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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 인류의 역사
데이비드 맥윌리엄스 지음, 황금진 옮김 / 포텐업 / 2025년 9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았으나, 본 서평은 제 주관적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지은이는 5,000년이라는 거대한 시간을 관통하며 인류가 만들어온 모든 문명과 제국의 흥망이 결국 돈이라는 보이지 않는 힘 위에 세워졌음을 분명하게 드러냅니다.
기존 역사서와는 다른 지은이의 관점이 무엇보다 인상 깊었습니다. 그는 전쟁, 종교, 혁명, 기술혁신 등으로 설명되어온 사건들의 배후를 파고들며, 그 모든 것의 기저에는 항상 경제적 원인이 있었다고 주장합니다. 로마제국의 멸망조차 군사적 패배가 아니라 화폐 가치의 붕괴에서 비롯되었다는 그의 분석은 역사를 바라보는 시선을 완전히 뒤흔들었습니다. 또한, 유럽의 팽창과 식민지 지배 역시 총과 함대보다 신용과 금융 시스템이 만들어낸 결과였다는 설명은 돈의 본질적인 힘을 새삼 깨닫게 합니다.
본 책은 방대한 자료와 수백 명의 인물을 종횡으로 오가며 이야기를 엮어내지만, 결코 딱딱하지 않습니다. 히틀러의 위조지폐 작전이나 레닌의 화폐 말살 정책 등 흥미로운 에피소드로 시작해, 쿠심에서 알렉산더 해밀턴, 찰스 다윈, 제임스 조이스 등에 이르는 다채로운 인물들의 이야기가 촘촘히 이어집니다. 경제학의 개념을 어렵지 않게 풀어내는 지은이의 재치와 유머 덕분에 마치 한 편의 장대한 다큐멘터리 혹은 문학 작품을 읽는 듯한 몰입감을 선사합니다.
지은이는 돈을 탐욕이나 악의 근원으로 단정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돈은 인간이 관계를 맺고 협력하며 문명을 발전시켜온 도구라고 말합니다. 문제는 돈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인식하고 사용하는가에 달려 있다는 메시지가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우리는 돈을 만들었지만, 동시에 돈도 우리를 만들어왔습니다. 사회의 구조, 인간의 욕망, 정치의 방향, 심지어 예술의 형태까지, 모든 것은 돈의 흐름을 따라 변화해왔습니다. 그 흐름을 이해하는 것은 곧 인간을 이해하는 일 아닐까요?
본 책은 경제학과 역사를 넘나들며 돈의 진화가 곧 인류의 진화였음을 설득력 있게 보여줍니다. 돈을 이해하는 것은 세상을 읽는 일이며, 세상을 읽는 일은 곧 나 자신을 성찰하는 일임을 깨닫게 해주는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