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지 마, 소슬지
원도 지음 / 한끼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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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슬지. 서울 어느 빌라에서 죽은 채 발견된 스물아홉 여성. 이미 죽어 귀신이 된 슬지에게 죽지 말라 말하는 제목이 처음엔 의아하게 느껴졌다가 책을 다 읽은 후엔 제목과 같은 마음으로 슬지가 죽지 않았기를, 죽지 않기를, 적어도 그렇게 죽지는 않았기를 바라게 된다.

 

변사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 변하주는 지독하게 앓는 과민성 대장증후군 탓에 어쩔 수 없이 급히 들어가게 된 변사자 집의 화장실에서 시신과 마주한다. 시신은 당연히 거실이나 방에 있을 줄 알았는데. 그 집에 살다 죽은, 눈앞에 있는 변사자가 자신과 동갑인 소슬지란다.


화장실이라는 특별한 공간에서의 슬지와의 만남을 계기로 하주는 '귀신'인 슬지를 보고, 그의 목소리를 듣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된다. 숨은 끊어졌지만 바로 이승을 떠나지 못한 슬지의 살아온 시간을 함께 되짚어 본다.


특별한 원한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해결해야 할 큰 과제가 있는 것도 아닌 것 같은데 원인도 모르고 이승에 남은 슬지는 이곳에서의 시간을 끝내기 위해서 유일하게 자신을 볼 수 있고 말이 통하는 하주의 도움이 절실하다.

 

그렇게 귀신과 경찰의 기묘한 동거가 시작되고, 화장실 하나인 집에서 북적북적 많은 식구와 살 부대끼며 사느라 손바닥만 한 방이라도 자기만의 화장실, 자기만의 공간을 가지기를 염원하며 살았던 하주는 어서 빨리 슬지의 마음을 달래 다시 자유로운 혼자가 되기 위해 슬지의 삶에 대한 '수사'를 펼친다.

 

혼자가 익숙한 동갑내기 두 친구. 혼자가 당연한 듯 스스로 혼자이길 원한다 여기며 살아왔고 살아가고 있지만 슬지의 삶을 돌아보는 시간 끝에 어쩌면 그 둘 모두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음을, 누군가에게 기다려지는 존재가 되고 싶었음을 어렴풋이 깨닫는다.

가장 가까워야 할 사람에게도 환영받고 사랑받지 못하고, 어디 한 군데 기댈 데도 없이 그저 막연히 기다리기만 하면서 건조하고 담담하게 견뎌 온 슬지의 삶이 안쓰럽다.

 

엉뚱한 소재로 풀어나간 조금은 엉뚱한 소설을 통해 삶의 유한함을 다시 깨닫고, 자신과 시간과 사람에 대한 소중함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게 된다.



출판사(한끼)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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