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가 사랑한 수식
오가와 요코 지음, 김난주 옮김 / 이레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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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평소 수학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비슷하지만 싫어하는 편이라고 해야 더 맞는 표현일 것 같다. 하지만 일본 소설은 즐겨 읽는 편이다. 요즘은 책 읽기의 편식을 피하고자, 가능하면 굳이 일본 소설뿐만 아니라 소설이라는 장르 자체를 일부러 조금 멀리 하고 있다. 소설을 제외한 에세이, 자기 계발서 등등 다른 여러 책들을 접해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전혀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수학’과 ‘소설’이 만났다. 바로 2004년 제1회 ‘일본 서점대상’의 수상작인 <<박사가 사랑한 수식>>이다.

 

  사실 이 책을 알게 된 것은 올해 초로 기억을 하고 있다. 우연히 어떤 블로거분의 포스트를 통해 ‘일본 서점대상’이라는 것을 알게 됐고, 제1회 수상작으로 처음 만나게 된 것이다. 그 후 1,2달 이후 어떤 이벤트 덕분에 <책좋사> 가족 분들을 만나게 되었고, 그 때 ‘얼’님께서 빌려주신 덕분에 드디어 읽을 수 있게 되었다. 그 전에도 ‘사야지, 사야지’생각만 하면서 미루고 있었는데 우연찮게 그 날 이 책을 들고 오셔서 마침 빌릴 수 있었다. 정말 죄송스럽게도 빌리고 5달 동안 다른 책들을 읽느라 <<박사가 사랑한 수식>>은 읽지 못했었다. 그러던 차 이제야 읽게된 것. 너무 오랫동안 갖고 있었는데, 드디어 이 책을 돌려드릴 수 있게 되어서 참 다행이다.

 

  이 책은 불의의 교통사고로 인해 기억이 사고 나던 당시인 1975년 묶여있고, 그 후 단 80분 동안만 머릿속에 기억이 남게 되는 운명에 처한 한 수학박사와 그의 집의 파출부 그리고 그녀의 아들의 이야기다. 이들의 우연찮은 인연이 진정한 사랑과 우정의 관계로 거듭나는 과정을 보면서 오랜만에 가슴이 따듯해짐을 느꼈다. 오래 전 이런 점 때문에 일본 소설과 일본 영화에 푹 빠졌던 내 모습을 떠올릴 수 있었던 시간이기도 했다. 누구는 일본 소설이나 영화의 이런 부분을 비판하기도 하지만, 나는 오히려 너무도 인간적인 그런 면 때문에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위에서는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수학이라면 거의 치를 떠는데 온갖 수학적 정의와 수식, 수학용어들이 난무하는 이 책에서는 전혀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 오히려 이것들을 사랑하면서도 매일같이 이들과 머리 아프게 고민하고 싸우는 박사를 보면서 ‘나도 이들과 친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까지 하면서 또 ‘재밌는데...’하는 흥미를 가졌던 적도 있었으니, 정말 왜 서점대상을 받았는지 십분 이해하고도 남았다. 작가를 검색해보니, <<박사가 사랑한 수식>>을 포함해 2007년까지 총 5편 이후로는 작품 활동이 없는 듯 하다. 더 많은 작품을 만나볼 수 있으면 좋을텐데 라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그녀의 대표작을 읽었으니, 이제 나머지 책들도 차례차례 만나보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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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의 발견
오정희.곽재구.고재종.이정록 지음 / 좋은생각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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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견’의 의미를 한번 찾아보니 ‘미처 찾아내지 못하였거나 아직 알려지지 아니한 사물이나 현상, 사실 따위를 찾아냄’이라고 나오더라. 아직 아무도 찾지 못해서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물건이나 상태 등을 찾아낸다는 점에서 ‘발견’이 갖는 의미는 크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발견에 의해 우리 앞에 들어나는 것들은 셀 수 없이 많을 것이다. 조금 생뚱맞긴 하지만 의학적인 예를 들자면, 치료법도 없고 인체에 치명적인 바이러스의 발견 같은 부정적인 발견이 있을 수 있겠다. 그에 반해, 그러한 질병에 대한 획기적인 치료법이나 치료제의 발견 같은 이롭고 긍정적인 발견도 물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리움’의 발견은 어느 쪽에 해당할까? 사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어떤 것이 되었든 이분법적으로 ‘좋다, 나쁘다’ 혹은 ‘옳다, 그르다’는 식의 사고방식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굳이 그리움도 ‘어느 편에 속한다.’ 결론짓고 싶지도 않다. 그저 발견에 관해 잠깐 생각하다 보니 이야기가 조금 샌 것 같다.  

 

   아무튼 <그리움의 발견>이라는 책의 제목을 보고서 ‘어떠한 책이겠구나.’하는 짐작을 쉽게 하긴 힘들었다. 책 표지에도 소설이니 에세이집이니 하는 식으로 책의 갈래를 이야기해주지 않아서 책장을 직접 한 장씩 넘기며 알아내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책장을 넘기기 전, 문득 표지를 보고 시원한 감탄이 새어나왔다. 한 여름에 이렇게 탁 트인 바다풍경을 담은 사진이라니, 이 여름에 너무 잘 어울리는 책이라고 순간 웃기고 단순하게도 생각했다.  

  이 책 <그리움의 발견>은 네 분의 소설가, 시인들의 에세이집이다. 어린 시절의 추억, 어떤 장소나 사물 그리고 사람이나 풍경에 얽힌 자신들의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고 아련하게 풍부한 감수성을 바탕으로 풀어놓고 있다. 내 기억이 맞는다면, 이 네 분의 작가 분들을, 혹시 예전에 어디선가 글이나 책 혹은 어떤 형태로든 접한 적이 있었을지 모르겠지만,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그런데 나이가 모두 내 부모님 또래여서 그런지, 읽는 동안 마치 부모님에게 혹은 친척어르신들에게 옛날이야기를 듣는 것 같은 굉장히 친근한 느낌이 들었다. 정말 편안한 기분으로 읽을 수 있었다. 어느 저녁 문득 생각난 듯이 나를 앞에 앉혀 놓고 이야기를 하시는 어머니의 모습, 술 한 잔 기울이며 취한 듯 취하지 않은 듯 술술 풀어놓으시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는 듯 했다.  

  아, 그리고 미처 지나칠 뻔했는데 책 속에 담겨있는 사진들, 정말 너무너무 좋다. 정말 사진이 맞는지, 그림이나 합성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진심으로 마음에 쏙 드는 사진들이 가득하다. 어떻게 이런 아름다운 사진들을 담아낼 수 있었는지, 마치 숨겨져 있던 뜻밖의 보물이라도 발견한 기분이 들었다. 글도 좋았지만, 이 사진들 덕분에 틈틈이 눈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정화되는 듯한 느낌으로 읽어갈 수 있었다. 책 표지를 본 순간부터 마지막 장을 넘기고 책을 덮는 그 순간까지 너무도 소중하고 예쁜 것과 함께하는 듯 행복에 겨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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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몽
황석영 지음 / 창비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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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석영 작가님의 작품을 처음 접한 것은 2001년 작 <모랫말 아이들>을 통해서였다. 본격적으로 책 읽기의 재미에 푹 빠지기 한참 전에 봤던 책이라 정확히 어떤 내용이었는지 기억도 가물가물할 정도이지만, 아직까지 제목을 기억하고 있는 것을 보니 꽤 인상적이었던 것 같다. 굉장히 오랜만에 황석영 작가님의 작품을 접하게 되어서 설렘과 기대에 부푼 마음으로 책장을 넘겨나갔다.


  <강남夢>은 1950년에 한국전쟁이 발발했던 시절부터 1990년대까지가 주된 시대적 배경을 이루고 있다. 그리고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야기의 공간적 배경이 되는 곳은 바로 서울의 ‘강남’이다. 제3한강교(지금의 한남대교)의 건설과 경부고속도로의 개통으로 개발의 박차를 가하기 시작한 강남을 둘러싼 사회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자신들의 꿈을 쫓아가는 이야기이다.

  일제 강점기와 해방기, 한국전쟁을 통해 현명한 처세술을 배운 뒤 강남개발과 동시에 건설업계에 뛰어든 갑부, 강남의 상류사회를 대표하는 사모님들, 소위 물장사라고 불리는 나이트클럽 같은 유흥가를 주름잡았던 조직폭력배 그리고 부동산 투기에 열을 올렸던 업자들까지. 이들은 모두 강남에서 부를 얻고자 몰려들었고 부를 누리며 살았지만, 결국 갑자기 일어난 백화점 붕괴사고처럼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병원신세를 지거나, 백화점과 함께 부를 잃거나, 죄를 짓거나 혹은 심지어 목숨을 잃는 등 그들 모두 큰 타격을 받게 된다. 이들과는 다른 ‘강남몽’을 꾸었던 임정아만이 기적적으로 백화점붕괴 사고 후 거의 3주 만에 구출되게 된다.

  황석영 작가가 역사적 자료를 바탕으로 실존인물들의 이름을 약간씩만 바꿔서 소설에 등장시키고 80%의 사실에 20%의 허구로 구성한 때문인지, 읽으면서 예전 대학수능시험 준비를 하던 시절, 사회 선택과목으로 공부했던 ‘근 ․ 현대사’가 자꾸만 떠올랐다. 읽는 내내 마치 고등학교 시절 공부하던 내용을 그대로 책으로 풀어놓은 것처럼 느껴졌다. 실제로 있던 굵직굵직한 사건들 바탕으로 재구성되다보니 사실과 허구의 분간이 어려울 정도로 모든 일이 사실같이 다가왔다. 정말 마치 한편의 역사서를 읽는 느낌이었다고 할까.


  평소 역사에 대해 나름 관심이 있고 재미있어 한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번 책을 읽으면서 그 생각이 조금 바뀐 듯 하다. 생각보다 내가 그 방면으로 흥미가 없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던 것이다. 요즘 방학을 맞아 여행을 다니고 싶은 마음이 강하다보니 비록 소설이었지만 역사이야기를 읽으면서 조금은 힘들어했던 것 때문에 저런 생각이 든 것 같긴 하지만 말이다. 그래도 황석영 작가님의, 소설 속 등장인물들이 서로 상관없는 듯 보여도 알고 보면 서로의 관계가 조금씩 얽혀있어 전체적으로 하나의 이야기를 이루는, 치밀하고 묘한 구성 덕분에 조금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무사히(?)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황석영 작가님의 다른 작품들도, 나중에라도 마음의 준비를 한 다음, 꼭 만나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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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2 : 세계와 나
MBC 'W' 제작팀 지음 / 삼성출판사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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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확히 언제인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어렸을 적 <추적 60분>, <경찰청 사람들> 그리고 <그것이 알고 싶다> 등 나름 시사 프로그램을 즐겨 보았던 기억이 난다. 결코 즐거운 이야기들도 아니었고 보면서 문제나 사건의 심각성을 온전히 이해하지도 못하던 시절 이었지만 정말 재밌게 보았던 그 시절. 하지만,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쳐 수험생이 되면서 또 대학생으로 바쁜 시간들을 보내면서, 수많은 시험들과 과제들에 치여, 가장 중요하고 필요한 것들 중 하나를 놓치면서 지냈었다. 바로 내가 살고 있는 이 ‘사회’와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에 제대로 관심을 갖지 못한 것이다.



  그러던 중 우연히 접하게 된 MBC 국제 시사 프로그램 <W>. 솔직히 말하면, 평소 제대로 챙겨보던 프로그램은 아니었다. 덕분에 아직 방송을 하고 있다는 사실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방송되었던 <W> 중 몇몇 이야기들을 텔레비전으로 본 기억은 나지만, 그게 어떤 내용이었는지도 잘 기억이 나지 않을 만큼 오래전에 보았었다. 다른 나라 이야기나 시사에 전혀 무관심한 편은 아니지만, 텔레비전을 즐겨보지 않는 생활 때문에 접하기 힘들었던 것 같다.



  1학기가 종강되고 조금 생활의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되면서 다시 이런저런 시사이야기와 프로그램들에 흥미를 느낄 즈음, 이 책을 만나게 된 것이다. 우선, 위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W>가 벌써 5년이나 되었다는 사실에 적잖이 놀랐다. 종영된 줄로만 알고 있었던 것도 있지만, 그 지난 5년 동안은 개인적으로 특히나 인상적이고 힘든 일 기쁜 일 등이 많았던 시절이기 때문인 듯하다. 왠지 감회가 새로웠다. ‘내가 그렇게 정신없이 철없이 지내던 시간 동안 <W>는 자기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었구나.’ 라는 대견한 기분마저 들었다.



  ‘국제 시사 프로그램’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외국에 나갔다 온 이후이다. 2008년 태어나 처음으로 우리나라 땅을 떠나 이국땅에 발을 디뎠던 경험이후로 참 많은 것이 달라졌다. 무엇보다 가장 크고 값진 변화는 모든 것을 대하는 나의 태도와 생각의 변화일 것이다. 그 소중한 경험과 기억들 덕분에 전보다 훨씬 진취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로, 다시 태어난 듯, 무엇이든 열심히 하며 여러 가지 놀라운 일들을 경험할 수 있었다.







  이 책을 통해 우리나라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가지각색의 다양한 모습으로 행복하게 즐겁게 혹은 슬프게 힘들게 괴롭게 희로애락을 느껴가며 하루하루를 살아가지만, 우리나라 밖 지구촌의 여러 나라에서도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우리들과 비슷하게 혹은 전혀 상상도 하지 못했던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음을 생생하게 접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사람은 자기보다 높고 뛰어난 사람을 보고 목표와 꿈을 키우며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에 반해 나보다 정신적, 육체적, 물질적으로 부족하거나 열악한 환경, 힘든 상황에 처한 사람들을 통해 내가 가지고 있고 즐길 수 있는 모든 것들에 감사하고 그것을 통해 희망을 발견하여 다시 한 번 힘차게 발돋움 해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도 잊지 않고 있다.



  <W>는 이런 생각을 다시금 되새길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준 고마운 책이었다. 뿐만 아니라 , 내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에 대해서만 한정되어 있던 나의 이목을 더 넓은 세상으로 돌려주었고, 사물과 사람들을 더욱 더 다양한 각도에서 볼 수 있게 해주었으며, 좀 더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나만의 생각과 꿈을 그려나갈 수 있도록 만들어주었다. 앞으로도 오랫동안 <W>가 텔레비전과 책을 통해 시청자들과 독자들을 만날 수 있기를, 그래서 나와 같이 행복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더욱 많아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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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가슴이 뜨거워져라 - 열정 용기 사랑을 채우고 돌아온 손미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
손미나 지음 / 삼성출판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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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구’와 ‘탱고’의 나라로 정리되었던 ‘아르헨티나’. 그 외에도 아르헨티나하면 ‘신의 손 마라도나’와 예전 ‘부르마블 게임’을 하던 시절, 독특한 그 이름으로 강하게 뇌리에 각인되었던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가 떠오른다. 거기에 이번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우리나라에게 1대4라는 커다란 패배를 안겨준 ‘남미대륙의 영원한 축구강국’이라는 이미지까지.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아르헨티나의 전부였다.


  하지만, 손미나 씨의 <다시 가슴이 뜨거워져라>를 읽고 난 후, 아니 읽기 시작하고부터는 위와 같았던 아르헨티나가 전혀 다른 나라로 다가왔다. 이 책에는 아나운서에서 프리랜서 겸 작가로 변신한 손미나 씨가 신비하고도 아름다운 아르헨티나로 떠나서 겪은 파란만장(?)한 여행기와 그 곳에서 만났던 기막힌 사연을 간직하고서도 뜨거운 열정, 눈부신 희망으로 가득 찬 아르헨티나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1학기가 종강을 하고 여름방학을 맞이하면서 훌쩍 떠나고 싶은, 여행을 열망하는 내 강한 욕구가 나를 조금씩 잠식하고 있는 요즘이다. 그래서인지 유독 정여진 씨와 그녀의 프랑스 연인이 함께 엮은 <그와 함께 우연히, 아프리카>에 이어 이번 책까지, 여행 에세이들을 많이 찾게 된다. 어느 책에서인가 ‘경험’은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부분 중 하나라며 그에 대해 이야기 했던 것이 떠오른다. 그 책에서는 경험은 모든 것을 내가 직접 보고, 듣고, 만져보고, 느낄 수 있는 ‘직접경험’이 가장 훌륭하지만, 여러 가지 사정과 현실적 한계로 인해 그것이 실현이 어렵기 때문에 책을 통한 ‘간접경험’이 커다란 역할을 담당한다고 했었다. 그래서 나는 요즘 책을 통한 ‘여행’에 관한 간접경험 즉, ‘대리만족’을 충분히 느끼고자 하는 것이다.


  ‘여행의 중독성’은 담배나 도박의 그것만큼 치명적이라고 말하고 싶다. 여행의 묘미를 알게 된 사람은 가만히 있지 못하고 자꾸만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지는 것이다. 나도 그런 사람 중에 하나라고 할 수 있을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하지만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정여진 씨의 책을 통해 ‘아프리카’를 다녀 온지 얼마 안 되어서, 손미나 씨의 책을 통해 ‘아르헨티나’까지 다녀온, 내 가슴이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어딘가를 향해 자꾸만 요동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위에서 잠깐 언급했듯이 <다시 가슴이 뜨거워져라>에서는 손미나 씨가 아르헨티나를 여행하면서 겪었던 그리고 만났던 놀라운 경험들과 아름다운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정말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작가가 이렇게 쓰기 힘들 것만 같은 ‘우연과 행운의 연속’으로 요약되는 그녀의 여행기는 참 신비롭고 눈부시다. 기쁘고 즐겁고 환상적인 경험과 함께 슬프고 가슴 아픈 경험까지. ‘한 번의 여행은 마치 한 번의 인생과 같다.’는 책 속 그녀의 말처럼 그녀는 마치 한 사람의 인생의 축소판을 보는듯한 희로애락의 경험을 다양하게 그리고 깊이 있게 하고 돌아온다. 그런 그녀의 경험담들도 내 가슴을 설레게 만들었지만, 무엇보다 감동적이고 뭉클했던 것은 역시 아르헨티나 사람들의 인생 이야기였다. 워낙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여러 친구들을 사귀었던 그녀였기 때문에, 전부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몇몇 아직까지도, 마치 내가 손미나 씨가 되어 만난 것처럼 생생하게, 기억에 남는 사람들이 있다. 일흔이 넘은 나이부터 시작해서 10년 동안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조그만 카페 ‘로 데 로베르토’에서 아르헨티나의 젊은 영혼들을 위해 탱고를 불러오고 있는 ‘오스발도 할아버지’, 가슴 아픈 기억도 있지만 탱고를 단순한 춤이 아닌 삶의 일부로 승화시킨 ‘노라 아주머니’, 정말 기막힌 인연으로 다시 만난 멋지고 당찬 소녀 ‘수영이’, 손미나 씨의 지금이 있을 수 있도록 그녀에게 꿈을 심어준 그녀의 멘토 ‘마르틴 카파로스’, 힘들지만 웃음과 꿈을 잃지 않는 빈민촌의 영화스타 ‘훌리오 아저씨’ 그리고 끝없이 펼쳐진 평원에서 자연에 세상에 대한 사랑을 가슴 한 가득 안고 살아가는 ‘가우초 청년들’까지.


  그들의 삶, 살아가는 모습 그리고 가슴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진솔한 이야기들을 보면서 속으로 보이지 않는 눈물을 삼켰고, 끊임없이 박수갈채를 보냈으며, 절실한 응원을 보냈고, 본받아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나의 모자라고 나태한 모습을 떠올리며 반성에 반성을 거듭했다. 반성에 그치지 않고 손미나 씨처럼, 그녀가 만났던 아르헨티나 사람들처럼 나만의 꿈을 찾아내고 이루어나가는 부지런하고 열정이 넘치는 내가 되고 싶다는 그리고 반드시 되어 보이겠다는 다짐을 했다.


  책을 덮으며, 언젠가 부에노스아이레스 어딘가에서 이곳저곳 찾아다니며 물어보고 또 몸소 부딪히고 있을 것만 같은 나의 모습을 떠올렸다. 손미나 씨처럼 그리고 그녀의 멘토 마르틴 카파로스가 그랬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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