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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의 거울 - 사랑하고 욕망하고 흔들리는 인간을 비추는 64개의 문장
민유하 지음 / 리프레시 / 2026년 9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만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셰익스피어의 거울』은 리프레시 출판사의 민유하 작가가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통해 인간을 어떻게 바라볼 수 있는지를 이야기한 64개의 문장집이다. 단순히 셰익스피어의 문장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민유하 작가가 각 문장을 해석하고 자신의 생각을 덧붙여 놓았기 때문에 글을 읽으며 셰익스피어가 바라본 인간의 모습을 함께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책은 셰익스피어의 작품 속에서 인간이 어떻게 표현되었는지를 이야기하며 시작한다. 셰익스피어는 인간을 사랑, 질투, 욕망, 권력과 같은 다양한 감정을 가진 존재로 표현한다. 그 감정들은 인간이 완벽하지 않은 존재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동시에, 인간이라는 존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안에 있는 감정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특히 첫 장에서 다루는 ‘사랑’이라는 감정이 인상 깊었다.
사랑은 인간이 살아가면서 가장 기본적으로 경험하는 감정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랑을 통해 우리는 단순히 상대방을 사랑하는 것만이 아니라 그 안에서 자신의 욕망과 결핍을 발견하기도 한다. 내가 보고 싶어 하는 모습을 타인에게서 찾으려 하고, 내가 원하는 감정을 상대방으로부터 받기를 기대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사랑이라는 감정에서 질투나 의심이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러한 감정들을 따라가다 보니 결국 인간에게는 ‘인정받고 싶다’는 욕구가 깊이 자리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받고 싶어 하는 마음,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 다른 사람보다 뒤처지고 싶지 않은 마음 역시 결국 타인에게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고 싶은 욕구와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셰익스피어는 이러한 인간의 복잡한 감정을 작품 속 인물들을 통해 보여주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 인물들을 바라보면서 오히려 나 자신의 모습을 생각하게 되었다.
특히 책의 제목이 『셰익스피어의 거울』이라는 점도 인상 깊었다.
거울은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보는 물건이다. 셰익스피어의 작품 속 인물들을 바라보면서 우리는 그들의 행동을 판단하고 이해하지만, 동시에 그 인물들의 감정과 모습 속에서 자신의 일부분을 발견하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단순히 과거의 인물과 이야기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비추는 거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셰익스피어의 거울’이라는 제목을 붙인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어쩌면 인간은 쉽게 변하지 않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셰익스피어가 살았던 시대와 지금은 수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사랑받고 싶어 하고, 인정받고 싶어 하며, 자신이 가진 것을 빼앗길까 두려워하는 마음은 여전히 우리 안에 남아 있다. 시대와 환경은 달라졌지만 인간이 느끼는 근본적인 감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오늘날에도 셰익스피어의 작품 속 문장들이 우리에게 의미 있게 다가오는 것 같다. 그의 작품을 통해 과거의 인물을 바라보는 동시에 그 인물 속에서 현재의 나를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은 문장은
“용서는 상처가 없다는 뜻이 아니다. 분노가 남아 있어도 그 분노가 마지막 선택이 되지 않게 하는 일이다.”
라는 문장이었다.
이 문장이 특히 기억에 남은 것은 현재의 나의 상황과도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상처를 받았다고 해서 그 상처가 쉽게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용서한다고 해서 그때 느꼈던 분노와 아픔이 없었던 일이 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상처와 분노를 그대로 인정하면서도 그것이 나의 마지막 선택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 그것이 용서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문장을 통해 용서는 상대방을 위한 행동만이 아니라 나 자신을 다시 살아가게 하기 위한 선택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분노와 상처에 계속 머무르는 대신 그것을 안고도 앞으로 나아가는 것. 그것이 인간적으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힘일지도 모른다.
결국 『셰익스피어의 거울』은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통해 인간을 바라보는 책이면서, 동시에 그 인간의 모습 속에서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책이었다.
책 속 인물들을 바라보며 그들의 감정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나 역시 사랑하고, 인정받고 싶어 하며, 상처받고 분노하는 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수백 년 전 셰익스피어가 바라본 인간의 모습이 오늘의 나에게도 낯설지 않다는 것. 어쩌면 그것이 고전을 읽는 이유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