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롱 드 경성 2 - 격동의 한국 근대사를 뚫고 피어난 불멸의 예술혼 살롱 드 경성 2
김인혜 지음 / 해냄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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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만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살롱 드 경성>의 두 번째 이야기가 돌아왔다. 이번 책을 통해 처음 살롱 드 경성을 접하게 되어 1권의 내용을 미리 찾아보았는데, 1편이 근대의 화가들로 구성되었는데, 2편은 그 연장선에서 시대를 관통한 예술가들의 삶과 예술 세계를 더욱 넓고 깊게 조명하고 있다. 작가는 프롤로그만 읽어도 내용을 이해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1편을 함께 읽는다면 더 풍부한 감상이 가능할 것이다.

이 책은 개화기부터 20세기 중후반에 이르는 격변의 시대를 배경으로 그 속에서 예술을 추구했던 한국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국 예술가들의 삶과 예술적 깊이를 시대의 흐름 속에서 짚어볼 수 있게 한다. 격동의 시대 속에서도 예술을 통해 정체성을 지키고자 했던 예술가들, 세상과 단절된 길 위에서도 묵묵히 자신만의 색을 추구했던 이들의 삶을 네 개의 장에 걸쳐 담겨 있다.

책에 등장하는 많은 작가들 가운데 개인적으로 알고 있었던 것은 윤형근 작가뿐이었다. 예술에 문외한이었던 나는 이 책을 읽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이 책은 예술 세계에 한 발 디딜 수 있게 해준 입문서이자 안내서였다. 작품을 보는 데 어려움이 없었던 이유는 책 안에 실린 작품 사진과 함께 친절하고 세심한 설명이 곁들여져 있었기 때문이다. 전시장에 가지 않고도 해설사의 설명을 듣듯 작품의 맥락과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점은 이 책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였다.

가령, 안중식 선생은 외교권이 박탈된 위기의 시기에도 애국계몽운동에 힘쓰며 예술을 통해 후세를 위한 교육적 메시지를 전하려 했다. 그의 그림 속 장군의 형상과 호랑이는 당시의 혼란 속에서도 잃지 말아야 할 자주성과 기상을 상징한다.

또한, 박생광 선생은 러일전쟁 시기에 태어나 일제 강점기를 거쳐 해방 이후까지를 살아간 인물이다. 그는 고등학교 시절 선생님의 권유로 그림을 시작했으며 일본인 교사가 그의 재능을 알아보고 유학을 돕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3.1 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했던 스스로에 대한 회한으로 한때 불교에 귀의하려 했지만 끝내 그림으로 자신의 고통과 애증을 표현하며 예술로 삶을 승화시켰다. 특히 <시바 세계의 청담 대종사>와 같은 고행기, 그리고 해외에서도 주목받은 작품 <무당>은 그의 예술세계가 단순한 미적 추구를 넘어 깊은 내면의 고백이었음을 보여준다.

<살롱 드 경성 2>는 단순히 예술 작품만을 소개하는 책이 아니다. 예술가의 생애와 시대의 맥락을 함께 풀어내며, 독자가 예술을 보다 깊이 이해하고 감상할 수 있도록 이끈다. 몰랐던 작가를 알아가고 알고 있던 작가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되는 과정은 이 책이 가진 또 하나의 매력이다.

미술관을 자주 찾지 못하는 이들, 예술에 쉽게 다가서기 어려운 이들에게도 이 책은 훌륭한 입문서가 될 수 있다. 시대와 함께한 예술가의 삶을 읽으며 그들의 간절한 예술적 기원이 우리에게 어떤 울림을 주는지 곱씹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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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으로 읽는 당신이 옳다 - 공감과 경계로 짓는 필사의 시간
정혜신 지음 / 해냄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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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깊이 새겨볼 수 있어서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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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으로 읽는 당신이 옳다 - 공감과 경계로 짓는 필사의 시간
정혜신 지음 / 해냄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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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책 #심리치유 #손으로읽는당신이옳다 #책추천 #신간도서 #도서리뷰 #책리뷰 #서평 #베스트셀러

출판사로부터 책만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정혜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베스트셀러 <당신이 옳다>는 '공감'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많은 독자들의 마음을 어루만졌다. 이번에 출간된 손으로 읽는 당신이 옳다는 전작의 깊이를 담아내면서도, 필사라는 방식을 통해 더 밀도 있게 감정에 닿도록 구성된 책이다. 그 따뜻한 시선과 깊은 통찰은 누군가의 아픔을 단지 위로하는 것을 넘어, 나의 감정을 돌보고 이해하는 데까지 이르게 했다. 기존의 책을 눈으로, 마음으로 읽었다면, 이번 책은 손으로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특별히 다가왔다. <손으로 읽는 당신이 옳다>는 전작의 깊이를 그대로 담아내면서도 필사라는 방식을 통해서 더 밀도 있게 감정에 닿도록 구성되었다. 최근 필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필사용 도서가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당신이 옳다 역시 그 흐름을 따라 독자 곁에 다시 돌아왔다. 이 책은 읽고 써 내려가는 과정을 통해 독자는 한 문장 한 문장 더 진지하고 집중해서 마주하게 된다.

이 책은 기존 당신이 옳다의 문장들 중 독자들의 마음에 깊이 울림을 주었던 구절들을 선별해, 손으로 직접 써보며 다시 한번 마음속에 새길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총 여섯 개의 걸음을 따라 구성된 이 책은, 나 자신과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그리고 삶의 내면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여백을 제공한다. 단순한 필사를 넘어 마음과 마음 사이를 연결하는 진정한 치유의 기록이라 할 수 있다.

독서의 경험은 시기에 따라 다르게 다가온다. 이 책 역시 읽는 시점에 따라 감정의 결이 달라진다. 누군가에게 공감받고 싶던 간절한 시기, 감정을 조용히 바라보던 시기, 그리고 지금 손으로 써 내려가며 마음의 결을 천천히 더듬는 시간. 그 모든 순간마다 이 책은 독자에게 다른 방식으로 말을 건넨다.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은 공감이라는 감정이 타인을 향한 배려일 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오히려 자신의 깊은 상처를 마주하게 된다는 점이다. 저자는 공감이란 나에게 머문 시선이 너에게 닿는 집중의 시간이라고 말한다. 그 집중의 시간은 때로는 상대를 이해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나 자신을 돌보는 일이기도 하다. 상대를 공감하는 도중 자신이 자극받는다면, 그때는 자신의 상처에 먼저 주목해야 한다는 조언은, 단순한 위로를 넘어선 치유의 통찰을 전한다.

손으로 읽는 당신이 옳다는 단순한 필사책이 아니다. 공감이라는 감정의 본질을 다시 묻고, 자신을 들여다보며 회복해가는 여정을 제시하는 책이다. 차가운 마음에 따뜻한 불을 쬐듯, 이 책은 독자의 마음을 천천히 녹이고 다시 누군가에게 그 따스함을 나눌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만들어준다.

마음을 치유하고 싶은 이들, 공감이 무엇인지 알고 싶은 이들, 그리고 조용히 자기 마음을 다독이고 싶은 이들에게<손으로 읽는 당신이 옳다>는 진심을 다해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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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어진 사슬과 빛의 조각 레이디가가
아라키 아카네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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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만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끊어진 사슬과 빛의 조각>은 서로 다른 배경과 인물들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두 개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지만, 이 두 이야기는 결국 하나의 본질적인 메시지를 향해 수렴하는 독특한 구성의 소설이다. 제1막과 제2 막은 주인공도, 사건의 양상도 다르지만 독자는 두 이야기 속에서 인간관계의 이면과 본질을 깊이 있게 마주하게 된다.


제1 막은 남자 주인공 히토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히토는 선배의 복수를 위해 무리에 접근하지만 계획은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연쇄 살인과 그를 둘러싼 오해는 독자를 긴장감 넘치는 서사로 이끈다. 특히 살인 사건의 규칙( 모든 피해자가 직전 사건의 최초 발견자였다는 점)은 이야기의 전개를 더욱 흥미롭게 만든다. 


제2막에서는  사건 이후 또 다른 연쇄 살인이 벌어진다. 이번에는 마리아가 사건의 주요 인물로 등장하며 형사 이쿠코와 함께 진실을 파헤친다. 이들 여성 주인공은 서로 다른 배경에도 불구하고 인간관계 속에서 신뢰를 쌓아가며 제1막과는 대조되는 따뜻한 감정을 형성해 간다.


이 작품이 돋보이는 지점은, 겉보기엔 단절된 듯한 두 이야기 속에서 독자가 자연스럽게 공통의 주제를 찾아가도록 유도한다는 점이다. 히토는 상처와 복수, 관계의 끊어짐을 상징하는 인물이라면, 마리아와 이쿠코는 상처 속에서도 다시 신뢰를 쌓아가는 인물들이다. 제목 속 끊어진 사슬은 잘못된 애정과 관계의 단절을, 빛의 조각은 관계 속 희망과 따뜻함을 은유한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인간관계 속에서의 극과 극, 고통과 회복, 단절과 연결을 조용하지만 강한 울림으로 전달한다. 사회의 잘못된 인식과 그로 인한 상처를 다루면서도, 결국에는 서로에 대한 신뢰와 따뜻함이 회복의 열쇠임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끊어진 사슬과 빛의 조각은 치밀한 플롯과 섬세한 심리묘사, 상징적인 제목을 통해 독자에게 인간관계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진다. 단순한 범죄 미스터리나 드라마가 아닌, 인간 내면과 관계의 본질을 탐구하는 문학적 깊이를 지닌 작품이다. 관계에 지친 이들이라면, 이 소설 속 빛의 조각을 통해 다시 누군가를 믿고 바라볼 수 있는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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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쌈리의 뼈 로컬은 재미있다
    조영주 지음 / 빚은책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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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책만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단편을 통해 조영주 작가를 처음  접했던 독자로서 이번 장편<쌈리의뼈>는 또 다른 깊이와 서늘함을 전해 주는 작품이었다. 추리소설의 형식을 빌려 시작하지만, 이야기는 단순한 범죄 해결을 넘어서 인간의 내면, 특히 가족과의 기억, 죄책감이라는 주제로 파고들며 심리소설의 진수를 보여준다.


    이 소설은 '소설 속의 소설'이라는 이중 구조를 택하고 있다. 주인공 윤해환은 치매에 걸린 어머니 윤명자를 돌보며, 어머니가 생전에 집필하던 미완성 소설 <쌈리의 뼈>를 이어 쓰게 된다. 쌈리는 한때 집창촌으로 불렸던 동네 이름이며, 그곳의 폐허 같은 공간에서 실제로 사람의 뼈가 발견된다. 소설 속 이야기와 현실의 사건이 기묘하게 겹쳐지면서 ,혜환은 어머니의 소설이 허구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품게 된다.


    해환이 진실을 좇아가는 여정은 단순히 누가 죽였는가를 밝히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오히려 왜 이 이야기를 써야만 했는가, 무엇을 숨기고 있었는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지며, 독자 역시 서서히 진실의 중심으로 끌려들어 간다. 예상했던 전개는 여러 차례 비틀리고, 감춰진 인물의 심리와 과거는 독자에게 반전 이상의 충격을 안긴다.


     작품은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건드리되, 그 자극적인 면을 부각하기보다는 인물의 감정과 삶의 무게에 집중한다. 그래서 더 잔잔하고, 더 서늘하다. 치매에 걸린 어머니, 그 병 너머에 감춰진 과거, 그리고 그것을 마주해야만 했던 혜환의 삶은 때론 공포로 때론 묘한 연민으로 다가온다. 특히 마지가 에필로그에서 작가가 밝혀놓은 의도는 이야기를 다시 되짚게 만들며, 문학적 완성도를 높여준다.


    쌈리의뼈는 단순한 미스터리 스릴러가 아니다. 인간의 기억과 죄책감, 침묵과 대물림된 고통에 대한 이야기다. 차분한 문체 속에 숨겨진 긴장감, 서서히 조여오는 심리적 압박, 그리고 결코 쉽게 설명할 수 없는 삶의 진실들이 한데 어우러진 작품이다. 장르적 쾌감과 깊은 여운을 동시에 느끼고 싶은 독자에게 추천하고 싶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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