둘의 첫 만남. 그곳에서 누구도 만나고 싶지 않았던 엘사는 뱅상에게 까칠하게 굴고, 그렇게 서로 첫인상은 유쾌하지 않았지만, 태풍이 몰아치던 날 밤새워 속 얘기를 나눈 후 그들은 서서히 상대에게 마음을 연다. 하지만 엘사는 문득, ‘아빠가 돌아가셨는데 내가 이렇게 웃어도 되는 건가하는 죄책감에 혼란을 느끼고 일방적으로 뱅상을 멀리한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 뒤 정말 우연한 재회.

 

시점을 교차해 가며 들려주는 두 인물의 과거, 감정, 생각. 인물 각자의 상실과 그 상실의 후유증, 괴로움에 마음이 아프지만, 소설은 그 슬픔과 안타까움 속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다.

긴 시간 너무나 힘들었지만 이제는 서로의 위로와 치유로 반드시 괜찮아질 수 있을 거라는 희망과 함께 책을 덮었다.

 

아픈 마음과 똑바로 마주할 용기, 스스로 돌아보는 시간과 나아지려는 노력. 그리고 아픔은 옅어지고 또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 치유의 조건이 아닐까.

오랜만에, 모든 작품을 찾아 읽어 보고 싶은 프랑스 작가를 만났다.



출판사(저녁달)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veningmoon_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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