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색 시각의 너희들은 - 제14회 야마다 후타로상 수상작
마에카와 호마레 지음, 안소현 옮김 / 뜰book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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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만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책 제목부터 몽환적이다. ‘남색 시각’이라는 단어만으로도 어딘가 우울하고 서늘한 기운이 감돈다. 이 책은 어쩌면 사회의 저편에서, 우리가 더 많은 관심과 도움을 주어야 할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세 명의 아이들은 모두 집안에 무거운 근심을 안고 산다. 조현병을 앓는 어머니를 돌보는 고하네, 양극성 장애가 있는 할머니를 돌보는 고헤이, 알코올 중독자인 어머니와 어린 동생을 책임지는 린코. 이들은 또래들이 겪지 않아도 될 짐을 홀로 짊어진 채 하루하루를 버텨낸다.


그들에게 도움의 손을 내민 유일한 어른이 있었으니, 바로 아오바 씨다. 그는 삶에 지친 아이들에게 위로와 따뜻함을 전하며 잠시나마 숨 쉴 틈을 준다. 하지만 마을에는 그가 살인자일지도 모른다는 흉흉한 소문이 돌고, 아이들은 이 감정이 진짜 믿어도 되는 것인지 혼란에 빠진다.


그러던 중,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한다. 혼란과 공포 속에서 아오바 씨는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온 힘을 다하지만, 재난 이후 남은 것은 깊은 상처와 불안뿐이다.


세월이 흘러 성인이 된 아이들은 아오바 씨의 헌신과 그가 남긴 말을 곱씹는다. 그리고 그 의미를 이해하게 되면서, 각자의 상처를 마주하고 서서히 회복과 치유의 길로 나아간다.


감당하기 힘든 삶을 살아내야 했던 아이들의 이야기는 읽는 내내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이 소설은 분명 우리 곁에도 있을, 그러나 우리가 미처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던 아이들에게 시선을 돌리게 만든다. 동시에, 그들의 삶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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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너스에이드
치넨 미키토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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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만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정말로 이곳에선 기술만으로 계급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마치 프로 스모의 세계 같다.p.45


한국에도 간호조무사가 있듯, 일본에도 환자의 상태를 살피며 돌보는 일을 맡는 간호조무사, 즉 너스 에이드가 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간호조무사 미오와 의사 등급 중에서도 최고의 실력을 인정받는 프리미엄급을 맡고 있는 통합 외과 병동의 수술 명의 류자키의 이야기다.


소설을 읽는 동안 우리나라 의학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가 자연스레 떠올랐다. 의학 분야에서는 감정이 아닌 데이터와 기술이 우선이라고 믿는  T 성향의 의사 류자키는 바늘로 찔러도 피도 눈물도 안 나올 듯한 차가운 인물이다. 그러나 미오와 함께 일하면서 서서해 변화해 가는 과정이 이 소설의 중심축이며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점점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내며 변해간다.  미오의 숨겨진 비밀이 소설의 긴장감을 끝까지 유지시키는 중요한 축이 되었고 덕분에 이 작품은 단순한 의학 소설을 넘어 개인의 성장과 치유를 다루는  감동적인 서사로 확장된다.


각 에피소드에서 실제 병동에서 벌어질 법한 의료 현장의 이야기가 전개되는 가운데, 류자키의 마음의 인간미 변화를 가져온다. 미오가 왜 간호조무사가 되었는지 그 이유도 밝혀진다. 미오는 몸의 아픔이 곧 마음의 아픔일 수 있다는 생각으로 환자를 진심으로 대하며 그 과정에서 류자키의 치료에도 영향을 준다. 두 사람의 호흡은 점점 잘 맞아가고 차갑고 로봇 같던 의사인 류자키와 환자를 가족처럼 대하는 간호조무사 사이의 케미는 서서히 따뜻해지며 이 작품을 읽는 데 가장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


이 소설의 가장 큰 재미는 미오와 류자키의 케미에 있다. 여기에 가끔 등장하는 코믹한 장면들이 잔잔한 웃음을 더하기까지 해서 이 소설이 원작이었던 ott 드라마 이웃집 너스에이드도 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이웃집 너스에이드는 의학 소설의 전문성과 인간적인 서사를 모두 갖춘 따뜻한 정과 잔잔한 감동 그리고 소소한 웃음을 모두 담은 작품이다. 의학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이 소설은 충분히 매력적인 소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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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든 글쓰기 - 고도원의 인생작법
고도원 지음 / 해냄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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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만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글을 써본 경험이 없는 사람에게는 막막하고 어려운 일이다. 무엇을 써야 할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부터 고민이 시작된다. 그래서 글쓰기는 종종 시작 전부터 곤욕스러운 과정이 되곤 한다. <누구든 글쓰기>는 기자이자 작가인 고도원 님이 오랜 글쓰기 경험을 바탕으로 이러한 막막함을 덜어주고 글쓰기를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풀어내는 방법을 알려주며 글을 쓰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방법과 방향을 제시하는 책이다.

이 책은 글쓰기를 어려워하는 사람뿐 아니라, 체계적으로 글을 써보고 싶은 사람에게도 유용하다.

저자는 "글쓰기는 곧 삶"이라고 말한다. 자신의 경험과 감정을 글로 표현하는 것이 글쓰기의 시작이며 글은 생각을 정리하게 하고 마음을 치유하는 힘이 있다. 저자는 글쓰기를 시작할 때 자신의 삶을 소재로 삼을 것을 권한다. 인생에는 힘든 순간도 기쁜 순간도 있다. 이러한 경험이 글의 재료가 될 수 있다. 저자 자신도 어릴 적 책을 읽을 시간이 많았고 그렇게 쌓은 저자의 경험담은 자연스럽게 글쓰기로 이어졌기에 글쓰기를 처음 시작하는 이들에게 이것은 좋은 길잡이가 된다.

책에서는 우리가 잘 아는 육하원칙(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을 활용해 글을 쓰는 방법을 설명한다. 그러나 이는 단순한 형식이 아니라 글을 쓰기 위한 사전 준비 과정 중 하나임을 말한다. 또한 글에는 정보 전달뿐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기술이 필요하다. 음식에 양념이 더해져야 맛이 깊어지듯, 글에도 웃음, 슬픔, 행복을 느끼게 하는 양념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저자는 몇 가지 표현 기술을 설명한다.

글쓰기 실력을 높이려면 매일 글을 쓰고 꾸준히 책을 읽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독서는 간접 경험의 통로이자 어휘력을 넓히는 최고의 방법이다. 직접 경험하지 못한 세상과 사람을 책을 통해 만나고, 그 경험이 글에 스며들어 글로 옮길 수 있는 힘을 길러준다.

저자는 글이 사람의 마음을 치유하는 중요한 도구라고 말한다. 글쓰기는 명상이자 인내의 훈련이며, 슬럼프를 이겨내는 비법이기도 하다. <누구든 글쓰기>는 이런 글쓰기의 기초를 처음부터 차근차근 짚어주며, 이미 글을 쓰는 이들에게는 새로운 관점을 제공하며 무엇보다 글쓰기를 즐길 수 있는 용기를 주며 어려운 내용을 쉽게 풀어내 읽는 재미까지 준다.

나 역시 글쓰기를 잘하고 싶어 늘 부족함을 고민해 왔다. 이 책을 읽으며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은, 글쓰기 원칙만큼이나 ‘언어 표현의 저장고’를 넓히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이었다. 단어의 폭이 넓어질수록 글의 표현력도 풍성해진다는 저자의 말에 깊이 공감했다.

<누구든 글쓰기>는 글쓰기를 잘하고 싶은 사람, 그리고 글쓰기 방법을 몰라 막막한 사람에게 꼭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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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든 글쓰기 - 고도원의 인생작법
고도원 지음 / 해냄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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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에 대해 고민인 분들이 읽어 보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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댈러웨이 부인 소담 클래식 4
버지니아 울프 지음, 유혜경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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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만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버지니아 울프의 《댈러웨이 부인》은 그녀 특유의 의식의 흐름 기법을 통해, 짧은 하루의 시간을 배경으로 인물들의 내면을 깊이 있게 그려낸 작품이다. 이야기의 전개는 단순하지만, 시선과 생각이 의식의 흐름대로 이어지는 구성은 오히려 독자에게 더 큰 몰입을 선사한다. 특히 이 소설은 댈러웨이 부인의 행동과 생각을 통해 작가 자신의 정신적 혼란과 내면의 투영이 느껴진다.

댈러웨이 부인의 감정 속에는 그 시대 여성의 사회적 위치에 대한 안타까움이 담겨 있다. 결혼과 사랑, 개인의 선택에 대한 고민을 거쳐 현재의 자신이 된 그녀의 이야기는 한 개인의 삶을 넘어 여성의 존재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이 과정 속에서 우리는 여성의 정체성과 존재에 대한 고민 그리고 사회의 무관심 속에서 자신의 삶을 지켜나가려는 강인한 내면을 발견하게 된다. 또 다른 사건인 셉티머스의 죽음은 그녀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지만, 그 사건을 계기로 댈러웨이는 삶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게 된다. 타인의 고통과 죽음이 댈러웨이 부인의 삶에 조용한 파문을 일으키며 댈러웨이 부인의 삶의 의미와 이 소설을 읽어나가는 깊은 사유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는 이 소설은 자칫 집중하지 않으면 놓치기 쉬운 흐름이다. 그러나 삶과 죽음, 여성의 정체성, 사회의 무관심 같은 주제들이 조용히 깊게 배어 있어 읽을수록 묵직한 울림을 준다. 하루라는 짧은 시간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인물들의 내면 여행은 오히려 시간의 한계를 뛰어넘는다.

댈러웨이 부인은 전 남자친구와 현재 남편 사이의 선택을 회고하고, 그 선택의 이유와 그로 인해 형성된 현재의 자아를 되짚는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우리는 한 여성의 복잡한 감정뿐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고뇌와 성찰을 들여다볼 수 있다.

두서없이 흘러가는 이야기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다. 버지니아 울프의 치열한 내면과 섬세한 시선이 담긴 《댈러웨이 부인》은 단순한 하루의 기록이 아닌, 인간 존재와 삶의 깊이를 들여다보게 하는 소담 클래식의 명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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