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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의 발견
오정희.곽재구.고재종.이정록 지음 / 좋은생각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발견’의 의미를 한번 찾아보니 ‘미처 찾아내지 못하였거나 아직 알려지지 아니한 사물이나 현상, 사실 따위를 찾아냄’이라고 나오더라. 아직 아무도 찾지 못해서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물건이나 상태 등을 찾아낸다는 점에서 ‘발견’이 갖는 의미는 크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발견에 의해 우리 앞에 들어나는 것들은 셀 수 없이 많을 것이다. 조금 생뚱맞긴 하지만 의학적인 예를 들자면, 치료법도 없고 인체에 치명적인 바이러스의 발견 같은 부정적인 발견이 있을 수 있겠다. 그에 반해, 그러한 질병에 대한 획기적인 치료법이나 치료제의 발견 같은 이롭고 긍정적인 발견도 물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리움’의 발견은 어느 쪽에 해당할까? 사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어떤 것이 되었든 이분법적으로 ‘좋다, 나쁘다’ 혹은 ‘옳다, 그르다’는 식의 사고방식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굳이 그리움도 ‘어느 편에 속한다.’ 결론짓고 싶지도 않다. 그저 발견에 관해 잠깐 생각하다 보니 이야기가 조금 샌 것 같다.
아무튼 <그리움의 발견>이라는 책의 제목을 보고서 ‘어떠한 책이겠구나.’하는 짐작을 쉽게 하긴 힘들었다. 책 표지에도 소설이니 에세이집이니 하는 식으로 책의 갈래를 이야기해주지 않아서 책장을 직접 한 장씩 넘기며 알아내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책장을 넘기기 전, 문득 표지를 보고 시원한 감탄이 새어나왔다. 한 여름에 이렇게 탁 트인 바다풍경을 담은 사진이라니, 이 여름에 너무 잘 어울리는 책이라고 순간 웃기고 단순하게도 생각했다.
이 책 <그리움의 발견>은 네 분의 소설가, 시인들의 에세이집이다. 어린 시절의 추억, 어떤 장소나 사물 그리고 사람이나 풍경에 얽힌 자신들의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고 아련하게 풍부한 감수성을 바탕으로 풀어놓고 있다. 내 기억이 맞는다면, 이 네 분의 작가 분들을, 혹시 예전에 어디선가 글이나 책 혹은 어떤 형태로든 접한 적이 있었을지 모르겠지만,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그런데 나이가 모두 내 부모님 또래여서 그런지, 읽는 동안 마치 부모님에게 혹은 친척어르신들에게 옛날이야기를 듣는 것 같은 굉장히 친근한 느낌이 들었다. 정말 편안한 기분으로 읽을 수 있었다. 어느 저녁 문득 생각난 듯이 나를 앞에 앉혀 놓고 이야기를 하시는 어머니의 모습, 술 한 잔 기울이며 취한 듯 취하지 않은 듯 술술 풀어놓으시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는 듯 했다.
아, 그리고 미처 지나칠 뻔했는데 책 속에 담겨있는 사진들, 정말 너무너무 좋다. 정말 사진이 맞는지, 그림이나 합성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진심으로 마음에 쏙 드는 사진들이 가득하다. 어떻게 이런 아름다운 사진들을 담아낼 수 있었는지, 마치 숨겨져 있던 뜻밖의 보물이라도 발견한 기분이 들었다. 글도 좋았지만, 이 사진들 덕분에 틈틈이 눈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정화되는 듯한 느낌으로 읽어갈 수 있었다. 책 표지를 본 순간부터 마지막 장을 넘기고 책을 덮는 그 순간까지 너무도 소중하고 예쁜 것과 함께하는 듯 행복에 겨운 시간이었다.