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
가쿠타 미츠요 지음, 박귀영 옮김 / 콤마 / 2017년 1월
평점 :
품절


장편 소설인 줄 알았는데 막상 읽고 보니 단편소설 모음집이었다. 장편이든 단편이든 나름대로 다 장단점이 있는 것 같다. 적어도 내 생각에는 그렇다. 단편의 경우 장편에 비해 글의 길이가 절대적으로 제한되기 때문에 이야기를 질질 끌거나 늘이지 않고 전개를 시원시원하게 하여 읽는 이로 하여금 지루하거나 쳐지지 않게 한다는 부분이 좋은 것 같다.

 

 

 

<평범>은 단편집이지만 그저 개별적인 단편들을 늘어놓은 것이 아니라 하나의 주요한 맥락 혹은 소재, 주제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는 단편들을 모아 놓았다. 비록, 당연한 것이겠지만, 각각의 단편에서 인물들이 처한 상황은 다 다르고 주인공의 성별도 다르지만 평범한 일상 속에서 또 다른 인생을 꿈꾼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러한 생각을 하게 되는 계기나 상황도 다르고 생각을 하는 의식의 흐름이나 이 후의 결정도 다르지만 큰 맥락은 그것이다. 나의 지난 인생에서 내가 그 순간, 과거에 내렸던 결정과는 다른 결정을 내렸다면 내 인생은 달라졌을까, 어떻게 달라졌을까, 얼마나 달라졌을까, 그 당시 나와 혹은 당시 사건과 관계된 그 사람의 인생은 내 선택으로 인해 달라진 것일까 같은 질문을 계속 던진다. 이렇게 크게는 유사한 맥락을 가졌지만 내용이나 관점은 조금씩 다른 여러 이야기들을 읽는 것도 즐거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나는 단편 속 인물들처럼 과거의 결정에 대해, 가끔은 떠올리기는 하지만, 그 때 다른 결정을 했다면 내 인생이 달라졌을까 같은 일련의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던지지는 않는다. 물론 지나간 일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미래에 실수를 줄이고 좀 더 좋은 선택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결국 지나간 순간이고 번복할 수 없는 결정이기 때문에 다른 선택을 함으로써 얻을 수 있었을 그 결과는 끝까지 알 수 없다. 그렇게 생각을 이어가더라도 결국 대부분의 경우 아쉬움이나 후회로 귀결되기 때문에 그런 일들에 대해 시간을 써가며 고민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이다. 혹시라도 그러한 과정을 통해 오랫동안 가지고 있던 마음의 짐을 내려놓는 등의 긍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래도 이왕이면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하면서 살 것인지 또 미래를 위해 준비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그것을 어떻게 준비 할 것인지 등에 대해 생각하는 게 훨씬 더 좋을 것 같다는 게 내 결론이다.

 

 

 

그렇다고 단편 속 인물들의 그런 모습들을, 결과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지만 않는다면, 질타하거나 힐난할 생각은 전혀 없다. 우리들 사는 모습은 워낙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먼 훗날 언젠가 나 역시 이들처럼 지난 시간들을 돌아보며 내가 내린 결정에 대해 고민하거나 괴로워하거나 혹은 결과에 의문을 품을 가능성도 있다. 다만, 이야기 속 인물들처럼 삶의 권태로움이나 위기가 찾아와 지난날들을, 지난날의 자신의 결정을 떠올리게 되는 일이 없기를 바라며 또 그렇게 만들기 위해 내 자신도 늘 매사에 신중하고 성실히 임해야겠다는 다짐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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