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 많은 사람도 용사가 될 수 있는 일곱 가지 가르침 살림 YA 시리즈
오우키 시즈카 지음, 정은지 옮김 / 살림Friends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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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면서 파란 눈과 머리카락을 갖게 된 남자아이 키라’. 자신의 머리 색 때문에 아버지와 어머니가 이별하고 아버지가 떠나게 되었다고 자책한다. 아버지 어머니가 함께 일 때는 별로 어려움 없이 지냈는데, 아버지가 떠나버린 뒤로는 작은 집으로 옮기게 되고 학교 급식비도 어머니가 버거워할 만큼 열악한 환경이 펼쳐지게 된다. 이러한 현실로 인해 키라는 늘 자신감 없이 스스로를 최대한 숨기고 조용히 지내려한다. 하지만 졸업을 얼마 남기지 않은 6학년 학교 체육대회 때 소프트볼 결승전에서 수비 도중 큰 실수를 저지르게 되고 결국 그 실책으로 키라네 반은 우승을 놓치게 된다. 그 사건으로 인해 키라는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히 지내기는커녕 친구들에게 따돌림과 괴롭힘을 당하게 된다.

 

그러던 중, 키라는 우연히 '성궤(ark, 아크)'에 관해 연구하는 가나모리라는 교수의 말을 듣게 된다. 성궤란 '솔로몬왕의 보물'로 그 안에는 검과 거울, 구슬이 들어있다고 한다. 가나모리 교수의 말을 통해 그러한 성궤의 존재가 실제로 있음을, 그것도 자신이 사는 곳 근처 산에 있음을 알게 된 키라는 그 곳이 멀지도 않은데다 호기심이 강하게 생겨 그 곳을 찾아간다. 그 곳은 성궤를 찾기 위해 일곱 번의 시험을 받는 모험을 떠날 수 있는 일종의 던전 같은 곳의 입구였다.

그 곳에는 같은 학교 같은 반 친구인 리쿠도 와 있었다. 리쿠 역시 가나모리 교수의 말을 들었던 것이다. 어쨌든 둘은 성궤를 찾아 떠나기로 결심하고 키라가 키우는 개 톤비까지 셋이 함께 모험에 나서게 된다. 그 곳에서 만난 안내자 개구리 인간 라오시에 따르면, 성궤를 열 수 있는 사람을 '용사'라 하고 용사가 되려면 일곱 번의 시험을 거쳐 시험을 통과할 때마다 하나씩 받게 되는 돌을 모두 모아야 한다. 그리고 성궤 속 검을 차지한 자는 세상을 지배하게 되고, 거울에 얼굴을 비추면 불로장생 효과가 있으며, 구슬은 구슬을 가진 사람이 가장 보고 싶어 하는 역사적 장면을 투영시켜 준다.

 

키라 일행은 도마뱀 인간과 싸우며 자신 속 '두려움'을 이겨낸 덕분에 첫 번째 돌인 레드 스톤을 얻는다. 그 후 성궤가 있다는 쿠이치픽추에 다다르기 위해 모험과 역경을 계속하며, 두 번째부터 마지막 일곱 번째 스톤까지 차례대로 얻어간다. 각 스톤에 새겨진 것들은 다음과 같다. 오렌지 스톤은 '외로움', 옐로 스톤은 '분노', 그린 스톤은 '질투', 블루 스톤은 '슬픔', 네이비 스톤은 '자아', 마지막 일곱 번째 돌인 퍼플 스톤은 '비움()'. 각 스톤은 활동력 상승이나 신뢰 회복, 직감력을 키우고 결심한 바대로 신념을 가지고 나아갈 수 있는 능력 등과 같은 고유 효과를 스톤을 얻은 사람에게 부여해 준다.

스톤을 모두 모은 그들이지만 과연 성궤를 무사히 찾아 그것을 열수 있을지 그리고 단 한명만 가능하다는 용사는 그들 중 누가 될 것인지, 모험과 여행의 끝은 어떻게 될지는 직접 확인해 보시기 바란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지만, 현실과 판타지가 적절히 뒤섞인 이 소설을 통해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고 진정한 ''를 찾기 위한 사색의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즐겁고 뜻깊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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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긴 변명
니시카와 미와 지음, 김난주 옮김 / 무소의뿔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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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누가사 사치오는 대학 시절 동기였던 다나카 나쓰코를 정말 드라마에나 나올 법한, 엄청 드문 확률로 일어날 법한 상황으로 우연히 다시 만나 결혼을 했다. 그 후 약 10년 동안 나쓰코는 미용사로 일하며 사치오의 뒷바라지를 한다. 사치오는 나쓰코의 헌신적인 노력 끝에 작가로 데뷔하게 되고 성공에 성공을 거듭하며 명실공히 유명 작가로 자리매김한다. 작품 활동 뿐 아니라 티브이에도 자주 등장한다(예능 프로그램도 포함하여). 동시에, 사치오는 출판사 편집자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나쓰코 몰래 그 관계를 유지해 나간다.

그러던 중 나쓰코는 친구 유키와 떠난 스키여행에서 타고간 버스가 사고가 나면서 유명을 달리하게 된다. 사고 직후에도 사치오는 크게 동요하거나 슬퍼하지는 않는다. 그저 자신이 가진 사회적 위치 때문에 '슬픈 남편 코스프레'를 할 뿐이다.

 

한편, 사치오과 관계를 맺고 지내면서도 일말의 죄책감 혹은 부끄러움을 갖고 지내던 내연녀는 사고 직후 그 와의 관계 도중 나쓰코의 죽음에 대한 사치오의 태연함에 크게 충격을 받고 스스로도 그에게 나쓰코처럼 큰 의미 없는 존재임을 깨닫게 된다. 결국 그 둘의 관계는 끝이 난다. 그 후에도 사치오는 대외활동을 할 때면 가족을 잃은 큰 시련을 당한 비련의 인물을 연기한다.

 

사치오는 나쓰코와 함께 스키여행을 떠난 친구 유키의 남편인 오미야 요이치를 (요이치의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노력 끝에) 만나게 된다. 그리고 자식이 없으면서 생활도 여유 있고 자유로운 자신과는 달리 아이가 두 명에 운송업 때문에 장시간 집을 비워야 하는 요이치와 그 자식들 신페이와 아카리를 돕고 그들과 관계를 맺어가면서 죽은 아내 나쓰코의 죽음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

 

사실 위에서 말했듯이, 나는 사치오가 아내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녀의 죽음에 대해서 전혀 슬프거나 상실감을 느끼지 않았고 그저 슬픈 척을 했던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그의 나쓰코에 대한 마음이 식었던 것은 맞지만 그가 아내의 죽음에 대해 슬프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 미처 그 의미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깨닫지 못했던 것이었다. 슬프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 슬픔을 못 느꼈던 것이다.

 

이 이야기를 통해 그동안 수없이 들어왔던 진리를 새삼 상기하게 됐다. 바로 '있을 때 잘하라'는 말 말이다. 나쓰코처럼 오랫동안 자신을 뒷바라지 해준 헌신적인 사람의 소중함과 고마움을 인식조차 제대로 못한 사치오처럼 나쁘게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모두들 그 무엇이던 간에 우리 주변에 있는 사람 혹은 사물의 소중함과 고마움 또는 가치를 잊고 지내는 것 같다.

 

할 수 있을 때, 가까운 곳에 있을 때 좀 더 주변에 대해 감사하고 받은 사랑과 은혜를 잊지 않고 보답하며 살아야 할 것이다. 한 번 더 바라보고, 한 번 더 안아주고, 한 번 더 사랑하고, 한 번 더 마음을 표현하고 베풀 수 있는 우리가 되면 좋겠고, 그 누구보다 먼저 그러한 내 자신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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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커 피드백 수첩 (본책 + 다이어리)
이사카 다카시.피드백 수첩 연구회 지음, 김윤수 옮김 / 청림출판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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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피터 드러커'가 만든 그리고 그러한 '피터 드러커'를 만든 단 하나의 자기계발법, 일명 '피드백 수첩'에 관한 책이다. 드러커가 어렸을 때부터 꾸준히 써왔던 방법이고, 그가 경영학의 아버지라 불릴 만큼 현 시대의 석학이자 지성으로서 거듭나는데도 커다란 역할을 한 피드백 수첩이라고 하니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자기계발서를 많이 까지는 아니더라도 가끔씩이나마 제법 읽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읽고 난 후 내 삶에 직접 적용해보거나 실행해 보지 않은 탓에 지금은 머릿속에 거의 남아있지 않다는 것이 함정이지만. 아무튼 그동안의 자기계발서는 저자의 말대로 우리(독자)를 보고 변하라고 주문하고 있는 것이 보통이었다. 사실 그동안 책에서 뿐만 아니라 주변에서 강점을 더욱 살리고 키우라는 말과 함께 약점도 노력을 통해 극복하라는 말을 늘 들어왔다.

 

 

하지만 드러커는 이 책에서 우리가 최소한으로 변화하면서, 즉 가능한 한 변하지 않으면서 우리의 강점을 찾고 그것을 키움으로써 성장할 수 있고 그렇게 해야 한다고 말한다. 여기서 가능한 한 변하지 않고라는 말은 곧 약점에 얽매이거나 연연하지 말라는 의미인데, 자신이 부족한 부분에 괴로워하며 그것을 극복하는데 드는 시간과 노력을 아낄 수 있고 또한 극복을 위한 고통스런 과정으로 인해 받는 스트레스로부터도 좀 더 자유로울 수 있다고 드러커는 덧붙인다. 지금의 내 상황과 관련이 있어서 그런지 이 부분이 가장 크게 와 닿았다.

 

 

사실 우리 주변에는 피터 드러커 같은 세계적이고 저명한 인사들이 각 분야에 여럿 있다. 빌 게이츠나 워렌 버핏, 마크 저커버그 같은 사람들이 그 예일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한 주요한 언행에 대해서는, 특별히 관심이 많아서 인터넷이든 어디서든 정보를 찾거나 하지 않는 이상은, 접하거나 알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이런 책을 가끔 찾는 편이다. 어떤 사람들은 이런 것들에 대해 굉장히 부정적이거나 효과에 회의적이기도 하지만.

 

 

책을 사면 '피드백 수첩'에 관한 내용이 담겨있는 본책과 함께 직접 드러커가 했던 방법처럼 실제로 활동을 해 볼 수 있는 수첩도 같이 준다. 이런 책은 읽고 나면, 사실 이런 류()의 책뿐만 아니라 우리 생활에서 어떤 일이든 꾸준히 하지 않으면 점점 잊어버리게 되지만,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머리에 오래 남아 있지 않는다. 하지만 이렇게 실제로 책의 내용을 내 스스로가 적용해보고 실험해 볼 수 있는 수첩까지 주니 드러커가 실제 그랬듯이, 저자가 했던 것처럼 직접 실행해 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 같다. 설명해 준 방법을 따라 6개월 정도 사용할 수 있는 수첩이다. 이번에는 책꽂이에 그냥 꽂아두지 않기를, 직접 실천해 옮길 수 있기를 바래본다.

 

 

마지막으로, 책 내용 중 핵심 문장들은 밝은 청록색으로 쓰여 있는데, 색이 너무 밝아 보기에 불편했다. 좀 더 톤을 다운시켜 진한 색으로 했으면 좋았을 것 같은 아쉬움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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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
가쿠타 미츠요 지음, 박귀영 옮김 / 콤마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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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소설인 줄 알았는데 막상 읽고 보니 단편소설 모음집이었다. 장편이든 단편이든 나름대로 다 장단점이 있는 것 같다. 적어도 내 생각에는 그렇다. 단편의 경우 장편에 비해 글의 길이가 절대적으로 제한되기 때문에 이야기를 질질 끌거나 늘이지 않고 전개를 시원시원하게 하여 읽는 이로 하여금 지루하거나 쳐지지 않게 한다는 부분이 좋은 것 같다.

 

 

 

<평범>은 단편집이지만 그저 개별적인 단편들을 늘어놓은 것이 아니라 하나의 주요한 맥락 혹은 소재, 주제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는 단편들을 모아 놓았다. 비록, 당연한 것이겠지만, 각각의 단편에서 인물들이 처한 상황은 다 다르고 주인공의 성별도 다르지만 평범한 일상 속에서 또 다른 인생을 꿈꾼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러한 생각을 하게 되는 계기나 상황도 다르고 생각을 하는 의식의 흐름이나 이 후의 결정도 다르지만 큰 맥락은 그것이다. 나의 지난 인생에서 내가 그 순간, 과거에 내렸던 결정과는 다른 결정을 내렸다면 내 인생은 달라졌을까, 어떻게 달라졌을까, 얼마나 달라졌을까, 그 당시 나와 혹은 당시 사건과 관계된 그 사람의 인생은 내 선택으로 인해 달라진 것일까 같은 질문을 계속 던진다. 이렇게 크게는 유사한 맥락을 가졌지만 내용이나 관점은 조금씩 다른 여러 이야기들을 읽는 것도 즐거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나는 단편 속 인물들처럼 과거의 결정에 대해, 가끔은 떠올리기는 하지만, 그 때 다른 결정을 했다면 내 인생이 달라졌을까 같은 일련의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던지지는 않는다. 물론 지나간 일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미래에 실수를 줄이고 좀 더 좋은 선택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결국 지나간 순간이고 번복할 수 없는 결정이기 때문에 다른 선택을 함으로써 얻을 수 있었을 그 결과는 끝까지 알 수 없다. 그렇게 생각을 이어가더라도 결국 대부분의 경우 아쉬움이나 후회로 귀결되기 때문에 그런 일들에 대해 시간을 써가며 고민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이다. 혹시라도 그러한 과정을 통해 오랫동안 가지고 있던 마음의 짐을 내려놓는 등의 긍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래도 이왕이면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하면서 살 것인지 또 미래를 위해 준비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그것을 어떻게 준비 할 것인지 등에 대해 생각하는 게 훨씬 더 좋을 것 같다는 게 내 결론이다.

 

 

 

그렇다고 단편 속 인물들의 그런 모습들을, 결과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지만 않는다면, 질타하거나 힐난할 생각은 전혀 없다. 우리들 사는 모습은 워낙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먼 훗날 언젠가 나 역시 이들처럼 지난 시간들을 돌아보며 내가 내린 결정에 대해 고민하거나 괴로워하거나 혹은 결과에 의문을 품을 가능성도 있다. 다만, 이야기 속 인물들처럼 삶의 권태로움이나 위기가 찾아와 지난날들을, 지난날의 자신의 결정을 떠올리게 되는 일이 없기를 바라며 또 그렇게 만들기 위해 내 자신도 늘 매사에 신중하고 성실히 임해야겠다는 다짐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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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은 좀 없습니다만 품위까지 잃은 건 아니랍니다 - 살면서 늙는 곳, 요리아이 노인홈 이야기
가노코 히로후미 지음, 이정환 옮김 / 푸른숲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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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관련 책을 찾아서 읽어보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 우연히 제목과 책에 대한 소개를 접하고 관심이 생기게 된 것이다. 이 책에 대한 존재를 알기 직전 신문에서 노인복지 특히 (정말 신기하게도) 치매를 앓고 있는 할머니나 할아버지를 모시는 가족들의 이야기를 접했다. 묘하게 시기가 겹치면서 관심은 더욱 크게 동하였고 결국 책을 읽기 시작하였다.

이 책은 다쿠로쇼 요리아이(다쿠로쇼는 자택처럼 편안한 노인 요양시설, 요리아이는 모임, 집회, 회합이라는 뜻)’라는 1992년 시작된 노인 요양 공간에 대해 프리랜서 편집자인 저자가 이야기를 풀어놓은 책이다. 책에서도 공간이라는 표현은 사용되지 않고 시설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만 책을 읽고 난 뒤 비록 나 혼자뿐일지라도 그렇게 부르고 싶지는 않아져서 공간이라고 써 보았다.

 

이곳의 기원은 지금으로부터 26년 전인 1991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시모무라라는 한 여성이 오바 노부요라는 치매에 걸린 할머니를 만나게 되면서 이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 여성은 지금의 요리아이가 있기까지 20여 년 동안 정말 몸과 마음을 다 바쳐 헌신한 ‘3인방중 한 명이다. 3인방은 그녀 외에도 무라세라는, 간병인 겸 활동가라고 해야 할까, 남자와 책의 저자를 모두 합하여 일컫는 내가 부여한 호칭이다.

다시 얘기 할머니 이야기로 돌아오면, 오바 할머니는 비록 치매라는 큰 시련에 직면하지만, 치매가 그런 것(큰 시련)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마치 다른 사람들뿐이라는 듯, 의연하고 강인하게 끝까지 살았던 분이다. 할머니의 모습을 처음 본 순간, 할머니의 그 객사도 불사할 각오에 크게 감명 받은 시모무라 씨는 할머니의 생활을 지원하겠다고 결심하고 일을 시작하게 됐던 것이다.

이 후 덴쇼지라는 절의 다실(찻방)에서 데이 서비스라는 일본의 노인복지 대책사업의 형태로 요리아이는 출발하게 된다. 잠시 데이 서비스에 대해 간단히 말하자면, 이는 재가노인 복지정책으로써 질병을 앓고 있는 노인들 혹은 자연의 섭리에 따라 정신과 육체가 연약해진 고령의 노인들에 대한 서비스를 노인복지시설이 아닌 노인들이 실제 거주하는 주택을 장소로 삼아 제공한다는 특징을 가진다.

이렇게 시작하여 지금에 이르기까지 겪어 온 수많은 시련과 사건들을 저자가 담담하게 이야기하듯 풀어놓는다. 저자는 처음에는 어차피 내가 관심 있는 분야도 아니고 저들은 나와는 상관없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에 관심도 열정도 전혀 없는 단순한 방관자였지만, 저자의 이런저런 이유로 요리아이에 들르는 횟수가 잦아지게 되면서 결국 지금의 요리아이가 있기까지의 많은 일을 한 헌신적인 인물, 그리고 수 주 동안의 베스트셀러 기록을 가진 요리아이의 잡지 <요레요레(힘이 없는 상태로 비틀비틀한다는 뜻)>의 유일무이한 편집자이자 집필진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핵심 관계자가 된다.

이렇게 자신의 상황이 변해 감을 보여주려는 것이었는지 아니면 전혀 그런 의도는 없었는데 내 맘대로 그렇게 느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저자의 말투도 변해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무심한 제 3의 인물에서 돌보미로 편집자로 기록담당자로 점점 깊게 요리아이와 관계를 맺어갈수록 열변을 토하는 것 같았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느꼈다. 저자는 또 초반부터 틈나는 대로 스스로를 아주 쓸모없고 무능한 사람처럼 이야기하지만, ‘요리아이에서 그의 역할이 점점 커질수록 매우 유능하고 가슴이 뜨거운 남자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사회 현상적으로 일본을 뒤따르고 있다고 평가받는 우리의 모습이 자연스레 떠올라 순간순간 많은 생각을 하였다. 물론 우리나라 정부는 저자가 일본정부를 비판했던 것처럼 문제가 닥쳐오고 있는걸 알면서 그냥 멍하니 지켜보고만 있지는 않았다. 저출산고령화 문제에 대한 대책들을 내놓고 많은 국가예산을 쏟아 부었지만 상황이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마음을 울렸던 부분을 이야기하고 마치고자 한다. 특별 노인 요양시설을 세우기로 마음먹고 부족한 자금의 마련을 위해 영업을 시작한 카페(‘요리아이의 숲’)에서 주변 지역 주민들과 치매 어르신들이 자연스럽게 그리고 자유롭게 어울리는 모습은 정말 인상 깊었다. 물론 요리아이의 경우 여러 사람들의 오랜 인내와 노력의 결과로 환경적인 요인이 크게 작용한 부분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요리아이에서의 사람들처럼 우리나라에서도 자신과 조금 다른 사람들일지라도 무조건적으로 거리를 두거나 배척하거나 심지어 무시하고 공격하는 행동은 그만두고 서로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기를, 그러한 모습이 결코 특별하지 않은 사회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치매에 걸려도 평범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꿈꿔본다. ‘우리 모두를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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