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낙천적인 아이 오늘의 젊은 작가 50
원소윤 지음 / 민음사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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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출신 스탠드업 코미디언인 소설가. 앞으로도 많은 순간 조금 특한 이력이 작가를 소개하는 수식어로 붙겠지만, 적어도 나는 '글 잘 쓰는 사람'으로 그를 기억하게 될 듯하다.

 

막히는 부분 하나 없이 술술 읽히는 작가의 자전적 소설. 독특한 각 인물들(작가, 작가의 가족들)의 재미나고 유쾌한 이야기들 틈에 언뜻언뜻 비치는 각자의 상처와 아픔들.

'태평해 보이는 사람들도 마음속 깊은 곳을 두드려보면 어딘가 슬픈 소리가 난다.'

나쓰메 소세키의 문장이 내내 떠올랐다.

일찍 철드는 아이에게 늘 안쓰러움을 느끼는 나. 너무 어려서부터 너무 많은 세상의 슬픈 것을 알아버렸으면서도 열심히 사람들을 웃기고 위로해 온, 그리고 지금도 많은 이들을 웃기고 있는 작가를 장하다고 멋지다고 잠깐 안아 토닥여주고 싶다.

 

소설을 읽으면서 작가의 문장력 자체에도 놀랐지만 주변 인물을 보는 엄청난 관찰력에 감탄했다. 인물 외면뿐만 아니라 그들의 생각까지 깊이 꿰뚫어 보는 듯.

작가와 오빠, 부모님, 외조부모님은 모두 독실한 가톨릭 신자이다. 소설은 엄중하고 차분하기만 할 것 같은 그들 가족의 에피소드를 하나하나 재미나게 풀어낸다. 유쾌한 이야기들 가운데 '명랑 가족'이 가진 상실과 슬픔이 등장할 때는 마음이 아렸다. 특히 작가 부모님의 상실, 교통사고로 세 살에 떠난 엄마 아빠의 첫아기. 아기가 떠난 9월이면 종종 넋을 놓던 엄마가 혹시 나쁜 마음을 먹을까봐 그 어린 나는 불안을 안고 학교에 가고, 쉬는 시간에는 공중전화 박스로 달려가 엄마에게 전화를 건다. 엄마의 기분을 확인하고, 엄마에게 잘못한 일을 사과하고, 더 나은 딸이 되겠다고 다짐한다. 그렇게 엄마에게 살아갈 희망을 주고 싶었던 어린 나.

타워크레인 기사로 타지 공사장을 돌며 일하는 아빠가 걱정돼 날씨가 좋지 않은 날에는 기상청 날씨 안내 전화로 아빠가 있는 곳의 날씨를 확인하던 어린 나. , 이 여린 아이가 다른 이들에게 웃음을 주는 사람으로 멋지게 자랐다니.

 

재밌지만 마냥 재밌지만은 않고, 슬프지만 마냥 슬프지만은 않은 소설. 나는 이 이야기가 좋아서, 아마도 굉장히 여러번 반복해 읽을 것 같다. 정말 좋아하는 책 백수생활백서(2006, 박주영)과 함께.



출판사(민음사)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minumsa_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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